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야기가 될거야"
"괜찮아"
"3천 편 넘을 수도 있어"
"딱 내 취향이네"
...
김독자가 책장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 중 한 권을 펼치며 말했다.
"그게 벌써 7년 전이네"
시나리오를 끝낸 김독자컴퍼니 일행과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나리오나 스타스트림같은 얘기를 암묵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다.
시나리오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고 시나리오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수영이 쓴 우리의 여정을 적은 이 책은 한동안 읽히지 않았고 4권을 계획했지만 1권까지만 쓰였다.
김독자는 책 표지의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오랜만에 읽어볼까"
책을 가지고 의자에 앉아 넘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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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이렇다 할 특징도 없었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었다.
"이자식이"
심지어 하는 일마다 운이 없어 입시에도 미끄러지고 군대도 최전방에 배치되었다.
그런 남자의 유일한 취미는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3천 편이 넘는 소설을 모두 읽을 정도니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설 속 세계가 실현됐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해쳐야 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았다.
동료들을 위해 자신이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쉬운 방법을 택하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바보였다.
그 누구보다 강했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남자,
한없이 다른 사람만을 배려하던 여자,
자신의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군인,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해쳤던 학생,
남자가 선택한 방법으로 인해 구해진 아이들,
괴물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남자,
웅크림에서 깨어나 남자의 검이 된 여자,
천재적인 두뇌로 많은 도움이 된 미소녀 작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고 그를 도왔다.
"자기 묘사 이렇게 해도 안부끄러운가"
그의 일행이 아니어도 도와주는 별도 있었다.
선(善)의 대표이자 남자를 아낀 천사,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악(惡)의 대표이자 가장 강한 용,
수 천년의 세월동안 가장 작은 감옥에 갇혀있다 해방된 원숭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을 비롯해
수많은 별들도 그 남자를 도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남자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왕좌에 오르길 거부해 왕이 없는 세계를 만들고
누구도 죽이지 않고 재앙을 막고
별의 그림자에 맞서 소인들의 나라를 구하고
가장 강한 소인을 스승으로 두었다.
이제까지 누구도 하지 못했던,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보란듯이 해냈다.
이대로라면 당장이라도 시나리오의 끝 '□□'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를 싫어하는 별들이 방해하기 시작했고
일행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대가로 남자의 육체는 소멸했다.
그렇게 죽는 줄 알았는데
턱에 혹이 달려 있는게 전래동화 속의 혹부리 영감과 꼭 닮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떤 존재를 만나
그 존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마왕들이 사는 '마계'로 건너가 세로운 육체를 얻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남자는 마계로 건너가서도
가짜 혁명을 성공시켜 공민들을 해방하고,
가장 강한 거인의 세계를 구하고,
최초로 73번째 마왕이 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별들의 방해는 끊이지 않았고
마계와 함께 남자의 일행을 없애려 했다.
한반도의 별들과 남자를 좋아해주는 별들의 도움을 받아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거대 설화, 마계의 봄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는, 지하철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에, 정의롭고 싶었던 군인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고독한 사내가 있었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숨겨왔던 여인도, 그곳에 있었다.
인연을 읽고 상처 받은 검귀를 만났고,
과거와 미래의 틈새에서 태어난 아이가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소인을 스승으로 두었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거인의 세계를 구했다.
그리고, 이 모든 세계의 결말을 아는 한 사내가 있었다.
이것은 독자(讀者)의 설화.
동시에, 독자(獨子)의 설화.
오랜 웅크림에서 깨어나, 멸악의 칼을 쥔 여인이 웃었다.
어미를 잃고 곤충을 손에 쥔 소년이 울었고
돌아오지 않을 가족을 위해 성을 구축한 사내가 포효했다.
거짓으로 진실을 쌓아 올린 여인이, 기꺼이 그의 그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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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목이 뭐였지"
<단 하나의 이야기 - 마계의 봄>
저자 한수영
출판사 김독자컴퍼니
"뭐야 웬일로 그 책을 읽고있어"
"그냥. 오랜만에 읽고 싶더라고 네 글 안읽은지도 오래됐고"
"그거 쓰다 만건데..."
"그래서 말인데 이어서 쓸 생각 없어?
나한테 고백할 때 3천 편 넘게 쓸테니까 읽어달라고 했잖아 아직 천 편도 안됐는데"
"아아아아아악 넌 그런걸 아직도 기억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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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설화 하나당 한 편 써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그냥 전독시 초반부 요약 돼버렸네...ㅋㅋ
창작 쓰는 전붕이들 존경한다
스토리 어떻게 생각해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