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https://arca.live/b/reader/38772443
1편: https://arca.live/b/reader/38925924
끼이이이이익!
지하철이 크게 흔들리며 멈춰섰다.
나는 손잡이를 붙들어 겨우 넘어지지 않고 버텼다.
처음엔 단순한 사고인 줄 알고 그냥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에는 한경그룹을 세운 나의 할아버지인 한병철 회장의 제사가 있던 터라 시간이 부족해 유상아의 집까지만 알아보고 빨리 돌아오려고 했던 나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 짜증이 공포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급정거한 지하철에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열차 내 승객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열차 내 승객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시끌벅적했던 주변이 고요해졌다.
나는 곧 해결된다는 방송을 예상했지만 곧 예상과 다른 방송이 들려왔다.
―모, 모두 도망...... 모두......!
나는 이 말을 듣고 이 상황이 테러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내 지갑에는 수표가 많았으므로 그걸 준다면 풀려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그 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8612 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아#@!.......]
공중에 떠있는 괴이한 생명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다가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 아. 잘 들리시나요? 이것 참, 한글 패치가 안 돼서 고생했네. 여러분. 제 말 잘 들리시죠?]
앞에서 시민들이 영화 촬영이니 뭐니 하며 떠들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들, 무슨 영화 촬영이야. 이건 테러라고, 병신들아.
이렇게 생각하던 도중 괴이한 생명체가 말을 꺼냈다.
[하하, 시끄럽네 정말.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죠.]
뭔가가 퍼버벅, 깨지는 소리가 나고 지하철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어, 어. 어.......”
소란을 피우거나 그 생명체에게 항의했던 사람들의 머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건 영화 촬영이 아닙니다. 꿈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며. 당신들이 알던 ‘현실’도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모두 닥치고 내 말을 들으세요.]
미친, 이건 일반적인 테러도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여러분, 지금까지 꽤나 살기 좋았을 겁니다. 그렇죠? 당신들은 너무 오래 공짜로 살아왔어요. 인생이 너무 후했죠? 태어나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잘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제멋대로 번식을 해대고! 하! 여러분 정말 좆같이 좋은 세상에 살았네요! 그런데 좋은 시절은 이제 다 끝났어요. 언제까지 공짜를 누릴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행복을 누리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상식이지. 안 그래요?]
대가? 맞다. 테러. 돈을 주면 빠져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도깨비처럼 생긴 생명체에게 말을 걸었다.
“호, 혹시 돈을 원하시는 겁니까?”
멀리서 유상아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일이 해결되면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겠지? 그렇다면 이 상황에 오히려 감사해야겠군.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습니다. 받으시죠. 참고로 저,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명함까지 꺼내 보이는 나의 패기에 사람들이 응원 섞인 시선을 보냈다. 나는 테러범에 대항하는 구원자가 된 느낌이였다.
“얼마면 됩니까? 큰 거 한 장? 아니면 두 장?”
[흐음, 그러니까 당신네들 돈을 준단 말이죠?]
“그, 그렇습니다! 지금 가진 현금은 얼마 안 되지만...... 여기서 나가게 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돈, 좋죠. 많은 인간들의 상호 주관적 합의가 깃든 식물의 섬유.]
그 말을 듣고 나는 '역시, 돈이라면 다 된다니까’ 라고 생각했다.
“저, 지금 가진 건 이것뿐이니까 이거라도...”
[어디까지나, 당신네 시공간에서는 그렇다는 얘기에요.]
“예?”
그 순간, 허공에서 불길이 일었다.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수표들이 모조리 불타올랐다.
[그딴 종이는 거시 차원계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한 번 더 그딴 짓을 하면, 머리를 터뜨려버릴 거니까 명심하세요.]
도깨비가 다시 말했다.
[휴, 이렇게 떠드는 시간에도 당신들 부채는 쌓여가고 있다고요. 뭐, 그래요. 제가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여러분이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게 빠르겠죠?]
도깨비의 뿔이 안테나라도 된 듯 길어지며, 몸체가 열차 천장 쪽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메시지가 들려왔다.
[#BI-7623 채널이 열렸습니다.]
[성좌(星座)들이 입장합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 1 ―가치 증명>
분류 : 메인
난이도 : F
클리어 조건 : 하나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시오.
제한시간 : 30분
보상 : 300코인
실패시 : 사망
몸체가 투명해진 도깨비가 다음 칸으로 사라지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여러분. 부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세요.]
아마 김독자 일행이랑 떨어지기 전까지는 한명오 속마음 서술하는거 말고는 소설이랑 거의 비슷할듯
근데 뭐 그 부분정도까지 내용은 무료분이니까 그대로 써도 큰 문제는 안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