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중혁 생축인데 봐줘.
뭐 축전이 일주일 넘을수도 있지....
*****
결국 유중혁을 찾기위해 차원벽을 넘은 이설화의, 또는 다른 것들의 이야기.
언제였을까.
패왕이 죽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그가 죽었다고?'
'필멸자치곤 오래 살았군'
'...중혁아.'
많은 반응을 보았다. 몇몇의 소수를 제하면 슬픔과 원망, 또는 절망. 허나 유중혁을 알던 이들의 대다수가 보인 반응은 무덤덤함이었다.
'결국...'
'안타까운 일이에요.'
'괜찮아요?'
'우린 알고 있었잖아요.'
이미 수십년전부터 기다렸기에, 또는 그가 그렇게 밀했었기에 보일 수 있었다. 허나 그들을 지켜보던 성좌들은 알고 있었다.
[슬퍼하지마라. 후인이여.]
[저희의 아들은 이곳에 오진 않았지만, 시나리오의 저편으로 떠났을 거에요.]
[안타깝다. 허나 그가 이뤄낸 업적은 그 어떤 성좌들보다 더 오래 이어지겠지.]
그렇고 장대하지 않고 조촐한 장례가 치뤄지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린 이들은 가장 슬퍼할 사람에게로 향했다. 바로 그의 아내였다.
초월좌로 지내며, 그가 죽은 이후에도 그의 삶을 강제로 짊어지게될 이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연하겠지만,
울었다. 많이, 시신조차 남지 않은 유중혁을 위해서. 시나리오에서 갖은 고난과 역경속에서도 온화했던 약선이 피눈물을 흘렸다. 남을 위할 줄 알던 자는 기생충에게 갉아먹혔던 그때보다 더 심하게 자신의 일부가 뜯겨져 나갔음을 직감했다.
그래서인지 본능적으로 유중혁이 지내던 산에 처박혀 지냈다. 물론 찾아오는 이들 역시 있었다.
'언니...'
유미아는 그녀의 등에 손을 올리려 했지만 실패했다. 타오르는 독기 때문이었다.
'설화씨.'
이현성과 정희원 역시 근처에 가지 못했다. 그들은 살기가 담긴 설화금속으로 제련된 침과 천살독을 뚫지 못했다.
'젠장!'
이지혜와 김남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림에서 배운 현란한 진법이 그녀의 집 주변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허나 한 명은 가능했다.
아니, 사람이 아니기에 가능했다.
"그만하시죠."
도깨비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설화의 고개가 올라왔다. 초월좌라 할 지언정 결국엔 필멸자, 성좌도 피해갈 독기에 너무 침식된 나머지 핏줄이 올라오고 근육이 마구 꿈틀거렸다.
정리되지 않은 집안, 검소하기보단 더러운 행색과 부스스한 머리가 폐인을 연상시켰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충혈된 눈을 마주한다.
"성좌들과 초월좌들이 당장이라도 날뛰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시겠나요."
"......"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유중혁, 어디 있어."
마치 짐승이 맹수를 노려보는 듯한 눈빛. 자신을 적으로 보고있다.
"그야... 죽었죠."
"아니. 그럴리가."
이설화는 하늘을 올려봤다. 이미 많은 별이 지워졌지만, 어째서인지 안느껴지는 별이 있다.
구원의 마왕.
그 자식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설화씨, 패왕 유중혁은 죽었습니다. 그만 인정하세요."
찰싹.
도깨비왕은 살짝 물러섰다. 얼굴을 쓸어내리자 냄새도, 형체도 없는 무언가가 묻어있었다. 비형은 스파크를 일으켜 그것들을 간단히 지워버렸다.
"신살독이라, 설화적인 피해로는 절 막지 못합니다. 적어도 신화급으로 준비하셨어야죠. 지금 성좌분들이 절 가호하는 중이거든요."
으드득.
이빨이 갈리는 소리. 한평생 타인을 위해 살았던 그녀가 자신의 옛동료를 향해 살기를 내보였다. 심하게 망가진 자태에선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다.
"이제 칩거를 끝내시고 세상에 돌아와 주세요."
"싫다."
"그럼... 유미아씨는요?"
우뚝.
"당신의 처제를 내버려둘 참임니까? 그리고 파천맹은 어쩌시려고요."
"전부 정리하고 나왔잖아."
"그거 벌써 20년전입니다!"
"그때 유중혁이 사라졌어!!"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기세가 태산을 울린다.
"너희들이 20년 뒤에나 죽었다고 지랄할 때, 난 혼자 여길 지켰어 - !!!"
분명 무림의 사자후가 분명하다.
차갑게 내려다보는 눈길. 성좌에게나 느꼈던 그 눈빛이 빌어먹을 도깨비왕에게서 보인다.
