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회상 속에서 눈을 뜬 알파는 자신의 왼손을 꽉 쥐었다.


알파

루시아, 넌 도대체 의식의 바다에서 내 기억을 어디까지 본거지?


승격 네트워크를 위한 사명? 아니면 승격을 위한 비원과 말로, 혹은 인간의 비열한 추적과 함정까지?


하지만 그보다 흩어진 조각 몇 개만 급하게 잡았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루시아라면 떠올렸을 그 일 말고도 알파의 어두운 추억 속엔 아직도 부질없는 희생으로 가득 찬 지루한 밤들로 채워져 있었다.


알파

...하지만 그것은 산 자에 대한 죽음일 뿐만 아니라, 죽어서 기억 속에 묻어버린 자, 심지어 자상한 환영조차도 다시금 죽일지도 몰라.


그녀는 유독 그 사건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

그때부터였지?


어떤 돌연한 잡음이 뇌리에 들어왔고, 알파는 고개를 저었다.


???

너의 모든 것을 점점 빼앗겼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

하지만 승격자들이 후속 행동에 나선 것도 바로 그 사건 때문이기도 했지.


???

ㅡㅡ구룡으로 화서를 빼앗으러 간 것은 에덴의 그늘에 숨어 있던 장본인을 끌어내리기 위해서였잖아.


???

서로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난잡한 채널 잡음이 청각 모듈에서 메아리쳤다.


루나의 말처럼 본래 의식의 바다의 깊은 곳에 있어야 할 생각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악의를 증폭시키는 일종의 촉매제처럼 보였다.


알파는 승격자가 강렬한 감정을 바탕으로 해야만 승격 네트워크가 주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

새로운 대행자가 되어,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어.


알파

필요 없어.


알파는 왜 자신이 승격 네트워크의 초대를 받았는지에 대해 아직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그녀가 갖고 있는 어떤 요소 때문이든, 모든 조건이 모여서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든 그녀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반드시 이 길을 거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이제 너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가족도 동반자도 없이 혼자서 어떻게 수많은 적과 맞서 싸우고 어떻게 루나를 찾을 생각이야?


알파

...


알파는 혼란스러운 잡음을 무시하고 미탐색 지역으로 향했고, 그곳에 도사리고 있는 적이 아무리 많고 희망이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계속 찾아다녔다.


갑자기 공중정원 마크가 찍힌 수송기 한 대가 먼 곳에 착륙했고, 선실 문을 통해 한 사람이 나왔다.


알파

이 퍼니싱 농도는... 승격자인가? 아니... 그는 아직 승격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았는데 왜 혼자 여기에 온거지?


수송기가 떠난 뒤 알파는 의혹 속에 그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고, 그가 자신의 동료에게 접근한 것을 발견했다.


알파

남은 적조를 처리하기 위해서? 아니면 루나를 찾기 위해서일까?


네 명을 계속 관찰하기 위해 그녀는 잔존하는 폐허 속으로 몸을 돌렸다.



크롬

저 사람은 누구지?



카무

어?



카무이

뒤에 누군가 스쳐지나가지 않았어?


카무는 고개를 돌렸지만 황폐한 대지에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반즈

주변을 살펴보자.


크롬

그 그림자는 방금 서쪽으로 전진했어. 마침 우리의 임무 목적지도 서쪽에 있었다.


카무

그 그림자 말고도 적조가 남아있는지도 찾아봐야 해. 나 혼자 간다.


크롬

지금 지형을 분간하기 어려워. 카무, 당신도 모두와 함께 목표지점까지 간 다음 그 때 나눠서 행동하자.


카무

어.




알파

그레이 레이븐이 아니잖아...


알파는 어두운 장소에서 먼 곳에 있는 네 사람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마치 황폐한 초토 위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 탐지 장치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알파

...그들은 적조가 아래쪽에 남아 있던 걸 알고 있었어.


적조가 차지하기 전까지 지하수도는 폐허 구역이었다.


폐기의 원인은 간단했다. 075번 지하도시는 충분히 넓었으나, 그 지하수로는 오랜 세월동안 보수되지 않아 때때로 무너지곤 했었다.


075번 지하도시에는 평소에는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지역이 많았다.


하지만 루나를 찾기 위해 알파는 가능성을 가진 구석구석을 두루 다니기로 했다.



천기무기가 강림하는 순간 알파는 지상의 조사를 마치고 새로 얻은 단서와 함께 다시 아래쪽으로 돌아가 수색했었다.


지면으로부터 심한 진동이 전해져 왔고, 작열하는 온도에 땅속 깊숙이 숨어 있던 벽까지 살짝 뜨거워졌다.


알파

...


