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미쳤어?!!"

"독자 씨, 미치신 거에요?!!"

예상했던 그대로의 반응이 그들에게서 나왔다.

김독자는 우선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이번 만큼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것과 그 방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영화에 영원히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

정희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길영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마음은 모른 채, 이길영은 그녀에게 다가가 저 누나랑 키스해요? 라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은 어린아이라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 성장하면 여자 대여섯은 족히 울릴 수 있는 잘생긴 얼굴로 그런 소리를 하니, 정희원은 저도 모르게 잠깐이나마 그와 키스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그래!

옛날이지만 동생이 어릴 때도 몇 번이나 해줬잖아!

이것도 그거랑 똑같아.

아니, 이건 목숨이 달린 거니까 훨씬 더 중요한 거지!

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스킬로 인해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있었던 김독자는 그 잠깐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밀어붙였다.

"희원 씨, 저도 희원 씨에게 그런 짓을 시키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희원 씨."

"이 두 개만 알아주십시오."

"희원 씨가 서둘러 끝내지 않는다면, 저희는 이곳에서 영원히 나갈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배가 침몰하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즉,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죠."

"……….알았으니까 입 좀 다물어요."

씨익.

김독자는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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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는 일행을 데리고 갑판 위에 섰다.

이왕 하는 김에 분위기 좋고 무드 있는 장소에서 하고 싶다는 정희원의 의견이 100% 반영된 장소였다.

그런 만큼, 정희원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비록 상대가 중학생도 안 된 어린아이와 키스하는 게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도 한 명의 여성.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길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멀뚱히 정희원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이길영에게 있어 그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직 이렇다 할 교육을 받지 못했고, '성'이라는 정체성과 도덕성이 길러지지 않았으니까.

정희원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안 그래도 착잡했던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

그래서 선뜻 시작하자고 말하지 못하고, 애꿎은 이길영의 얼굴만 노려보았다.

짝!

그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싫었는지, 김독자가 조금 힘을 준 상태로 손뼉을 쳐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정희원은 그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이길영과 키스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떠올렸고, 이내 심호흡을 하고 당차게 이길영과의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

"얼른 끝내고, 밖으로 나가자구요!"

그 말을 끝냄과 동시에, 정희원은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이길영의 턱을 잡고 그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었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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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안 되잖아!"

푸른 색 창이 뜨긴 개뿔, 휘잉 하고 바람 찬 바람만 불어올 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도덕성과 성인으로서의 무언가가 무의미하게 버려진 정희원은 무시무시한 기세, 아니 살기를 띄며 김독자를 향해 걸어갔다.

사실 누구보다 당황한 김독자.

그는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감추고 되려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다가오고 있는 정희원에게 짜증난다는 듯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희원 씨, 장난하십니까?"

"뭐라고요?"

"이 시나리오의 기반이 된 그 영화는 명백히 '성인'들의 로맨스입니다. 그런데, 그 극장 주인이 고작 입술을 붙였다 떼는 것으로 만족할 것 같습니까?"

".......하지만…!"

"희원 씨."

".....네."

김독자가 이길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설마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길영이에게 리드를 맡길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희원 씨도 20대 중후반이니까 '그런' 키스 정도는 해보셨을텐데."

"해, 해본 적은 있지만….!"

하아………

김독자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쉬고, 이내 체념했다는 듯 자리에 풀썩 하고 주저앉았다.

"나가기 싫다면 하지 마십시오. 단, 이거 하나는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희원 씨가 멍청하게 시간을 끈다면, 저희가 죽는 것은 물론이고 저쪽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정희원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은 많았다.

하지만 그 어떤 말을 하든, 김독자의 저 빌어먹을 혀에 의해 박살이 난다는 것과 그렇게 한다면 이렇다 할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무의미하게 버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러지 않았다.

수 분 후.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쉰 정희원.

그녀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은 듯 표정이 달라졌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표정이었지만, 김독자는 그것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 이상 정희원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번에는 정말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길영아, 눈 좀 감아볼래?"

"네…."

이길영은 어색하게 대답하곤, 이내 시키는대로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괜히 더 착잡해진 정희원은 에라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맞추었다.

말캉한 촉감이 느껴졌다.

정희원은 그 촉감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이길영의 살짝 벌려진 입술 사이로 혀를 침투시키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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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릅, 쪽, 쪼옥.. 츄르르….."

키스는 정희원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다.

아까 전 김독자가 말한 '그런' 키스.

그러니까 딥키스를 해봤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정희원은 난생 처음 키스를 해보는 이길영을 상대로도 혀를 잘 섞었다.

"우와…….."

그 모습이 자극적이었던 걸까?

이지혜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가슴을 꼬옥 움켜쥐면서, 자신에게도 저런 날이 올까 라는 생각했다.

스킬로 인해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김독자는 왠지 모르게 김남운을 죽이지 말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지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던 그때.

[극장 주인이 크게 만족합니다!]

[다음층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열렸습니다!]

[두 번째 엔딩 크래딧에 도달하였습니다.

[출연자 : 정희원, 이길영, 김독자, 이지혜]

극장 주인이 만족했다는 문구가 떴고, 그들의 발 밑에 새하얀 빛이 반짝였다.

그러자.

슈슉!

그들은 원래 있던 극장 던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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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익숙한 풍경.

극장 던전에 돌아왔다.

김독자는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으며, 정희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

정희원은 이미 엔딩 크래딧을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혀를 섞고 있었다.

그것도 이길영의 뒤통수와 뒷목에 팔을 감고,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김독자는 문득 저대로 놔둬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정희원을 말렸다.

"그만하셔도 됩니다 희원 씨."

그러자 정희원이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정희원은 재빨리 이길영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이길영이 어딘가 이상했다.

"....길영아?"

"ㄴ, 네에?"

"괜찮니?"

"네! 괜찮아요!"

정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말 괜찮은 것인지 의심했지만, 겉 보기에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아보여 의시을 거두기로 했다.

이길영이 자신에게 어떤 마음을 품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