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웃었다.


"정말... 무슨 수를 다 써도 좋은가?"

















반 년 후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광장을 가득 메운 검은 옷의 무리가 핏줄이 터져나올 듯한 눈길로 단상 위의 죄인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마녀에게 죽음을!"


"용사님 만세!"


"제국을 위하여!"


그들은 스스로가 토해내는 맹렬한 증오에 다시금 잡아먹히면서 끝없는 분노를 되새김질 하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에게 육개월 후의 이런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냐 묻는다면, 당연히 고개를 저었겠지만.


허나 오랜 세월에 걸친 인류의 성전을 사보타지하던 교단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으니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경애와 존경심, 살의와 적개심이라는 양가감정이 끝없이 뒤섞이던 눈동자들은 한 남자의 등장과 함께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인류 여러분께 고합니다."


마치 신비로운 마법 주문에 걸린 것 처럼, 군중들의 의식이 순식간에 그에게로 빨려들어갔다.


"반천년에 걸친 우리의 생존권을 위한 성전이 비로소 진정한 시작을 맞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허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군축 조약, 인도적 협의, 대량 살상무기 제한과 같은 여러 족쇄들 때문이지요.


마계의 악마들이 살의로 굶주린 눈을 번뜩이는 와중에도 우리의 힘을 깎아내리려 했던 것은 과연 누구였습니까!"


군중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마녀요!"""


"그렇습니다! 놈들은 우리의 밀밭에 불을 지르고, 아이의 목을 자르며, 죽어가는 병사 위에 걸터앉아 웃지는 않았으나


그 모든 일들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체 왜 우리가 지난 대전쟁에서 분루를 삼켜야만 했던 것입니까!


바로 여기! 그 거악의 주동자들이 정의의 이름에 포박되어 밝은 빛 아래로 끌려나왔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하겠습니까!"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나약했던 과거를 저 여름날의 헛꿈처럼 벗어던져야 합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천명하겠습니다! 더이상 나약한 제국군은 없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억울하게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생존권이자 인류의 보금자리인 대륙에서 그 누구도 박해받거나, 고문당하거나, 덧없이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일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나와 제국군이 이 땅에 살아숨쉬는 한, 그 어떤 마족도 더이상 '최종 해결책' 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길을 토해내듯, 남자의 목소리가 커지자 군중들의 열기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부터 인류의 첫 번째 전사입니다! 이제 나의 모든 삶은 제국의 것입니다! 먼지쌓인 나의 갑옷을 다시 꺼내 입겠습니다! 


승리의 순간까지 결코 벗지 않을 것이며, 그 날까지 살지 않을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용사 만세!!!"


콰앙―!


철퇴같은 주먹이 내려쳐진 단상이 바스러지며 깨져나갔다.


"내가 쓰러진다 하더라도, 그 뒤를 이어 나의 마도사가! 그 뒤를 나의 투사가 이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에게 그러하듯이, 그들에게도 무조건적인 충성과 헌신을 바쳐야만 합니다!


나의 동료들이 더이상 남지 않은 순간에는, 비로소 제국 의회에서 가장 적법한 자를 선출할 것입니다. 


가장 용감한 자를 말입니다!


이제 나는 스스로의 목숨과 신념을 걸고서 전장으로 향합니다.


나의 일생을 오직 제국과, 인류와, 모든 생명들을 위한 기나긴 투쟁에 바칠 것입니다!


이 기나긴 여정에서 내가 외칠 것은 '인류를 위하여!' 이며, 내가 모르는 것은 '항복' 뿐입니다!"


이제는 헐떡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숨을 고르는 동안, 남자는 잠시 손을 들어 이마를 훔쳤다.


"누군가 망설인다면,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하겠습니다.


여신의 인도 아래 우리가 첫 발을 내딛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조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니 나는 여러분에게 간청하겠습니다! 


맹세코, 우리가 함께 도약하는 제국을 꿈꾼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면!


우리의 의지는 깊은 덤불처럼 도사린 고난과 역경을 반드시 헤쳐나갈 수 있다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인류 해방군 만세!"


"용사 만세! 마족들에게 죽음을!"


우레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남자가 손을 들어 선창했다.


















"황제를 위하여!"









"제국을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