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후붕이 반응이 이상했지만 후순이는 개의치않았어. 수능 공부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게 당연하자나? 여자친구로서 남자친구의 스트레스 받아주면 됀다라고 생각했고 괜히 스스로 신경질내서 더 큰 싸움이나 만들지 말자라고 생각했어


후순이는 후붕이와 후희가 같이 있는것을 목격하고 화를 낸 다음날 무언가 자신이 쪼잔하다? 자존심 상한다? 라는 감정이 들었지 그게 질투라고 생각은 안했어. 왜냐면 그 둘이 무언가 썸씽을 즐기는게 아니라 자신이 보기에도 스터디를 하고 있었고, 자신도 그룹과제나 동아리 활동하면서 스터디도 하니깐


그냥..


본인과 같은 대학을 갈 수 있었음에도 무언가 노력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멋있다거나 흐믓한게 아니라..


학교간판이라도 나보다 더 잘나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는구나. 딱 이정도 감정이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생각하니 후희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조금 자신이... 추해보이는 혹은 자존감이 낮아보이는 모습으로 보이는 거야.


' 그래 남자친구 공부하는거 제대로 응원하고 나는 나대로 대학생활 즐기고 이정도가 지금은 서로에게 맞는 거리감인거 같아'


여기까지 합리화를 하니 후순이는 왠지 배포가 넓고 남자친구 내조를 잘하는 여자친구가 된 것 같아서 스스로가 뿌듯했지.


그 후 후순이의 생활은 변했어.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닌가? 마음만 안주고 난 즐기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마인드로 미팅도 나가보고 그동안 철벽만 치던 동아리 사람들이랑 MT가서 신나게 놀아보고 또 주말에 후붕이랑 같이 놀러가기 좋은 곳이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소극적으로 카페나 맛집만 다녔던 사전답사도 이젠 장르를 넓혀서 다양한 데이트코스를 그 선배랑 먼저 즐겨보기도 하고 무언가 자신의 삶에 더 충실해진거 같았어.


여름방학이 찾아오고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은데 본인이나 후붕이나 아르바이트를 해본적이 없었기에 마음만 앞서고 막막했지. 그때 마침 그 선배가 후순이의 고민을 듣고 본인 옷 매장 아르바이트 주중타임 근무자 모자르단 얘기듣고 소개시켜달라고 했고 놀이공원 답사 한번 가는걸로 선배에게 매장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어


자신이 스스로 처음 벌어본 돈으로 후붕이와 좀 더 다양한 데이트를 즐기면서 은근슬쩍 후붕이 몰래 결제도 하면서 뿌듯하고 만족감이 들었지. 재수생이 돈이 어디있겠어 후붕이에게는 쿠폰을 받아서 할인받았다. 응모권 당첨됐다 이러면서 왠지 우렁각시가 이런 희열을 느꼈었나 싶을 정도로


물론 사전답사 때문에 돈은 더블로 들어갔지만 선배는 본인이 비용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후순이는 극구부인 5:5를 주장하며 이젠 자기 스스로 돈을 버는 어린아이가 아닌 기분에 여름이 즐거웠었어


가을이 되고 후붕이도 막판스퍼트를 위해 한창 공부해야할 때 아직 알바비는 남아있었고 같이 놀러갈 사람도 없기에 돈가스에 치즈를 얹어먹는 1학기와 다른 소소한 사치나 즐기면서 보내고 있었어


그런 후순이의 모습을 보면서 딱한 중생을 구원하는거니 따라오라는 선배의 말에 또 어디 재미있는곳 데려가나 했더니 고등학생때 말로만 듣던 클럽이란 곳을 데려간거야


후순이는 첫 클럽이라서 겁도 났지만 선배가 그냥 본인만 믿으라는 얘기에 따라갔고 후순이의 생각에 클럽은 왠지 돈 많이 쓰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선배는 들어갈때 입장료를 받지만 본인은 공짜라는거야


또 막상 들어가보니 헌팅이나 치근덕대는 사람도 많이 없고 그냥 끼리끼리 놀러와서 노는 느낌이랄까? 신기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선배얘기가 본인이랑 같이 남1여1로 온거기 때문에 딱히 그런게 없었던 거지 너가 상상하는 재미를 즐기려면 너 동기 여자애들끼리 오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거야


후순이는 아 이게 성인이구나, 왠지 후붕이에게 말안하고 클럽왔다는 미안함보다는 걔는 왠지 학생이고 나는 성인이구나 하는 만족감이 더 컸어.


그렇게 후붕이와의 만남이 없고 대신 선배랑 놀다보니 이 사람 나름 재미있고 매너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수능과 후순이의 생일은 그렇게 크게 차이 없었어 보름정도차이라서 후순이는 후붕이가 얼마 안 남았기에 수능때 생일 챙겨준다는 말에 크게 서운하지 않았어. 그리고 환절기 때문에 몸도 으슬으슬 좋지 않았고 그냥 대충 동기들에게는 다음주에 몸 낫고 찐하게 한잔하자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생축 고맙다고 둘러대고 자취방에가서 쉬려는데 선배가 그걸 또 어떻게 알고 챙겨준다고 온거야


무슨감기인지도 모르겠다고 약국에서 몸감기, 코감기, 몸살감기 별의별 감기약을 챙겨온 선배를 보니 참 좋은 사람이다 생각도 들고 이 세상에 감기약은 참 다양하구나 생각도 들고 이런 사람을 왜 그리 철벽쳤을까 생각도 들고


강아지마냥 달려온 선배가 기특해보여서 그리고 고맙기도 해서 살짝 애교도 부려보고 잠깐 집에 들어와서 동기들이 준 케잌이나 좀 먹고 가라고 데리고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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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언제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