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키스씬 몇 줄짜리 조금 있다. 그리고 한 번 더 있음
"하아..."
눈부시도록 맑고도 화창한 날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불행한 직장인은 언제나 존재했고, 그 불행한 직장인에 포함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 였기에 불만 가득한 한숨은 입에서 힘 없이 흘러나왔다.
쌓여있던 일은 모두 다 했다고 생각했으나 무심코 남겨 놓았던 하나의 일은 발목을 잡았고 상쾌하던 기분은 진창에 처박힌 듯 가라앉았다.
미간을 종잇장처럼 구기며 한수영은 눈매를 날카롭게 치켜 세웠다.
"인상 좀 펴. 주름 생길라."
쌉쌀한 향의 커피를 내려 놓은 김독자가 작은 사탕의 봉지를 벗겨 내어 입에 대어 주었다.
입에 닿은 작은 레몬 사탕이 상큼한 향을 내며 은은하게 퍼졌고 오랜만에 먹는 사탕의 달콤함을 느끼자 부드러운 살덩이가 닿았다.
얽히고 설키며 부드럽게 핥았고 하얀 뺨은 열이 오르며 붉게 달아올랐다.
입에서 녹아내리는 사탕보다도 더 달콤해서, 시간이 잠시 멈추기를 바랐다.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가 되자 떨어진 두 입은 반 투명한 실이 이었다.
'달콤하다' 라는 단순한 생각이 잠시 머리를 가득 채웠다.
달콤한 휴식은 찰나였고 여전히 일은 남아있었기에 한숨을 흘리며 서류를 집었다.
"...성간도시에 좀 가야겠네."
남아있던 일은 성운, [에덴]에 방문하는 것 이었고 그녀의 곁에서 한참을 바라보던 김독자가 입을 열었다.
"일 끝나면 데이트나 할래?"
"일 끝나고 또 어디 가기는 싫어."
"그냥 [에덴]에서 데이트 하자고. 일 끝나고 바로 할 수 있잖아."
"거기서 하겠다고?"
"부업으로 데이트 코스 개장했다는 데 반응 좋다고 하더라."
"그럼 거기서 데이트 하자."
"SSS급 페라르기니 타고 갈래?"
"너 날개 있잖아. 그냥 나 안고 날아가."
"... 수영아, 나 죽으라는 소리야?"
"장난이야."
내가 내 남친을 죽이려 할 이유가 있겠냐? 라고 작게 물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화창한 날에,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존재 만으로도 좋았다.
-
sss급 페라르기니를 타고 도착한 성간도시의 어떤 건물의 옥상, 그 옥상에 오르자 보이는 것은 바닥 뿐 이었다.
문의 형태를 띈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포탈이 있다는 것을,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수영이 뛰쳐 나가려 하지 않은 것은,
"수영아, 나 믿지?"
제가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믿는 지 묻는 저 얄미운 목소리 때문이었다.
포탈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도 어렸을 때의 제가 서술했던 소설의 한 문장이었기에 믿는 것이 아닌 그가 말한 것 이기에 믿었다.
"너를 안 믿으면 내가 누굴 믿겠냐?"
그 말을 끝으로, 옥상을 딛던 발은 공중에 띄워졌다.
사나운 바람을 맞이하며 추락했으나 두렵지 않았던 것은 그와 함께 했었기 때문 이리라.
공중을 향해 둘은 추락했다.
[마왕, '구원의 마왕'이 숨겨진 포탈을 바라봅니다.]
[포탈이 암호를 요구합니다.]
시끄럽게 울리는 시스템 창을 무시하고, 암호를 말했다.
"추락하는 모든 것에는 날개가 있다."
날개가 있는 것은 추락한다, 그것이 언제일 지는 모른다 하더라도.
그 암호대로 언젠가 그가 추락한다면, 그때는.
그때는 언제 까지나, 지금껏 해왔던 대로 다시 끌어올리면 된다.
추락하고 넘어진다 해도,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함께 할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떠나지 말라며 그를 껴안았다.
소용돌이 치던 포탈은 몸을 집어삼켰다.
[성운이 당신들을 허락합니다.]
허공을 부유하던 발은 바닥에 닿았고 그를 껴안고 있던 손은 그의 손을 잡았다.
산듯하게 부는 맑은 바람, 넓은 녹빛 초원.
넓은 초원 그 너머에 보이는 하얀 성.
직접 서술했음에도 가본 적 없던 성운은 동산의 형태를 띄었다.
