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고민이 있다

바로 나의 장래

우리 동아리 일행들은 아직 어린 유승이와 길영이를 제외하면 전부 장래가 정해져있다

유중혁은 프로게이머 한수영은 작가 유상아는 대기업 회사원 정희원은 바텐더 

이현성은 군인 이지혜는 검도 이설화는 의사 장하영은 인기 스트리머

모두 각자의 꿈이 있지만 나는 아직 꿈이 없다 내일 키리오스 쌤과의 상담이 있는데 아마 진로와 대학에 대해 물어보겠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야 왜 니네밖에 없어?"


동아리실을 들어가보니 유중혁과 한수영밖에 없었다


"꼬맹이들은 현장체험학습 갔고"

"아 맞다 오늘 간다고 했지"

"정희원이랑 이현성은 데이트 간다는 거 같던데? 장하영은 뭐 평소처럼 합방약속 잡혀서 빠졌겠지 야 유중혁 이설화랑 이지혜는 어디갔는지 모르냐?"

"설화는 오늘 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 이지혜는 모르겠다"

"뭐 보나마나 또 숙제안해서 쌤한테 잡혀있겠지"

"그런가..?"

"..이렇게 셋이 있는것도 오랜만이네 고등학교입학한지 얼마 안될때만 해도 항상 셋이서 다녔었는데"


새삼 그동안 친구들을 많이 사겼다는게 느껴진다


"뭘 그렇게 아련하게 말해"

"아니 그냥 인생 잘살았다 싶어서..ㅋㅋ"

"뭐라는 거야"

"야 이왕이렇게 3명만 남은거 나 고민 좀 들어줄래?"

"뭔데?"

"내 장래"

"장래?"

"어 우리 동아리에서 나만 빼고 다 장래가 정해져있는데 나만 아직 장래가 없는게 좀 한심하기도 하고..아직 내 장점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싶어서 그냥.."


그때 듣고만 있던 유중혁이 입을 열었다


"네놈이 잘하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그걸 모르면 정말 한심하군"

"뭐?"

"이 동아리만 봐도 그렇다 너에겐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잘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다"


유중혁한테 저런 소릴 듣다니 좀 의왼데 나보단 유중혁이 리더 쪽엔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지 리더라기 보단... 주인공?


"그리고 너는 말을 잘하지 그러니 사기꾼이나 사이버 교주같은 것도 잘 어울리겠군"

"이 자식이 웬일로 좋은 말좀 해주나 싶더니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냐?"

"난 예를 들었을 뿐이다 한번 잘 생각해 봐라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니 나 먼저 가보도록 하지"

"어..그래 잘가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거랑 말을 잘하는거라.. 이게 내가 잘하는건지도 긴가민가 하지만 이 두개만 생각하면 진짜로 사이버 교주정도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젠장 ...그래도 정상적입 직업을 갖고 싶은데


내가 고민을 하고 있자 한수영이 내 쪽을 흘긋보면서 말했다


"야 김독자"

"어?"

"난 네가 잘하는거 읽는거라고 생각해 내 글을 읽을때만 봐도 정말 다양한 표정이 들어나니까"

"어..그래?"


나는 한수영이 날 그렇게 자세히 보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음..그건 네 글이 재미있어서 그런거 같은데 그리고 그런 특기로는 딱히 직업이 생각나지 않는데 ?"

"딱히 직업을 정하라고 말해준거 아니야"

"그럼?"


나의 물음에 한수영이 조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냥 평생 내 독자가 되어줘"

"어?"

"내가 저번에 네가 나한테 사준것들 5배로 갚는다고 했잖아 ...내가 너 책임질테니까 그냥 내 글만 읽으라고"

"...어?"


조금 붉어저 있던 한수영의 얼굴은 이제 내가 싫어하는 토마토처럼 새빨개져있었다


"...그거 고백한거지?"

"....그걸 꼭 말해줘야 아냐 바보야"


한수영이? 나를? 좋아한다고?

