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구멍.


모두가 그것을 그렇게 불렀다.


그것은 하늘에 난 구멍이니까.


마치 유리가 깨지기라도 한듯, 공간의 일부가 깨져 만들어진 시커먼 구멍.


그 구멍에선 매일 같이 이상한 물건들이 떨어졌다.


"이 요상한 펜으로 쓴 글씨는 밤에 빛이 나."

"이 금속상자는 뿅뿅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림을 보여주는군."

"이 분홍색 조약돌은 마구 진동하는데?"


하나 같이 이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정체 모를 물건들.


마왕군은 처음엔 이 구멍을 막으려 했지만, 막을수 없단걸 알게 된 이후 물체들을 조사하고 활용하기로 했다.


괴상한 물체들은 보기와 달리 상당히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

졌고, 이는 마왕군의 기술발전에 큰 도움이 되어 담당부대까지 만들어졌으며,


"마왕님의 명령이다. 150번부터 300번은 오늘부터 연구부에서 일하도록."


황충(蝗蟲)부대에 잡졸이었던 난 일손부족으로 하늘구멍 연구부에 속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별거 없다.


동료들과 함께 구멍에서 계속 떨어지는 물건들을 성까지 옮기고, 연구원들이 시키는 자잘한 심부름을 하는게 전부.


아, 또 하나 있긴 있다.


"189번, 너 또 그 이상한 책을 읽는 거야?"


"응, 언어해석 담당이 검사 했는데 별 내용 없어서 봐도 된대."


"으이그, 그 이상한 만화책이 뭐가 좋다고..."


휴식시간마다 구멍에서 떨어진 책을 읽는 것.


이세계의 그림책은 신기했다.

전부 양파지가 아닌 종이로 되어있고, 그림은 엄청 독특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눈이 크고, 뭔가 과장되게 생겼다.


'이 그림은 뭘 말하는 걸까?'


처음엔 그림만 봤지만, 나중엔 내용이 궁금해져 언어해석 담당한테 조금씩 이세계의 글을 배워 내용도 읽기 시작했고,  그렇게 알게 된 책의 내용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목숨을 건 추격전,

음료수에 성욕을 느끼는 인간들,

대신 자살해주는 범죄조직등등.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미력하지만, 저도 전력을 다해 인간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지나가던 라이더다.]

[네 죄를 세어라!]


메뚜기 괴인이 히어로로 활동하며, 사람들을 구해준다는 내용에 이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메뚜기의 모습을 한 괴인인데, 괴인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편에 선다.


"이세계의 그림책은 정말 기묘해... 어떻게 몬스터가 인간의 편을..."


그러고보니 몬스터는 왜, 인간과 싸우는 걸까.

왜 평화롭게 지내지 않는 걸까.


189번이 그런 고민에 빠졌을때쯤,


"연구부에 파견됐던 황충부대는 즉시 G구역으로 가 늑대인간들을 지원해라!"


임무가 떨어졌다.


.

.


마왕성의 영역 경계선에 위치한 G구역.


거기서 마왕군의 늑대인간과 인간들이 보낸 기사단끼리 싸움이 벌어졌고, 싸움은 기사단의 후퇴로 끝났으나 피해가 막심하고 일손이 부족하여 이를 도울 황충부대가 파견되었다.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이곳저곳 부러진 화살과 주인 잃은 무기들이 가득하고,

몬스터, 인간 가릴거 없이 시체들이 뒤엉키고 높이 쌓여 작은 언덕을 만들었으며,

건물들은 모조리 마법으로 불타고 붕괴되었다.


거기다 늑대인간들은 모두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리거나 숨을 헐떡이며 포션과 의사들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끔찍하네."


"그렇지? 난 방금 전에 아침에 먹은거 다 토했어."


189가 혼자서 중얼거리자 멀리서 한 늑대인간이 다가와 동의했다.



"푸른 송곳니! 넌 괜찮아? 다친 곳 없어?"


"짜식, 네 친구를 뭘로 보는 거야. 당연히 멀쩡하지. ...사실 운이 좋았어. 싸움이 벌어졌을때 난 정찰 보고를 하러 마왕성에 가있었거든."


"휴우, 다행이다..."