괜히 사이비나 교회 같은데서 왜 그 [에덴 동산]을 물고 늘어 졌는 지 알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와 함께,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성을 향해 걸었다.
[독자야!]
익숙한, 장난스러운 목소리.
우리엘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아 수영이도 있네. 반가워.]
아는 여자 사람이. 내 남친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이 상황을 글로 서술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적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질투가 생기지 않냐고 물을만한 상황이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오직 나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데 질투가 생길 리가 있나.
[따라와 독자야, 서기관이 기다리고 있어. 아 그리고 수영아, 기다리기 힘들면 여기 구경할래?]
"아, 좀 있다 여기 데이트 코스에서 같아 데이트 할 거라서. 먼저 둘러보기는 좀 그래서 그냥 기다릴래."
[데이트 코스 빼고 둘러보는 건?]
"그건 괜찮네."
[여기서 기다려. 곧 안내원이 올 거야.]
"그럼 잘 다녀와 김독자."
"그래, 조금 있다 보자."
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안내원을 기다렸다.
-
성 안의 장식은 온통 하얀 것들이 많았다.
단조로울 뿐인 장식들은 지루함만을 키울 뿐이었고 피곤함은 잠을 몰고 오려 했다.
[한수영, 왔으심?]
10년 보다도 더 전의, 옛날 인터넷 용어.
이상한 말투가 들려 고개를 들자 꼬마 아이가 구름 위에 앉아있었다.
저런 말투를 쓰는 건 라파엘 뿐, 염룡이의 중 2병 가득한 말투가 이제는 익숙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염룡이가 더 나은 것 같았다.
저번에 김독자가 갔을 때도 쟤가 안내원 이었다고 했었는 데 안내원이 쟤 밖에 없는 건가.
그래도 성격과 인성이 동시에 파탄 난 미카엘이나 깐깐한 요피엘 보다는 나을지도.
[많이 졸림? 잠 오는 표정인데?]
"온통 하얗기만 해서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그래서 그런지 다들 여기 방문하면 거의 다 졸고 있음.]
"인테리어 바꾸는 건 생각해 본 적 있고?"
[서기관이 허락할 것 같음?]
아 여기서 가장 격식 차리는 게 서기관이었지.
건물의 인테리어가 바뀌는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듯 했다.
응접실에 이어진 통로를 따라 도착한 외곽의 회랑을 걷자 뚫린 창으로 동산이 보였다.
풀을 뜯던 양들이 작게 울고 있었고 천사들이 먹이를 주거나 털을 깎고 있었다.
멸망에 다다를 정도로 망했었던 성운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꽤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양들은 우리엘이 데려왔다고 했었나?"
[끄덕. 김독자가 말해줬음?]
"어."
처음에 키웠을 때는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양들을 바라보았다.
천사들의 성운이지만 천사보다는 양들이 더 많이 살고 있어 성운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목장인 것 같았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용건이 끝나 서기관의 집무실에서 나서는 김독자에게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는 것을 보자 그는 얕게 웃었다.
"이제 데이트 하러 가자."
이제부터는 온전한, 둘 만의 시간이니.
상쾌한 바람이 불고 동산의 잔디는 발을 기분 좋게 스쳤다.
손을 잡고 함께 걸었고 맞닿은 손의 온기는 퍼져나가며 몸을 휘감았다.
그 어떤 모습이라도 모두 다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그에게 단단히 홀렸기 때문이려나.
시간은 꼬나 흘러서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고 식사는 양고기 꼬치였다.
특유의 독특한 향에 머뭇거리자 그런 나를 눈치챈 그는 직접 먹여주려 했다.
그가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 먹었다.
향만 특이했을 뿐 맛은 좋았기에 기분이 좋다는 듯 웃어주었고 그런 나를 본 그도 미소지었다.
"우리 수영이 잘 먹네. 기분 좋다."
그의 말을 기분 좋게 들으며 식탁의 접시는 비워져 갔다.
식사가 끝나고 포만감은 채워졌으나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은 남아있었다.
문득 든, 단 것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가볍게 멱살을 잡아당기며 얼굴을 맞대었다.
헤집고 햝으며 탐하였고 들뜬 숨을 내쉬며 떨어진 둘을 얇은 실이 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달아오르던 열기는 식었으나 서로의 온기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탕을 닮은 둥근 달이 뜨는 밤, 그 밤은 사탕보다도 더욱 더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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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너무 미안해.
그래도 잘 읽어주라 고생해서 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