알파는 일부 집행부대를 미행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했지만 사방의 떨림과 작열 속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계속 가려고 할 때 멀리서 물결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파

인류는 적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군.


적조가 솟구치는 방향을 따라 유심히 듣고 있던 그녀는 그 소리가 흙의 진동에 잠기기 전에 잠시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파

적조의 총량은 감소했고, 그 방향은...


적조 소리가 낯선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알파는 재빨리 따의라갔다.


그녀가 예상한 지점에 다다랐을 때, 길은 무거운 돌담으로 막혀 있었다.



롤랑?

어? 너도 그것에 관심이 있는거야?


롤랑?

내가 너에게 말했었지, 이 담 너머에 있는 것은 버려진 지하수로에 불과해 언제라도 힘이 빠진 대행자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야.


의식의 바다의 잡음을 무시한 알파는 짧은 조사 끝에 구석진 곳에서 비밀문의 제어기를 찾았다.


알파

이 지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조로 뒤덮여 있어 인류에게 발각된 적이 없을 거야.


수색을 거듭한 뒤, 알파는 구석진 곳에서 또다른 비밀문의 소형 제어기를 찾았다.


알파

이런 곳에 숨어 있었다니.



???

적조가 이곳으로 도망쳤다면 그 대행자와 가브리엘도 이곳에 있었을 가능성이 커.


???

어쩌면 그를 따르는 또 다른 승격자가 있을지도 몰라.


???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과 싸우게 되면 죽으러 가는 것일뿐이야.


알파

본 네거트와 가브리엘이 모두 그곳에 있다면 루나도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알파

그리고 확실한 승산이 있을 때까지 그들과의 싸움은 피할거야.



요란한 잡음이 다시 잠잠해지자 알파는 서슴없이 좁은 비밀문을 밀고 옆으로 비집고 하수구 안으로 들어갔다.


울퉁불퉁한 땅에 적조가 모여 원래의 걸쭉한 상태에서 희박한 액체로 변했음에도 이곳의 양은 알파의 발목을 덮을 정도였다.


알파

과연.


알파는 침묵 속에서 탐색을 계속했고, 곧 본 적 없는 이합생명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알파

이건...


알파

가브리엘의 작품인가?


??

가브리엘 선생님을 알고 있으신가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소녀가 어두운 곳에 서서 작은 소리로 알파에게 물었다.


그녀의 숨결은 이미 사방의 이합생명체와 하나가 되어 알파조차도 그녀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알파

그는 여기에 있어?


??

네, 보아하니 당신이 그가 언급했던 사람이었군요.


소녀의 목소리는 조금도 악의를 띠지 않았다.


알파

넌 누구지?


회언

저는 대행자 본 네거트 씨의 심복, 이름은 회언이라고 합니다.


뜻밖의 대답에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알파는 소녀가 서 있는 그림자를 향해 걸어갔다.



회언

여기를 부술 생각인가요?


알파

아니, 난 무의미한 파괴에는 관심이 없어.


회언

고맙습니다.


그녀는 약간 몸을 기울이며 알파에게 인사를 했다.


회언

하지만 아직 인류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죠.


회언

전 승격자인 당신이 막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회언

하지만 당신이 떠나면 그 문을 완전히 봉해 버릴 거예요.


회언

이것은 본 네거트 씨가 저에게 맡긴 임무이므로, 이변이 없는 한 어떠한 출입구도 남겨둘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알파

네 마음대로 해.


알파

너가 여기에 있다면 그 대행자도 근처에 있는거야?


회언

아니요. 본 네거트 씨는 필요할 때만 이곳에 왔어요.


알파는 앞에 있는 소녀를 훑어보며 그 대답의 신빙성을 그녀의 태도에서 판단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차가운 질의응답 기계처럼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유독 그윽한 금빛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편집증적인 광기의 불길이 비치는 듯하면서도 예의바른 가면으로 가려져 파란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알파는 자신의 경험에서 소녀와 가브리엘의 비슷한 부분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 유사함에는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알파

여기서 뭐 해?


회언

공부요.


회언은 거짓말을 하거나 화제를 돌리지 않으면서 일부 사실을 숨기려 했다.


알파

(좀 귀찮은 타입인데.)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회언을 넘어 어두운 심층부로 가려고 했다.


회언

어디 가시는건가요?


알파

사람을 찾으러.


회언

갈 수 없는 곳이 있어요.


알파

만약 내가 꼭 가야 한다면?


회언은 알파를 보며 대답하지 않았지만 답은 이미 침묵의 공기 속에 쓰여 있었다.


알파

...


지금은 루나를 찾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며, 불필요한 교전은 피하고 일단 갈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단서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회언의 실력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리 상대하기 어려운 대상은 아니었다.