"다행? 이 꼴을 보고 그런 말이 나와?"


"아, 미안..."


"아냐, 농담이야 농담. 괜찮아. 엄밀히 따지자면 난 하프니까 얘네랑 동족도 아니지. 그리고 이번 일은 늑대인간들이 자초한 것도 있고."


"자초?"


"최근 몇달동안 족장이 전사들을 이끌고 주변 인간마을을 닥치는대로 습격했다나봐. 인간들이 보이는 족족 사냥하고, 여자는 납치, 아이들을 잡아먹고, 마을은 방화. 저번엔 도시까지 습격했대."


"대체 왜? 최근에 마왕님이 공격명령을 내리신 적은 없는데?"


"그냥 재밌어서 한 짓이겠지. 마왕님도 정도가 심하다고 자제하라고 했는데, 오랜만에 피맛을 보니 눈 돌아가서 명령도 좆까고 또 습격했다나 봐. 결국 단단히 화가 난 인간들이 처들어와 이렇게 만든거고."



친구의 설명을 들은 189는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죽었어. 너무 많이 죽었어."


"그래, 족장이라 정예전사들 싹 다 뒤졌대."


"늑대인간도, 인간도. 둘 다 너무 많이 죽었어."


"그래, 인간들 시체도 더럽게 많네. 늑대반 인간반이야."


"...송곳니. 우린 왜 싸우는 걸까."


"말했잖아, 멍청한 족장이 인간마을 돌아다니며 닥치는대로 죽이고 따먹었다ㄱ.."


"아니, 이번 일 말고. 좀 더 근본적으로. 우리들은, 몬스터는 왜 인간과 싸울까."


"그야 몬스터니까. 쟤네는 인간이고."


"그러니까 왜?"


"왜는 무슨 그냥 일종의 법칙인 거지. 물과 기름과 같은 거야."


"법칙은 마법으로 부숴지잖아? 물과 기름도 비누 앞에선 섞이잖아?"


"야 이 새꺄 우리가 식용유야? 올리브, 등유, 고래기름이야? 비누칠 했다고 막 섞이게?"



"하지만... 안싸울 방법은 없는 걸까? 그래, 예를 들면 평화롭게 공존하는.."


"푸하하하하!"


189의 말에 송곳니는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었다.


"공존? 너 연구부인가 뭔가에 가더니 미쳤나보구나! 몬스터와 인간의 공존이라니, 정신차려!"


"그래도, 혹시 어쩌면..."


"하하하하, 차라리 엘프가 인간들 좆대가리 빠는걸 즐긴다고 해. 설령 그딴 세상이 있다쳐도 일단 이곳은 아니야. 그건 확실해."


"세상...?"


그럼.

만약.

다른 세상이라면,


공존이 가능할까?


.

.


몬스터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189는 그림책을 펼치며 그 세상에 대해 상상했다.


"그래... 어쩌면 다른 세계는 몬스터와 인간의 공존이 가능할지도 몰라. 이 라이더처럼, 괴인이 인간을 지켜주고, 인간들은 괴인을 좋아하는 그런 세상이 있을지 몰라! 헉! 어쩌면 이 책이 그 세상의 물건인게 아닐까!?"



189는 헛된 믿음과 그림책만을 근거로 공존이 가능한 세상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그 확신은 하늘구멍에서 떨어진 물체들은 그 세상에 물건이며 그림책은 그 세상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했으며,


'하늘구멍 너머엔 그 세상이 있을까? 아, 가보고 싶다...'


그 생각은 하늘구멍 너머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그 세계로 가고 싶단 욕망으로 변했다.



"모든 인원들은 즉시 대피! 반복한다! 즉시 대피! 하늘구멍이 폭주한다!!!"


그리고 그 욕망은 머지않아,



"189!!! 얼른 이리로 와!!!"


"저도 가고 싶은데 몸이 자꾸 떠서, 아, 안돼안돼, 안돼!!! 으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사고와 함께 운명처럼 이루어졌다.



하늘구멍이 폭주하여 반병 수백미터 내에 모든 것들을 빨아들인 끔찍한 사건.


이 사건으로 인해 189는 하늘구멍에서 떨어진 물건들이 온 세상으로 떨어졌다.



