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이 그렇게 원하던 다음편 재업함






우리엘과 한수영에게 기습 고백을 받은지 일주일.

나는 일주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

나를 가장 괴롭힌 고민은 '내가 한수영이던 우리엘이던 과연 사귈 자격이 있을까?' 였다.

한수영과 우리엘은 대체 왜 날 좋아하는 것일까.

거짓말은 아닐까?

한여름밤의 꿈 처럼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을까?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난 결단을 내렸다.


*


일단 한수영을 불러야 되는데.... 문자는 보겠지?


-야, 한수영

-왜

-혹시 오늘 5시 시간 있냐?

-왜

-할 말 있어서

-어디서 만날건데

-청계천에서

-ㅇㅋ


일단 한수영은 됐고,


"우리엘, 오늘 5시에 시간 있어요?"

"나는 남는게 시간이지!"


백수라는 말을 뭐 저리 의기양양하게 하는지.


"그럼 청계천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래!"


우리엘도 됐다.

나는 한숨 돌린 뒤, 청계천으로 향했다.


*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끝나지 않은 거리.

아직도 크리스마스 때 받았던 고백은 꿈같이 느껴졌다.

아직 시간이 15분 남았는데도, 한수영이 먼저 나와있었다.


"뭐야, 벌써 나왔네?"

"그래서 나한테 할 말이 뭔데?"

"기다려봐."

"뭘 기다려?"


그때, 멀리서 우리엘이 달려오는게 보였다.


"독자야! 기다렸어?"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그제서야 우리엘을 본 한수영이 내게 물었다.


"뭐야, 우리엘이 왜 여기있어?"

"독자야, 한수영 쟤가 왜 여기있어?"


추궁하듯 묻는 두 사람.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 해 주었다.


"수영아, 크리스마스 때 기억나?"

"기억 안나겠냐?"

"우리엘은요?"

"당연히 기억나지! 내가 독자한테 고백했는걸?"

"뭐야..... 너도?"

"설마 한수영 너도?"


그제서야 두 사람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는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나 크리스마스때 두 사람 모두에게 고백받았어."

"미친......"

"그래서 두 사람에게 내 생각을 알려주고 싶었어."

"독자야, 그러면 왜 같이 불렀어? 그냥 각자에게 알려주면 되잖아!"

"어....... 제가 한수영이나 우리엘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도 제가 두 사람에게 동시에 고백을 받았다는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동시에 고백을 받았다는걸 숨기면 기만일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지는 눈송이.

마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듯 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저..... 한수영? 우리엘?"

"그래서, 누굴 선택할건데?"

"독자야, 편하게 얘기해봐."


우리엘은 지옥염화나 거둬주고서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저는 두 사람 모두 받아줄 수 없어요."


우리엘과 한수영 두 사람 모두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급기야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우리엘은 예상했지만 한수영까지 울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나쁜새끼."

"미안하다."

"독자야, 왜? 내가 모자라? 내가 잘 해줄게..... 응?"


우리엘이 눈물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저런 눈으로 날 보니 마음이 흔들리려 한다.

그러나, 난 사귈 수 없다.


"아뇨, 오히려 우리엘이 아까운거죠...."

"그래서, 이유는 뭔데? 이유라도 들어보자."


눈물 젖은 눈으로 날 노려보는 한수영.

극악의 시나리오를 거치면서도, 날 언제나 믿어주었던 사람의 얼굴.

그 얼굴이 날 노려본다.


"난 너도 알겠지만 너희들을 끝까지 속였어. 그리고...."

"야,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난 그런거 신경 안 써."

".......아니 그게 그렇게 끝날 일이 아니잖아."

"독자야, 니가 그렇게 지하철에 남아있다는걸 알았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네가 무슨 일을 하던, 어떤 결정을 내리던 내 세상은 너야."

"우리엘, 그건 감사하지만........"

"난 널 사랑해. 그리고 그거면 되는거잖아?"


내게 미소지어주는 우리엘.

우리엘과 한수영, 둘은 너무 아름다웠다.

조명 아래 서있는 우리엘과 한수영은 너무나 아름다워 별 같이 보였다.

저 밤하늘에 반짝이는, 얼마 남지 않는 별들.

그 별빛은, 내가 범접할 수 없어 보였다.

우리엘과 한수영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보다 훨신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저는 우리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제 이익이 걸려있다면 불의를 저지르기도 하고요, 우리엘의 생각만큼 착하지도 않아요."

"........"

"한수영, 나는 네가 생각하는 좋은 독자가 아니야. 인내심도 없고 불평불만이 많으면서, '멸살법'같은 졸작을 좋아하는, 이상한 독자야."

"......."


다시한번, 나는 우리엘과 한수영에게 상처를 준다.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없다.


