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소프트 인턴 생활 중 갑자기 상아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독자, 대부분이 병문안을 가면서 얼떨결에 따라감.
가는 길에 다들 붕어빵이랑 호두과자도 사가고.
병실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여전히 긴 생머리에 환자 복을 입은 유상아.
독자는 혼자 조용히 있다가 나오겠지.
그러다 며칠 뒤.
또 갑자기 찾아온 소식은 상아가 인턴을 그만 두었다는 것.
이번에는 병문안은 안가도 머릿속은 복잡해지겠지.
어디에 뭐가 생겼다니, 어디 큰 병원이니 하는데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옴.
그렇게 1주일 뒤 주말.
'한가한데 유상아 씨 병문안이나 가볼까.'
이번에는 혼자서 감.
지난번에 호두과자 맛나게 먹는 것도 기억해서 선물로 사고.
"안녕하세요, 유상아 환자분 병문안 왔는데요."
바뀐 입원실을 알려주는데 중환자 실임.
큰 병이긴 큰 병이구나 십으면서 죄책감이 몰려오겠지.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건 머리에 비니를 쓰고 환자복을 입은 상아.
암이었음.
반갑게 웃는 모습에 또다시 죄책감이 몰려오는 독자.
"오랜만이네요."
"네."
단답.
순간 자기 손에 든 호두과자 봉투가 너무 작아보여서 황급히 뒤로 숨기지만 금방 들키겠지.
예상과는 다르게 방긋 웃으며 호두과자를 먹는 상아.
왜 인턴 그만 둔 거냐느니 왜 그땐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냐느니,
물어볼 법한 질문은 안함 아니 못함.
그냥 물그러미 호두과자 흡입하는 거 보면서 자신도 한 두개 입에 넣기만.
넋이 나가서 대화는 전부 상아가 리드하겠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그냥... 똑같아요, 테스트하고... 네."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
"안 먹었습니다, 배 안 고파서요."
"그럼 아침은요?'
"안 먹었습니다... 네."
화들짝 놀라며 독자입에 호두과자 들이대는 상아.
어떻게 사람이 두 끼나 굶을 수가 있냐는 등 뭐라 뭐라 그러는데 독자 눈에는 상아 밖에 안보임.
사람이랑 대화가 너무 오랜만인 듯한, 그래서 이 순간이 즐거워 보이는 것 같아서.
원래 눈치없는 사람들이 눈치는 또 잘봐서.
그날부터 주말마다 병문안 가는 독자 보고 싶다.
어떨때는 걸어서, 어떨때는 버스를, 또 어떨때는 지하철로,
하지만 항상 호두과자 한 두 봉지씩 들고서.
같은 시간에.
근데 상아 가족이랑 한 번을 안 마주침.
그렇기를 몇 번더.
슬슬 멜론 차트에 벚꽃엔딩이 기어올라올 무렵.
늘 가던 호두과자 가게가 정리 중인 것을 발견한 독자.
선물이아 꼭 호두과자일 필요는 없지만 왜인지 꼭 호두과자를 사가고 싶었음.
그렇게 굳이굳이 찾아낸 노점에서 호두과자를 사가니 그날은 조금 늦겠지.
병실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눈에 띄게 당황하는 상아,
황급히 커튼을 닫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함.
몇 초 후에 커튼을 열지만 독자에게는 상아 눈가의 눈물자국이 그대로 보임.
"도, 독자 씨... 오늘은 조금 늦으셨- 아, 아니지, 병문안은 오는 사람 맘이죠, 제가 실언을-"
"상아 씨."
항상 대화를 리드하던 건 자신이었기에, 그렇기에 당황한 상아.
"무슨 일 있어요?"
단 한마디.
팽팽하게 부플어 오른 풍선이 쉽게 터지듯, 한마디가 사람 울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었고, 상아는 몇 주간 울거 그날 다 울겠지.
"독자 씨, 저, 저 암 말기래요..."
어쩔 줄을 모르는 김독자, 후딱 다가가서 안아주고 몇 분동안 그대로 있어줌.
"저, 저 진짜, 진짜로 열심히 살았는데... 저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정말, 정말로-"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왜 그렇게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그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쏟아져나오는 온갖 감정을 묵묵히 안아주기만.
따끈따끈한 호두과자 봉지가 다식었을때쯤 둘은 떨어지고 진정한 상아는 그저 말없이 침대에 앉아 있기만.
그날은 그냥 그렇게 있다가 끝남.
이 다음에 다시 머리 기르는 상아랑 같이 벚꽃 데이트하는 독상도 있는데 그건 다음에 씀.
창작 쓴다면 제목은 호두과자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