스타스트림은 사라졌지만, 내려다 보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넌 알았잖아."
"...거대한 개연성이 굴려갔죠. 전 막을 수 없었어요."
"그게 네 유언이냐?"
다시 이설화를 본다. 부스스하게 뜬 머리칼은 사자의 갈기를 닮았고, 날카롭게 벼린 비수와 독침은 날카로운 발톱을 연상시키고, 찬찬히 흘려나오는 독무에게서 히드라의 기백이 느껴진다.
마치 수천개의 머리를 가진 뱀이나 다름없는, 독선의 격에 대한 도깨비의 대답은 이렇다.
[이제 그만 끝내죠.]
도깨비왕 비형은 방주에게서 설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노래한다.
[설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죽은 사자는 갈기가 없다'가 무뎌진 도축용 칼을 꺼냅니다.]
[설화, '무림제일인'이 상대를 압박합니다!]
[설화 '뱀을 잡아먹는 독사'가 혀를 날름거립니다!]
[설화, '키메라 연금술사'가 상대의 약점을 파악합니다!]
이듣고, 드높던 태산이 무너진다.
ㅡㅡㅡ
"하아, 하아..."
산이 녹고있다.
독이란 의미로도, 자연의 형태란 의미로도 말이다.
[이제 포기하시죠. 스타스트림과 패왕이 사라진 지금, 가장 설화를 잘 다루는 자는 저뿐입니다.]
자기도 돌보지않고 날뛴 탓에 팔 한쪽이 녹아내린 이설화를 보며 비형이 혀를 찼다.
반항이 너무 심한탓에 더 과도하게 힘을 써버린 모양이다. 지금 남아있는 최고위 성좌들도 하기 힘든 일을 기여코 해내고만 초월좌를 내려다본다.
마치 벽이 몰린 쥐새끼같은 꼬랑지다.
[일부러 다른 이들을 부르지 않은 게 후회되는군요.]
[강철검제라면 설화금속으로 가뒀을것이고, 독구름과 맹독늪지 위를 타고다닐 수 있는 해상제독씨도 괜찮죠. 절대악과 절대선의 화신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야수왕과 초월좌들의 왕은 시간이 좀 걸릴지언정, 결국 저보다 나은 방식으로 당신을 제압했겠죠.]
비형의 눈에는 동정대신 냉철함이 깃들었다. 이런 상황은 도깨비왕이 되기 전에도 많이 보았으니까.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잊혀진건 돌아오지 않습니다. 유중혁씨는 명계 대신 다른 곳으로 가셨을 테니까요. 그게 그가 바라던 것입니다.]
비형은 최강의 화신이 그려낸 전설적인 서사속에서 이계의 왕들보다 더 한 개연성이 굴려가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고, 도깨비왕이 되고 나서야 그것의 정체가 뭔지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그게 구원의 마왕이었을까.
아니면 도깨비왕이 말했던 그 위대한...
문득 쓱싹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설화의 짓이겠거니 넘겨짚었다.
[우리 모두 행복했고, 언젠가 맞이할 이별을 만난 것 뿐입니다. 이제 스스로의 인생을 살았고, 행복을 쟁취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래서 내 남자는 어디있는데...!"
[전혀 말이 통하질 않는군요. 설화 전문가들을 불려 억지로 그 광기를 거세시켜야 말을 듣겠습니까!]
이성을 반쯤 잃었음에도 그녀의 살기가 수그라들었다.
비형의 협박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싸워봤자 의미없다는 투였기에 그제서야 비형은 미소를 지었다.
[얼른 오시죠. 팔을 고쳐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질 않았다.
"도깨비 독대를 요청한다..."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당분간 시선을 피하고 싶어."
[여전히 칩거하실 거라면 행성을 따로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안돼. 성좌들이 있을거야."
하긴. 최고위급 성좌부터 하찮은 별의 노예들까지 산이 무너진 뒤부터 어떻게든 뭔일이 일어났는지 보겠다고 발악하고 있다. 당장 여길 벗어나는게 우선이라 판단한 비형은 얼른 감투를 열었다.
"자. 열었습니다. 얼른 들어가... 응?"
이설화의 표정이 환해졌다. 허나 얼굴이 반쯤 녹아 내려않은 그곳에는 시나리오적으로도 추함에 가까운 무언가가 표현될 뿐이었다.
"드디어 왔네요."
[......?]
"그들이..."
[......!]
하늘이 부숴지고 있다.
동시에 열린다.
[그 문양은...!]
혼돈이 부른다. 쥐들이 찍찍대고 사라진 늙은 악마가 춤을 춘다. 질병이 퍼지고 옥수수가 여문다. 하늘의 파편이 떨어지고 외눈박이가 숲에서 끔뻑일 때 거울조각을 조심하라. 저곳에 설인이 있어!