알파

(그녀의 방해를 억지로 뚫고 금지된 곳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그녀가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동안 멀리서 한 사람의 모습이 한가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알파

본 네거트?


???

여자다.


잡음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차분한 알람을 보내는데, 마치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언급할 수 없는 인물인 것만 같았다.


알파가 돌아서자 지하수길 모퉁이에서 두리번거리던 여성이 천천히 나왔다.


???

안녕.


앞의 알파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구성불명의 아이리스 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위험의 기운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지만 알파는 낯선 이를 경계했다.


???

실수로 여기서 길을 잃었는데, 출구가 어딘지 아니?


알파

누구야? 왜 여기에 온거지?


???

그냥 호기심이 생겨서... 갑자기 거기에 좁은 비밀문이 있는 게 눈에 보였거든.


알파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궁금한 듯 고개를 내밀어 구석의 회언을 바라보았다.


???

내가 너희들의 대화를 방해했니?


이번에도 알파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구석의 회언를 다시 바라보았다.


너무 평화롭고 일상적인 말에 오히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한 알파는 곁눈질로 회언을 바라보았지만 상대도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알파

보아하니 당신은 본 네거트의 밑에 있는 승격자가 아닌 것 같은데.


???

음, 난 그와 마찬가지로 '복음'을 위해 온 대행자야.


알파

...!


???

하지만 이곳은 이미 그가 다 마련해놔서 내가 도와줄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네.



알파

대행자…당신의 이름은 뭐지?


???

이름? 그건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니야.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무방비 상태의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손끝으로 흘러내린 머릿결을 귀 뒤로 넘겼다.


???

사람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이 쓰였던 이름은... '자비로운 자'였지.


자비로운 자

만약 당신이 코드명으로 부를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불러줘.


자비로운 자

두 사람도 출구가 어딘지 모른다면 난 계속 탐색할게. 너희들의 대화를 방해해서 정말 미안해.


알파

...


그녀는 아이리스꽃을 쥐고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는 그렇게 한가롭게 먼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알파

(여기에 또 다른 대행자가 있는 만큼, 회언을 공격하는 것은 그녀의 주의를 끌게 만들거야. 아직은 좀 더 우선적인 목표가 있으니 조심해야겠어.)


알파도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고개를 돌려 지하수길 깊숙아 사라졌다.




알파는 짧은 회상에서 고개를 들어 멀리서 떠들어대는 소대를 바라보았다.


알파

...참 한가롭네.


어리둥절한 가운데 그녀는 의식의 바다에서 보았던 또 다른 자신의 일상들을 떠올렸다.


구조체는 그 지휘관 앞에서 충분히 존중받았고, 그레이 레이븐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대도 더 이상 전투의 도구가 아닌 따뜻한 존재들이었다.


인류 모두가 지금의 그레이 레이븐과 그 앞에 있는 소대처럼 평화와 따뜻함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면, 이 재앙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설은 결국 가정일 뿐이다. 오늘날 수렁에 빠진 구조체는 삼켜버린 진흙조차 토하지 못하고 있다.


평등과 억압을 고려하기도 전에 생사의 문제가 그들 앞에 먼저 대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퍼니싱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결국 세상에 남는 것은 구조체뿐이라는 것을 선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루나?

여전히 피투성이의 인간들은 넘쳐흐르는 편견에 퍼니싱 바이러스의 초보적 선별조차 넘지 못하고 있어.


???

맞아, 그래서 아무도 인류의 비열한 근원 중 하나, 오만이라는 것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었지.


알파는 칼자루를 움켜쥐고 의식의 바다에서 쏟아지는 잡음을 제압했다.



바로 그때 크롬의 단말기에서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암호화된 메시지가 날아왔다.



크롬

'루나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있어?'


반즈

누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을까?


크롬은 이 메시지가 남길 수 있는 실마리를 샅샅이 살펴봤지만 아무런 단서도 남아있지 않았다.


크롬

아직 발신자를 추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시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적조를 찾는 일이 우선이다.


반즈

추적은 불가능하지만 리더인 너라면 이미 짐작가는 게 있겠지.


크롬

...


지금 【지휘관 이름】의 처지를 떠올리며 크롬은 얼굴을 찌푸렸다.


누군가 루나를 찾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그런 식으로 메시지를 타진하는 것은 너무 미련한 방식이었다.


크롬

아마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걱정하는 누군가임이 틀림없어.



알파

그레이 레이븐?


이 이름을 듣고 알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

설마 네가 그들을 걱정하고 있는 거야?


알파

승격 네트워크에게 있어서도 이들은 훌륭한 '인선'인 셈이니까.


