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독리.
그냥 내가 독리파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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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돌아오고 벌써 1년이 지났다.
물론 지금까지 방안에만 갇혀 있느라 이게 지하철인지 집 안인지 아직 실감이 안나지만 어쨋든 내가 돌아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1년 동안 집 안에 갇혀살다가 드디어 희원씨와 상아씨가 내 외출을 허락해 주셨지만 우리엘을 찾아가는 것만 가능했다.
우리엘한테 옷을 전해주라고 하시는데, 이건 그냥 노예 아닌가?
그렇다고 거부할 방도는 없으니 원하시는대로 해드려야지.
'띵동'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희원아!!!! 어서와!!!!!"
엄청나게 큰 목소리와 함께 달려나오는 무언가가 내 가슴에 부딪혔다.
"희원...이가 아니네?! 뭐야! 독자야??!! 김독자? 진짜??!!"
"예... 일단 김독자가 제 이름이긴 합니다만..."
내가 말을 하자마자 우리엘은 내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다.
"보고 싶었어! 김독자!"
사실 어제도 찾아와 봤으면서 뭘 그렇게 보고 싶으셨는지...
마음속으로 그런 우리엘을 귀엽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예.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엘"
우리엘은 그런 나를 조용히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솔직히 이성이 날아갈 뻔 했다. 내 심장 소리가 너무 크지 않기만을 바랄 수 밖에.
"우리엘? 왜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뭔가 그때가 생각나서"
그때? 어떤 일을 떠올린 것일까?
그렇게 생각이 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으니 우리엘이 말했다.
"그때! 우리 처음 만났던 날!"
아.
별자리의 연회 때를 말하는 거구나. 처음 만나자마자 마치 사랑스러운 인형이라도 만난 듯 안겨 얼굴을 비벼댔었지.
"그때도 이런식으로 반겨주셨었죠."
"........싫어?"
그때처럼 급격히 시무룩해지는 목소리를 듣자니 심장이 조여온다.
그때부터 생각했지만, 이 우리엘은 너무 귀엽다.
"아뇨, 전처럼 반갑습니다."
"나도 반가워! 김독자!"
뭔가 이대로 있으면 영원히 안겨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까 보니까 희원씨가 오는걸 알고 계신것 같던데, 미리 말을 들으신 겁니까?"
"아! 맞아. 희원이가 평소에 입을 만한 옷을 보내준다고 했거든. 근데 독자가 올줄은 몰랐어"
그렇게 말하며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나를 만난 게 어지간히 기뻤던 모양이다.
...이거 전에도 했던 생각 같은데.
"어쨋든, 그 옷은 제가 가져왔습니다. 받으시죠."
빨리 전해드리고 돌아가야지. 안그러면 다음엔 진짜로 손발이 묶여서 갇힐지도 모른다.
"어? 벌써 가려고? 조금만 더 있다가... 아니, 아니, 아니, 얼른 가봐야지! 다음에 봐!"
뭐지? 너무 부자연스러운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라고 생각하던 중, 우리엘 너머의 무언가가 보인다.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긴 속눈썹과 눈동자, 하얀, 아니 어떻게 보면 창백한 피부와 살이 부족한 얼굴. 그리고 한 눈에 들어오는 흰 코트까지. 아무리 봐도 저건 나다. 나를 본따 만든 피규어다. 그것도 나와 같은 크기와 비율을 가진 인형이다.
"우리엘? 저 안에 있는 저건 대체..."
쾅!
문이 부서질 듯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아니 정정한다. 문이 부서졌다. 그 덕분에, 다시 그 인형이 보인다.
"우리엘. 저 안에 저건 대체 뭡니까?"
"도,도,도,도,도,독자야? 저건 신경쓰지 말고! 별거 아니니까! 어... 그래! 그냥 헛것이야! 별거 아니야!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 나 이 주변에 맛있는 스테이크 집 아는데 같이 가자! 내가 쏠게! 그니까 빨리..."
"싫습니다. 저게 뭔지는 좀 알아야겠어요."
우리엘의 제지를 뿌리치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제 4의 벽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곳에는 내가 어룡에서 탈출할 때, 절대 왕좌를 파괴했을 때, 마계를 해방시켰을 때, 심지어 오징어 김독자의 마지막 다리마저 있었다.
