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학, 노래, 공연, 그림, 게임 등 수 많은 문화가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고, 우리는 그러한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한다는 것은 문화에 자본주의 논리가 작용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문화가 문화 자체로 즐거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는 구입이나 임시 대여 방식으로 재화가 오간 뒤에 즐길 수 있으며,

산업화 시대 대중들에게 문화 여견이 마련된 이래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였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소비자로서 혹은 미래의 소비자로서, 우리는 '합리적'이어야 할 것을 은연 중에 교육받고 지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책의 가치와 영화의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는가?

그 외의 여러가지 문화 요소들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는가?

사람마다 가치관과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모두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고해서 시장에 가장 잘 먹히는 메인 스트림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소수의 지식인들과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문화였지만, 유럽의 산업화와 중산층의 확립 이후 대중을 상대로 한 문화의 자본주의화가 시작되었고, 이는 대중 문화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의 중국 시장에 세계의 기업들이 목숨을 걸듯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의 확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대중 문화는 사람들에게 더 잘 팔리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의 문화는 대중을 현혹시킬 매력이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성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우리에게 합리적임을 버리고, 저녁 비용을 아끼거나 커피를 한 잔 덜 사먹게 하고도 책을 사야할, 상영 시간 2시간 이상의 미국 영화를 두고 상영 시간 1시간 30분의 한국 영화를 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느끼기에는 한국의 문화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대중을 현혹시키는 매력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는 것을 재미있게 보아줄 소비자는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오는 것을 반기는 소비자는 있지 않다. 그것은 합리성에서 벗어난 일이고, 남일이 자신의 일이 되는 것임에 기인한다.

내 눈에서 보기에는 순문학이 그러하고, 영화계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미술계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중에게 매력을 심어주지 못하는 문화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문화는 대중들의 눈을 현혹시키든 자신 스스로 변화를 촉구하는 방식이든, 대중의 관심을 끌고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를 들고와야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한국 문화는 도태될 수 밖에 없으며, 정부의 돈으로 그 생명을 이어갈 경우 그 세금을 내지만 그 문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문화가 사회의 기생충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