화로의 여신 헤스티와 인간에게 불을 전수한 프로메테우스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음


1. 인간에게 우호적

프로메테우스: 불을 인간에게 주었고, 공물 바칠 때 신들 엿 먹이는 노하우도 전수함

헤스티아: 유일하게 신화 내에서 인간한테 꼬장 안 부림. 권능도 집에서 쓰는 인공적인 불인 화톳불


2. 속성이 둘 다 불

프로메테우스: 불을 인간에게 선물

헤스티아: 화톳불의 여신


3. 연인 문제

프로메테우스: 아들인 데우칼리온이 있는데, 어머니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음. 비극 작가 아이퀼로스는 '헤시오네'라는 여신이 그 어머니라고 했지만, 공식 신화가 아니라 그냥 개인이 집필한 각본의 내용.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아시아'라는 여신이 아내라고 주장했으나, 후대의 해석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의 어머니인 티탄 '아시아'와 헷갈렸다는 게 정설. 아니면 엄마랑 했거나

헤스티아: 주신들이 앞다투어 청혼하자 제우스한테 알력 넣어서 비혼 서약함


4. 자애로운 성정

프로메테우스: 예언 능력이 있어서 평생 독수리한테 간 쪼일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인간을 도움

헤스티아: 이명이 '고아들의 수호자'임



이러면 또 문득 드는 상상이 있지


헤스티아는 어떤 남신과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고, 프로메테우스는 동생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아내를 들인 전승이 거의 전무한데


혹시 데우칼리온의 어머니는 바로 헤스티아 아니었을까?


인간을 심심풀이 장난감 취급하는 형제자매 신들의 잔인함이 싫었고, 그러다 우연히 자신과 코드가 맞는 프로메테우스를 만나면서 불꽃이 튄 걸지도


전승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친 경로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헤스티아의 화로인데


24시간 내내 화로만 지키고 있는 헤스티아의 감시를 피해 불을 훔치는 건 불가능했을 테니, 사실상 둘이 협력 관계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헤스티아가 아폴론, 헤르메스, 포세이돈의 구혼을 거절한 것도 이미 마음에 둔 사내가 있어서 그런 거고


제우스도 이걸 알아서 강간마 본성을 억누르고 맏누이 자존심 지켜준 걸지도


하지만 제우스를 속여서 벌을 받는 중인 프로메테우스인지라 사실 관계를 밝히지는 못한 거 아닐까



디오니소스한테 황금 의자를 넘기고 화로에 가서 앉은 것도 진짜 양보가 아니라 일종의 항의 표시였던 거지


막내 동생인 제우스한테 몰래 꼽주면서 "아무리 괘씸해도 그렇지, 내 아들의 아버지에게 그런 잔인한 벌을 내려?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황금 의자 좆까!"라고 나름대로 분노를 표한 걸지도



ㅗㅜㅑ 이것도 몬가몬가 괜찮은 커플링이다


철벽녀 헤스티아의 마음을 녹인 반골 티탄 프로메테우스 존나 좋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