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는 생각보다 쉽게 척척 진행되었다. 1달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그토록 원하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우선 한동훈에게 김독자의 핸드폰 연락 기록을 조사했고, 그때의 여자로 판단되는 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이거 불법인 거 알지?"

"어쩔 수 없잖아요."

"에휴.....난 혼나도 모른다?"


그리고 한동훈의 정보망에 힘입어 그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 - 오징어 해부]

이름: 신지연

나이: 28

성별: 여성

직업: 대한민국 정부 계약부서 직원

특이사항: 준수한 외모와 말을 잘함


"정부 소속이라고요....?"

"어."


일행들은 다시 모여서 그 정보를 보며 저마다의 생각을 말했다.


"아저씨가 정부 사람과 사귈 일이 있나? 별로 만날 일도 없잖아."

"애초에 소개팅도 성립이 안 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독자 씨가 어떻게 정부 사람을 소개받겠어."

"혹시 이거 아닐까요?"


그리고 유상아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핸드폰을 이리저리 검색해서 그 화면을 보여줬다.


[정부 - 김독자]


"이게 뭐에요?"

"내가 정부 쪽에서 일하잖아. 거기서 들은 건데, 독자 씨가 정부와 뭐 계약을 한다고 하더라고."

"계약이요?"


그때, 한명훈이 보여주던 여자의 프로필 화면에 다른 화면이 떠올랐다.


"이거 같은데?"


[시나리오의 영웅 '김독자'. 정부와 계약?]

[정부를 지키는 수호자 '김독자'.]

[정부와 '김독자' 상호 이득의 계약 체결?]


"이게 무슨 말이야?"


이어서 다른 화면이 추가로 떠올랐다.


[계약서]

1. '김독자'(이하 갑)와 '정부'(이하 을)는 상호 동의하에 계약을 맺는다.

2. 을은 갑에게 매월 약 '1천만'의 코인을 지급한다.

2. 갑은 코인이 부족할 시, 을에게 정당한 이유와 함께 요구하면 정부는 추가로 코인을 지급한다.

3. 갑은 을에게 달마다 한 번씩 가능한 범위에서 을이 요구한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을은 '김독자 컴퍼니'에게 절대 피해를 끼치지 않고, 피해가 생기면 최선을 다해 돕는다.

4. 위 조건은 상호간의 합의하에 수정 및 파기할 수 있다.


"이게 뭐야?"


신유승은 그 계약서를 보자마자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기분과 함께 전보다는 아니어도 불안함, 무능함에 비참해졌다.


'아저씨는 또 말도 안 하고 저런 계약을....'


몇 번을 살펴봐도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귀찮아지는 조항은 전혀 없었다. 적혀있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편함을 위한 계약 내용.


그리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


"저 조항은 뭐야? 달마다 한 번씩 가능한 범위에서 돕는다니?"

".....그런 거구나."


일행들이 계약서를 보고 상황을 파악할 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장하영이었다.


"뭔가 아는 거 있어요?"

"음....대강?"


장하영은 한동훈에게 가서 뭐라뭐라 말하더니 이내 화면에 새로운 기사가 떠올랐다.


[정체불명의 해결사? 전국의 몬스터를 학살하다!]

[제주도서 나타난 5급 식물종 '선플라워리' 단칼에 퇴치! 정체불명의 해결사는 누구?]

[타국의 강자를 단숨에 제압한 해결사. 정부의 새로운 인간병기의 탄생인가?]


"저게 최근 두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야."

".....해결사?"

"어, 누군지 궁금해서 몇 개 봤었는데, 처음에 영상으로도 봤을 때, 너무 강해서 해외의 어떤 강자인가? 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뻔하네."

"김독자."


그 이름이 들린 것은 맨 뒤에서 한 달간 김독자와 대화도 잘 나누지 못한 사람이었다.


"나쁜 새끼.....또 말도 안하고....."


한수영은 그 화면을 바라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걸 보는 신유승은 한수영의 입장이 공감되어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괜한 오해나 하게 만들고.....나쁜 새끼....."


한수영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걸 막은 것은 유중혁이었다.


"비켜."

"가서 무엇을 하려 그러지?"

"당연한 거 아냐? 그 계약 당장 파기해버리고, 따져야지."

"왜?"

"그야....!"


한수영은 그제서야 유중혁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중혁 씨 그거는 좀...."

"아니, 말해야 한다."


