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씨의 무사귀환을!!"
정희원이 얼굴이 벌개진채 술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축하합니다!"""
그에 맞춰 한수영과 이지혜, 장하영과 공필두 등 많은 사람들이 유상아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고 있었다.
"자! 상아씨! 먹고 싶은 거 다 말해봐요!"
희원이 불판앞에서 집게와 흑천마도를 들고 앞치마를 두른 유중혁을 가르켰다. 그는 이미 바빠보였다.
그의 옆에는 이설화와 유미아가 접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래야하지?"
"......중혁씨."
"오라버니, 나빴어염."
"......알겠다."
설화가 그의 등짝을 때리고 미아가 노려보자 중혁은 마지못해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 무려! 술과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님께서 직! 접! 주신 포도주! 빨리 들어요!"
"하하하...희원씨 너무 취하신 거 아녜요?"
"에이...저 멸망의 심판자입니다?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이미 희원이 얼굴은 취기가 올라있었다.
상아는 마지못해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러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한번 더! 상아씨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흥에 겨운 노랫소리, 박수소리 등등이 울려퍼졌다. 그 와중에 김독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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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하하하!! 지혜누나 겁나 웃겨!
아, 하영언니! 그거 내거라고요!
파천신군 사저! 그건 먹는게 아닙니다!
"......휴우."
독자는 공단의 꼭대기에서 불이 환하게 켜진 파티장을 힐끔 바라봤다.
그 속에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받는 상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이야."
[김독 자는 솔 직하 지 못하 다]
골똘히 생각하던 독자는 밤하늘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상아씨께 실례야."
[흥 알아 서해]
제 4의벽은 그 뒤로 입을 열지 않았다.
독자는 마른 세수를 하고 읊조렸다.
"저 사람을 어떻게 안 사랑하겠어."
[바아......Zzz]
그의 허벅지 위에는 비유가 새액거리며 자고 있었다. 독자는 비유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비유야, 아빠가......사랑할 자격이 있을까?"
독자는 씁슬한 미소를 짓고는 조용히 비유를 소파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파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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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 언니이...훌쩍...죽지 마여..."
지혜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이미 취할대로 취한 지혜는 훌쩍이다가 잠 들어버렸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난장판이 된 파티장을 뒤로 하고,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이 수습을 시작했다.
"으음...이설화..."
"아이쿠, 중혁씨!.....내가 못살아 정말."
답지 않게 술에 취해버린 중혁을 설화와 미아가 데리고 갔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던 사람들 중 2명이 사라져버렸다.
격이 높디 높은 한국 최고의 화신들이었지만, 디오니소스의 술에 그만 나가떨어져버렸다.
그래도, 그들의 이런 모습이 보고싶었다.
끼익
"독자씨? 어디갔다 이제 오시는거에요?"
"아...잠시 바람을 좀 쐬다가 왔어요......다 아웃이네요."
"후후, 그러게요."
상아는 골아떨어진 사람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독자에게 말했다.
"같이...드실래요?"
아직 절반정도 남은 술병을 집어들었다.
독자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마실게요."
"후후, 소주 반병보다는 많이 드시길 바래요."
"크흠......다 옛날 이야기 입니다. 성좌는 술에 잘 취하지 않아요."
상아는 "그거 부럽네요..."라고 말하며 술잔과 안주를 가져왔다. 그리곤 바깥으로 향했다.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간질였다. 주변의 벤치에 자리를 잡고는 술잔에 술을 따랐다.
"......옛날 생각 나네요."
"......"
"그때도 독자씨랑 단 둘이 마셨었는데......오랜만이다, 그쵸?"
"그렇네요. 거의 4년만 인가요?"
상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술잔을 내밀었다.
독자는 상아의 잔에 부딪히며 말했다.
"건배."
"풉...건배."
술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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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술은 전부 비워져 있었다.
상아의 얼굴도 조금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독자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독자씨."
"예."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독자씨 잘못이 아니에요."
독자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상아씨가..."
"전 이렇게 독자씨 덕분에 멀쩡히 살아있어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
독자는 상아의 맑은 눈망울을 바라봤다.
너무나도 맑고 순수한 눈동자였다.
독자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살아있어줘서......무사히 돌아와주셔서......정말 고맙습니다."
"하아...정말......이리 와요."
상아가 두 팔을 벌려 독자를 끌어안았다.
독자는 엉거주춤하며 상아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독자의 등을 두들겼다.
"바보 독자씨."
"......전 바보가 아니에요."
"아니긴요. 지금도 이렇게 바보처럼 굴잖아요. 제가 언제 독자씨 싫어한 적 있어요?"
"......많지 않았나요?"
