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붙잡기도 전에 빠져나간 시간은 어느덧 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걸 알리기라도 하듯 아침은 얼어붙을만큼 추웠다.


그런 추운 아침에도 하루의 시작은 등교하기 전에 스즈카를 데리러가는 것.


인터폰을 누르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면

"네~~"하는 대답과 함께 현관문이 열리고 스즈카의 어머니가 나오셨다.


"히나타, 반갑구나. 좀만 기다려줄래? 지금 스즈카를 불러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스즈카의 어머니는 집으로 들어가셨다.

덧붙여 히나타는 나의 이름. 아마미야 히나타라고?

집 안에선 "스즈카!! 빨리 준비하라구!!"

같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언제나와 같다. 

조금 우당탕탕한 소리가 들리고 나서,

현관문이 힘차게 열렸다.


"오,오래 기다렸지? 오늘도 딱 맞춰 왔네"

"스즈카네는 정말 변함없네.."


그렇게, 나온 스즈카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둘이서 같이 등교한다.


이것이 나와 스즈카의 아주 평범한 아침이었다.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먼 편은 아니었다. 교통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만큼의 거리다.


도보로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가까운 건 아니지만

스즈카와 같이 걸어서 등교하는 이 짧은 시간은 매우 소중했다.



학교에 도착하면 순식간에 스즈카의 주변엔 친구들이 모여버린다.

물론 교내에서도 자주 대화하지만, 단 둘만인 이 시간은 귀중하다.


학교에 가까워지자 친구나 선배,후배와 같은 사람들과 만날때마다

스즈카에게 말을 걸어주고, 스즈카도 밝은 미소로 인사로 대답한다.


모두들 스즈카의 이 미소가 보고 싶은가 보다.


"변함없이 인기가 많구나"

"그렇지 그렇지? 히나타도 나를 좀 찬양하도록 해"



단 둘만의 시간이 끝나버려 내심 외로움을 느끼는 내가 

조금 비꼬는듯한 말을 했어도, 스즈카는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마 내 먹먹함은 털끝만큼도 전해지지 않았겠지.



"아, 참! 어제 방송 봤어?" 마음 속이 찝찝한 나를 눈치채지 못한 채,

스즈카는 갑작스레 어제 본 방송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어떤 프로그램인데? 라고 하자 

"최근에 생긴 수족관 있지? 거기가

방송에서 나왔다니깐?"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전철로 2정거장 정도 되는 곳에 수족관이 생겼기에 학교에서도 꽤

가깝다면서 자주 화제에 올랐었지. 아마도 거기가 아닐까 싶은데.


수족관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스즈카니까 방송을 보자마자 가고 싶었을 것이다.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짜, 거기다 상대의 주된 관심사인 

수족관. 이 두 개를 합쳐서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 날 고백한다. 

명안이라고 여길만큼 좋은 작전에 나는 곧 행동하기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수족관에 같이 가자. 크리스마스 날에"

"좋네! 두근두근해서 기대하고 있어. 방송으로 얼핏 들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한데"


순조롭게 권유에 넘어온 스즈카를 보고 내심 기뻐했었다만..


스즈카는 "얘들도 불러서 같이 가자"라고 답도 없는 소릴하는 것이었다.

"어,어.. 스즈카. 크리스마스니까 그.. 모두들.. 예정..그래 예정같은게 있지않을까?"

어떻게든 둘 만의 데이트로 유도해보지만..


"아~ 그렇지. 여친이나 남친 있으면 바쁘겠다. 그럼 없는 애들끼리 모여서 가자구!"

"아니, 그러니까.. 데이트 신청을.."

"응? 뭐라고? 히나타?"

"...암것도 아니야.."


....하아─ 씨알도 안 먹히는 군. 한숨을 내뱉는 나를 잊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스즈카는 혼자 누굴 초대하고 동선을 짜고 같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생각따윈 이 둔감역하렘계의 주인공에겐 전달될 리 없겠지.




참고로 의역 ㅈㄴ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