"아니, 독자야, 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람이야."


완벽이라..... 나는 완벽이라는 의미에서 가장 동떨어진 사람이다.


"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렸어. 그것도 한두번도 아니라, 계속. 반복적으로. 과연 네가 너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였다면, 네가 악인이였다면 그런 희생을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할 수 있었을까?"

"우리엘, 저는 항상 탈출구가 있었어요. 그것 또한 기만일 뿐이에요."

"아니, 너는 내가 여태껏 본 존재 중 가장 숭고한 존재야."


아니, 나는 우리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야, 니가 왜 좋은 독자가 아니야? 애초에 좋은 독자가 뭔데? 인내심이 없으면 어때? 불평이 많으면 어떠냐고. '멸살법', 그래 그딴거 좋아할 수도 있지. 까먹었나본데, 그 '멸살법'도 내가 쓴거야. 좋은 독자이고 아니고는 내가 정해. 그리고 넌 충분히 좋은 독자야. 내 평생의 이야기를 함께해도 좋을 만큼."

"나는 한수영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는 반항하듯이 말했다.

너는 나랑 이어지면 안된다.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존재다.


"넌 읽는걸 잘 하지."


순간 숨을 참았다.


"우리 중 누구보다 희생정신이 강해. 특히 일행들에 관하면 더욱."


한수영은 천천히, 한수영이 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수영은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나를 읽고 있던 것이다.


"항상 일행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희생이 필요하다면 독자 네가 희생하는 버릇이 있지."


우리엘도 끼어들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한수영과 우리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상처 받아도 말하지 않고, 속에 숨겨서 결국 곪게 만드는 미련스러운 놈이지."

"또, 독자 네가 믿는 사람이라면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사실을 말해주는게 신의라 생각하지."


한수영과 우리엘이 읽어낸 나.

나를 항상 지켜보고 읽어주었던 대천사와,

내가 살아남을 수 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준 작가.

그 두 사람이 나를 읽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보다 인간을 불신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일행들을 아끼고, 일행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심혈을 기울이는게 독자 너야."

"또 자기를 던져서 시나리오를 해결하는 방법만 아는 머저리기도 하지."

"........그 머저리를 왜 좋아하는건데?"

"뭐, 그 머저리같은것도 좋아지더라고."


나와 같이 시나리오를 해쳐갔던 동료와, 그 시나리오를 함께 보아주었던 성좌.


"늘 자기비하적이지만, 일행들이 상처받는건 정말 싫어하는게 너야."

".........."

"이정도면, 우리도 독자 너에대해 잘 알고있지 않아?"


나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누구보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본 독자인걸?"


나는 우리엘과 한수영의 시선을 피했다. 문득 콧잔등이 시큰해 지는 듯 했다.


"내가 너랑 같이 시나리오를 헤쳐나갔기 때문에, 같이 큰 집에 살았기 때문에 내가 알 수 있었던 것들이야."


반쯤 벌어졌던 내 입술이, 그대로 닫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와 계속 함께이고 싶어."

"맞아, 나는 독자 너의 모든 면을 좋아하는거야. 너는 충분히 우리와 어울려."


내가 저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나는 일행들을 기만하고 또 상처를 준 사람이다.

일행들은 모두 나로 인해 회복되지 않을 상처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난 또 일행들을 기만하고 상처를 줄 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내 이야기를 읽는 단 한명의 '독자'라도, 내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해 지고 싶었다.


"야..... 우냐?"

"독자야, 왜 울고 그래....."


나는 눈물을 닦으며 내 앞에 서있는 한수영과 우리엘에게 다가갔다.

아무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들은 날 안아주었다.

아니, 아무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에게 구원받았다.


*


한참을 그렇게 안고 난 뒤, 우리는 주변의 카페에 들어갔다.


"그래서, 진짜로 우리 둘 다 찰거야?"

"아니."

"그럼 나도 독자랑 사귈 가능성이 남아있는거네?"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묻는 우리엘.


"아니, 김독자는 나랑 사귈거야."

"아니거든? 독자는 내꺼야!"


볼에 바람이 들어간 우리엘과, 마치 잔뜩 경계한 고양이같은 한수영이 또 언쟁을 벌인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은 모르겠어. 나는 솔직히 둘 다 좋다고."


물론 둘 다 좋아한다.

그러나 그게 동료애인지, 아니면 이성간의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그럼 먼저 독자를 차지하는 사람이 사귀는걸로 해!"

"좋아, 천사 나부랭이. 너따위보단 내가 김독자랑 어울리니깐."

"뭐?"


앞으로 힘든 나날이 될 것 같다.


참고로 이 뒷 내용은 안쓰고 버렸었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