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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는 후붕이가 사라진 뒤 계속되는 죄책감에

약간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정신분열 초기단계라나.


후순이의 눈에는 이미 떠나서 돌아올리 없었던

후붕이의 모습이 보였고

후순이를 상냥하게 대해줬던 후붕이의 목소리가 들렸지.

후순이는 이건 현실이 아니라며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후붕이의 환각이 보이거나 환청이 들릴 때

미안하다며 잘못했다며 계속 있어달라고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크게 울었어.


결국 이렇게는 안 되겠다

진짜 후붕이를 찾아가 사과해야겠다 생각한 후순이는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지.


그 결과,몇 주 뒤의 후순이는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됐고

환각과 환청의 빈도도 크게 줄어들었어.


치료를 받고 몇 시간 뒤,후순이는 목발을 짚으며 

후붕이의 집을 찾아갔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후붕이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집에서 나온 건 모르는 아줌마였어,

후붕이는 이미 몇 년 전 이사갔다고 해.


후순이가 자신의 병실에 찾아와 간병해주는 

후붕이에게 익숙해져 

후붕이를 일부러 싫어하고 차갑게 대했던 날들.

그 날의 며칠 뒤쯤에 말이야.


후순이는 자신이 더욱 한심해지기 시작했어

후붕이 자신의 시간마저 쪼개고 쪼개서

후순이에게 달려와줬는데

후순이는 그런 후붕이를 보고는

"아 왜 이제야 와,하여간 병신같아가지고."

라며 핸드폰을 후붕이 얼굴에 던졌었고


후붕이가 후순이를 위해 사과주스를 사왔을 땐

"사과주스 싫다고,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라며 사과주스를 창밖에 던져버렸지.


후붕이는 밤새 깨진 사과주스 유리병들을 치우는 걸 보며

후순이는 "네 탓인데 불만있어?"같은 헛소리나 했었어.


후순이는 과거가 회상되며 생겨나는 

거대한 죄책감에 숨을 쉬기도 힘들어졌어.


후순이는 바닥에 쓰러져 그저 

미안하다고 울고 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

부모님 사정때문에 멀리 떨어진 본인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이 동네로 와

걸어가고 있던 후붕이는

후순이가 자신의 예전 집 앞에서 울고 있는 걸 발견했어.


예전같았으면 후붕이는 바로 달려가 울음을 달래줬겠지만

지금은 '진짜 끔찍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하 씨발..."


환청으로만 들렸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자

후순이는 조금씩 고개를 돌려 후붕이를 봤어

그건 환각이 아닌 진짜 후붕이였어.


후순이는 후붕이에게 사과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목발에 걸려 넘어져

옷도 엉망이 되고 얼굴에선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어.


지금의 후순이는 후붕이가 알던 

친했었고,

차갑고,

싸가지 없던 그 후순이의 모습은 없었어.


넘어져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후붕이 앞에 무릎을 꿇고

그저 초라하게,애걸복걸하며 용서를 구했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네가 하는 말도 다 들을게...!

뭘 시키든지 다 할게..!!

몇 달에,아니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나에게 와주면 안 될..."


"뭐래 씨발"


"넌 널 도와주려 밥도 못 먹고,잠도 못 잤던 나를 

무참히 짓밟으며 갖고 놀았어"


"내 호의가 당연한 권리인 것 마냥."


후순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후붕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뭐든 내어줄 수 있었어.


하지만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는

그런 후붕이를 갖고 놀았고,그렇게 후붕이는

'내가 했던 사랑은 의미없고

개고생만 했던 것'이라 생각하며 여자를 떠났지.


그랬었던 여자가 이제와서

애걸복걸 용서를 구하고 있는 상황에

후붕이는 어이가 없었어.


그때,후붕이는 뭔가 떠올랐지.


"내가 하는 말 다 듣겠다고 했냐?"

"...어...?어!당연하지...!!"




후붕이는 후순이를 한 방으로 데려와 의자에

앉히고는 빔 프로젝터를 키고선 방을 나가버렸어.


그 방은 뭔가 독방같은 분위기였지.


후붕이가 켰던 빔 프로젝터에선 


매일 한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사진과 영상,


그리고 후순이가 후붕이에게 물건을 던지고


욕하는 내용등의 사진과 영상들이 계속해서 틀어졌어.




"여보가 전에 후순이 좋아했었다는데,

혹시..아직도 후순이 좋아해..?"

"난 두 여자만 바라본다."

"두 여자만???"

"엄마와 너,그 둘 외의 여자는 관심도 없으니까"

"딱대시발"

"?????"


그 뒤 후순이는 죄책감에 계속 시달리며 살게 되었고

후붕이는 후희한테 착정당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좆노잼이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