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야! 서아 깨워올래?”
“아니... 걔 늦게 일어나면 안 데려가면 안 돼?”
퍽!
“아야야야... 아니 엄마가 늦게 일어나면 안 데려간다며?”
“진짜였겠냐? 빨리 깨워 와.”
“아, 진짜...”
차에 시동을 걸고 돌아온 김독자가 투덜거리는 비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이... 우리 착한 비유가 엄마 말 들어주자. 응?”
한수영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럼 내가 악역이냐?!”
“아니... 너가 선역이라고 볼 수는... 없잖아?”
그 말에 비유가 깔깔거리며 웃더니 서아를 깨우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김독자와 한수영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자 그들은 김독자 셰어하우스를 나와서 따로 살게 되었다. 서아를 키우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도 있었지만... 그저 그 둘이 나오고 싶어했다. 어느새 2층으로 올라온 비유가 서아의 방 문을 열었다.
“야! 김서아! 일어나!”
“음냐.. 으..으응? 아... 오늘.. 마자.. 그래찌...”
이제 막 8살이 된 서아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비유가 한숨을 쉬더니 그녀의 옷장에서 옷을 골라주었다.
“언니가 옷 골라줄테니까 빨리 씻고 와.”
“웅...”
서아가 비몽사몽한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오늘은 김독자네 가족이 캠핑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서아가 씻으러 가는 것을 본 한수영이 서아에게 외쳤다.
“서아야! 빨리 씻고 나와. 할머니들 기다리신다.”
“웅... 알게써...”
이수경과 페르세포네가 차 안에서 시끌벅적한 김독자의 집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독자 행복해 보이네요.”
“그러게요. 우리 손주들... 너무 예쁘네..”
잠시 후, 옷을 갈아 입은 서아까지 모두 차 안에 탔다.
“아빠, 근데 삼촌들은?”
“먼저 가서 기다리고 계신대. 이제 출발할게요!”
김독자네 가족을 탄 차가 공단을 가로질렀다. 휴게소를 몇 번이나 지나치자 한 평화로운 캠핑장에 도착했다.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자 누군가가 그들을 불렀다.
“막내 왔냐? 이쪽이다!”
4명의 손오공들이 텐트를 치고 캠프파이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형님들, 아직 낮인데 왜 벌써 캠프파이어를 준비하세요?”
“그러면 너는 이따 밤에 다시 준비하다가 시간 날릴래?”
“너 왜 막내한테 뭐라 그러냐?”
“그러게. 막내가 모를 수도 있지?”
김독자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가 일을 도왔다. 아이들은 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녔고 혹여나 그들이 다칠까 한수영은 노심초사하며 그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이수경과 페르세포네는 필마온이 미리 준비한 목재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손주들이 뛰노는 장면을 지긋이 지켜보았다.
어느새 캠프파이어와 바비큐 파티를 준비한 김독자가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놀아주었다.
“얘들아. 우리 여기 앞 쪽에 계곡갈까?”
“계곡?”
“물놀이 하자는 거야, 바보야.”
“아빠가 동생한테 바보라 하지 말랬지?”
“아니... 칫...”
김독자가 양손에 그의 딸들의 손을 잡고 계곡으로 향했다. 한수영이 물놀이 기구를 챙겨서 허겁지겁 따라왔다.
“야! 무거운 건 너가 들어줘야지!”
“얘들아, 엄마 근력 레벨이 몇이라고?”
“250!”
한수영이 김독자를 째려보더니 이내 피식 웃더니 그들을 따라왔다.
“아, 차가!”
계곡 물에 물을 담갔던 서아가 황급히 발을 뺐다. 그 모습을 본 비유가 키득키득 거리더니 바지를 걷어올린 뒤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게 뭐가 차갑냐?”
자극 받은 서아가 급히 바지를 접어 올린 뒤 그녀를 따라 물 속으로 들어갔다.
“나도 할 수 있거든!”
“얘들아!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지!”
