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김독자."
"내가 일부러 그랬냐?"
한수영이 내 바로 앞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산타가 자가격리하느라 크리스마스때 안 온다고 했다면서! 이게 고의가 아니야?"
"아니야! 1월에 올 거라고 말하... 악!"
"잘 하는 짓이다!"
한수영이 옆에 있던 인형 두개를 들더니 내게 던졌다.
"엄마... 진짜 안 와? 산타할아버지?"
"아니야! 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때 맞춰서 오려고 이미 2주 전에 썰매타고 입국했어!"
서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짜?"
"그럼! 아빠가 바보라서 그건 몰랐나보다!"
"...보통 7살이면 산타 할아버지는 안 믿지 않나?"
순간 머릿속에 평행세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7살 애늙은이가 떠올랐다.
"...득츠르그..."
하지만 한수영의 살벌한 눈빛에 채아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이름의 아이는 곧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 * *
"우와... 아빠! 나 이거 인형 사줘!"
"돈 없어."
"그럼 카드로 사자!"
서아가 눈을 똘망거렸다.
그리고 한수영이 서아를 보며 픽 웃었다.
"엄마가 돈 많아서 괜찮아."
"아빠도 카드 있는데?"
"엄마는 더 좋은 카드 있어."
"진짜?"
"그럼! 다 사!"
.
.
.
대체 이 경제관념 없는 모녀를 어떻게 해야할까...
"오 600만원이다. 여기 이걸로 해주세요."
"우와! 엄마 최고!"
"........"
주변에서 우리를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한수영은 그걸 또 즐기는지 머리를 찰랑거리며 넘기고서는 카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넣고 내게 겨눴다.
"...얼른 가자."
"나는 이미 팬미팅때 이런 시선들을 많이 접해봤지. 너는 아닌가봐?"
오기가 생겼다.
"...누가 더 버티는지 볼까?"
"그래, 그럼..."
한수영이 마트 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화장품 진열대를 싹쓸이해서 왔다.
"8, 800만원입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사람들이 다 왜 엄마를 바라봐?"
"정신 나간 사람들을 보는건 꽤 재밌는 일이거든."
한수영이 우리 쪽으로 뛰어오며 내 말을 막았다.
"그건 부러움과 존경의 눈빛이지!"
"내가 그날 한강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서아가 안 태어났어야 한다는 말이랑 같은거 아니야?"
한수영이 낄낄댔고, 나는 그런 한수영에게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후, 서아를 안고 도망쳤다.
"어, 어! 야, 이거 들고 가야지!"
"네가 혼자서 존경과 부러움을 실컷 받으면서 끌고 와!"
"야, 이 개...!"
미안하지만, 나는 장난감이 든 카트 4개와 화장품이 든 카트 1개를 끌고 갈 생각이 없다.
* * *
차에 시동을 걸고 한수영을 기다리고 있자, 한수영이 온 몸에 모피를 두르고 금테가 되어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다.
"..."
"이왕 flex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얼마 들었어?"
"600만원!"
"오늘 총 지출은?"
"2천만원!"
한수영이 해맑게 웃었다.
"...타시죠, 사모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