허공에서 거품이 피어오르고, 가루가 된 설화들이 울부짖는다. 절대 알아볼 수 없는 어둠의 촉수더미가 쏟아져 내려오고, 그 너머에 초월적인 존재의 괴성이 끊임없이 울린다. 그리고 하늘에 보라빛의 끔찍한 하늘이 부르르 움직인다.
【 때 가 왔 다 】
성좌들이 날뛰던 이유를 드디어 알아챈 비형은 얼른 채널을 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미 이설화가 혼돈의 문장이 새겨진 손으로 도깨비의 진체를 잡아챘기 때문이다.
구르륵...
비형의 입에서 녹색 진액이 흘려나왔다.
【 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 】
분명 도깨비왕의 공간임에도, 그곳이 침투당한다. 이계의 신격들이 발악하며 개연성을 갉아먹고, 또 만들어내며 그것을 불려들었다.
혼돈이 기어오고, 기이하게 생긴 것들이 울부짖고, 눈을 닮은 형상들이 끝없이 피어오르고, 여러 얼굴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거품으로 자욱하고 계속 보다간 어디론가 영혼이 빨려들어갈듯한 그건 혹부리왕이 쓰던 문이 분명했다.
[어째서 그대가 혹부리랑 그딴 계약을...!]
"왕이 멍청해서 전부 멸종한 혹부리는 아니야. 대신 그것들의 시체들을 좀 태웠어."
외신(外神)과의 접선.
잊혀진 것들중에서도 스타스트림에 관심이 많을 종족을 대가로 바쳤으니 불러오는 이들도 굉장하다.
무려 바깥의 왕을 자처하는 자들.
물론 스타스트림을 무너트린 자들보다 더 높은 격을 가진 외우주의 왕들은 흔치않다. 그들의 드높은 이름은 공포의 기록자들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설화를 탐구하는 도깨비들에겐 거대성운처럼 꼭 알아둬야 할 덕목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의심스럽긴 했는데, 정말 미친겁니까? 외우주 밖의 것들이 어떤 존재인지는 이제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외계의 병신이나 이름없는 것이 될 지언정!"
이설화의 눈에는 슬픔대신 독기가 쏟아져나온다.
"다시 만나고야 말겠어!"
비형이 더 뭐라고 했지만, 그 소리는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 이 환각은 무엇인가. 이 꿈은 무엇인가. 사라져가고 앚혀져가는 세상은 무엇인가. 】
【 익숙한 향취로다 】
【 고오오오오오- 위 대 한 모 략 이 여 】
진혼곡이 부른다. 죽은 시나리오와 사라진 설화들이 자신을 도운 왕을 찾기 위해 꿈틀거린다. 단 한번의 손길이 닿았던 그를 찾아 헤메다가 이곳에 당도했다.
좌절과 절말 끝에 스스로 무엇인지 깨달은 것들.
위대하지 않음에도 숭고하고 완전한 것을 찾아 헤메는 미정형의 존재.
우주의 메아리를 듣고 결국 그녀를 찾았다.
【 무엇이 꿈인가 무엇이 환상인가 무엇이 세상이며 무엇이 잊혀졌는가 】
【 오오오오오오- 사라진 위대한 왕들이여- 】
- 우리는 이미 사라진 왕들의 추종자요
- 진리로 다가갈 순례자를 모으는 종들이니
- 곧 거짓된 주를 파하고 어리고 다시 태어난 신에게 닿을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랬던 때에 닿으리라.
그때가 올 것을 알기에, 이들은 거짓되고 새로 파훼쳐진 곳으로 자신들을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버리고...
...버린 끝에 도착했다.
살아남은 것들은 자신들과 함께 할 종을 손에 올렸다. 이미 무너진 설화를 품은 작은 여인에게 속삭인다.
【작은 부름을 받고 도래했도다】
도깨비 감투는 도깨비의 영역, 기절시켰다지만 무려 도깨비 왕인데다가 최후의 벽에 너무 가까운 나머지 본신의 반이 '먹혀버렸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사냥개사냥개사냥개사냥개사냥개사냥개】
【이곳은 처음에 나타난 끝이며 끝은 다시 완벽한 굴레를 그리는 처음이니】
【살려살려살려살려살려살려】
【우린 오직 그대의 사념만을 받아갈 수 밖에 없다】
그녀의 가장 간절한 부분을 제외한 모든 것은 사라질거란 예언.
칠공으로 피를 쏟으며, 온갖 더럽고 저주된 부정을 받아들이는 한 화신이 고해했다.
"그걸 바랍니다."
【긍정】
【허락됨】
그들은 방주를 가동시켰다.
