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아는 지금 너무나 피곤했다.

세상이 이상해졌다. 갑자기 괴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 괴물만큼 끔찍한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세상을 살아오며 무기로 삼았던 것들, 성실함이나 선량함 따위가 더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졌다.

그렇게 이상해진 세상에서, 그녀가 믿고 의지할 대상은 음침한 동기와 성희롱 상사밖엔 남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에 치달은 상태였다.


"저도 스페인어 공부 할 시간에 웹소설을 읽을 걸 그랬어요."


그래서 무심코 말실수를 해 버렸다. 제 목숨줄이나 마찬가지인 김독자에게 톡 쏘아붙이듯 말해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문장이 너무나도 이해하기 쉽다는 걸 깨닫고 새파랗게 질렸다. 인생 대충 살면서 쓰레기 활자 나열이나 읽은 걸로 젠체 하지 말라는, 모욕에 가까운 말이었다.

곧 김독자는 화를 낼 것이고, 그럼 세상이 이상해지고선 아무런 가치도 없어진 자신은 버림받을 것이다. 아니, 그 조차도 낙관적인 망상일지 모른다. 강간이나 살인이 더는 악덕으로 취급받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나 김독자는 화를 내지 않았다. 저 음침한 동기가 아주 너그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 혹시 날 사랑해서?

잠시 그를 바라보던 유상아는 자신의 추측이 모두 틀렸음을 깨달았다. 저 멍청이는 그녀가 한 말의 함의조차 읽어내지 못했다. 슬슬 입꼬리가 올라오는 것이, 되려 지금까지 살아온 쓰레기같은 삶이 칭찬받아 기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진 않았다. 그냥,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때처럼 머리가 상쾌해지는 걸 느꼈다.

모든게 이해가 갔다.

저 음침한 하루살이 계약직 놈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게 될 예정이었는지.

놈은 세상이 이상해지지만 않았더라면, 이성은 커녕 동성과도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을 거다. 인터넷에서 자기 주제와 어울리는 멍청이들과 자폐적으로 서로 떠드는걸 인간관계로 믿다가, 마흔쯤 고독사 했을 게 분명했다.


유상아는 그 사실에 마음속 깊이 감사했다. 그리고 더는 김독자를 비꼬지 않았다. 그에게 말실수 했을때의 공포가 떠올라서가 아니라, 그 음침하고 기분나쁜 미소가 떠올라서 더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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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창작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