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빙의할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정보력으로 압살하는 빙의가 제일 좋지않겠느냐 이 우매한 중생들아"


"빙의보단 어릴 때부터 인생 설계 가능한 환생이 상위호환이지 상식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 스타트라인이 다른데"


자취방에서 오래간만에 모여 치킨을 뜯으며 쓰잘데기 없는 토론을 하던 우리는 가스가 폭발해 사이좋게 이세계에 전생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전생한 것은 회귀론자 대길이었다.

맨바닥 시골에서 시작해 끊임없는 수련을 거듭했던 대길이는 마침내 용사로 선택받고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그리고 최후의 결전에서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던 성녀를 되살리기 위해 신전의 금주에 손을 대 과거로 되돌아온 대길이는 금주를 사용한 자에게 주어지는 끔찍한 고통을 극복해낸 채 다시금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무찔렀고 마침내 성녀를 구하는 데 성공해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다음으로 전생한 사람은 빙의론자 일출이었다.

알고보니 평소에 일출이가 즐겨하던 게임의 세계관이었고 일출이는 신전에서 자란 8살배기 견습사제에게 빙의하게 되었다. 미래를 전부 알고 있던 일출이는 이야기가 스토리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게끔 주변인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물론 마왕의 추종자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원래 성녀가 되었어야 할 사람보다 더욱 뛰어난 성과를 보여 성녀로 추대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말았지만...... 대부분 스토리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고 용사파티도 마왕성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마지막 순간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토리상 희생해야하는 성녀의 역할을 다하기로 다짐한 그녀였지만 목숨 건 도박을 성공시켜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가 널 살려내기 위해 미래에서 돌아왔다며 단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강렬하게 프로포즈하는 박력있는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그리고 두사람이 결혼해 영지를 꾸린 지금 나는......

그 두사람의 아이가 되었다.


"응애~~!"


처음엔 나만이 환생한 줄 알았지만 날 곁에 두고 두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확신했다.

이놈들 그렇게 노래부르던 회귀와 빙의로 마왕을 쓰러트리고야 말았구나.

결국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두사람보다 더 큰 위업을 세워야한다......

그런데 마왕은 이미 죽지 않았나?




본의아니게 남자와 남자(였던것)이 결혼하는 똥게이소재가 되고 말앗네요

이건 소재를 이어받으시는 분께서 유연하게 변경해주시요

둘째치고 님들은 회빙환중에 어느게 제일 사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