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검술이나 창술 봉술 파다보면 기본적으로 대련과 기술의 체계가 무기의 교차에서 시작됨. 유럽의 롱소드 검술도 검끼리 맞부딪치는 걸 시작으로 모든 전술이 시작되고 마찬가지로 중국무술도 일본 고류 카타도 마찬가지임.


그리고 맨손무술 역시 무기술의 힘 쓰는법이나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만큼 서로의 팔이나 손이 닿는 시점을 시작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 됨. 태극권이나 르네상스 시대의 링엔(레슬링)은 그래플링 성향이 짙은 타격기에 가까웠고 영춘권은 아예 서로 팔이 얽힌 상태에서 상대의 의지를 읽는 걸 중시함. 현대 복싱이 나오기 전 베어너클도 영춘권과 비슷한 모습을 띠었고.

한국 무술인 택견도 가장 원형에 가깝다는 위대태껸을 보면 기본 스탠스는 가드를 올리고 있고, 손기술은 상대의 가드를 걷어내면서 치거나 얽어서 중심을 무너뜨려 메치는 기술이 많음.


이야기가 조금 새긴 했는데, 여튼 근대 이전까지의 무술들은 무기술 맨손무술 구분없이 대부분 공방영역 바깥에서 단숨에 치는 기술보다 상대의 반격을 차단하면서 공격하는 기술에 중점이 있었음. 당시 보호도구나 의료 수준으로는 다치면 뒤질 위험도 컸고, 맨주먹의 경우는 생각보다 치는 쪽의 부상위험도 크니까.




그리고 현대에 접어들면서 보호도구가 훨씬 발전하고, 기존의 무술들보다 과감하게 영역 바깥에서 치는 무술이 등장하기 시작함. 부상 위험이 적어지니 이전보다 상격(같이 치는 공격)에 대해 관대해지고, 기존의 영역 밖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기존 무술들은 대응하기가 어려워지지.


중국무술들이 지금 힘을 못 쓰는 이유는 현대의 급격한 무술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서라고 봐. 사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 무술에 대한 이해 없이 시합에 나가는 게 크고.

실제로 태극권사가 국내 쿠도 시합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낸 걸 보면 그냥 케바케임.


중국무술이 실전성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하지만 발전 과정을 보면 현대 무술에 비해 부족하다뿐이지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함.

특히 무기술이랑 연계되는 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좋아할듯.


물론 국내 인프라도 작고 사기꾼은 알아서 눈치껏 걸러야 한다는 점에서 배우는 건 권장 못하지만.


세줄요약

1. 근대 이전의 무술은 교차를 전제로 하는 게 대부분

2. 현대 복싱과 주짓수가 나오면서 중무는 메타에서 밀림. 다만 실전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님.

3. 중무도 배울 가치는 있음. 근데 주의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쓰다보니 존나 길어졌네

반박시 네 말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