내 머리속에서 순식간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 되었다

기쁨 당혹감 부끄러움 놀람 ...복잡함

내가 대답이 없자 한수영은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랑 사귀자 김독자"

"......"


나는 잠시 생각을 가지다 말했다


"...정말 미안한데 내일까지만 기다려 줄수 있을까?"

"...알았어 내일까지만 기다려줄게"


한수영은 그렇게 빨개진 얼굴과 조금 붉어진 눈으로 나갔다


"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

한수영은 정말 좋은친구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나를 구원해준 구원자이자 나의 하나뿐인 작가

그런 나로선 당연히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긴 하였다

하지만 이게 한수영과 같은 마음이지는 모르겠다 나를 구원해준 구원자에게 보내는 고마움인지 독자로서 작가에게 보내는 동경인지

..아니면 한수영과 같은 마음인지

복잡한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야 할 내집에서 왠지모를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도둑인가?


"독자 왔니?"

"엄마?"


정체는 내 엄마였다


"엄마가 왜 여깄어요? 유승이랑 길영이는요?"

"그 아이들은 오늘 현장체험학습 갔다가 친구들이랑 놀고 늦게 돌아온댔어 오랜만에 아들이랑 저녁먹고 싶어서 왔는데 싫으니?"

"아뇨 싫긴요"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으로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듯한 말투까지 확실히 우리엄마다

아까 유중혁이 나보고 말을 잘한다한게 저런 걸 말하는 건가? ...확실히 저런점은 엄마랑 닮았는지도 모른다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오렴 밥 다 차려놨단다"

"네"


식탁에 앉자 꽤 많은 반찬들이 놓여있었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니?"

"네 맛있어요"


평소엔 유중혁이 만들어준 반찬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꽤 풍족한 저녁식사를 보내던 나였지만 엄마의 음식은 그것들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맛있었다 사람들이 괜히 집밥을 찾는게 아니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어떻게 아셨어요?"

"후후 우리 아들 표정하나 내가 못 읽어내겠니?"


역시 우리 엄마다 내가 본 누구보다도 전략적이고 날카롭다


"...오늘 수영이한테 고백받았어요"


이건 예상못하였는지 엄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표정을 보니 아직 대답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거절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잖아요"

"네가 남에게 상처주는 짓같은건 하지 않는걸 알고있단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거야 말로 기만이자 상처주는 행동이란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언제 대답해주기로 했니?"

"내일 까지요"


"...제가 수영이랑 사겨도 될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저한테 수영이는...과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수영이는 정말 고마운 친구예요 저의 구원자이자 하나뿐인 작가로서 저도 좋아해요 하지만 이게 고마움인지 동경인지 아니면 수영이랑 같은 감정인지는 모르겠어요"

"그게 걸려서 대답을 망설이고 있는 거구나"

"네.."


엄마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말하였다


"고마움이든 동경이든 어떠니?"
"네?"

"고마움이든 동경이든 수영이를 좋아한다는 것 같잖아"

"하지만..그런 마음으로 사귀면 기만일것 같아서.."

"독자야 너는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구나"

"..."

"너는 네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좋은 아이란다 자신감을 가지렴"

"..."

"그것도 아니면 수영이한테 고백받았을때 싫은 감정이라도 들었었니?"

"네?"

"수영이한테 고백받았을때 어땠니?"

"어떻다뇨..당연히..."

"그럼 엄마 생각은 독자랑 수영이랑 같은 마음인 것 같은데?"


확실히 생각해보니 그렇다

한수영에게 고백받았을 때 복잡한 생각들이 들었지만 그건 절대로 한수영이 싫거나 거북해서 그런 건 아니였다

그저..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의 자기혐오에 생긴 감정들 뿐


"고마워요 엄마 저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그래 잘다녀오렴"


나는 급히 핸드폰을 켜 한수영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잠깐 볼 수 있을까?