유중혁은 이설화의 제제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었다.


"여자친구도 아니면서 왜 그러지?"

".....!"


그 말에 한수영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일행들은 딱히 유중혁을 말리지 않았다.

유중혁의 뜻을 알기에.


"너는 김독자에게 상처를 주었다. 여기서 그 놈이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

"작은 오해가 있었고, 너의 잘못임에도, 그럼에도 너희를 위해 모두가 도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전말을 알았다고 무작정 찾아가서 화를 낼 것인가?"


김독자는 아무 티도 없이 지내고 한수영을 좋아함에도 한수영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여, 거리를 두며 전과 다를 바 없이 지냈다.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를 생각하여 행동을 하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때, 예상치 못했던 손님이 찾아왔다.


"정말 바보들이네."

".....?"

"비유?"


허공에서 짠 하고 나타나 인간의 모습을 한 비유가 일행들을 한 번 쑥 훑어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휴.....잘 들어. 한 번만 설명할테니까."


그 말과 함께 비유는 김독자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그 사건이 있었던 날 아침에 있었던 얘기까지, 천천히 입을 열어 설명을 해주었고 모든 설명을 들은 한수영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자기가 고백하지도 않고 차였다고 생각하던 아빠인데 거기서 그런 소리까지 들었으니, 감정이 터진 거지."

"미안...해...."

".....전부터 보면서 느낀 건데, 그 얘기는 나나 다른 일행들한테 할 말이 아니지."

"....."


정곡을 찌르는 비유의 말에 한수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진실을 알게 된 우리는 일단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한수영은 그 이후로 고개를 잘 들지 않았다.


*


"정말 감사해요!"

"아뇨, 이게 계약인데요 뭘."


나라간의 문제를 위해 나서서 우물 안의 개구리를 완벽하게 혼내주었다.


"그래도 이제 다른 나라도 함부로 우리나라를 공격할 수 없을 거에요."

"그럼 다행이군요.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달의 도움을 끝내고, 이제 집에 돌아가려던 찰나, 신지연이 내 소매를 잡았다.


"저기.....그...."


얼굴을 붉히며 말을 걸어오는 그 신지연을 보자마자, 김독자는 지금껏 있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 사람....날 좋아하는구나.


신지연이 자신을 만날때마다 묘하게 밝아지는 점이나, 말투, 행동등을 통해 저절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나도 한수영에게 행동할 때 저렇게 티가 났던 걸까?


신지연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고 나는 곤란해하며 그에 대답했다.


"저기....시간 괜찮으시면 커피라도 한 잔 하실래요?"

"아.....죄송해요. 지금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요."

"아.....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수고하세요."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은 잘 알고 있기에, 별다른 말 없이 깔끔하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하....."


한수영을 좋아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서 방금의 신지연이나 다른 사람들을 보았지만, 누구에게서도 한수영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 당연한 건가.


당장에 그 사건이 있었던 날 밤.

노래 가사에 이입하며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 길거리에서 본 것은 한수영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은연중에 깨달았던 것이다.

한수영에게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고.


그 이후로도 시간은 쭉 흘러갔고, 어느새부터 한수영은 고개를 잘 들고 다니지 않았다.


소설이 잘 안 써지나? 요즘 기운이 없어 보이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갔다 와."


나는 등교하는 아이들을 배웅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뭐해?"

".....!"


그리고 옷을 정리하던 나는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방문에 서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왜?"

"뭐하냐고."

"옷 갈아입잖아."


나는 나를 바라보는 한수영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대답했다.


"왜?"

"뭐?"

"옷을 왜 갈아입냐고."

"나가려고."

"어디 나가는데."

"....."


평소와 다른 한수영의 모습에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그냥, 약속 있어서."

"요즘 약속이 많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나가는 느낌이야."

"....."


정확히 한 달에 한 번을 콕 집어 말하는 한수영에게 나는 순간 움찔하다가 급히 표정을 숨기며 대답했다.


"그냥, 약속이 그렇게 잡히니까 그러지."

"왜? 만나는 년이라도 생겼냐?"

".....뭐?"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알면서?


"야, 아무리 그래도 년이 뭐냐?"

"아, 부정은 안 하는 거 보니까 맞나봐?"


나는 아까부터 묘하게 날이 서있는 한수영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뭔데?"

"뭐가?"

"무슨 일이길래 나한테 화풀이야?"

"무슨 화풀이를 해?"