빨래를 해야할 생각에 식겁한 한수영이 재빨리 두 귀염이들을 물 밖으로 꺼냈다.
“자! 자! 갈아입으세요!”
잠시 후, 서아와 비유가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여기 고기다!”
“내가 그쪽으로 몰게. 잡아!”
“알겠어!”
멀리서 그걸 바라보던 김독자가 한수영에게 속삭였다.
“너도 저럴 때 있었냐?”
“당연히 나도 사람이었으니까 있었겠지?”
“아쉽네. 보고 싶었는데.”
“뭐래..”
한수영이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 사실은 한 아이의 엄마긴 한데 어쨌든 이제는 엄마가 된 한수영은 시스템의 영향으로 전혀 늙지 않았고 여전히 김독자의 말에 얼굴을 붉히는 귀여운 여자였다. 김독자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어! 서아야! 아빠가 엄마한테 뽀뽀했다!”
“어? 나 못 봤어... 한 번 더 해줘!”
그 말에 미소를 지은 김독자가 얼굴이 빨개진 한수영의 입술에 그의 입술을 포갰다.
“됐지?”
“어머어머... 뭐야뭐야~”
비유가 능글맞게 말했고 서아는 그런 자신의 엄마, 아빠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꼬르륵...
비유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언니 배고파?”
그렇게 물은 서아의 배에서도 곧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서아가 자신의 배를 잠시 만지더니 한수영에게 외쳤다.
“엄마! 나 배고파!”
“배고파? 여기로 오세요. 김밥 먹자!”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들이 그녀에게 달려왔다. 각자 하나씩 김밥을 받은 비유와 서아가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음아 이어 마이서! (엄마 이거 맛있어!)”
“할머니가 하신 거래. 맛있지?”
“우구 아어이? (누구 할머니?)”
“흰색 할머니!”
(이수경은 흰색 옷을 페르세포네는 검은 옷을 즐겨입을 것 같아서...ㅎㅎ)
서아가 이수경에게 달려가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할무니! 이거 맛있어요!”
이수경이 그녀의 손녀에게 조용히 웃어주었다.
“많이 먹으렴. 많이 먹어서 엄마보다 커져야지.”
“아! 아줌마!”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이수경을 아줌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한수영이었다. 페르세포네가 옆에서 흐뭇하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아의 손에 토끼풀로 만든 팔찌를 채워주었다.
“우왕! 이거 이뻐! 이거 뭐야 할머니?”
“서아만큼 이쁜 꽃이네?”
서아가 활짝 웃더니 어느새 비유에게 달려가 자랑을 했다. 어느새 비유가 페르세포네 앞으로 달려와 그녀에게 팔찌를 받고 있었다. 비유와 서아가 독자와 수영에게 달려와 꽃을 자랑했다.
“엄마! 아빠! 이거 이쁘지!”
“내게 더 이쁘거든!”
김독자와 한수영이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김독자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너무 예쁘네.”
그때였다.
“아가들! 이리 와서 삼촌들이랑 연 날리자!”
어느새 하늘 위로 4개의 연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아와 비유가 눈을 빛내더니 손오공들에게 달려갔다.
“나! 나 줘!”
“나 연 주세요!”
제천대성이 김독자에게 찡긋 윙크를 하였다.
[성좌, ‘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아이들은 자신들이 돌볼테니 오랜만에 둘이 데이트하라고 말합니다.]
김독자가 감동 먹은 표정으로 제천대성을 쳐다보더니 한수영의 손을 잡고 캠핑장 옆에 있는 산책로로 향했다. 오랜만의 데이트라 그런지 둘 모두 무척이나 행복했다.
“와! 오늘 날씨 진짜 좋다!”
“그러게,”
한수영이 고개를 돌려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김독자는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하늘도 안 보고 날씨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아시나요?”
“너가 좋다면 좋은 거 아닐까?”
한수영이 얼굴을 붉혔다.
“넌 나한테 몇 번이나 속고서 또 나를 믿어?”