???

그렇게 방해를 했는데도?


알파

방해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알파

서로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의 정면충돌에 증오를 가질 필요는 없어. 그런 것은 언젠가 변하기 나름이니까.



카무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 걔네가 왜?


크롬

떠나기 전에 아버지로부터 약간의 소식을 들었어.


크롬

【지휘관 이름】은…. 여기서 군기를 거역한 것 외에 승격자 은닉 혐의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카무이

승격자 은닉? 그게 가능하기나 해?



???

그 지휘관도 누구와 마찬가지로 힘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은데.


알파

대행자와의 연결은 자멸에 불과해.


???

넌 【지휘관 이름】이 화서의 의식의 바다 오염도 감수할 수 있고, 자연히 대행자와의 연계에 따른 문제에도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나보네.


알파

...



반즈

...과연 후견치료는 핑계에 불과할까?


크롬

넌 이 일에 대해 알고있었어?


크롬

아니, 요즘 한가한 시간에 쉬고 있지 않은 탓이겠지.


반즈

처음에는 치료를 도와주려고 했을 뿐인데, 결국 나는 【지휘관 이름】에게 신세를 좀 졌지.


반즈

그러나 일이 간단치 않다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었어.


반즈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아직 이 사건의 전모를 모를 거야.


반즈

그들이 알고 있었다면 자신의 기억을 검사하도록 허락했더라도 【지휘관 이름】은 고발당하지 않았을 테니까.


크롬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어.


크롬

【지휘관 이름】에 가장 가까웠던 루시아는 결국 의식을 잃었고 【지휘관 이름】이 결백하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어.


크롬

목표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한 그들은 장기간 감시된 상태로 있을 것이고,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하러 나갈 수도 없을 거야.



???

【지휘관 이름】을 제외하면 누가 루나의 행방을 알고 있을까?


알파

적어도 루나는 공중정원에 있지 않다는 얘기야.



카무이

참, 오늘 아침에도 하산 아저씨를 봤는데 얼굴이 무겁더라.


반즈

…다른 이상한 점도 있었어.


카무이가 계속 추궁하자 크롬은 손을 내밀어 대원들의 대화를 제지했다.


크롬

여기는 수다떨 장소가 아니야.


크롬

지금은 우선 임무를 수행하고, 모든 것은 공중정원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해보자.


카무이&반즈

알았어.



알파

그레이 레이븐...


알파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러 오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었군.


???

루나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지휘관 이름】뿐이라면, 현재 공중정원은 바로 감시를 빌어 보호하고 있는 거야.


알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

넌 인간을 믿는 것을 선택할 셈이야?


알파는 잠시 침묵했다.


알파

나는 다만 다른 가능성을 무시하기 싫을 뿐이야.


알파

만약 【지휘관 이름】이 정말로 루나의 행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고안한 거야.


알파

대행자를 연결할 수 있는 지휘관의 존재는 모든 승격자는 물론 대행자의 위험만 가중시킬 뿐이야.


알파

【지휘관 이름】이든 '루시아'든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공중정원에 충성을 다하는 한, 그들의 미래의 비전에 루나가 무사히 존재할 가능성은 없어.


???

그런데 의식의 바다에서 '루시아'에게 물어봤을 때, 루시아가 루나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어?


알파

기대… 하, 순진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 그녀에게 상기시키기 위한 말일 뿐이었어.


알파

그녀가 이 문제를 고민했든 안 했든, 피난처에 대한 답은 전부 '아니오'였을 거야.


???

하지만 넌 그녀가 루나를 구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잖아.


알파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무리 기억의 루나가 낯설어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어.


알파

적어도, 한 번 쯤은 접촉을 시도할 수 있었지.


알파

더구나 그때 그레이 레이븐의 주요 임무는 취서체를 없애는 것인데, 루나를 끌어내지 않는 한 그 임무를 완수할 수 없었을 거야.


멀리 차징 팔콘 소대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잡음이 다시 침묵을 택했다.



알파

……그 몇 명의 한가로운 놈들은 이미 정확한 통로를 찾은 모양이야.


???

가서 도와줄거야?


알파

지하수길에는 내가 가지 않은 곳이 있으니 그들이 회언과 본 네거트의 주의를 끌 때 한 번 가볼 만해.


알파

그리고...


알파

만약 그들이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이곳의 일은 공중정원에 알려지게 되겠지.


알파

그러면 공중정원에 있는 인간들이 그에게 주의를 돌리게 될 것이고, 난 그 덕분에 앞으로의 행동이 더욱 자유로워질거야.


알파는 자욱한 연기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돌진했고 마지막 말도 걸음걸이와 함께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