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호는 저번과 같이 나에게 그들과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나는 당연하게도 거절했다.

그야, 나는 저번 회차를 '표절'해야하니까.


그리고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사이, 성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난 사이, 나는 어떻게 해야 가장 처절한 불행을 그들에게 선사해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똑같이 해주려 했다.

그들을 '구원'한 뒤, 그들을 배신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나를 원망하며 죽을 것이다.

전 회차의 일은, 회귀자만이 알 수 있기에.

그래서 난 그 점을 비틀기로 했다.


[3번 책갈피, '유중혁'을 활성화 합니다.]

[성흔, '전승'이 발동됩니다]

[■ 장■력 0.01%를 전승합니다.]


역시 아직은 필터링 되는군.

이 정도의 꿈 장악력으로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그러나 이미 나에게 있는 스킬의 열화판을 만들어내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성흔, '전승'을 꿈 ■악■ 0.01%를 소모하여 비틉니다]

[전용스킬, '기억 전승'이 생성되었습니다]


이게 나의 복수다.

그들을 구원한 뒤에,

그들이 나를 가장 믿게 되었을때, 

그들을 배신한다.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구원의 손길이 필요할때, 전과 같이 나는 칼끝을 들이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칼끝으로 그들을 벨것이다.

그리고는, 나를 원망하는 그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전회차의 이야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구원'의 '마왕'이 되어야 하겠지.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한번 밟았던 길을 다시 밟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선하고 '싶었던' 군인을 구했으며

곤충으로 나의 작가를 유린한 소년을 구했고,

내 연인을 연기하며 자신을 숨겨왔던 여인을 구했다.

내 칼이 되길 자처하며 나를 찔렀던 여인을 구원했고,

동료라는 소리를 지껄이며 내 뒤를 친 회귀자를 구해냈다.

나의 인연을 모두 베어버린 검귀를 구했고,

과거는 나를 배신하고, 미래는 나를 조롱했던 한 아이의 과거와 미래를, 다시 한번 구원했다.

역겨웠다.

그들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게, 역겨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가장 큰 절망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의 가장 큰 희망이 되어야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던 건, 나의 작가.

저번 회차에 그들에게 유린당했던, 나의 작가.

그녀에게는, 보여주지 않고자 했다.

끔찍했던 그녀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눈치가 빨랐다.

아니, 내가 그녀에게만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걸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기억을 달라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거부했다.

그녀는 완강했다.

어쩔 수 없이, 이 스킬의 첫 사용자는 그녀가 되었다.


고통스러워 했다.

그래서 안아주었다.

그녀는 한층 편안해진 듯 했다.


"지켜..줄거지"


기억을 다 보고 난 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평소의 그녀답지는 않은 말투였지만,

 분명 그만큼 그 기억이 고통스러웠다는거겠지.

그만큼, 그 개새끼들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는 거겠지.


"그 개새끼들이, 네 몸에 손끝도 못대게 할거야."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뒤로도, 똑같이 진행되었다.

나는 '구원의 마왕'이 되었고, '마계의 봄'을 얻었다.

하지만 전승스킬은, 내가 조금 더 빠르게 강해지도록 도와주었다.


한명씩, 한명씩 가장 끔찍했던 기억과 함께 죽여주마.


그리고, 기간토마키아.

넓은 바다가 펼쳐진 이곳은,

바다를 좋아하던 친구를 죽인 검귀가,

그녀의 트라우마와 함께 죽을 장소다.





자 드가자 드가자

-혜-부터 죽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