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남친이냐? 왜 남친도 아니면서 난리야....."
전혀 생각치 않은 말이었다.
기분 좋았다. 김독자가 나를 걱정해서 그런 것을 알기에.
"....그래. 알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그렇기에 김독자의 얼굴을 본 순간, 뒷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파아악!
김독자에게 말하기 위해, 진심을 전하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떠나던 그를 잡아 보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안한 것일까? 안일한 마음에?
"야! 김독자!"
한수영은 밤하늘을 찢을듯이 날아가 사라지는 김독자의 뒷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소리쳤다.
"내가 잠깐 어떻게 됐나 봐! 이야기 좀 하자!"
하지만 그 외침에 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그저 밤하늘에 비춘 달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윤곽이 저 멀리로 사라졌을 뿐이었다.
"언니....."
곧바로 따라나온 신유승이 그녀의 소매를 잡고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뒤이어, 상황을 파악한 일행들이 하나둘 뛰쳐나와 한수영이 보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답답하군."
".....닥쳐."
알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이상했다는 것쯤은. 하지만, 어째서 그런 반응을 취한 것일까.
"언니, 지금이라도 따라가자."
이지혜가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한 얼굴로 내려다보았고, 어째선지 그 얼굴이 더욱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지금 만나서 뭐하게.....내가 잘못한 건데."
"....."
그녀의 마음을 짐작한 것인지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도,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아니 저 새끼는 누굽니까?"
그리고, 그녀가 쌓은 업보가 다시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
"남친도 아니면서 상관하고 지랄이래요? 그쵸 수영 씨?"
아까부터 은근슬쩍 수작을 걸어오던 직원이 하하, 2차는 저희끼리만 가실까요? 등의 쳐 죽일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지금 내 신경 긁지 말고, 뒤지기 싫음 꺼져."
"하하.....네?"
"꺼지라고."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성좌, '거짓 종막의 설계자'가 자신의 격을 드러냅니다.]
[꺼지라고 이 씨발새끼야.]
"히이이익!"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된 것인지, 그 직원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네 발로 기어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일단 집으로 들어가지."
"....."
유중혁은 그런 자신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언니, 저희도 가요....."
".....응."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집에 도착하고 현관에 들어서자, 유상아와 정희원이 마중을 나왔다.
"왔어.....어?"
"어서오세....."
하지만, 정희원과 유상아가 우리의 표정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서는 움직이지 않고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와."
유상아가 어딘가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아무 말 않고, 모두를 데리고 거실에 앉혔다.
"후....일단 이거 마시고 말해봐."
집 안에 들어서자, 어딘가 이상한 것을 깨달은 다른 일행들도 하나둘 자리에 앉아 곧이어 흘러나올 말에 집중했다.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일행들이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이런 좋은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인지, 하며 절로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떠올리자 그녀가 내뱉은 생각없던 말이 그 뒤를 따랐고, 곧이어 그 얼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뒤따라 그려졌다.
'시발....내가....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주체할 수 없이 커진 마음이 자신의 실수를 탓하듯 그 크기 그대로 그녀의 마음을 휩쓸었고, 그가 만든 집에서, 같이 지내던 집에 와서야 터지고 말았다.
"흐읍...!"
".....! 수영아."
창피하게도 참지 못해 결국 흘러나오는 눈물이 볼을 타고 떨어져 바닥에 떨어지자, 순간 얼어붙은 일행들이 놀라며 그녀의 주변으로 다가왔고, 유상아가 조용히 껴안아주었다.
"내가....읍, 내가....잠시 미쳤....었나 봐....."
"수영아, 괜찮아."
"내가 흐윽, 어떻게.....진짜....."
말을 내뱉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이 꼬리를 물며 터져나왔고, 어느새 진정이 될 무렵 사건을 아는 신유승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아저씨도 없는 거에요."
"......"
그 설명을 들은 일행들이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후....일단 오늘은 다들 자요. 내일에도 독자 씨가 없으면 그때 이야기하면 되니까."
".....네, 그러죠."
정희원이 잠시 생각하다 상황을 갈무리했고, 유상아는 그녀를 부축하며 그날의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녀는 절로 눈이 감겨 다시 눈을 뜰 때까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잠에 들기는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
"이제 들어가자."
나는 한 건물의 옥상에 앉아,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도 진정됐으니까. 원래 그런거지 뭐."
괜찮냐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원래 인생이 괜찮다고 하면서도 괜찮지 않기에 인생인 것이니까.
