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중혁의 경우(1)


"중혁씨! 오늘 기대해도 되는거죠~?"


이설화가 출근하며 말했다.

머릿속에 요리와 게임 생각밖에 없던 유중혁은 그 말에 놀랐지만 재빠르게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전용스킬, '포커페이스' Lv.9가 발동합니다]


"물론이지. 다 준비해 놓겠다."


"후훗~ 돌아와서 봐요~"


띠리릭 탁


문이 닫힌 후 재빠르게 김독자에게 전화를 거는 유중혁이었다.



2. 김독자의 경우(1)


띠리리링~


대학에 출근하는 수영이를 배웅하고 어떤 이벤트를 해 줘야 할까 고민하던 참에 유중혁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김독자는 유중혁이 왜 갑자기 전화를 건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가능성이 하나 떠올렸다.


"그...김독자.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거지..?"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이 게임폐인 회귀자가, 또 이설화에게 뭔가 듣고는 쥐뿔도 모르면서 준비해놓겠다고 당당하게 대답한거겠지. 이젠 안봐도 비디오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다 이 자식아."


잠깐의 정적.


"아"


유중혁은 탄식을 흘리더니 전화를 끊었다.

여전히 싸가지가 없어. 감사인사정돈 해야될 거 아냐. 김독자는 생각했다.


하..수영이에게 뭔가 특별한 걸 줄 순 없을까. 김독자는 생각했다.



3. 이길영의 경우 (1)


이길영은 등굣길에 신유승과 나란히 걷다가 빼빼로데이 이벤트를 하는 편의점을 봤다.


"왜. 좋아하는 애라도 생겼냐?"


편의점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이길영을 향해 신유승이 한마디 던졌다.


"신경 끄시지."


이길영은 쏘아붙였다.

뭐, 정작 자신은 최근 신유승이 엄청 신경쓰이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아직 이 감정이 뭔지 깨닫지는 못한 이길영은, 멍하니 걷고 있었다.


"하. 나도 됐네요. 너 불쌍해서 이 누님이 하나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말이지."


왜인지도 모르면서 엄청나게 후회하는 길영이였다.



4. 김독자의 경우 (2)


그냥 시판 빼빼로로는 안된다. 김독자는 생각했다.


'우리한테 뜻 깊은 게 뭐가 있을까...'


'레몬사탕맛 빼빼로? 아니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김독자는 고개를 저었다.


'없다면 만들면 되는게 아닐까?'


발상의 전환을 한 그는 하나를 깨달았다.


그는 빼빼로를 만들 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김독자는 외투를 걸치고 나와 유중혁과 이설화네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5. 이길영의 경우 (2)


학교가 끝난 후 이길영은 혼자 큰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맨날 같이 가던 신유승은 할 일이 있다며 먼저 가버렸다.

다시 한 번 그 편의점과 마주친 이길영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 신유승한테 우정 빼빼로정도는 하나 줄 수 있는게 아닐까.

이왕 줄거면 신유승이 좋아하는 걸로 주는 게 낫겠지?


이길영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6. 김독자의 경우 (3)


띠리리링~


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길영이였다.


"여보세요"


휴대폰을 집어든 김독자는 말했다.


" 독자형 혹시 신유승이 어떤 빼빼로 좋아하는지 알아요?"


이길영이 물었다.

김독자는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네가 준거라면 다 좋아할 거 같은데?"


이길영이 화났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장난치지 말고요! 뭐 사주는 게 좋을까요?"


픽 웃은 김독자는 이길영에게 말했다.


"아니면 유중혁네 집으로 올래? 여기서 빼빼로 만드는 중인데"


전화기 너머에서 말이 잠시 끊겼다.

고민중인가? 라고 생각하던 김독자에게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거기로 갈게요 형"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역시 귀여운 연애다. 하고 김독자는 생각했다.


7. 세 남자의 경우


"자 그럼 시작하지."


회귀자가 담담히 고했다.


김독자와 이길영은 비장한 표정으로 유중혁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어떤 빼빼로를 만들지 결정하는 것이다. 무슨 맛이냐. 어떤 모양이냐가 모든 걸 결정하지."


"난 레몬맛으로 만드려는데..되겠지?"


김독자가 물었다.


"음.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군. 어렵긴 해도 잘 만든다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유중혁이 대답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이길영을 바라봤다.

