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턴 R51
레밍턴 사에서 만든 9mm 자동권총임.
탄창이 단열 탄창인 점(=그립의 두께가 얇음),총의 전체적인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은닉 휴대용 권총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추정됨.
이 총은 매우 특이한 약실 폐쇄 기구를 가지고 있는데,굳이 따지자면 틸팅 블록 방식을 약간 변형한 구조임.
총기가 격발되어 약실의 압력이 높아지면 로킹 블록이 슬라이드와 함께 뒤로 밀림.
이때 로킹 블록은 얼마 못 가 뒤쪽의 언덕에 걸려 움직임이 멈추지만,슬라이드는 관성때문에 계속 뒤로 후퇴함.
슬라이드는 계속 후퇴하면 슬라이드 안쪽의 돌기와 로킹 블록의 측면의 돌기(위 사진에서 검은색 원 안에 있는 부분)가 접촉하는데 로킹 블록 측면 돌기의 경사 때문에 로킹 블록은 위로 들리게 됨(이때쯤에는 탄두가 약실을 빠져나가서 약실 압력이 낮은지라 슬라이드의 관성만으로도 로킹블록 뒤쪽의 언덕과 로킹 블록간의 마찰을 이기는 데 큰 지장이 없음.)
그 이후론 슬라이드가 계속 후퇴하여 탄피를 베출하게 되고,(로킹 블록은 언덕과 분리된 후 프레임에 의해 아랫부분이 받쳐진 상태로 이동하기 때문에 원래 위치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내려오지 않음.)슬라이드가 끝까지 후퇴한 후의 과정은 위 과정의 역순이 됨.
이 방식은 단점과 장점을 같이 가지고 있음.
단점으로는 탄두가 총열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로킹 블록이 뒤로 밀리는 구조이기에 명중율이 다른 방식보다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슬라이드가 후퇴하여 로킹 블록의 결합을 풀어주고,리코일 스프링을 압축하여 슬라이드가 전진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하고,탄피를 배출하는 이 모든 과정이 격발시 정말 짧은 시간동안 슬라이드에 가해지는 약실 압력으로 인한 슬라이드 자체의 관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압력이 낮은 탄약-특히나 낮은 가격 때문에 널리 쓰이는 철제 탄피를 쓰는 탄약들-을 쓰면 슬라이드가 리코일 스프링에 충분한 에너지를 전달해주지 못해서 작동 불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
실제로 이 총에 여러 종류의 탄약을 넣어서 실험해본 한 유튜버는 압력이 높은 탄약을 장전했을 때만 유독 총의 신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냄.
반면 장점도 있긴 함.
잠깐 다른 이야기로 새 보자면,탄두는 총강에 완벽하게 밀착되는 것이 아님.
100%에 가깝게 밀착되긴 하지만 100% 밀착되는 것은 아니고,이 때문에 총강과 탄두 사이로 약간의 가스가 샘.
이게 뭔 뜻이냐면 탄두보다 가스가 총열을 먼저 빠져나온다는 뜻임.
당연히 이 가스에 의한 반동이 발생하는데,저 총의 구조는 탄두가 총열을 빠져나오기 전에 상당한 질량을 가진 슬라이드+로킹 블록이 움직이는 구조임.
즉 슬라이드에 운동에 의해 결과적으로는 가스에 의한 반동과 반대 방향으로 힘이 총에 작용한다는 것이고,이건 반동이 어느정도 상쇄된다는 것임.
뭐 신뢰성 때문에 +P탄만 써야 하는 총한테 어느정도의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다만.
이것 외에도 이 구조는 총열이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총열 축선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음.
총열이 움직이지 않으니 소음기를 달고 사용하기에 유리한 구조이기도 하고.
격발기구는 그닥 특별할 게 없음.
스트라이커식이 아니라 해머식을 쓰긴 했다만 구조상 이는 어느정도는 이해되는 일이고.
다만 아무리 공이 스프링을 썼다 한들 AFPB가 없다는 건 상당히 이해하기 힘듬.
그리고 시어 옆에 시어를 밀어주는 부품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것 또한 조금 특이하기는 했음.
그런 구조를 적용한 권총이 없는 것은 아닌데-우리가 잘 아는 1911도 이런 구조임.-
가능한 한 구조를 단순화한 1911과는 다르게 이 총은 여러 부분들이 아직 단순화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어서 1911과는 조금 상황이 다름.
그런 의문점들은 일단 제껴놓고 총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싱글스택 탄창을 적용한 컴팩트 사이즈의 9mm 은닉 휴대용 권총이 아니라 차라리 더블스택 탄창을 적용한 풀사이즈 군용 권총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음.(물론 AFPB도 적용하고.)
군용 권총들은 민수용 탄약보다 상당히 압력이 높은 경우가 많은 만큼 고압탄과 궁합이 잘 맞는 이 총은 군용 9mm탄과는 환상의 조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함.
어찌보면 저번에 다룬 루거 P08과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