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붕이는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나갔어


' 아...아... 이 모텔이 이렇게 컸었나.. '


후순이 귀에는 후붕이가 걸어 다가는 구두소리가 계속 들렸어. 나가자. 나가서 잡자. 설명하면 알아줄거야. 

아직 구두소리가 들리니 뛰어 나가면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뛰어 나갔어.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자마자 구두소리는 사라졌어. 엘리베이터를 얼른보니 엘리베이터는 이미 1층에 내려가있는거야.


잡아야 돼. 잡아서. 설명. 설명해야돼.


계단을 뛰어내려가다가 굽높은 구두가 걸리적 거려서 구두를 벗고 맨달로 계단을 뛰어내려갔어. 구두소리가 아직 들리는거 보니 자신을 잡아달라고 천천히 가는 거야. 

그래. 대화하면 돼. 


후순이는 로비에 내려가서 보니 자신이 들었던 소리는 환청이었던것 마냥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고 조용했어. 


그리고 후순이는 그렇게 주저앉아 울었어. 울고 또 울고.


스타킹은 군데군데 찢어지고 터벅터벅 후순이는 다시 돌아가고 있었어. 몸에서는 기운도 안나고 핸드폰은 뛰다가 떨어뜨려서 박살이 났고 


'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몸을 섞은 사진은 없어.. 빌고 또 빌고 잘 설명하고.. 괜찮아.. 후순아 괜찮아.. 우리 처음 싸워본게 아니잖아.. '


후순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선배의 계정을 들어갔어 이따위로 흔적을 남겨놓은 선배에게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일단 중요한건 후붕이니깐 이 사진들과 단서들로 최대한 후붕이가 상처 안 받게 오해 안하게 잘 설명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후순이는 부모님 폰을 빌려서 장문의 카톡을 후붕이에게 보냈어.


모텔은 들어가서 시설만 본거다. 카페를 같이 간거는 맞다. 놀이공원은 막상 입장권 끊은김에 놀았다. 이건 미리 얘기 안해서 미안하다. 근데 너가 오해하는 일은 절대 없다. 후붕아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정말 오해하지 말아줘. 난 너 밖에 없는거 알자나.


카톡을 보내고 핸드폰이 마지막 구원의 손길인양 꼬옥 쥐고 눈을 감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기달렸다. 그리고 곧 "카톡!" 하고 신호음이 울렸고 후순이는 얼른 핸드폰을 확인했다.


- 생일 때 뭐했어? -


아.. 끝이다. 뭐지. 어디서 잘못된거지. 아..


후순이 바보가 아니다. 어디서 잘못된건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분명히 선배랑 본인이랑 생일때 아무일도 없었다고.. 당사자들끼리 말을 맞췄는데..


왠지 이렇게 변명하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


내가.. 내가.. 널 얼마나.. 시험 끝나길 기다려왔는데.. 왜 몰라주는거지.. 그래 만나야돼 만나서 얘기해야돼


후순이는 끊임없이 후붕이에게 만나달라고 애원했고 후붕이에게는 답장이 없었다. 결국 후순이는 2학기 기말고사를 전부 망치고 겨우 학사경고는 면하는 학점을 받았다.

그 동안 후붕이는 볼 수 없었다. 아니. 본적은 있지만 너무 빨리 사라져 만나서 얘기 할 수가 없었다.


집앞에서 죽치고 기다려 본 적도 있다.

다른 친구들을 통해 불러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친구들이 자신의 행실을 알고 경멸할까봐 후붕이가 얘기할까봐 두려웠지만 친구들은 자신이 얘기한대로 이번에 그냥 크게 싸운 줄로만 알고 있었다. 


아. 그래도 넌 나를 위해주는구나.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 너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이해해. 그래.. 그럴거야...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명문대 OT날이 왔다.

후순이도 진작 후붕이가 지원했던 학교 지망학과를 알고 있기에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 후붕이다.


후붕이는 시험끝나고 관리를 열심히 하였는지 재수생 시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빛나보였다. 저 아이에게는 내가 어울려. 


후붕이에게 사과부터 하고 관계를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다짐도 무색하게 후순이는 후붕이에게 일단 닿고 싶었다. 이번 겨울은 너무 추우니깐 나를 구원해달라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달라고.


후순이는 나아가기 위해 한걸음 걷자마자 후붕이 옆에 있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 낯이 익은데 누구지?'


새내기일텐데 후붕이는 그 아이와 장난치며 웃고 있었다. 순간 그 모습을 보니 짜증이 났다.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질투심이 끓어 넘친거다.


후순이는 후붕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갔고 후붕이는 후순이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다행인 점은 마지막 모텔에서의 후붕이 모습은 아파보였는데 어딘가 괴로워 보였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인다는 것이었다.


안녕 후붕아

안녕 후순아 여긴 어쩐일이야?


너..너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 얘기 해야하는데 눈물이 먼저 넘쳐흘렀다.


' 아.. 이러면 안돼는데 조..좀더 예..예쁜 모.모습으로 보려했는데.. '


후순이의 민망한과 상관없이 후붕이는 주위사람에게 싱긋 후순이이게도 싱긋 웃으면서 얘기 좀 하자고 후순이의 팖목을 잡고 인적 드문 곳으로 이끌었다.


' 나..나도. 얘기..얘기 하고 싶...싶었어.. '.


발그레해진 내맘과 무관하게 후붕이는 후순이에게 여기는 왜 온것인지 물었고 후순이는 질문과 무관하게 사과와 후붕이와의 관계개선을 요구하였다.


후붕이는 피식웃고 얘기했다


" 우리 관계는 끝났어. " 


후순이는 아니라고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후붕이는 살며시 웃었다 


" 나 곧 여자친구 생길거 같아서 축하해 주러 ㅡㅡㅡ "


이게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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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후회하고 있는 그아이 아직 멀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