"저리 비켜라 플라이걸!"

"너 같으면 비키겠냐? 좋은 말로 할때 항복이나 하시지?"


"파이어팀! A도시 사거리에 빌런이 나타났다! 모두 장비 챙기고 출동!"


[Z시 B시장에 괴인 출몰, 시민 여러분들은 모두 대피해주십시오.]


히어로가 존재하는 세상에.


.

.


"저기 보시오!"

"새잖소."

"아뇨, 비행기인데요."

"아냐, 저건 썬더드럼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간,



"꺄아아악! 플레어히트! 저도 불꽃사인해주세요!"

"저도요!"

"저도!"

"네, 여러분. 다들 해드릴테니 한줄로 서주세요."


몸에서 불을 뿜어대는 인간,



"헤응... 샤이닝러버눈나..."

"오늘도 아름다우셔..."

"눈나 나 주거..."


몸에 착 달라붙는 고무옷을 입은 여자 인간.



확실하다. 분명해.


여긴 그림책 속 세계, 아니, 


그림책이 만들어진 세계다.



괴인이라는 몬스터와 히어로라는 특별한 인간들이 존재하는 세계.


[라이더씨, 비록 당신의 심장은 괴인의 것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따뜻만 마음은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라면... 이 그림책처럼...!"


몬스터와 인간의 공존.

더 생각할 것도 없다. 바로 시도해보자!


일단 그림책에 나온 것처럼, 따뜻한 미소와 함께 예의바르게 말을 걸자.


"안녕하세요! 날씨 참 좋.."

"꺄악! 괴인이다!"


"안녕 꼬마야! 멍멍이가 참 귀엽구나!"

"꺄아아아아아!!!"


"주름 많은 할머니, 제가 그거 들어드릴까요?"

"이 쉬발롬이 어딜 면상을 들이밀어! 저리 안꺼져!?"


근데 아무래도 여기 인간들의 대부분은 괴인과의 대화, 아니, 만남 자체를 안좋아하는거 같다.


혹시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럼 안전한 곳에서 대화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하여 안전한 히어로 본부에 찾아갔다만...


"등급 상향 신청하러 왔습니다."

"서류 가지고 A구역으로 가주세요. 다음."


"건물파괴비 청구서 때문에 왔습니다."

"비용 내시는 거면 G구역 왼쪽으로, 청구서에 대한 이의는 H구역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다음."


"저기, 괴인 좋아하세요? 전 사람 좋아해요."

"그러시구나, 저도 사람 참 좋아.. 꺄아악! 괴인이다!!!"


인간들은 안전해도 날 싫어했으며 대화는 커녕 겨우 목숨만 건진채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그냥 들이밀어선 안되겠어. 일단 내가 착하다는걸 증명하자!"


그래서 내가 착한 괴인이란걸 증명하기 위해, 히어로를 돕기도 했다만...



"여기는 퍼플팽, 연구소를 탈출한 실험체를 저지중, 지원요청을.."


"라이더킥!!!"


내 킥에 정통으로 맞은 괴물의 머리가 터지며 으깨진 두뇌와 내장 비스무리한 것이 사방팔방으로 튀겼다.



좋아, 위기의 상황에 도와주기 성공!

이제 말을 걸어보자.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죠?"


".....?"


"아차, 이게 아니라... 괜찮아요? 많이 놀라셨죠? 혹시 다치신 곳은 없나요?"


"...."



...뭐지? 왜 반응이 없지? 혹시 말을 잘못 꺼냈나?


"이상하다, 라이더에선 분명 이러던데... 아, 라이더말고 연애그림책에 나온대로 해야 하나? 그럼... 크흠. 거기, 귀여운 아기고양이?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나와 카페라도.."


"여기는 히어로 퍼플팽, 갑자기 곤충형 괴인이 나타나 연구소를 탈출한 실험체를 공격했다. 최소 C급 이상으로 추정되니 빠른 지원 바란다. 그때까지 시간을 끌겠다."


"엣? 지원? 시간을 끌어, 어이, 아기고양이! 오해하지 마! 난 그저 널 도와줄려고 한 거야! 너 안 공격해! 난 착한 괴인.."


"죽어라 메뚜기 괴인!"



불행히도 이마저 실패했다.