상아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래서 그를 살짝 떼오내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전 항상 상아씨께 짐만 씌워드렸어요. 암흑성에서도, 마계에서도......"
독자는 주절주절 말을 이어나갔다.
상아는 묵묵히 그 말을 들어주었다.
"길영이에게 살인을 하도록......"
"그만해요."
결국 상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럼에도 독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치만......!!!"
독자는 제 입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입을 다물었다.
맞닿은 것은 상아의 입술이었다.
독자는 살짝 고개를 돌리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
"......"
입술이 떨어지고, 둘은 침묵했다.
"......저에게도 4벽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슨 뚯인지 물어보려던 찰나.
"제가 얼마나 독자씨를 사랑하는지......독자씨에게 제 마음을 하나하나 전부 알려주고 싶어요. 저만의 도서관에 가둬놓고요."
"저를......대체 왜 사랑하십니까......"
상아는 독자의 질문에 나긋하게 대답했다.
"저를 유상아로 바라봐주셨잖아요. 전 유상아 였던 적이 없었어요. 부잣집 막내딸......대기업 낙하산......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사람들은 저를 이렇게 바라봤죠."
독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상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해요."
"......"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독자도 입을 열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런 감정을 품어도 되나?
고민은 점점 길어졌다.
상아는 그의 앞에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대답이 들려오기 전까지 움직이기 않겠다는 것 처럼 보였다.
이윽고, 독자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세상은 가장 오래된 꿈의 상상이죠. 그 존재가 만약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다면......꿈에서 깨어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상아는 당황했다.
지금 그는 설마......
"상아씨."
"......"
"저......상아씨를 사랑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요."
상아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이게 제 마음이에요. 다시한번, 사랑해요. 상아씨."
"......알겠어요."
상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독자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방금전, 그녀가 독자에게 그리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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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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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는 침상 위에 누워있는 독자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언젠가의 자신처럼, 시체같이 창백한 피부였다.
"......유상아."
그녀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냐?"
"정신 차려라."
한수영과 유중혁이었다.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다."
상아는 여전히 독자의 작은 손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는 독자의 손에 짧게 입을 맞춘 뒤 인사했다.
"갔다 올게요."
상아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군중들 앞에 섰다. 언젠가 독자가 섰던 그 자리였다.
상아는 굳은 결의가 서린 눈으로 군중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계획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최후의 벽 너머에 혼자 외로이 있을 그를 위해.
.
.
.
"독자씨."
"음.... 으음? 아, 네!"
독자는 졸다가 깜짝놀라 자리에서 대답했다.
상아는 피식 웃으며 시원한 음료를 건넸다.
"고마워요."
상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독자가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독자는 부담스러웠는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네."
언젠가 자신이 상아에게 했던 말을 듣자 독자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조금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사랑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상아는 그제서야 환히 웃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걸 들은 지혜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보냈다.
그날 저녁, 독자와 상아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분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렇죠."
"네."
다른 사람들은 뭔가 흥미진진해 보였다.
희원은 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두분 지금 관계가?"
"친구요."
"동료입니다."
독자와 상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은 어이가 사라졌다.
"지금 장난쳐? 친구? 동료? 웃기고 있네."
수영의 짜증서린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내가 상아씨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지. 그런데, 나는 길영이도 유승이도 비유도......모두를 사랑하는데?"
"저도 그래요. 이곳에 모인 모두를 사랑해요."
"그러니까 상아씨랑도 친구고 동료지."
지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오늘 그렇게 사랑을 속삭이던 이유가 무엇인가? 진짜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걸까?
"아저씨, 언니. 둘이 연애해 본 적 있어?"
"없어."
"없는데."
모두가 한숨을 쉬었다.
이 둘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럼 몇개만 더 물어볼게. 아저씨랑 언니는 결혼할 생각 있어? 굳이 서로 말고. 다른 아무나하고."
독자와 상아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만약 결혼을 한다고 치자, 그럼 어떤 사람이랑 하고 싶어?"
"상아씨 같은 사람."
"독자씨 같은 사람."
"그래서 둘이 관계가?"
"친구."
"동료."
순간 모두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냅둬, 저 둘 알아서 하겠지."
"진짜 살다살다, 상아씨랑 독자씨가 이렇게 둔치였다니....."
수영과 희원은 고개를 저었고, 길영과 유승은 둘을 응원했다. 독자와 상아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둘이 연인으로 교제하기 까진 채 3일이 걸리지 않아 모두가 분노했다.
끝
ㅡㅡㅡㅡㅡ
처음엔 연애 감정이었다가 그냥 우정이나 전우애로 바꼈다가 다시 연애 감정으로 돌아와 사귀는 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