*



한수영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수영이 나타났다

급하게 나왔는지 조금 헝클어진 머리와 후드티 그리고 츄리닝바지에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왜 불렀어?"

"아까 전의 답을 하고 싶어서"


한수영은 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조금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


나는 그런 그녀를 껴안았다


"..! 야! 뭐해"

"좋아해 수영아"

"...어?"

"빨리 답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도 널 좋아해 수영아"


한수영의 얼굴을 돌아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수영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평생 나만의 작가님이 되어줄래?"


그 말에 한수영은 내 가슴에 어깨에 얼굴을 쳐박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바보야"


그렇게 우리는 찬바람 속에서 한참동안이나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서있었다


"김독자"

"응"

"어디 좀 앉아있자 나 뛰어와서 다리아파"

"알겠어"


우리는 근처의 밴치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아 참 수영아 그런데 네 부탁은 들어줄 수 없을 거 같아"


내 말에 한수영이 당황한채로 물었다


"어? 무슨 부탁?"

"평생 너만의 독자로 지내는거"

"..그걸 왜 못 들어주는데?"

"평생 너만의 독자로는 있을거야 하지만 그것만 하고있지는 않을거야"

"어..? 그렇다는건.."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 장래 정했어"


다음날 학교가 끝나고 나는 키리오스 쌤과 상담을 하였다


"그래 제자야 장래는 조금 정해봤느냐?"

"네 선생님"

"다행이구나 또 저번처럼 아직 못정했는데요라는 얼빠진 소리를 했으면 혼좀 내줄라 했는데"

"하하하.."

"그래서 네가 정한 장래는 무엇이느냐?"


나는 조금 뜸을 들이다 말했다


"회사를 차리고 싶어요"


내 말에 놀랐는지 키리오스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음..그래 좀 힘든 길일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너랑 어울리는 거 같구나"

"감사합니다"

"회사 이름은 정하였느냐?"

"네"

"오 한번 들어보고 싶구나 뭐로 정했느냐?"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제 회사 이름은 '김독자 컴퍼니'로 할래요"


'...그렇게 별론가..'

나는 내 말에 키리오스 쌤이 보인 반응을 생각하며 동아리 실로 향했다

'아니 유한킴 동아리나 김독자 컴퍼니나 별반 차이 없지 않나? 왜 그렇게 싫어하시지?'

어느새 동아리실에 도착해 문을 여니 순식간에 아이들과 이지혜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저씨!! 진짜 수영언니랑 사겨??"

"아저씨 진짜예요??"

"아니죠 형??"


순간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동아리실 안쪽을 바라보았더니 한수영이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여자친구가 벌써 다 말했는 모양이다


"사귀는 거 맞아"

"헐!! 진짜요? 누가 먼저 고백했어요??"

"아저씨한테 주기엔 수영언니가 좀 아까운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지혜누나 우리 형이 훨씬 아깝거든!!"


어느새 투닥거리는 지혜와 아이들을 제치고 동아리실을 들어가보니 각자 다 다른 반응을 하고 있었다


"축하해 독자야 수영아"

유상아는 축하를 해주고 있었고


"나..나도 추..축하해!"

이현성도 축하는 해주고 있었으나 많이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하이고~내 이럴 줄 알았다 이럴거면서 그렇게 부정은 왜 해던거야?"

정희원은 어느때처럼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한수영을 놀렸고


"시..시끄러!"

한수영은 평소랑 다르게 반응해왔다


"끼리끼리 잘 만났군"

유중혁은 평소랑 똑같이 사가지가 없었고


"중혁아 그런말 안쓰기로 하지 않.았.나?"

이설화는 평소처럼 유중혁을 따끔하게 혼냈다


"야 너네 우결찍어볼 생각없냐??"

장하영은 어느때처럼 방송권유를 해댔다


"하하하하하"


오늘은 특히 기분좋은 하루다



이제 슬슬 엔딩각이 보여져 간다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