이들은 그저 내 존재 자체가 싫은거 같다.


어떤 말을 하든 폭력으로 답했다.

선의는 악의로 되돌아 왔다.

진심은 그들의 혐오에 막혀 닿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세계는 내가 꿈꾸던것 보단 공존이 힘든 세상 같다.

허나 이 정도로 포기하면 안된다.


그냥 이대로 포기할까?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야.


[나 라이더의 사전에 포기란 있을수 없다!]


아직 포기하지 말자. 고작 몇십번 실패한게 별 대수라고. 마왕님은 용사님 죽이는걸 수백번이나 실패하셨지만 지금도 다시 시도하고 계시잖아.


"다시 한번 해보자. 이번엔 날씨말고 기분을 물어보.."


"저기 있다! 다들 잡아!"


허나 내 새로운 시도는 시작조차 못하고 꺾여버렸다.


[다음 속보입니다. 최근 시민들에게 끔찍한 웃음을 지으며 여러차례 접근한 괴인을 히어로들이 쫓는 중이며..]


"배에 구멍 뚫었으니까 멀리 못도망갔을 거야! 다들 잘 찾아봐!"


갑자기 기습해온 히어로들의 무차별 공격.

간신히 따돌리고 골목길에 몸을 숨겼지만, 아무래도 다음 기회는 없을거 같다.



도주하다 입은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두 다리는 더 이상 뛸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의식은 몽롱해지고, 판단은 흐려진다.



[그래봤자 네 놈도 결국 괴인이잖아!]


왜 갑자기 그림책에서 나쁜 시민이 라이더에게 외친 대사가 떠오르는 걸까.



어째서 난 공격당한 걸까.

어째서 난 쫓기고 있는 걸까.

어째서... 어째서....


"왜... 대체 왜..."


어떤 말을 하든 폭력으로 답했다.

선의는 악의로 되돌아 왔다.

진심은 그들의 혐오에 막혀 닿지 못했다.


"그 메뚜기 녀석! 어디로 간 거야?"

"곤충형 괴인들을 증식할 위험이 있는데다 그 놈은 최소 C급은 되보였어. 다들 반드시 찾아!"


역시 공존은 안되는 걸까.

바보 같고 무의미한 짓이었을까.



"찾았다."


"아....."


젠장, 들켰다.


목까지 오는 분홍머리를 한 여인이, 나에게 다가온다.

복장은 수수한 차림에 두꺼운 코트를 걸친게 마치 일반인 같지만, 등 뒤에 비정상적으로 긴 화살을 맨 것으로 보아 이 여인도 히어로인거 같다.


...난 이대로 죽는 걸까.


"네가 그 메뚜기 괴인이구나?"


저 화살에 찔려서 죽는 건가?


"요 며칠동안 사람들에게 계속 인사를 건넸다던..."


두렵다. 무섭다. 싫다. 끔찍하다. 도망가고 싶다.


허나 몸은 안움직이고, 차려야할 정신은 흐려지기만 하며, 여인은 다가온다.


"너, 정말이지..."


아, 이제 끝났구나...


"재밌는 애구나?"


....아?


.

.


"얘야, 이름이 뭐니?"


"내... 이름..은....189..."


"189? 흠, 고로아와세로 읽으면 히야쿠... 비약이란 뜻이네. 아주 좋은 이름이야. 이 아이랑 같은 이름이기도 하고."


[아가씨, 189는 제 유기체 양자 재구성 결합장치의 번호이고, 이름은 RKR입니다. 그리고 이 정체불명의 괴인은 곧 죽을거 같습니다.]


"아, 그래? 그럼... [힐]"


"으윽....!"


"걱정마, 이제 안아플 거야."


여인이 상처에 손을 대고 몇번 휘저으자, 마치 얼룩을 지우듯 상처가 지워지고 희미해지던 정신이 미약하게나 또렷해진다.


그리고 또렷해진 정신 덕분에 사고가 돌아가며 현재 상황이 파악 됐다.


'이 사람... 날 적대하지 않아.'


쓰레기 더미에 쓰러져 있는 내게,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끔찍한 괴인의 모습을 한 내게 친절하게 이름을 물어봤다.


죽어가는 날 치유시키고, 안심시켜준다.