나는 날개를 펼치지 않고 건물에서 떨어져 가볍게 착지한 후,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철컥.
아직 다 자고 있을 시간이겠지?
[6:13]
아직 이른 시간이기에 나는 발걸음을 돌려 방으로 향해 옷을 갈아입고는 거실로 나갔다.
"독자 씨.....?"
그리고 그곳에서 출근을 준비하는 유상아를 만났다.
"상아 씨 벌써 나가십니까?"
"아.....네. 근데....."
유상아의 얼굴에서 보이는 당혹스러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인지.
"괜찮습니다. 잠시 바람 좀 쐰 거에요."
".....알겠어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네, 독자 씨도 잘 있으세요. 다녀올게요."
내가 웃으며 인사히자, 유상아는 그런 나를 보며 같이 웃어주고는 집에서 나갔다.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는구나.
잠을 자지 않고, 멀쩡히 깨어 하루를 보냈지만 워낙에 슬펐던 것인지, 아니면 괜찮아진 것인지 별다른 느낌은 들지 않아, 커피를 내려 마시며 거실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와중.
하나둘 잠에서 깨어난 일행들이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아저씨?"
"아, 일어났어?"
일행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은 반응을 보이자 처음에는 잘 대답해줬지만, 점차 지겨워졌다.
"좋은 아.....독자 씨?"
"그거 이미 몇 번이고 나온 패턴입니다."
"아.....네."
이현성이 머쓱한지 머리를 주춤하면서 아침을 먹고 일을 하러 집에서 나갔다.
"저희도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와."
"저.....수영 언니는....."
신유승이 마치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자, 나는 작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신기한 일이야.
정말 착한 녀석,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 투성이네.
내가 거실에 혼자 남아 일행들을 배웅하고 다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길 때, 마지막으로 한수영이 엉망이 된 모습으로 천천히 방에서 걸어나왔다.
"윽.....! 어?"
숙취로 머리를 짚으며 걸어나온 한수영은 나를 보자, 눈을 크게 뜨더니 급히 자신의 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술에 취했다고는 하나,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하....하며 작은 한숨을 내쉬며 커피를 마저 마신 후 다 마신 컵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방에서 한수영이 뛰쳐 나왔다.
"너, 너....!"
아까와는 완전 다르게 머리도 깔끔해지고, 옷도 깔끔해진 채로 다시 나타나 나를 향해 입을 열때, 나는 그 말을 끊었다.
"미안. 어제는 내가 너무 예민했어. 그야, 그 사람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았는데, 너도 좋은 사람 만나야지."
"어.....?"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나갔나봐. '제 4의 벽'이 없으니까, 감정이 오락가락하네."
뿌득뿌득.
설거지를 하며 나는 소리에 맞추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저 입을 열어.
"그래서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오니까 시원하더라고. 이제 괜찮아, 어제는 미안했다."
이거면 된 거다.
이거면.....
"야, 김독자."
"왜?"
그리고 설거지를 마친 컵을 놓고는 손을 닦으며 한수영의 얼굴을 마주했다.
왜 인상을 써, 너가.....
"너 지금 무슨 말을....."
"너 오늘 어디 나가?"
"어.....?"
"나 약속 있어서 슬슬 나가야 하거든."
그대로 한수영을 지나쳐 간 나는 방에 들어가며 마저 입을 열었다.
"집 잘 지켜줘."
하....뭐, 약속은 진짜 있으니까.
오늘이 되어서야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을 깔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영웅이 된 우리는 새롭게 만들어진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였고.
그리고 이제야 완전한 편한 삶과 함께 정부에서 지원하는 코인을 조건 없이 받으며 생활할 수 있게 되었기에, 오늘 그 계약을 하러 정부 쪽 인물과 약속을 잡았다.
".....무슨 약속?"
"그냥, 행복한 삶을 시작해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문을 닫고 옷을 갈아입고 멍하니 있는 한수영을 뒤로 한채, 밖으로 나와 카페로 향했다.
근데 무슨 계약을 카페에서 해?
.
.
.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아니에요. 이렇게 챙겨주시니 저희야말로 감사하네요."
카페에서는 어떤 한 미모의 여직원이 나를 맞이했고, 그녀의 유창한 말에 계약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머, 얘기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아 그러네요."
계약을 잘 마친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앞으로 이 조건으로 하는 걸로 할게요."
"네, 아마 그 계약에 '존재 맹세' 효과도 걸려 있어서 계약은 잘 유지될 겁니다."
