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 좀 살려주라."


나는 내 몸에 닿고 있는 셔츠의 불편한 감촉이 거슬려서 셔츠를 거칠게 벗으며 말했다.


"나, 나아....숨이 안 쉬어져."

"진짜로....후우....제발 나 좀 살려줘....이대로는 죽을것 같단 말이야...."


"미안해....자기야....정말 미안해..."


"아이고! 우리 여친님!"

"오늘도 개같은 저를 남친으로 삼아주셔서 감복했습니다아!"

"할복이라도 할까요? 네? 여친님?"


나는 내 앞에 보이는 소꿉친구이자 연인이자 상사였던 후순이를 바라보았다.


"우리....지금 연인이잖아...."


"히, 히히 누, 누가 그럽니까?!"

"그런 배은망덕한!! 우리 여친님이 기분나빠지면 어떡하려고!!"


"내가 잘못했어, 욕해서 미안해, 때려서 미안해, 약속 어겨서 미안해, 힘들게 해서 미안해, 회사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미안해."


"돌아가세요."

"저희는 끝난 인연입니다."


"제발....우리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



"또 다른 얘기는 없어, 후순 과장?"


"아, 그게 또-"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술안주가 되고 있다.

나의 무능력함이 누군가의 웃음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나를 지탱해줄 단 한 사람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힘들다.

힘들어.

지금 엄마도 믾이 아픈데.

간병인은 비싸고 내 몸은 하나란 말이야.

왜 나한테만 이러는거야.

나도 사람이야.


부우우웅-!


차가 내 앞으로 지나간다.

지금 앞으로 가면 편하지 않을까....


"아....씨이바알...."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거랬는데, 나는 호구에 병신이구나.



 ***



그렇게 마지못해 살아가던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렸다.

예전부터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마지막으로 한 말은......


- 우리 아들, 자랑스러운 아들 결혼하는건 보고가야하는데...


엄마, 엄마 내가 말했잖아

엄마를 위해서 살아가라고, 그 새끼가 엄마 버리고 간거, 다 잊으라고.....그 새끼가 엄마 사는거 보고 배알이 꼴려서 죽을 정도로 여유있고, 재밌게 살라고 했잖아...

나는 알아서 잘할테니까 남친도 사귀고 하라고....그런데...왜, 왜....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데....


세상은 불공평해


"넌 뭐하다가 이제 온거야."

"내가 밥해놓으라고 했잖아."

"나도 너 힘든거 알아...근데...나보다 힘들어?"

"어? 내가 너보다 돈도 더 많이 벌고 욕도 더 많이 먹는데, 이 정도는 너가 해야하는거 아니야?"

"진짜 야근하다오면 딸이나 잡고 있는건 한심하고.....씨발...진짜 이딴걸 남친이라고....쪽팔린다."


하....하하.....그렇지...그래, 더 이상 나한테 남은건 없어.

사람같은거 믿는게 아니었어.

믿을 수 있는건 나 자신 뿐이야.


- 병신아, 내가 뭐랬어.

- 너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착해.

- 너는 너무 착해서, 연약해. 부숴지기 쉽고.


- 아들, 나는 그놈한테 버려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 나는 너, 아빠없이 키웠지만 누구한테도 무시 안당하게 당당하게 키웠어.

- 부끄러울건 없어.

- 여유있게 살아.

-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데, 너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엄마가 해줬던 말들이 활자가 되어 내 머릿속에 박혔다


"엄마아....엄마...!"


나는 사춘기 시절 엄마에게 잘해준것 하나없다.

친구들이 입는거 안 사준다고, 바다 안데려간다고, 그냥 그 시절의 나는 엄마가 마음에 안들었던것 같다.

병신같은 새끼, 나는 내가 너무 역겨웠다.


"병신새끼....이 나이 쳐먹고도 엄마타령이야?"

"진짜로...질린다, 질려."



 ***



나의 동기, 후진이가 물었다.


"야, 네 남친은?"

"오늘 안 나왔어?"


"몰라. 집에도 없던데."

"아무튼 진짜 쪽팔려가지고."

"그 새끼 어제 엄마 이름 부르면서 질질짜더라니까?"


후진이가 옆구리를 쿡- 쿡- 찔렀다.


"하지마, 왜 그래?"


"야, 너 그거 몰라?"


그거라니....뭘?

나는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의 요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뭐 말하는건데?"


"진짜 몰라?"

"에휴......"


"왜? 뭐 말하는데?"


그녀는 나에게, 짧지만 강렬한 한 마디를 보냈다.


"후붕씨,  어머니 돌아가셨대."


어.....?

뭐, 라고.....


"거, 거짓말....."

"에, 에이~ 거짓말 하지마."

"안 속아."


"너 여친이잖아? 그것도 몰라?"


"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빠르게 카톡, 문자를 뒤져봤다.

그의 카톡, 문자를 무시한채 나는 친구와 이야기, 일에 관한 문자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하루 20통 이상 날렸지만 정작 내가 읽은건 0....

그는 내게 계속해서 보냈지만 나는 고작 친구와의 이야기, 일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다.


"아, 아.....안돼..."

"내, 내가 무슨 지, 짓을...."


나는 어제 그에게 이 나이 쳐먹고 엄마타령이냐며 매도했다, 욕했다.


"아...안돼...후붕아...후, 후붕-"


"야, 야! 일단 진정해."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지금!! 전화좀 받아...제발....."


까드득- 까드득- 


나는 손이 빨개질때까지 손톱을 깨물었다.

이러한 정신으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곳 같기에 휴가를 썼다.


나는 그가 집에 올때까지 전화를 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



그가 사라진지 한 달이 지났다.

집은 돼지우리가 되었고 나는 마음이 무너졌다.


"아...회, 회사 가, 가야지..."


- 아침먹고가


".....?!"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는 못 들을 줄 알았던 그 달콤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저번에도 앞으로도....나는 어떡하지...


"헤, 헤, 헤헤...후, 후붕아....나는 후, 후붕이를 많이많이 사랑해....에헤헤"

"에, 에헤헷 오, 오늘도 착한 아이로 있으면...후, 후붕....왕자님이 데리러 올거야..."



 ***




이제 다음 이야기 "써줘"

여기서 해피엔딩이면.....폐인이 된 후순이를 후붕이가 케어해주면서 서로 응어리 풀고 해피엔딩이고....배드엔딩이면...후순이는 저렇게 망상벽에 빠져 살다가 자살하고...근데 나는 배드엔딩은 싫어, 슬퍼

근데 용서엔딩은 ntr빼고 ㄱ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