이 사람, 이 사람은, 이 여자는... 괴인이 나를, 도와줬다.


인간인데.

괴인인 나를.

그렇다는건....


"흑....으흑...."


"왜 그러니?"


"드디어... 찾았어.... 역시.... 가능해.... 가능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니?"


"공...존... 괴인과 인간의, 공존..."


"!!!"


"가능, 할 거야... 희망은 아직 있어, 분명... 가능하다고...!"


"후.... 후후후..., 후하하하하!"


"?"


내 말이 뭐가 웃긴지, 여인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으며 눈물를 훔친다.


"하하하, 공존? 푸흐흐흐... 이렇게 웃어본게 대체 얼마만인지... 그게 네 목적이니?"



여인의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답했다.


"응. 괴인과 인간은, 공존할수 있어. 난 그렇게 믿어."


"근거는?"


"너."


"친절한 인간만 있어선 공존이 안되는데?"


"친절한 괴인도 있으니 괜찮아."


"어디?"


여자가 되묻자 난 주저없이 날 가리켰다.

며칠동안 이세계를 둘러본 결과 난 괴인중에선 아주 착한 편에 속한다. 이세상에 대해 아직 모르는게 많지만, 이건 확신할수 있다.



허나 여인은 자기 입으로 본인이 착하다고 말하는 꼴이 웃겼는지, 아까보다 더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아, 아! 배,배! 배 아파! 푸흐, 그만 웃어야 되는데, 푸흐흐흐, 너 때문에... 웃음이... 하아. 후우, 이제야 좀 진정이, 풋, 됐네."


"내 말이 그렇게 웃겨?"


"응. 엄청. 그리고 흥미가 끌려."


"흥미?"


"No.189, 지금부터 이 아이에 벨트가 되어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가짜 신분이랑 기록들도 만들어줘."


[아가씨, 갑자기 만난 괴인한테 이러는건..]


"안들어줄 거야?"


[...알겠습니다.]


"후후, 그래야지. 신분은 이걸로 됐고... 흠, 이 모습도 귀엽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을 놀래키겠어. [폴리모프]"


여인이 내게 알수없는 힘을 쓰자, 갑자기 눈이 감기고, 기우니 빠지고... 의식이... 의식... 이....


"한숨 푹 자. 푹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을 거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게.

완전히.


저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지않았다고, 난 정신을 잃었다.


.

.


"와, 이게 나야?"

[네, 당신은 아가씨의 능력으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간과 괴인 두 모습으로 언제든 변할수...]


"와, 네가 그 그림책 속 핸드폰이란 물건이야?"

[...겉모습과 기본기능만 따진다면 부정할수 없으나, 전 단순한 핸드폰이 스마트폰이 아닌 초인공지능이 탑재된 변신기기..]


"와, 이 벨트, 라이더가 쓰던거랑 똑 닮았어!"

[...대답도 안들을거면서 질문은 왜 하는 겁니까?]


"아, 미안. 이름이... 189? 어, 나랑 같네?"


[189는 유기체 양자 재구성 결합장치(벨트)의 번호고, 제 이름은 RKR입니다.]


"RKR?"


[빗방울(Raindrop),

아기 고양이(Kitten),

장미(Rose)의 약자입니다.]


"뭐야 그게... 이름 이상해."


[당신 이름보단 낫습니다.]


"뭐야!"


[그리고 저 단어는 절 개발하신 박사님이 좋아하는 노래의 첫구절에 나오는 단어이자 죽은 딸이 생전에 제일 좋아하던 것들 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엄청 잘 지은거 같아."



눈을 떠보니 인간이 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겉모습만.


마치 마왕군의 간부들이 쓰던 의태나 폴리모프와 같은 현상.


아무래도 그 여인이 해준거겠지.


"아아, 정말 좋으신 분이었어... 역시 공존은 가능해!"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응? 그치만 그 여인은 괴인인 날 도와줬어!"


[착각하지 마십시오. 아가씨는 원래 변덕이 심한 분입니다. 당신을 살린 것도, 인간으로 변장시킨 것도, 절 당신에게 준 것까지 전부 한 순간의 충동으로 일으킨 일. 당신의 사상 따위에 감회된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그런..."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아가씨는 당신의 의견을 지지하고 공감하는게 절대 아니며 당신은 그저 정신나간 괴인에 불과..]


