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이야기 있길래 나도 써봄.

정의에만 국한되는 딜레마는 아니지만, 일단 이야기가 정의에서 나왔으니 정의에 대해서만.


정의의 귀찮은 점은, 자신이 정의임을 의심하지 않는 자야말로 정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지.

자신의 정의를 한 치 의심도 없이 항상 똑같이 펼쳐내는 것은 독선이고 강요이니 정의라 하기 어려워짐.

우리는 이미 한 쪽의 정의가 다른 쪽의 불의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잖아?


그렇기에 정의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임.

내가 지금 행하고자 하는 행동이 정의가 맞나?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다른 사람에게도 정의가 맞나?

그런 꾸준한 자기성찰을 요구받지.

자기성찰 끝에 나온 대답은 대부분 충분히 정의가 맞다고 인정받고.


근데, 이 단계에 온 사람들은 때때로 또 하나의 벽을 만난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이 긴 시간 고찰을 했다는 것을 방패로 잘못된 정의를 강요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자기모순의 딜레마지.


이 딜레마는, 올바른 정의를 위해선 자기성찰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것이 정의가 맞을까 자기성찰을 해. 좋아. 그 해답을 가지고 정의를 실현해. 좋아.

그렇지만 내가 정말로 자기성찰을 한게 맞을까?

정의에는 자기성찰이 필요한걸 알고 있으니까 하는 척을 했을뿐 아닐까?

내가 이게 정의라고 주장하고 행동하고 싶을 뿐이라 자기성찰을 한 것뿐 아닐까?

내가 나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었던게 아닐까?


이 의심의 귀찮은 점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이 질문에 도달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람은 대답하지 못한다는 거지.

적어도 내가 아닌 경우를 본 기억은 없다.

애초에 이게 정의가 맞다고 확답할 수 있으면 자기성찰이 가식적이었는지 의심할 이유가 없고, 의심하는 사람은 애초에 자신이 결론내린 정의에 의심을 품었기 때문에 그 결론을 내린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