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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ㅡㅡㅡㅡㅡ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이성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혹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싶기도 해서 그저 아무런 의심없이 이 상황을 즐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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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마주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동안 무표정이었던 얼굴엔 바보같은 표정이 떠있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바보같으면 어떠랴 그저 서로에게 미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상아야, 이제 일어나 씻어야지."

"응......"


뜨거운 하룻밤 사이 급격히 가까워진 거리.

아직 편한 말은 어색했지만 간질거리는 기분에 자꾸만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읏차."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아를 안아올려 욕실로 데려갔다.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겨주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는 상아.


"잠 좀 깼어? 배는 안 고파?"

"응, 배고프네..."


그렇게 말하던 상아는 애욕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독자를 바라봤다. 독자는 그 눈을 보고 슬며시 웃으며 입술을 포갰다.


"오늘 토요일이네?"

"월요일까진 아직 많이 남았고."


둘은 다시 서로의 몸을 탐했다.

그동안의 기다림을 전부 해소하기 전 까진 둘 다 만족할 줄을 몰랐다.


결국 점심 때를 한참 넘겨서까지 사랑을 나눈 독자와 상아는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무슨 부재중 전화가......"


그러면서 스마트폰를 확인한 독자는 순간 기겁했다.

무수히 많은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무음으로 설정했기에 전화가 오는지도 몰랐다.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로비를 내려오는 길에도 독자와 상아는 서로 팔짱을 끼고 손에 깍지를 쥔 상태였다. 그대로 식당까지 이동하는 동안에도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며 서로의 사심을 채워갔다.


"빨리 먹고 다시 하자."

"이제 집 가면 많이 못하니까?"

"아니, 집에서도 할 건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목캔디를 입에 머금고 다시 길을 나서는 둘.


둘은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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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왜 이래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하루종일 뭐 했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날아온 것은 수영의 질문, 그리고 희원의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그 둘 뒤에선 설화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녀 둘이서 뭐 했겠어요?"

"세상에나......"


감탄한 것은 지혜였다.

상아는 독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자랑했다.


"소개할게요. 내 남자에요."

"아닌데요?"

"...네?"


아니라고 말한 것은 독자였다. 상아의 눈에 당황과 혼란이 묻어나오던 그때, 독자가 상아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기며 말했다.


"소개할게요. 내 여잡니다."

"와, 미친..."

"으엑..."

"징그러..."

"어머, 보기 좋아라."


마지막은 설화였다. 독자와 상아는 설화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설화는 진심으로 둘이 보기 좋다는 듯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파스스슷!


그때,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독자의 등 뒤로 무언가가 폭 업혔다.


뿌우~


숨을 불어넣으면 기다랗게 늘어나면서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나는 파티용품을 입에 하얀 머리칼의 소녀. 도깨비왕 비유였다.


[축하해, 아빠. 동생은 언제쯤 볼 수 있어?]

"...어?"


살짝 당황하는 독자. 맞받아친 건 상아였다.


"음, 열심히 노력해볼게."

"상아씨?"

[오케이. 할머니들이랑 동생 이름 지어놔야겠네. 아빠 열심히 해.]

"비유야?"


순식간에 2세 계획이 잡혀버린 독자였다. 상아는 독자의 손을 꼭 잡고 싱긋 웃었다.


"저, 독자씨 닮은 아들,딸 보고 싶은데...안돼요?"

"안.....안될리가 없잖아요..."


독자는 울컥하는 감정에 이를 꽉 깨물고 마주 웃어주었다. 김컴은 독자의 얼굴을 보고 드디어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아저씨 이제 엄청 잘 웃네? 요즘까지는 무슨 로봇인 줄 알았는데."

"이제 아저씨 원래대로 돌아온거에요? 다행이다."

"억지로 웃는 건 아니지?"


독자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길영과 유승은 신이 나서 독자에게 달려가 품에 쏙 안겼다. 간질거리는 이 기분에 독자도 둘을 번쩍 들어올리며 한바퀴 빙글 돌았다.


"저녁은 먼저 드세요. 저희는 따로 먹으려고 해요."

"와, 이제 애인 생겼다고 우린 안중에도 없구만?"

"그게 아니라, 어머니 좀 뵈러 갈려고."

"아, 그럼 어쩔 수 없네."

"입이 둘이나 줄어서 편하군."


곧바로 중혁의 등짝에서 찰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난 먼저 가서 페르세포네 할머니 부를게.]


비유가 먼저 사라지고 둘은 배웅을 받으며 공단을 향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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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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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야."

"왜애?"

"너는...괜찮아?"


독자의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상아는 그런 독자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가족분들...안 그리워?"

"으음..."


상아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상아의 가족은 시나리오에 휘말려 그만 명을 달리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슬펐지만...그저 그뿐이었다. 그 슬펐다는 금세 옅어져버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그것은 잘 모르겠다.


"사실...그렇게 그립진 않아. 우리 집안은...전형적인 남아선호사상 집안이었거든."

"...몰랐어. 미안해."

"오빠가 미안해 할 일이 뭐있어? 한번도 말해준 적 없는데. 몰랐던게 당연하지. 아무튼, 집에서 난 투명인간이었어. 상을 타도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없었고, 깊이있는 대화도 많이 나누진 못했어. 솔직히 말해서...별로 좋은 가족은 아니었지."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많이 힘들었겠네."

"응...좀, 힘들었어."


독자는 상아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독자는 그녀를 이해하려기 보다는 위로했다. 상아도, 다른 사람들 앞에선 늘 당차고 의연했지만 지금은, 지금 그에게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니까, 약혼이 잡혔어. 어느 국회의원의 아들하고."


