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급하게 이현성과 한명오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옆칸에서 넘어올 저놈에게 죽던지, 여길 나가서 도박이라도 해보던지. 둘중 어느쪽이 이득일 것 같습니까?"
"으, 으으!!"
"하지만 저 사람이 꼭 우리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이현성, 후반에는 유중혁보다 어느 면에서는 뛰어났던 청년이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파티의 리더라 할 수 없었다.
이 유약함이 매번 중요한 순간에 크게 작용했다.
그랬기에 어느 회차에서는 그와 유중혁이 갈라섰고 그를 직접 유중혁이 죽여야 했다.

"다른 칸에서 넘어온다면 생존자일텐데 한번 만나보시는 것도···
나는 대답대신 피투성이인 옆칸 창문을 보았다.
그러자 이현성이 나를 따라 창문을 보았다가 고개를 홱 내려버렸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죠."
"그래! 얼른 나가자고!"

순간 두 사람도 자각한 것이다.
이 세상 모두가 같은 일을 겪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곤충'이라는 거대한 행운이 없었을 것이라는걸.

"이쪽은 안 돌아갑니다!"
"씨발! 이쪽도 안 돌아가!"

이현성과 한명오의 외침소리와 쿵쿵거리는 유중혁의 소리가 겹쳐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겨우 눈을 감아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살짝 눈을 떠 내 코인량을 보았다.

[보유 코인: 4700 C]

여차하면 근력에 모두 쏟아서 문을 열어야하나 생각했다.
그때 김남운이 내 소매를 쭉 당겼다.
나는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남운이 아무 문이나 두들기고는 말했다.

"저쪽이 문을 발로 차서 열려하는 것 같은데, 그럼 군바리도 문을 차서 열면 되겠네."

솔직히 말하면 그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었다. 적어도 나 이외의 사람들은 말이다.
다만 그의 말이 약간의 힌트가 되었다.
나는 문 밖을 살펴보고 문을 통통 두드리며 이현성에게 말했다.

"현성씨, 스킬을 쓰세요."
"예? 스킬이라 하심은···"

나는 조용히 [등장인물 일람]을 가동했다.

<인물정보>
이름:이현성
나이:28세
배후성:강철의 주인
전용 특성:불의를 외면한 군인 (일반)
전용스킬:[총검술 Lv.2] [위장 Lv.1] [인내심 Lv.1] [정의감 Lv.1]
성흔:[태산 밀기 Lv.1]
종합 능력치: [체력 Lv.8] [근력 Lv.8] [민첩 Lv.7] [마력 Lv.5]
종합 평가:전체적인 능력치가 매우 준수합니다.
불의를 놀랍도록 잘 참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좌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그에게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눈앞에 떠오르는 그의 정보들, 선택한 배후성도 특성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아까 특성창 여셨을때 확인하시지 않았나요? 군인이시라면 이 상황에서 쓸만한게 있을텐데."
"네, 있긴 합니다만, 어떻게 쓰는건지를···"
"속으로 스킬명을 중얼거리세요."
"겨우 그걸로 되는겁니까?"
"돼요, 저도 해봤고 김남운도 했으니까요."

김남운을 힐끗 보자 내가 칭찬하는줄 아는지 기분 좋아보였다.

이현성이 결심이라도 한듯 내 뒤에 있는 문에 손을 대고 기합을 질렀다.

"흐압!"

그러자 지익하며 소맷부분이 뜯어졌고 투둑하며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바람이 빵빵하게 찬 풍선처럼 이두박근이 부풀었다.
무사히 [태산 밀기]를 발동 한 것 같다.

사실 [태산 밀기]는 성흔이였다.
배후성에게 받는 성흔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의심받지 않기 위해 스킬이라는 명칭으로 부른 것이였다.

드드드드드드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뭐야? 이 친구 정말 장사잖아?!"
"됐다! 됐어요!"

[등장인물 '이현성'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등장인물 '이현성'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의심은 커녕 신뢰하다니, 역시 이현성은 단순하다.

"내리죠, 어서!"

안심하긴 이르다. 그가 나오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나는 이길영을 이현성에게 업히도록 했다.

"현성씨, 업어요."
"아, 네."