"그럼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네!"


[...네?]


"더, 더! 라이더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먼저 선의를 보인다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거야!"


[...설령 사람이 선의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 이전에 괴인"들"이 선의를 보이겠습니까?]


"어?"


[마침 가까운 곳에 적이 감지됐습니다. 따라오시죠.]


.

.


RKR이 가리킨 곳으로 가니,


"케에에엑!"


"꺄아아! 사람 살려!"


한 거미괴인이 시민을 덮칠려고 하고 있었다.



[저들과 같은 자들은 어쩔 겁니까?]


"그건..."


[괴인에게 인간은 먹이, 적의 불과하며 당신과 같이 우호적인 접촉과 교류를 원하는 존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공존이란 말이 나옵니까?]


"하지만... 그것만큼 이상적인 것도 없잖아. 아무도 안 다치고, 아무도 안 죽는... 멋진 꿈 아니야?"


[불가능한 꿈입니다.]


"꿈은 이루는 거야. 난 믿어. 내 꿈이 이뤄질거라고."


[...]


"그래, 네 말대로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며 평화롭게 지내는건 절대로 불가능해.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안된다고는 생각안해."


[그럼, 저 인간을 위해 거미괴인을 죽이기라도 할겁니까?]


"...일단 대화를 시도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미쳤군요.]


"원래 마왕군엔 미친놈들 투성이야."


[마왕군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저 괴인을 저지하고 싶단거 맞습니까?]


"응. 아무래도 괴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안됩니다. 지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면 히어로들에게 다시 쫓길겁니다. 그리고 저 괴인은 당신이 상대할수 있는 수준도 아닙니다.]


"그럼 어쩌라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


[당신은, 정말 공존을 원하십니까? 인간과 괴인의 공존을, 우호적인 괴인과 인간의 안전을 원합니까? 만약 그러시다면,]


제가 힘이 되어드릴수 있습니다.


.

.



"뭐냐 네 녀석은! 저리 비켜!"


"어이, 거미친구. 나에겐 꿈이 있어. 괴인과 인간의 공존. 그게 내 꿈이야."


"공존? 맛이 단단히 갔군. 그딴게 가능할거 같냐!"


"그래 불가능하지. 그러니까 꿈인 거야. 손에 닿을때까지 계속 도전할 소중한 꿈!"


"꿈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딴 말도 안되는 망상 따위를 꾸다니 미쳤군! 너도 같이 죽어라!!"


"그래, 어디 한번 덤벼봐! 난 그 어떤 역경이라도, 비약해서 뛰어넘고 말겠어!"



"RKR! 날 변신시켜줘!"


[한번 변신하면 유기체 양자 재구성 결합장치 No.189가 당신에게 완전히 귀속되며, 현재 당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조직이 당신을 계속 뒤쫓을...]


"마왕군 황충부대 병사수칙! 힘은 많을수록 좋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마라! 언제나 전력을 부딫혀라! 됐으니까 빨리 변신이나 시켜줘!"


[네, 메뚜기괴인.]


[Change]


RKR의 화면에 뜬 버튼을 누르고,


[1], [8], [9]


번호를 입력한 뒤 


[메뚜기 괴인, 이제 두번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못돌아갈텐데 마지막으로 남길 말 없습니까?]


"남길 말은 없어. 하지만...하고 싶은 말은 있어."


[뭐죠?]


팔을 크게 저으며 RKR을 벨트에 꽂고, 레버를 잡는다.


"변신."



[Ch-Ch-Ch- Change!]

[Type, Mutant!]


[이상한! 

끔찍한! 

알수없는! 

Muuuu-! tant!]


경쾌한 리듬과 함께 호쾌한 목소리가 뜻을 알수없는 말을 내뱉는다.


전신을 붉은 선과 초록빛 선이 감싸더니 강한 플래시와 함께 선을 중심으로 검정과 회색이 섞인 갑옷이 생기고, 이어서 붉은빛 갑주가 금속이 부딫히고 기계부품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장착된다.



[축하합니다, 메뚜기 괴인. 이제 두번다시는 과거로 못돌아갑니다.]