먼 옛, 신이 사라진 때에 닫혔던 가장 완벽한 앙식처로-
ㅡ
이미 그녀가 잡혀갔다.
[이런...]
눈을 깜빡이자 모든 괴이한 현상이 사라졌다.
[이걸 어떻게 한담...]
비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너.
봤지?
......
뚝.
"어라...?"
그녀는 눈물를 머금었다.
환자를 보고 안타까워 할 지언정, 당황하는 기색을 보일때조차 눈물을 흘린적이 없다. 적어도 직장내에서는 말이다.
"이상하다. 크응, 왜 이러지."
스트레스라고 하기엔 너무 뜬금없다.
창피하지만 그리움이...
그리워?
다시 환자의 보호자를 보았다. 가슴속이 조이는듯하다. 동시에 창자가 꼬이는 감각이 형체없이 나타난다.
"어, 그게, 그 뭐라 해야하나."
젠장, 대학원 발표때조차 꼬이지 않은 혀가 갈길을 잃고 방랑한다. 마치 자신의 삶처럼.
제기랄.
마음속에 복돌는 감각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 갑작스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이런 먹먹함을 느끼지 못했고, 그간 환자들을 보면서 다시 못 볼거란 고민도 하지 않았다.
나의 핏줄이었으나 신경쓰지 않았었고,
관심이 있더라도 나의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허나 이번에는 모르겠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멎을 생각도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가슴을 끌어담긴채 책상에 쓰려졌다.
"흐그, 흑."
"어라. 선생님, 괜찮아요?"
"...돌아가지."
후드 집업을 찬 사내가 중후한 목소리로 우는 여자를 건드리려던 아이를 만류했다.
"손만 톡 대면 누나들처럼..."
"그들의 힘은 아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저 누나는..."
"스스로도 돌보지 못하는 의사는."
필요없다, 라고 말하려던 사내가 입을 닫았다.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삼키려는 의사의 등을 내려다보던 사내는 무언가를 회상하다 결국 말을 거두고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동안.
동료가 와서 보듬어 주고 화장실로 보낸 뒤.
저녁이 저물 때까지.
눈물은 한맺은 귀신처럼 달라붙어 그녀를 괴롭혔다.
-
【거기 의사 울었다면서요. 사부가 울린 거 아니에요?】
【모른다】
【우리의 존재 때문은 아닐테니, 갑자기 생리라도 터졌나】
【피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그거 부끄러운데】
그러거나 말거나 유중혁은 고민했다.
자동차를 고치기 전에, 수리공의 자동차를 보지 않으면 안된다. 고물차타고 다니는 수리공은 믿을게 못되니까.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든지 수리공은 자신의 것마저 고쳐야 했다.
어떻게든 말이다.
그런 말을 하려던 그는 애뜻함이란 설화를 읽었다.
어째서일까.
그림자의 눈이 뜨인 이유가.
몇몇 단말들이 반응을 보인 바람에 강제로 추억을 보게 된터라 기분이 나빴지만, 애써 자신의 신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서둘러 나왔다.
그런데.
어째서 기분이 나빠졌는가.
그들이 반응하기 이전에, 단말들이 반응하기 이전부터 그녀의 울음이 감정에 닿았는가.
ㅡ
【도, 독자. 싸우면 안돼.】
"놔! 검제 형아 놔줘!"
강철의 심장을 가진 거한이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운채 들고있다.
둘의 싸움을 중재하려다가 엮여버린 탓이다.
【아 진짜. 독자는 나만 싫어하네.】
"뿌우- 메롱이다. 메롱!"
우리엘 뒤에 숨어 뺨이 잔뜩 부풀은 독자와 정신적으로 뺨을 부풀은 김남운을 보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정녕 신들의 위대한 자태에 어울리는가. 멍청한 인류의 반쪽을 보던 똑똑한 여자 둘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였다.
똑똑.
【나가봐라, 유중혁.】
【사부. 손님왔어요.】
벽에 기대 둘의 다툼을 지켜보던 은밀한 모략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추태를 굳이 외인에게 보여여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니와 이 자리를 벗어나게 해 준 두 여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뭐, 감사하기보단 익숙함일 것이다.
......
그리고 문이 열렸다.
방긋 웃는 백발의 여인이 숨을 가쁘게 쉬었다. 얼굴에 떠오른 홍조와 흘려내리는 땀이 얼마나 바삐 뛰어왔는지 알게 해 주었다.
구두에 백의라. 왜 이런 옷을 하고.
그리고 그녀의 눈에 다시 기쁨과 감희가 흘려내린다. 어째서 자신을 보며 저런 얼굴을 하는지 은밀한 모략가는 고개를 갸웃인다.
이것은 사랑을 찾아 헤메던 이들이 만든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