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마왕?"



 이 세계의 종장을 맞이한 후, 오랜만에 듣는 나의 성좌명. 나를 이름이 아닌 성좌명으로 부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안나 크로프트." 

 "네, 오랜만이네요."



 찬란하게 흩날리는 금발 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하얗게 센 머리들. 눈가에 매달려 있는 약간의 주름들. 나의 기억속에 존재하던 안나와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질감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는 하나의 붉은 눈동자. 그것은 내 앞에 있는 존재가 내가 알고있던 인물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제가 없는 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나 보군요."

 "20년 하고도 4년이네요."



 24년이라......

 나에게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반평생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제가 없는 동안 정말 수고 많으ㅡ"

 "따분한 얘기는 집어치우시죠."

 "그럼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답을 하는 대신 조용히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메모장


1. 구원의 마왕에게 풀코스 대접받기.

2.

3.

.

.

.



 "......저걸 아직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당연하죠. 손해보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 "나중에 한국에 한 번 놀러 오시죠. 20만 원짜리 코스 요리 정도는 대접해드릴 수 있으니까." 」


 언젠가 그녀에게 '리코메데스의 장갑'을 받았을 때 했었던 말이었다. 나로서는 당연히 농담삼아 했었던 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설마 농담이었다고 치부하고 넘길 생각는 아니겠죠?"

 "......"

 "빨리 안내나 해주시는게 어떨까요? 슬슬 다리가 아픈 것 같은데."

 "찾아보는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죠."


.

.

.


 "다음으로 미루는 건 안될까요?"

 "왜죠?"

 "





 아예 노선을 잘못탄듯

 그냥 버리고 다시 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