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드디어 미쳤구나 하는 순간은 여럿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짧은 감상에 불과하다.

 반대로 말하면 감상이 오래 갈 경우는 정말로 심각하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지금. 상사가 드디어 미쳤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욱 길게.


 가족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별의 별 일들을 다 겪게 된다. 특히나 해당 가족의 구성원일 경우는 더욱 실감하게 된다. 상사가 가족인 경우는 가족이 가-족 같게 되는 데 이는 웬만한 회사가 죄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주장을 뒷받힘 해준다. 근거까지 있는 완벽한 주장이었다.

 별의 별 일에는 미친 짓 부터 미쳤다고는 못하고 또라이 같은 일이라고 할 만한 것까지 있다. 그리고 그런 짓을 상사-가족이라고 부르면 차마 마음 놓고 까지는 못할 인간이 저질렀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어떻습니까? 그 인간이 말한 말이다. 1분에서 2분 정도 전에 한 말이고, 저 인간이 드디어 돌았구나 하는 생각이 2분 내내 들었다. 하기야 미칠 만도 했다. 회사 방학 동안에 사고친 녀석들-당연히 우로 시작하거나 미로 시작하는 연놈들이 많았으니까.

 가브리엘은 말없이 물을 한 컵 마셨다. 뻘쭘해진 분위기를 알아차린 요피엘이 달력을 펴서 메타트론의 앞에 놓았다. 빨간 색 색연필로 크리스마스의 날짜를 표시해 놓은 채로. 12월의 달력은 눈이 내리는 배경이어서 눈까지 그려 놓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메타트론은 달력을 흘끔 보고도 말이 없었다. 안경을 새로 사드려야 하나? 하는 의문이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었다. 작은 한숨 소리도 들렸는 데, 요피엘이 사고 친 미카엘이나 우리엘을 볼 때 쉰 것과 똑같았다고 확언할 수 있었다. 어이없음의 방향만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 때 메타트론이 말을 한마디 덧붙였다.


"아,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말했군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보내는 게 어떤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가브리엘은 요피엘과, 우리엘은 미카엘과, 라구엘은 라파엘과. 상대를 바꾸는 식으로 모두와 시선을 주고 받았다. 야 너도 저 인간이 드디어 미친 줄 알았지? 무언의 질문이 짧은 시간동안 오갔다. 메타트론은 그 광경을 눈을 얇게 뜨고 보면서 웃었는 데 내 이럴 줄 알았지 하는 체념의 새우 눈이었다. 그는 머리상태는 안녕하신지가 가장 의심스러운 상사 겸 호적메이트였다. 이 처지는 당사자도 알고 있었다. 항상 이런 일은 반복되었으므로 가브리엘은 시선을 올려 창문 너머를 보았다. 단풍이 들어 보기 좋았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짧은 공백 끝에 나온 말이었다. "색다르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견이 곧바로 나왔다.

"괜찮다고 생각해요." 동의의 의견이다. "동의합니다."

"마음에 듬."

"좋아요."

"좋다."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런 경우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건의보다는 나쁘지는 않고 마땅한 태클을 걸만하지도 않은 건의인 경우에 일어났다. 물론 이 주장은 당연히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다.


"그러면 호주가 좋습니까, 아니면 뉴질랜드가 좋습니까?"

"저는 호주에 한 표입니다." 호주가 득점을 하는 것으로 시작을 끊었다. "뉴질랜드도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지다." 곧바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그냥 깔끔하게 둘 다 가면 안 됨? 이왕 가는 김에." 두 의견을 합치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사람 사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으로 사는 삶도 그다지 성스럽지 않았다.

"그것도 좋네."

"화이트 보드 끌고 올게요. 의견은 세개죠?"

"응, 세개 맞아."


 라구엘이 화이트 보드를 끌고왔다. 요피엘이 자연스럽게 표를 세개 그렸다. 여기까지 진행되는 데에는 지연이 없었다. 지연이 없어도 너무 없어 메타트론은 한마디도 끼워넣지 못했다. 그러나 매 가족회의 때마다 일어나는 일으로 신경 쓸 것은 없었다.


"비밀 투표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그냥 손들기로 해. 복잡할 필요는 없잖아." 다들 옆에서 뭔 말을 해도 신경쓰지 않고 밀고 나가는 데.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투표가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