이길영이 입을 열었다.


"저는.. 강아지 모양? 으로 만드려고 하는데 그러면 이미 빼빼로가 아니게 되는건가.."


유중혁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분명 괜찮을 것이다. 길다란 모양이 빼빼로의 특징이지만 수제니까 분명 상관 없겠지. 마음과 맛이 중요한 부분이다."


김독자와 이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먼저.."


8. 작가의 경우


한수영은 빼빼로를 사들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의 남편은 이런 기념일 하나는 잘 챙겼기에 솔직히 조금 기대하는 중이었다.


"다녀왔어~"


한수영이 들어가며 말했다.

김독자가 나와 한수영을 반겨준다.


"오오~ 그거 뭐야?"


한수영이 잘 포장된 꾸러미를 보고 감탄한다.

김독자는 씩 웃으며 꾸러미를 열어보인다.


"우리 첫 키스 생각하면서 직접 만든 레몬맛 에디션이야"


한수영이 피식 웃는다.


"그때는 꿈쩍도 안하더니?"


그러고는 하나를 집어든다.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한수영을 보자 김독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어때?" 


김독자가 묻는다.

한수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맛은 있는데.. 1%부족해"


김독자는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 했.."


그의 말이 끊긴다.

입속으로 빼빼로가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간다.

한수영은 김독자의 입에서 나온 빼빼로를 한입 물더니 웃으며 먹는다.


"그래! 우리 첫키스 맛은 이맛이지."


씩 웃는 한수영을 보며 김독자는 한수영이 먹는 빼뺘로의 끝쪽을 베어문다.


분명 오늘, 그들의 밤은 길 것이다.




9. 의선의 경우


"으으.."


힘든 병원일이 끝난 이설화는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간다.


중혁씨, 분명 까먹은 표정이었지.


그녀는 떠올렸다.


회귀자의 포커페이스도, 아내의 직감은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서투른 점이 오히려 좋다. 라고, 이설화는 생각했다.



삐비비빅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얼굴이 붉어진 유중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사람, 역시 귀엽다. 이설화는 생각한다.


그런 그녀의 앞에 커다란 꾸러미가 내밀어진다.


"그..무슨 맛을 좋아할지 몰라서.. 한번 이것저것 준비해 봤다."


하나를 열어 꺼내자, 완벽한 모양의 먹음직 스러운 빼빼로가 드러난다.


역시 요리 잘하네.


그녀는 웃으며 빼빼로를 입에 넣었다.


"우리 들어가서 같이 먹어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10. 화신의 경우


신유승은 큰집에 돌아와 거실로 걸어간다.


김독자와 한수영, 유중혁과 이설화, 그리고 이현성과 정희원이 나간 뒤로 큰 집은 다 같이 모여 노는 주말 빼고는 조용했다.


조용한 정적 속에서 이길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신유승!"


신유승이 뒤를 돌아본다.


"이 이거.. 먹을래?"


얼굴이 붉어진채로 멋쩍게 웃으며 봉지를 내미는 이길영.

신유승은 그 모습이 귀여워 작게 웃고 대답한다.


"뭐야? 나 좋아해?"


이길영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한다.


"아아...아니거든! 그냥 우정 빼빼로거든!"


신유승은 봉지를 열어서 삐뚤빼뚤하지만 귀엽게 생긴 강아지 빼빼로를 바라본다.


'우정 빼빼로를 직접 만들어서 주는 사람이 어딨어'


속으로 웃은 신유승은 이길영에게 자신이 만든 빼빼로를 내밀며 말한다.


"이건.. 우정 빼빼로 아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멍하니 서있던 이길영은 신유승을 뒤쫓는다.


"잠깐만! 그건.. 무슨 뜻.."



11. 강철 순정의 경우


정희원이 이현성의 손에 들린 꾸러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왠일로 준비한거래?


그녀가 생각하며 그를 올려다 보자 그는 웃으며 말한다.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라고 해서 가래떡을 사왔습니다. 그.. 같이 드시죠"


푸하하


정희원이 웃는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이현성을 보며 그녀는 생각한다.


아직 눈치 만들어 주려면 한참 남았네... 하고.



12. 전붕이들과 혜의 경우


왜 나만 빼빼로 줄 연인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