"네, 정말 감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해요."
"하하.....그 정도는."
정리를 하고 카페에서 밖으로 나오자, 여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혹시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실 수 있나요?"
"네?"
"아, 그 저기....별다른 건 아니고요. 확인 차, 또 위쪽에도 보고해야 해서요."
"아, 뭐 그런거라면 그래야죠."
갑작스런 여직원의 부탁에 나는 얼떨결에 사진을 같이 찍어주었고, 여직원은 밝아진 얼굴로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다음에 일 있으면 또 연락드릴게요!"
"네, 오늘도 수고하십쇼."
"네!"
계속해서 밝은 분위기를 내뿜던 여직원과 헤어지고 나는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11:39]
"음....."
마침 곧 있으면 점심 시간.
집에 가면 한수영이랑 둘이 있을텐데.... 뭐라도 먹고 들어가야겠다.
*
"....."
"방금 우리가 뭘 본거지....?"
저 멀리서 걸어가는 김독자의 뒷모습을 보고 이지혜와 아이들은 기겁했다.
"방금.....독자 형 어떤 여자랑 같이 있던 거지?"
"어....사진도 같이 찍던데....."
"....."
오늘 휴강인 이지혜와 어제 일로 정신이 없어 재량휴업일인지도 몰랐던 아이들은 만나서 놀다가 집으로 귀가하던 중, 김독자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설마 여친.....?"
"하지만, 아저씨가 좋아하는 건 수영 언니 아니었어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었잖아."
"그렇다고 하루만에 다른 여자랑 만나요....?"
"설마, 소개팅같은 건가....?"
"맞네....아까 또 전화한다고 했잖아."
신유승은 이지혜와 이길영의 말을 무시하고 잠시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했다.
".....우선 아저씨는 밥 먹으러 가는 것 같으니까., 집에 들어가서 수영 언니한테 말해보죠."
"응."
*
"......"
"언니 괜찮아요?"
신유승은 얘기를 들은 한수영이 멍해진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자, 계속해서 걱정이 되었다.
"언니, 설마 독자 아저씨인데 하루만에 그러겠어? 그 얼굴로?"
이지혜는 그런 한수영의 모습에 당황하며 서둘러 뭐라뭐라 떠들었지만, 한수영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지혜 언니.....그런다고 수영 언니가 듣겠어요....?'
하지만, 신유승은 이지혜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김독자라면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을테니까.
띠띠띠띠띠 띠리리리.
그리고 어떻게 안 것인지, 딱 그때 김독자가 집으로 들어왔다.
"어?"
의문을 표하는 말과 함께 김독자가 안으로 들어와 자신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학교 안 갔어?"
"아....."
신유승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김독자를 바라보는 한수영을 등지며 김독자에게서 한수영을 감추고 말했다.
"아, 저희 오늘 재량휴업일이더라고요."
"뭐?"
그 말에 김독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방으로 향했다.
"너희들, 요즘에 아무리 학교가 싫고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그래도 재량휴업일 정도는 제대로 알아둬라."
'.....아저씨 때문이잖아요.'
신유승은 김독자에게 조그만 불만을 가지고서 김독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들어갈게요."
"잠시만.....들어와."
방으로 들어가자 방금 막 갈아입어 침대에 널부러진 옷과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이 깨끗하네요."
"아, 이거?"
김독자는 잠시 방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어째선지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한수영이 내 방 보더니 너무 더럽다고 좀 치우라고 하도 잔소리를 해대서....."
'.....아저씨.'
신유승은 그런 김독자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을 읽어냈다.
한 때, 김독자의 배후성이던 신유승은 김독자처럼 무엇을 읽는 것을 저절로 잘하게 되었다.
'이상해.'
신유승은 그런 김독자의 반응과 어제의 모습, 오늘 아침에 본 모습등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김독자가 신유승을 지나쳐 거실로 나가자, 신유승은 급히 발걸음을 돌려 김독자를 따라가 일부러 거실에 아직도 멍하니 있던 한수영이 들을 수 있는 크기로 말했다.
"아저씨는 오늘 어디 갔다오셨어요?"
"나?"
"네, 어지간해선 집에만 계셨었잖아요."
신유승의 말을 들은 한수영과 이지혜, 이길영이 순간 멈칫하며 김독자의 입에 집중했다.
"그냥.....일하러?"
"일....? 아까는 뭐 행복한 삶 어쩌고 하면서 약속있다고 나갔잖아."