즉, 내 피규어들이 집 안 가득 차 있었다.
"우리엘...? 이게 무슨..."
우리엘은 마치 사춘기 시절 방안으로 부모님이 들어온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선 허둥대고 있었다.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너무나도 귀여워해야 할 모습이지만, 이 안의 무언가들을 본 나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우리엘, 대체 이런건 어디서... 아니 이런건 왜... 아니, 그거보다 이게 다 뭡니까? 이런건 대체 뭐 어떻게... 아니 어떻게고 자시고 이런걸 왜 가지고 있는 겁니까?"
우리엘은 얼굴이 빨개져선 그저 바닥만을 쳐다보고 있다.
"우리엘? 뭔가 설명을 좀..."
"..서...."
"예?"
"좋아서...."
"뭐가 좋은 겁니까? 저런게. 아니 다른건 그렇다 쳐도 오징어 다리는 왜 가지고 계신겁니까? 오징어 다리를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
"■발! 니가 좋아서 그랬다고! 오징어 다리 말고 니가 좋다고! 이 눈치없는 고자 오징어 새■야!!!!"
...예?
"내가 ■발 희원이 부탁만 듣고 회귀했다고 생각해? 그것도 엄청 크긴 한데! 아마 희원이가 부탁 안했어도 같이 회귀했을거야! 너 구하려고! 내가 너
존■ 좋아한다고!!!!"
[설화, '대천사의 사랑을 받는 자'가 성좌, '가장 오래된 꿈'에게 고자 새■라고 욕을 내뱉습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중혁이한테 맞아도 이렇게 어지럽진 않았는데.
우리엘이 날 좋아한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이 설화를 받았을 때, 나는 그저 우리엘의 최애캐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유중혁을 등장인물로서 사랑했듯, 나도 단지 그런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엘, 그건 그냥... 최애캐로서 절 좋아하는게"
"씨■! 지■마! 이미 시나리오고 지■이고 다 사라진 마당에 무슨 최애캐야! 그래, 처음엔 그랬지. 당당하게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는 모습이 좋아서, 악인만을 죽이고 선인은 살리는 모습이 좋아서, 중혁이랑 나누는 사랑이 좋아서 봤어! 그래서 좋았어!"
어... 뭔가 이상한게 하나 섞여있는데...
"우리엘, 그.. 중간에 한 가지..."
"근데! 지금은 아니야! 시나리오도 사라지고 너도 사라지고! 내가 얼마나 슬펐는데. 내가 얼마나 널 보고 싶었는데. 나한테 넌 구원이었어. 악마 새■들 모가지 따고만 다니던 그 ■같은 나날에서 날 구해준 구원이었다고. 너가 사라지기 전까진 몰랐지만, 이젠 알아. 넌 내 구원이었어. 아니 지금도 내 구원이야. 그래서 독자야, 난 널 좋아해."
머리가 아득해진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우리엘이? 나를? 나 따위를? 왜? 내가 뭐가 좋아서? 몰칸가? 희원씨와 짠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진심 같은데? 아니 내 착각인가? 하지만 날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뭐지?
"그... 언제부터..."
"마지막 시나리오에서부터 알았어. 내가 죽어도 넌, 너희들만은 살리고 싶었으니까. 그러면서도 너가, 너희들이, 독자가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렇게 나의 설화를 이야기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 독자가 나의 설화를 이야기하고, 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독자야... 넌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우리엘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얼굴은 토마토같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마 나도 똑같겠지. 시답잖은 생각 끝에 나는 그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악마같은 불의 심판자. 에덴의 대선. 가장 오래된 선. 우리엘. 나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좌가 아닌 한명의 이성으로서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물론,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저는... 우리엘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좌나 등장인물, 그런 것이 아닌 한 명의 이성으로서 우리엘을 좋아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진짜로 날 좋아하는거야?"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만큼 담이 크진 않.."
나는 말을 끝마칠 수가 없었다. 내 입을 무언가가 막아버렸기에.
그것은 너무나도 부드러웠고, 향기로웠으며, 아름다웠다.
"내가 처음인가? 헤헤"
그렇게 말하는 우리엘은 그 누구보다 악마같은 모습이었다.
"다행히 누군가와 만난 적은 없군요."
"독자야."
"네?"
"사랑해."
"저도 사랑합니다. 우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