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을 여러번 바꾸기에 몰입이 힘들 수 있음
양해 바람
"독자야, 요즘 조금 편해졌나봐?"
"아,아니···."
"닥쳐, 병신아."
나는 지금 여자화장실에 있다.
훔쳐보고 하는게 아니다.
매번 이런 곳에서 맞는다.
남자화장실은 선생들이 가끔 보기에 여자화장실이나 학교 뒷편같이 잘 안 보는 곳에서 맞는다.
오늘도 그가 때렸다.
뼈가 부러지진 않은 것 같다.
이것도 꽤 신기하다.
같은 곳만 때리면서 뼈는 멀쩡하다.
그렇기에 체육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이였다.
가끔 내게 공이 날아오긴 하지만 자주는 안 온다.
그렇기에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야, 뭐해?"
올려다보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올려다보았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은 이게 아니였을까.
"어···?"
"옆에좀 누울게."
자그마한 그 모습은 영화에서나 보던 요정같았다.
새하얗고 찌를듯 뻗었지만 어딘가 편안해지는 신비한 그 시선은반■의 제왕에서 나오던 그 엘프같았다.
그런 그녀가 내 옆에 벌러덩 누웠다.
"저기···"
"응?"
"그··· 아니야."
나는 자리를 피했다.
그녀가 언제 나와 있으면 그녀도 괴롭혀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피하는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날 잡았다.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보는 애였다.
하지만 내가 왕따란건 알고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나를 잡았다.
"너 그렇게 가면 내가 쫒아낸 것 같잖아, 와서 좀 앉아."
그녀가 약하게 나를 당겼다.
나는 스르르 아이스크림이 녹듯 그녀 옆에 앉아버렸다. 그러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겨우, 아주 겨우 입을 열었다.
"그···오늘 전학 온거야?"
"응, 아침에 못 봤어?"
"응."
"그럼 자기소개를 다시 할게."
그녀가 내쪽을 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한수영이고, 좋아하는건 작문이야."
잠자코 듣고 있자 한수영이 내게 네 차례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기대에 반해 나는 자그맣게 말했다.
"내 이름은 김독자고, 좋아하는건 독서야."
그걸 또 들었는지 한수영이 내 어께를 당겨 본인쪽으로 돌아보게 하며 말했다.
"내가 쓴걸 네가 봐주면 되겠다."
그때부터 우리의 인연은 시작됐다.
*한수영 시점
체육시간마다 우리는 구석에 앉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한번에 많은 얘기를 나눴다.
뭐 요즘 읽는 책이라던지 그런 시시콜콜한 것 뿐이였지만.
그도 내게 많은걸 숨기며 말했다.
가끔 말이 나오다가 갑자기 중간에 턱 막힌다.
말해선 안 될게 나오려했기 때문이다.
그럴때마다 김독자는 말주제를 바꾸려했다.
나도 그에게 숨기는게 있었기에 추궁하진 않았다.
언젠간 말해주겠지, 나도 그에게 숨기는걸 그때는 말해주자.
이런 식의 암시를 걸었다.
하지만 그가 숨기는걸 알게된건 그의 입이 아닌 내 눈이 알려주었다.
급식시간이였다.
혼자 먹고 있는 그에게 급식을 받아 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가려고 발을 딛는 순간 보고 말았다.
그의 식판이 다른 여자애 손에 들리는 것을.
그의 몸에 뿌려지는 급식을.
그를 막무가내로 끌고 가는 모습을.
충격적이였다.
소설로는 많이 봐왔다.
나도 습작으로 가끔 썼던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봤을 때 이 감정은 말로 할 수 없었다.
심장이 평소의 5배는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관절이, 아니 근육이 경련하는 기분이였다.
눈이, 가슴이 아팠다.
숨도 거세졌다.
"저런거 무시하고 그냥 먹자."
지랄 마.
저런걸 보고 음식이 들어가는게 정상일리가 없잖아.
나는 급식을 잔반처리에 넣고 식판을 던지듯 놓고 뛰었다.
그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국물이 뚝뚝 떨어지며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평소에 운동조차 하지 않던 몸이기에 체육창고까지 달리는데도 힘들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체육창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미 그를 끌고간 일행은 없어져있었다.
그 자리에는 단 한명, 이마에 동그란 화상을 입고, 온 몸을 밟힌 흔적을 고스란히 보이는 그가 있었다.
김독자가 몸을 툭툭 털며 일어서려다가 휘청이며 철푸덕 쓰러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다가가 그의 옷을 털어줬다.
"야, 괜찮아?"
그러자 김독자가 몸을 일으키려다 내 손을 치며 소리쳤다.
"···제발!"
김독자가 소리를 치더니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서서 나가며 말했다.
"나한테서 신경 꺼, 내가 우스워?"
그리고는 말릴 새도 없이 사라졌다.
그 쓸쓸하고 아파보이던 뒷모습이, 마지막이였다.
*
거의 한달간 그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선생들도 골머리를 앓았다.
그럴때마다 그를 괴롭힌 년놈들이 키득거렸다.
나는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로 나갔다.
반은 너무 역겨웠다.
김독자가, 반 친구가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모른체한다니, 사람이 할 짓인가?
복도라고 역겹지 않은건 아니였다.
기껏해야 똥통과 쓰레기통의 차이였다.
나는 역겨운 교무실로 가 김독자의 주소를 겨우 얻어냈다.
선생이란 작자가 학생의 정보를 이리 쉽게 넘기다니, 자격박탈감이다.
뭐,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였다.
그 주소로 찾아가자 낡고 허름한 고시원이 나를 맞이했다.