김독자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멍 때리던 한수영이 곧바로 따지듯 되물었다.
"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일 약속이지."
김독자는 대충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내렸다.
'행복한 삶....?'
신유승은 잠시 김독자의 대답을 생각하다 한수영을 보고는 급히 한수영에게 달려갔다.
"언니....울지마요....."
그러고는 눈물이 흐르는 한수영의 얼굴을 닦아주며 김독자가 보지 못하게 방으로 데려갔다.
그러자 이지혜가 이길영보고 뭐라뭐라 속삭이더니, 곧바로 따라 들어왔다.
"언니, 괜찮아?"
"....."
이지혜의 걱정에도 한수영은 그저 아무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내가....내가 잘못했어....미안해....나를 안 좋아해도 되니까 흐윽, 싫어하지만 말아줘....."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며 대상이 없는 사과를 계속했다.
'언니.....'
신유승은 한수영을 위로하며 그저 같이 있어주었고, 시간이 흘러 밤이 되어서 모든 일행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비유야."
신유승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비유를 호출했다.
"야, 비유."
[왜.]
그리고 역시나 보고 있었던 듯, 비유가 쏙 하고 벽에서 튀어나왔다.
"한 번만 도와줘."
[......]
"어차피 내가 부탁할 게 뭔지 알잖아?"
[에휴....알았어. 아빠만 잠깐 다른 곳으로 데려가면 돼?]
"응, 부탁할게."
신유승은 그 부탁을 한 지 얼마 안되서 비유에게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대충 다들 상황은 알죠?"
".....응."
"어떻게든 해야하잖아요."
"......"
일행들이 모두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여러 가설과 해결책을 얘기했고, 한수영은 그 와중에도 고개를 숙이고는 어딘가 영혼이 나간 것처럼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신유승은 그 모습을 보고서 더이상 참기 힘들어 김독자의 반응과 말들을 더욱 자세히 하나하나 파악하며 떠올렸다.
'아저씨가 하루만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리가 없어.'
그가 아는 김독자를 조합했다.
'아니면 수영 언니를 애초에 안 좋아했었나? 아니 그건 아니야. 어제 반응만 봐도 그리고 평소 모습에서도 그건 알 수 있었어.'
설화를 통해 사람을 구성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 그녀는 손을 입에다가 가져다대며 머리를 더욱 쥐어짜냈다.
'그렇다면 언니를 그렇게 좋아했던 아저씨가 아무리 어제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만난다는 건 말이 안되지.'
추론을 거듭하던 신유승은 그제서야 김독자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일 약속이지."」
'음....? 아니, 그 전에 뭐라고 했더라?'
「"한수영이 내 방 보더니 너무 더럽다고 좀 치우라고 하도 잔소리를 해대서....."」
'잠깐만.....'
그 순간, 신유승은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아저씨의 말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어. 그럼 진실이라 가정하고, 만약 아저씨가 언니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면 고백을 한 것도 아니니까 다시 예전처럼 대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김독자의 태도는 그게 아니었다.
'왜 언니를 최대한 피한거지? 마치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김독자는 모두 똑같이 대하고 행동하면서 한수영에게만 약간 차갑게 대했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안 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리고 그 끝에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냈다.
'만약 오늘 그 사람이 진짜 일을 위해 만난 사람이고, 사진은 어쩔 수 없던 거라 치고, 다음을 기약한 것도 일 때문이라면?'
그리고 그 결론은 신유승만이 생각 가능한 결론이었고, 유일한 정답이었다.
"잠시만요."
그리고 신유승이 그 가설을 일행들에게 설명하자, 일행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하나둘 입을 열었다.
"만약 그거라면 가장 어이없고 허무하지만, 가장 좋은 상황이겠네."
"만약, 아저씨가 만난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여전히 언니를 좋아하기에 그러지 않으려고 피하는 거라면요?"
".....독자가?"
한수영은 신유승의 말을 듣고는 마치 가뭄의 단비를 맞은 것 마냥 눈에 생기를 되찾으며, 그 말에 집중했다.
"생각해보면, 저희가 대화 내용이나 특별한 상황을 본 것도 아니잖아요."
'너무 빠른 판단이었어.'
무작정 한수영에게 아침의 일을 말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어 부정적인 생각만을 이끌어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네!"
"무슨 방법?"
그러자, 이지혜가 벌떡 일어나며 씨익 웃었다.
"조사, 해보자고."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의 비밀작전이 시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