"첫째, 나도 알아. 둘째, 상관없어. 인간을 지킬수만 있다면. 그리고 셋째,"


"너, 너 이 녀석!!! 죽여버려주마!!!"


"난 메뚜기 괴인이 아냐."


왼쪽 다리에 힘을 실자, 다리에 초록빛 선이 붉게 변하더니 변하더니 종아리를 감싼 갑옷이 열리며 부스터가 생성,


부스터의 폭발적인 불꽃과 가속력을 감싼 킥이 달려오는 거미 괴인의 복부를 걷어찼다.


"크아아... 크으...."


"난 히어로, 음.... 그래! 히어로 호퍼야, 라이더 호퍼."


[메뚜기나 호퍼나 같은 뜻. 거기다 촌스럽습니다.]


"시,시끄러워! 이름이야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 되지!"


"킷사마아아아! 네 놈만큼은 반드시 도륙을 내주마!"


"자, 뛰어넘을 시간이다!"


.

.


[Change]

[1], [8], [9]


[Ch-Ch-Ch- Change!]

[Type, Mutant!]


"자, 뛰어넘을 시간이다!"


인간과 마물에 공존을 꿈꾸며 성장하는 메뚜기괴인,

처음엔 순진하고 이상만 한 없이 높다가 점차 사건을 겪으며 자신만의 정의관을 갖게 되고성장,


까칠한 벨트 AI,

주인공을 가면라이더로 변신시켜줌(디자인은 대충 가면라이더 555 느낌)

숫자를 고로아와세로 읽으면 캐릭터의 성격이나 능력과 관련됨


기분에 따라 변덕스럽게 움직이는 유명 히어로이자, 마키마처럼 속을 알수없는 조력자 여주,



"야, 탕탕아! 변신하자!"


[몇번이고 말하지만! 난 탕탕이가 아니다! 트리거 W9-34..]


"시끄럽고 변신이나 하자고!"



[Change]

[1], [9], [3]


"변신!"


[Ch-Ch-Ch- Change!]

[Type, Gunman!]


[냉철한!

정확한!

백발백중! 

Gun-! man!]


"타겟 조준. 발사."


대충 총잡이 컨셉에 2호 라이더, 




[TYPE Salamander!]

[TYPE Bird!]

[TYPE Monster!]


다른 벨트 사용자 히어로는 괴인의 힘을 쓴다는 사실과 능력을 쓸수록 괴인이 되어가는 것에 고뇌,


반대로 벨트 사용자 괴인은 히어로의 능력을 강탈하고 인간의 탈을 뒤집어쓰며 점점 더 끔찍한 생명체로 변형 및 일부는 인간에게 동요되어 다크히어로처럼 변화



이세계 설정 살려서 마왕군과 우연찮게 통신이 되었는데 마왕군에겐 침략활동중이라고 구라친다든지,

하늘구멍을 통해 다른 몬스터들이 온다든지,

용사, 성녀 같은 설정 넣기도 하고,



작품 후반부엔 하늘구멍을 통해 이세계로 이동이 가능해진 마왕군이 찾아와


"호오, 189번. 마왕군을 위해 미리 정보수집과 침략준비를 하고 있던 건가? 잘했다. 자, 이제 원래 세상으로 와 전쟁준비를 해라. 마왕군은 다른 차원을 정복하기로 결정했다."


침략을 시도, 


자신의 원래 소속이자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마왕군,

소중한 동료들과 인간들이 사는 히어로세계,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다


"뭐냐 189! 지금 우릴 배신하는 거냐!!"


"배신이 아닙니다. 공존을 할려는 거죠."


"인간과 마수는 다르지만, 하나가 될수 있습니다! 우리가 왜 대륙의 모든 종족들에게 미움받는지 생각해보십시오! 폭력과 침략이 아닌, 대화와 공존으로 다가가면.."


"시끄럽다 저리 비키지 못해!"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Ch-Ch-Ch- Change!]


"변신뿐!"


마왕군과 싸우는 메뚜기 괴인



보면 알겠지만 아이디어만 있고 쓸 필력이 안되며 뒤죽박죽이다


고로 누가 대신 써줘


아 변신죽음 같은 라이더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