“우리 작가님 말인데 그럼 안 믿어?”
김독자가 한수영을 들어올리더니 목마를 태웠다.
“응? 야? 야! 김독자! 내려놔! 쪽팔려! 나 어른이라고!”
김독자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걸었다. 바둥바둥거리던 한수영이 이내 포기했는지 손을 벌려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와! 김독자 너 키 크구나?”
“흐음? 너가 작은 거 아닐까?”
“...내려.”
“에이... 농담이지!”
티격태격대면서도 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갈 줄을 몰랐다. 김독자가 한수영의 머리에 꽃을 꽂아주었고 부끄러워진 한수영은 괜히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자리에 주저앉아 토끼풀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도 찾았다. 오랜만에 둘이서 셀카도 찍었다. 캠핑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둘은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4명의 손오공이 아이들과 노는 것이 힘들었는지 헬쑥해 있었다. 한수영은 그들의 몰골을 보고 깔깔대며 웃었고 김독자는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어느새 캠프파이어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멍하니 타오르는 불꽃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독자가 아이스박스에서 고기를 꺼내서 굽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에 캠프 파이어 앞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어느새 그릴로 다가와 있었다.
“얘들아. 아빠가 금방 해서 줄거니까 식탁 가서 기다리고 있자.”
“네!”
김독자가 어느새 다 구운 고기를 식탁에 올리고 다시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김독자가 자신들의 가족들을 고기를 구우며 바라보았다. 한수영이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가족들이 모두 웃고 있었다. 김독자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나는... 나는 정말 축복 받은 사람이다...’
그와 눈이 마주친 한수영이 말했다.
“빨리 굽고 일로 와서 같이 먹자!”
김독자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내에게 웃어보였다. 고기는 어느새 다 구워져있었다. 김독자가 고기를 플레이팅하고 식탁으로 가서 고기를 내려놓은 뒤 한수영 옆에 앉았다.
“꼭~ 거기 앉지 아주. 둘이 좋아 죽겠지?”
“뭐 어때? 둘이 좋다면 좋은거지.”
비유가 쌈을 싸더니 김독자에게 내밀었다.
“아빠. 아~”
김독자가 입을 크게 벌려 그녀가 싸준 쌈을 한 입에 먹었다. 옆을 돌아보니 서아가 수영이에게 쌈을 싸주고 있었다. 캠프파이어의 온기가 그들을 감쌌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이었다.
[설화, ‘가장 행복한 가족’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밤이 깊었다.
“자 얘들아. 이제 들어가서 자자.”
“엉...”
아이들이 하품하며 텐트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이수경과 페르세포네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였다. 4명의 손오공들은 잔디 밭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자고 있었다. 김독자가 하품을 하는 한수영을 데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김독자와 한수영이 아이들의 옆에 누웠다.
“오늘 오랜만에 좋았다.”
“나도...”
김독자의 손이 한수영의 볼을 어루만졌다. 한수영이 그의 손에 볼을 문지르더니 그의 입을 잠시 그녀의 입술에 붙였다 떼었다.
“사랑해...”
다음날, 김독자가 일어나서 짐을 싸고 있었다. 뒤이어 한수영과 아이들이 일어났다.
“아빠, 왜 벌써 가?”
“내일 서아 개학이잖아. 가야지.”
“나는 개학 아니잖아.”
퍽!
“엄마가 동생 생각하랬지!”
김독자가 그들을 보며 작게 웃더니 차에 시동을 걸었다.
“막내 가냐?”
“네. 내일이 서아 개학이라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제천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독자가 모두가 차에 탄 것을 확인하고 캠핑장을 슬며시 떠났다.
“아빠, 우리 언제 또 와?”
“서아, 학교 안 갈 때 다시 오자.”
“이번 주말?”
그 말에 한수영과 김독자가 웃었다.
“그래. 그래. 이번 주말에 또 오자.”
집으로 돌아가는 차는 웃음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