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뎃? 뭐가 그리 많아요?"


순진무구한 얼굴로 젊은 용사가 물어보자 여신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 죄송합니다. 여태 오신 용사님들이 하나 같이 나사가 빠져 있으셔서..."


상황은 이러했다.


초대 용사는 소환되자마자 검 하나를 들고 초원에 나가 '스텟창'을 외쳤다가 고블린들에게 골수가 터졌다.


두번째 용사는 안전을 기약하며 힐링 포션을 두둑하게 쌓아둔 채 토벌을 나섰다가 이내 포션 중독으로 사망하였고.


세번째 용사는 '자1지 박으면 꼼짝 못해!' 같은 소리를 하며 여신에게 달려들었다가 사지가 분해되었다.


그밖에도 '입던은 점프가 국룰' 이라면서 던전에 뛰어들어 갔다가 온갖 함정에 다 찔린 한 명.


저주 받은 마검이라는 말에 혹해 자신의 소유로 만들겠다더니 기어이 스스로 제 목을 잘라버린 한 명.


마왕이랑 싸우라고 보냈더니 '순간이여 멈춰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같은 소리를 지껄이다 파우스트펀치에 척추가 꺽인 한 명 등.


전부 다윈상에 기록될 정도로 모지리 같은 죽음을 맞이한 끝에 135번째인 나의 차례까지 오게 된것이라고 한다.


"제발 부탁이니까 부디 다른 짓거리 하지 말고 마왕만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보상은 두둑히 드리고 무사히 원레 세계로 돌려보내 드릴게요."


간절하게 부탁하는 여신은 이미 이 모든일에 이골이 난 듯 하였다. 불로불사의 존재마저도 약간 늙어 보일 정도의 고난이라니 감히 상상하기도 싫었다.


"흐음. 그래요, 마침 할 것도 없었는데 까잇거 잡아보죠 뭐."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용사님, 제발 제가 앞서 말했던 이전 용사남들의 죽음을 따르진 말아주세요."


용사는 조용히 고개를 주억이며 자신만만하게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어라? 용사님! 무구는 안 챙겨 가시나요?"


그녀의 부름에 조용히 고개를 돌린 용사는 회심에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린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괜찮아요. 이것만 있으면 뭐라도 되니까!"


그것이 곧 136번째 용사의 소환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