귀신이 나와도 뭐라 못할 정도로 허름했다.
나는 그 고시원 문을 열려했다.
"한수영?"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떨리지만 맑은 목소리가.
나는 단숨의 계단을 내려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머리를 붕대로 싸매고 있었다.
깁스로 무장된 왼팔, 반대쪽 팔이 잡고 있는 목발이 보였다.
아, 저놈이 죽으려고 했구나.
죽으려고, 살기가 힘들어 죽으려고,
높은 곳에서 떨어졌구나.
그것도 자신의 의지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려했다.
너무 불쌍했다.
무엇을 잘못했다고 저런 선택까지 해야 했을까.
나는 맺히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닦아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김독자가 절뚝거리며 내게 더 빨리 다가와 말했다.
"너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였다.
뭔가 응어리가 지는 기분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궁지에 몰린 상태임에도 남 걱정부터 한다니.
당장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그럴 수도 없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도록 하자.
나는 그의 깁스된 팔에 손을 대고 말했다.
"아니, 다시 만난게 반가워서."
*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어?"
그러자 김독자가 미소를 버리고 입술을 아그작 깨물었다.
그리고 입을 열려했다.
나는 그의 입을 틀어막고 말했다.
"그렇게 억지로 말하진 마, 그럼 내가 나쁜 년 되잖아."
그의 눈빛이 여러번 바뀌었다.
난감함, 안도감, 각오.
그리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지도 몰라."
"괜찮아, 해줘."
"응."
*김독자 시점
"이런 얘기를 하는건 네가 처음이야."
나는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무서웠다.
그녀가 나를 피하면 어떡하지.
나를 괴롭히는데 일조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도 잠시 한수영이 내게 성큼성큼 걸어와서 내 품에 폭하고 기댔다.
당황스러웠다가 살짝 설레기도했다.
"···나, 잠시만 울어도 될까?"
이미 울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자그맣게 말했다.
"응."
그러자 한수영이 히끅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으흑! 으아!"
글로 적으면 꽤나 우스꽝스러울 소리였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는 정말로 행복했다.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서 울어준 사람이다.
아마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된 것 같다.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울고 있었다.
*
한참을 울다가 울음이 한순간 끊겼다.
이제 히끅거리며 딸꾹질비슷한걸 하는 소리와 숨을 고르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리고 다 진정이 된 후에야 우리가 무슨 자세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내 품에 기대있고 나는 그녀를 안고 있었다.
거의 2분동안 그런 상황이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이 동시에 떨어졌다.
꽤 긴 정적이였다.
*한수영 시점
생각해보니 괘씸했다.
감히 나한테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너 다 나으면 몇대 맞아야겠어."
쭈욱.
그의 볼을 잡아당겼다.
"으에?"
그 꼴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우습게보여서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네 이야기도 들었으니, 내 얘기도 들려줄게!"
내가 유명 여배우와
국회의원의 딸이라는 것과,
그들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지만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걸 자랑처럼 늘어놨다.
*김독자시점
그녀가 자랑처럼 늘어놓은 얘기는 본인이 숨기고 싶은 얘기인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자랑거리처럼 늘어놓고 있지만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걸 봐버렸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는것을 봐버렸다.
그녀도 많이 힘들었겠다고 생각해버렸다.
하고싶은게 있었다.
하지만 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나는 이미 해버린 후였다.
"···뭐해?"
"그냥, 너도 힘들었겠구나, 싶어서 위로해줄려고."
"···"
*한수영시점
나는 자신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있는 그의 손이 좋아 거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쓰다듬어지는 고양이처럼 눈까지 감아버렸다.
5분정도 이런 상태가 유지되자 김독자가 내게서 손을 떼고 말했다.
"저기."
"응?"
"실례인거 아는데."
"뭔데."
"나랑 사귀어주라."
놀랐다.
상상정도는 했지만 벌써?
싫진 않았지만 그만큼 놀랐다.
나는 기뻐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그걸 꾹 숨기고 말했다.
"뭐, 그럴까?"
*
나는 그가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국회의원의 딸이라는 권위를 이용해 교장과 대화했다.
그리고 그에게 음식을 쏟았던 애를 퇴학시켰다.
그것을 본보기로 김독자를 건들이면 큰일난단걸 알렸다.
그리고 기반이 다져진 후 나는 우리집에서 동거하게 된 그를 학교까지 끌어냈다.
매번 그에게 깨워지는 신세라 내가 끌려다니는 기분이였지만.
그가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도록 내가 붙어다녔다.
여자친구였기에 그도 의심하진 않았다.
나는 그가 최대한 상처를 회복하도록 주말마다 놀러다녔다.
산도, 바다도, 놀이공원도.
함께 다녔다.
뭐 여행경비는 어쩌다보니 김독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고 나는 생활비 및 여러 곳을 부담하게 되었지만.
*
"야야, 내가 스트레스 빠르게 푸는 법 찾았어!"
"그런게 있어?"
"응, 허그나 키스같은 스킨쉽을 하면··· 잠시만! 말만 다 듣고 해!"
"수영아, 항상 고맙고 사랑해."
"···다른 여자애한테 그런 표정 지어주면 진짜 방에 가둬버릴꺼야."
"알았어, 키스해도 될까?"
"···맘대로."
"쪽,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하거든?"
"영광이네."
"그치? 그러니 잘하라고."
어쩌다보니 너무 난잡해졌네 미안
뒷얘기는 소재 쓰는 챈럼이 뒷내용 만들면 할겡
좋은 소재 가져와준 챈럼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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