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 □□역입니다.]
"그, 그럼 내리죠!"
유상아가 뻣뻣한 자세로 기계적인 동작을 취하며 열차 밖으로 나갔다. 뭔가 상황이 복잡해져서 그런지, 어색한 상황이 됐었는데 지하철을 나서자 분위기가 약간은 바뀐 느낌이 들었다.
"상아 씨."
"아, 네 독자 씨!"
나는 손목에 달린 싸구려 시계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직 3시밖에 안 됐는데 뭐라도 먹는게 어떨까요?"
"음... 저녁이나 점심을 먹기엔 좀 애매하고... 카페라도 갈까요?"
유상이가 앞에 있던 카페를 응시하다가 내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아, 혹시 점심 못 드셨으면..."
"아, 아닙니다. 카페로 가죠."
그 말을 들은 유상아가 머쓱한지 내게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줄이 엄청 기네요."
"...유상아 씨는 먼저 올라가 계세요. 제가 받아서 자리로 가져가겠습니다."
"아...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사람이 많아서 자리도 없을 것 같은데 얼른 잡아두세요."
"네, 그럼..!"
...근데 유상아가 시키려던 음료가 뭐더라?
*
"아, 여기 자리가..."
경치가 보이는 곳도 아니고 커피를 가져오기 가까운 자리도 아니었지만 유일하게 남은 자리가 하나 있었다. 유상아는 총총 뛰어가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저...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저요?"
꽤나 큰 키에, 지극히 일반적인 외모에 안경을 쓴 남자가 그녀의 번호를 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 있어 이런 일은 꽤나 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유상아는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그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에 조소가 깃들었다.
"에이, 거절하시는 방법이 너무 고전적이신데요? 그러지 말고 번호 좀 주세요. 그냥 친하게 지낼수도 있는 거잖아요."
"...진짜 남자친구 있어요. 지금 밑에서 커피 받고 있고요."
"아니 그러니까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요. 그러면 남자친구한테도 별로 상관 없는..."
"아 쬥알쬥알 존■ 시끄럽네 진짜."
옆에서 후드티를 단발머리 위에 덮어쓰고 조용히 노트북을 두들기던, 작은 키의 여자가 갑자기 유상아와 그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 싫다면 좀 가지 그래? 그렇게 번호 따봤자 이 여자는 그쪽 가자마자 번호 차단할걸?"
그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져갔다.
"넌 갑자가 뭔데 끼어드는...!"
"...유상아 씨?"
마침 커피를 받아서 위로 가져오던 내 눈에 당황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잠시간의 적막이 이어졌고, 그 적막을 깬건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후드티를 입은 여자였다.
"마침 남친이라는 작자도 오셨구만? 그만 꺼지지 그래."
그 여자가 유상아 앞에 있던 남자에게 싸늘히 냉소를 날렸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꺼내서 무언갈 두들기기 시작했다.
"...저, 여기 제가 앉아야해서.."
"아, 네."
기분이 상한 것인지 그 남자는 조용히 우리를 째려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저, 저, 독자 씨...!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저는 그냥 독자 씨랑 같이 오고 그래서... 절대 사귄다고 거짓말 한건 아니고... 아니 한건 맞는데..."
유상아가 횡설수설했다. 나랑 사귄다는 말이 그렇게나 수치스러운건지 왠지 모를 서운함과, 그와 동시에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전 괜찮은데요."
"네?"
유상아가 당황한듯이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말을 아어갔다.
"아 독자 씨가 기분 나쁘시지 않다면 다행.."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뇨, 전 유상아 씨랑 엮이는 게 크게 상관이 없다는겁니다."
"네?"
또 다시 유상아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번에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그 말을 끝으로 유상아는 쇼크라도 온듯이 멈춰있었다. 그리고 이내 유상아가 아니라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씨■, 좀 염장질은 모텔에서나 하지."
옆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던, 우리를 도와줬던 여자가 우리를 째려봤다.
"그럼 둘이 카페에서 즐겁게 물고 빨고 하세요~ 나는 모텔가서 글이나 갈겨야지."
...뭐하는 여자인지 모르겠다.
+수영이를 등장시켜야 하는데 수영이가 얌전히 말 듣고 앉아있을 인물이 아니라서 여기서 만나게 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