독자의 손이 조금 떨렸다.

상아는 독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나는 도구였던 거지. 그저, 이득을 보기 위해 사용해야만 하는 도구. 팔아버려야하는 물건.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모아놓은 돈을 들고 집을 박차고 뛰어나갔어."

"...약혼은?"

"당연히 깨졌지. 가족끼리 대화끝에 나는 독립했고, 그때 미노소프트에 들어간거였지."

"후회하지 않아?"

"당연히. 거기서 오빠를 만났는데."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대답에 독자의 눈이 조금 떨렸다. 독자는 고개를 숙이고 속삭였다.


"나도..."

"오빠...울어?"

"응, 그렇게 말해줘서...너무 고마워서..."

"아이참, 어머님들 만날 건데 얼굴이 눈물 범벅이면 되겠어?"


상아는 독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실없이 웃었다.

독자는 상아의 미소를 보자 다시한번 울컥 하고 감정이 올라왔다.


"그래도 미운정이 들었는지 처음 소식 들었을 때는 조금 슬프더라. 그래도, 그런 감정은 금세 사러졌어. 처음부터 내 마음속을 그렇게 많이 차지하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 난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 응?"

"알겠어..."

"고마워, 날 대신해서 울어줘서."


자신의 슬픔에 눈물을 흘려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어줍쩒게 동정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같이 슬퍼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가끔은, 사람은 수억만의 황금보단 그런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둘은 그렇게 더욱 가까워져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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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언제 올릴거니? 엄마는 빠를수록 좋단다."

[반지랑 드레스는 나한테 맡기렴, 명계에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많단다.]


둘이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꺼낸 이야기였다. 

독자가 돌아오고나서 스타 스트림과 설화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명계와의 연결이 복구되었다. 처음에는 페르세포네가 반드시 명계에 머물러야 했지만 비유의 도움으로 짧은 시간이라도 지상에 현현할 수 있게 되었다.


"저...그...어, 어머님?"

"음...이런날이 올 줄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그래도 어색하네요. 뭐라고 호칭을 정해야할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제...가, 가족인데..."


상아는 어째선지 안절부절하며 수경과 페르세포네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둘은 상아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하며 흐뭇하게 웃어주었다.


"그러면...며느리라고 불러도 될까?"

[나도 며늘아기라고 한번 불러보고 싶구나.]

"네! 좋아요!"


상아와 두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독자에게로 시선이 모였다.


"독자랑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니?"

[옛날에 손은 잡았던 것 같은데...아직 그대론 아니겠지?]

"아, 그, 그게..."


상아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푹 숙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독자가 상아의 손을 꼭 잡으며 헛기침을 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나갈때까진 나갔으니까."

"후후, 영 쑥맥인 줄 알았는데...아니었구나."

[역시, 올림포스의 시스템은 틀리지 않는다니까?]

"올림포스의 시스템? 그게 뭐에요?"


상아가 호기심을 가지며 묻자 페르세포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올림포스에는 유서깊은 연애매칭 시스템이 있단다. 독자가 우리 아들이 되었을 때 시험삼아 한 번 써봤지. 그때 나온 후보 1번이 상아 너였단다.]

"후보 1번? 다른 후보도 있었어요?"


상아의 눈이 가늘어지자 독자는 뜨끔했다. 이미 페르세포네의 웃음은 짖궂게 변해있었다.


[응, 꽤나 많았단다. 너희 성운에만 자그마치......]

"큼! 으흠! 거기까지만 해주세..."

"김독자씨."


상아가 독자의 말을 끊었다. 자신의 풀네임을 말하며 딱딱 끊어지는 말투, 마치 명계의 입구에 서있는 듯한 스산함이 감돌았다.


"어, 응, 왜?"

"존댓말."

"넵."

"독자씨 혹시 다른 여성분 꼬신 적은 없죠?"

"무슨 소리에요...저 연애도 상아씨랑 처음 한건데..."


허둥대는 독자를, 두 어머니들이 껄껄껄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오수가 수경의 옆에서 헥헥 거리며 놀려댔다.


"다른 사람들 오해하지 않도록 틈도 주지마요. 알겠죠?"

"알겠어요..."


그렇게 나는 상아를 살살 달랬고, 몇마디의 대화가 더 오갔다. 어머니들의 마지막으로 덕담을 했다.


"독자야, 난 너를 믿지만, 그래도 만약 부부싸움 나면 난 무조건 며느리편이니 그렇게 알거라."

[나도 같은 생각이란다. 며늘아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 화나거나 서운한 일 있으면 명계로 오렴.]

"제 편은 아무도 없습니까?"


왈!


오수도 상아의 옆에 서서 짖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아의 편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독자씨 업보에요."

"끄응...미안해요."


고개를 푹 숙이자 상아가 속삭였다.


"미안하면...알죠?"


독자는 의미를 파악하고 얼굴이 벌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 좋게 그걸 캐치한 페르세포네가 음흉하게 웃었다.


[손녀한테 시켜서 영약 좀 챙겨줘야 겠구나.]

"영, 영약이요?"

[물론 남자한테 좋은 영약이지.]


그래, 아마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상아는 벌써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래, 저렇게 웃어준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독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저 웃었다.


오랜만에 수경이 차려주는 밥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둘은 언제 쎄한 분위기가 흘렀냐는 듯, 팔짱에 손을 꽉쥐고 걸었다.


둘은 다시한번 근처 호텔을 들러 밤늦게까지 진한 사랑을 나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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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분위기 너무 좋아

다음편은 좀 심각한 분위기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