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그런가, 짐은..."


동서남북을 다스린다는 신수.

청룡, 주작, 백호, 현무.

그리고 그 넷을 따르는 신녀들.

나는 그녀들에게 패배하였고 봉인당했다.


눈앞의 물웅덩이를 바라보자 청소년기의 인간남자가 보인다.

이렇게까지 영락해버린건가.... 나는....

쓸 수 있는 능력들도 확인해보지만, 하나 말곤 없다.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능력.


"그마저도 너무 약해졌구나."


아마도 상대 신체에 닿으면 방심을 유도하게 한다.

그리고 정말 느리게나마 호감을 가지게 만든다.

그 정도가 한계일 것 같다.

힘을 되찾는다면 더욱 강한 능력을 쓸 수 있겠지만 그것도 무리겠지.


그때였다.


"마왕님... 마왕님이십니까..?"


눈앞에 꼬리가 달린 여인이 나타났다.

로브로 몸을 감추고 있지만 저 꼬리.

끝이 살짝 갈라져있는 하트 모양의 꼬리는.


"메르헨인가. 무사했나보군."


마왕군 사천왕 순결의 메르헨.

서큐버스 주제에 처녀라고 배척 받았던 종족의 이단아.

그리고, 최강의 서큐버스.


"아아, 마왕님. 마왕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하는 메르헨.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서큐버스 특유의 매혹하는 향기.

이것조차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약해졌구나.


"메르헨, 일어나라. 이제 난 너보다 약하니 마왕이 아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마왕님께선 제 은인. 평생을 따를 존재. 제 삶의 이유이십니다."


메르헨이 고개를 살짝 든다.

그리고.


"아, 죄송합니다. 감히 마왕님께 매혹을...."


"아니, 괜찮.... 으윽...."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몸이 달아오른다.

아, 이게 성욕이라는 건가?

메르헨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숨이 거칠어진다.


"마왕님, 불충을 용서해주시길...."


내 모습을 본 메르헨이 내게 다가온다.

....


"메르헨, 너는 이걸로 괜찮나?"


"네. 전 언제나 마왕님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지켜왔던 순결을 바친 메르헨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보였다.


"그런데 마왕님. 갑자기 조금 듬직해져보이시는데... 제 착각일까요?"


"그럴리가. 딱히 큰 변화는.... 음?"


메르헨의 말에 기운을 갈무리하자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운이 쌓인 것을 느꼈다.

이정도 기운이 있다면 신녀의 정신방벽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지?


"마왕님, 어쩌면.... 그, 여성을 탐하는 행위가 회복에 도움이 되는게 아닐런지요..."


"음... 잠시 실례하지."


"네? 하음..."


메르헨의 입술을 덮치자 미약하게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한계도 느껴졌다.


"정말이군. 여성을 탐하면 힘을 얻을 수 있다니...."


어쩌면, 다시 전성기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이상의 힘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메르헨, 지금 마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마왕님께서 잠들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인간들 사이에 융화되어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왕님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메르헨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한다.

마왕이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힘을 되찾을 이유도 없지.

하지만....


"마왕님?"


메르헨이 고개를 갸웃하며 날 바라본다.


"역시 힘을 되찾아야겠어. 신수들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그렇다면?"


"메르헨. 너를 취했을때, 힘이 이렇게 늘었다면 신녀를 탐한다면 어떨까."


"아...."


분명 어마어마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수들을 따르는 신녀를 내것으로 만든다면 신수들을 비웃어 줄 수 있겠지.

다만, 신경쓰이는 건....


"메르헨. 정말로 괜찮겠나?"


"네? ...네. 그것이 마왕님의 뜻이라면."


나만을 바라보고 평생 순결을 지켜왔던 메르헨.

서큐버스 주제에 순정을 가지고 있는 괴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에 키스했다.


"마, 마마마, 마왕님?"


"약속하지. 신녀들을 탐하더라도 언제나 내 첫 번째는 너다. 메르헨."


"네헷?!"


"내가 신녀들을 지배하려는 이유는 사소한 복수도 있지만, 너를 지킬 힘을 얻기 위함이다.

허나 그것이 너를 상처입힌다면.... 너가 바라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겠다.

이 맹세라면 괜찮겠나, 메르헨?"


메르헨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 메르헨을 품에 안아주자 그녀의 꼬리와 팔이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마왕님의 뜻대로...."



처럼 뭔가 계기를 만들기도 좋고 편한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