"너 지금 나한테 계속 화내고 있잖아."


내 말에 한수영은 그제서야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고는 손을 바지에 비비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내가 들을 수 없는 크기로 중얼거렸다.


".....아니거든."

"뭐라고?"

"아니라고!"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냐?"


내가 인상을 더욱 찌푸리며 한수영을 노려보자, 한수영은 고개를 들고 내 표정을 보더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너....누구 만나는 사람 있어?"

"하.....있다면?"


나한테 다가오지 마.


"누군데?"

"내가 왜 말해줘야 해."


참기 힘들어지니까. 다가오지 말라고.


그런 내 바램에도 불구하고 한수영은 기어코 한 발자국 더 다가오더니 내 멱살을 잡아며 내게 얼굴을 붙였다.


"지금 간다고 했지?"

"어."

"같이 가."

".....뭐?"

"같이 가자고."


.....얘가 미쳤나? 갑자기 왜 이래?"


"미쳤냐? 내가 왜 너랑 같이 가."

"왜 안되는데?"


지금 내가 가는 임무는 지금까지의 임무하고는 궤를 달리하는 난이도였다.

그렇기에 누구를 데려가는 것은 위험했다.


"안돼. 위험할 수도 있어."

".....뭐?"

"안된다고, 거기가 어떤 곳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널 데려가 안돼."

"....."


나는 내 멱살을 쥔 한수영의 손을 잡아 내리고는 그래도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


"야! 김독자!"


탁.


그러자 한수영이 내 손을 잡아 나를 멈춰 세웠다.


"위험하다니.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이번에 가는 곳은 위험할지도 모른다....! 어?"


내가 지금 뭘 말한 거지?


"....아냐, 잘못 말했어. 들키기 싫어서 거짓말한 거야."

"거짓말."

"그래 거짓말이야."

"너 여자친구 없잖아."


여기서 없다고 하면 지금 가는 곳이 위험한 곳이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는 꼴이 된다.

한수영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이런식의 거짓말은 하기 싫었는데.


"아냐, 나 여자친구 있어. 지금 만나러 가는 거야."

"거짓말이잖아."

"거짓말 아냐."


['한수영'이 '거짓 간파 Lv.???'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발언이 거짓임을 확인하였습니다.]


"....."

"거짓말....여자친구도 없으면서, 어딜 가는건데?"

"있어."

"위험하다며, 못 돌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돌아올거야."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뭐?"

"방금도 거짓말로 날 속이려 했으면서 내가 어떻게 믿냐고."


.....젠장,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건데....


나는 한수영의 얼굴을 보고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대답했다.


"믿던 말던, 너가 상관할 일 아냐."


이 말까지는 하기 싫었다. 내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던 말이니까.


"....."

"나 간다."

"드디어 말했네."

"뭐–읍?"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수영이 그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눈물에 당황하고 어느새 한수영의 눈물이 내 볼에도 닿았던 것은.

한수영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던 것은.


".....해버렸네."

"너....너! 이....무....무, 무슨.....!"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얼굴을 터질듯이 붉힌 나에게 한수영은 다시 한 걸음 디가오고서 눈을 들어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김독자."

"어, 어?"

"독자야."

"왜?"


미친 독자래. 내 이름이 원래 이렇게 좋았나?


낮뜨거운 한수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급히 돌리며 소리치듯 대답했다.


"나 똑바로 봐줘."

"너 미쳤냐? 갑자기 왜 그러는데?!"

"독자야."

"......"


.....젠장.


나는 결국에 고개를 돌려 한수영을 똑바로 마주했다.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붉게 물든 한수영의 얼굴은 지금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를 대변하는 듯 했고, 그 눈망울에서 흐르는 눈물에 비치는 빛 역시 그녀의 마음을 내게 비춰주는 듯 했다.


저 얼굴을 어떻게 이겨.....


내가 결국에는 완전히 한수영과 눈을 마주하고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자 한수영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

"어.....?"

"내가 잘못했어."

"어, 어?"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미안해. 그때는 너한테 장난도 치고 싶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어."

"......"

"내가.....내가...읍, 정말 미안해....."


한수영은 이윽고, 참고 참던 눈물이 터진 것인지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내게 다가와 내 팔을 잡고 내 가슴에 머리를 대며 말했다.


"진짜 잘못했어.....한 번만 용서해줘...."

"야, 한수영....."