그리고는 그 모든걸 지켜보던 김남운이 뒤따라 나가며 말했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거 잘 부탁해. 누님."
"그 호칭좀 버리면 안 되냐?"
"그럼 누나라 해줄까?"
"···그냥 누님이라 해."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남자다.
나는 걸어나가는 그의 뒤를 따라 달려나갔다.
그러면서 부숴져가는 철문을 보았다.
저 철문은 얼마 못 버틴다.
길어봐야 1분이려나.
하지만 중요한건 저게 아니였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아까 내가 말했죠? 어디에도 가지 말라고. 아직 시나리오 준비도 다 안 됐는데.]

화가 난듯한 모습의 도깨비가 동호대교 상공에 떠 있었다.

"으아아! 그러니까 나가지 말쟀잖아!"

머리가 터질거라 생각했는지 한명오가 주저앉아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게 괜한 걱정이란걸 몰랐을테지만.

[휴, 어쩔 수 없죠. 정말 운 좋은 인간들이라니까.]

왜냐하면 두번째 시나리오는 문을 열었을때부터 시작이니까.

[두번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

<서브 시나리오-탈출>
분류:서브
난이도:E
클리어 조건:끊어진 다리를 건너 옥수역으로 진입하시오.
제한시간:20분
보상:200코인
실패시:???

*

"독자씨, 뭔가 이상해요. 다리는 아직···"
"네, 알아요. 그니까 지금 얼른 달리세요."

사실 유상아의 지적이 맞다.
다리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곧 끊어질 다리지만.

다리가 멀쩡한데는 우리가 너무 빨리 움직인 데에 있었다.
사실상 이번 시나리오는 이런 방식 외에는 클리어 할 수 없다.
그것도 유상아나 이길영, 특히 한명오같은걸 매달고 정상적으로 클리어 할바엔 차라리 씨-서펜트에게 먹히는게 더 편할거다.

"헉, 헉. 역시 이현성씨는 군인이라 그런지 체력이···"
"말하지 마요. 지치면 버리는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는 나조차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 속도 그대로만 유지하면 아마도 무너지기 전까지 도착 할 것이다. 변수만 없다면 말이다.

"저, 저게 뭐야!"

앞서간 한명오가 소리질렀다.
나는 그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대한 씨-서펜터, 아니 씨-커멘더가 보였다.
저 자식이 지금 보였다는건 이제 시간이 30초 도 채 안 남았다는 것이였다.
이가 부숴질듯 이를 갈며 달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씨-커멘더가 아가리를 벌리고 다리를 통째로 먹어치우려고 준비중이였다.

"달려요!"

그러자 도깨비가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죠?]

아까도 말했듯, 변수만 없다면 도착 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난이도가 변경되었습니다.]
[시나리오 난이도: E->D]

젠장.
불길하다. 난이도가 한단계나 올라가다니.
그리고 그 불길함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죽은 자의 사념이 돌아옵니다.]

여럿 띄워지는 메세지창을 힐끗 보고 강하하는 씨-커멘더의 머리를 보며 목청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

"다들 업드려요!"

그리고 내 목소리는 그 녀석이 다리를 먹는 소리에 부숴졌다.

*

"독자씨!"

빙빙도는 의식을 붙잡은 채 일어섰다.
부숴진 다리, 건너편에 있는 이현성과 김남운, 이길영.
이게 제일 절망적이였다.
제일 쓸데 없을 두명과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죽는게 답이겠거니 하던 그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성좌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성좌의 가호로 시나리오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발동합니다.]

목소리와 함께 끊어진 다리에 빛나는 다리가 세워졌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설명에 의하면 짝수가 건너려하면 건너지고 홀수가 건너려하면 사라진다고 되어있었다.

"독자씨, 머리속에 막 목소리가 울려서···"
"유상아씨의 후원자가 해준거군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멸살법에서조차 많아봐야 세번 등장한 저게 발동되다니.
그것도 죽었어야 할 그녀의 배후성이 발동한거라면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배후성으로 삼은걸까.
그런 의문을 해결하기위해 [등장인물 일람]을 사용했다.

[해당 인물의 정보는 '등장인물 일람'으로 열람할 수 없습니다.]
['등장인물 일람'에 등록 되지 않은 인물 입니다.]

뭐? 잠시만. 이런 제약이 있었어?
멸살법에도 등장하지 않고 설명도 없으니 모를만도 했지만.

"이제 어떡하죠?"

나는 빛나는 다리를 바라보며 설명을 다시 읽었다.

짝수만 건널 수 있는 다리.

누가 만든건진 몰라도 비극을 사랑하는게 분명하다.
나는 그 제작자를 저주하며 한명오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는 없다.
여기서 한명은 죽어야 한다.




어쩌다보니 스킵한게 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