"독자야, 미안해.....진짜로 미안해.....나 안 좋아해줘도 돼. 대신 싫어하지만 말아주라......"


뭐.....?


.....지금 뭐라고?


"한수영.....?"

".....김독자."

".....어?"

"좋아해."


한수영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내 가슴에 울리며 귀를 통해 전신을 훑자, 순간 몸에서 알 수 없는 감정과 감각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좋아해. 독자야. 사랑해....."

"ㅁ, 무슨....."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기분 때문인지, 나는 시선은 물론 말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온몸이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나..... 너 좋아해."

"....."

"아까도 했지만.....싫으면 피해....."


그리고 한수영은 온몸이 굳은 내 목에 팔을 두르더니 그대로 천천히 입을 맞춰 왔다.


"하아.....읍....."


쪼옥.


"하아....미안해."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채 그냥 몸이 이끄는 대로 그대로 입을 계속해서 맞추었다.


"으읍.....하아...."

"하....수영아."


쪽. 쪼옥.


"잠깐.....!"

"하아....."


한수영이 숨 쉬기가 힘든 탓에 나를 밀어냈지만, 나는 밀리지 않고 그대로 한수영의 입에 내 입을 포개며 계속해서 키스했다.


"하아, 하아 나, 나 숨만 좀....."

"하아....."


결국 한수영이 목에 두른 팔을 모두 가슴에 대고 밀어냈을 때가 되어서야, 한수영과 내 입술은 떨어졌고 한수영이 그동안 못 쉰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하아.....너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몰라."


나도 모른다. 처음 해본 키스인데. 어째서인지 저절로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 말고도 많이 해봤냐?"

"아니? 처음인데?"

".....그래?"


내가 처음이라는 말에 한수영은 얼굴에 기분이 좋은지 작은 미소를 띄었다.


"너는 처음이야?"

"....몰라!"

 

이번에는 내가 묻자, 한수영이 얼굴을 더 붉히며 소리를 지르자 나도 모르게 다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읍!"


쪼옥.


점점 사라지는 참을성을 억지로 버티며 입을 뗀 나는 한수영의 손을 다시 내 목에 두르고 내 손으로 한수영의 허리를 감아 가까이 붙은 채로 한수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너, 처음이야?"

"....."


고민을 거듭하던 한수영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을 때, 내 인내심은 폭발했다.


"싫으면 깨물든가 해."

"뭐?! 읍!"


참을성이 사라진 나는 한 손으로는 허리를 감고 한 손으로는 한수영의 뒷통수를 잡고 그대로 입을 다시 맞추었다.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한 한수영은 바둥거리다가 결국 내 목을 꽉 끌어안으며 내게 맞춰주었다.


"하아....."


그리고 키스를 이어가다 입이 벌려지자 나도 모르게 그 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으읍! 하아.....읍."

"하아.....하아...."


츄웁. 츕. 쪼옥.


"김독....!"

"하아....."


츕. 츕. 뚝. 뚝.


입에서 흐른 침이 옷에 떨어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수영의 입 안을 침범했다.


"하아....수영아...."

"흐읍.....읍!"


다시 숨을 쉬고 싶은 것인지 한수영이 나를 밀어냈고, 나는 조금 밀려가며 소매로 입가를 훔쳤다.

입술을 닦은 와이셔츠의 소매 부분에는 한수영의 립스틱 색깔이 번져있었다.


"하아....하아....혀 넣는다고는....안했잖아."

"후.....싫었어?"

".....아니."


내가 조금 짖궂게 나가자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한수영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꼭 껴안아주었다.


"이거, 고백으로 봐도 되는 거지?"

".....이 정도면 말로 안해도 알잖아."


나는 그 대답에 작게 웃고는, 한수영을 꼭 끌어안은 채로 한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

"......"


지금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이 다음을 상상했는지도.


끄덕끄덕.


내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그 끄덕거림이 너무 귀여워서, 내 여자친구가 된 한수영이 너무 좋아서 다시 입을 맞추고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슬슬 진짜 시간이 없기에 한수영을 안은 손을 풀며, 어깨에 손을 올려 시선을 맞췄다.


"수영아....금방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

"위험한 건 아니지?"

"조금 위험할 수는 있는데. 그리 큰 문제는 아냐."


실제로 진심으로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지만, 정체를 숨기느라 힘을 제한해서 그렇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알았어. 금방 다녀와야 해."

"응 다녀올게."


나는 문 밖을 나서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