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후순이는 일주일 후에 동기들이 해주는 늦은 생파를 보내고 선배와 모텔을 갔고 선배의 전화번호를 차단하려다가 그냥 지우기만 했어


그동안 후붕이 이틀간 앓아 누웠어. 열은 없는데 뭘 제대로 먹지 못하니 후붕이 부모님도 걱정이 컸지. 그래도 가만히 누워만 있던건 아니었어. 원래 재수학원 스케쥴이 정규수업 이후에 밤 11시까지 자습이었는데 정규수업 끝나고 후희가 찾아와 선생님들 파이널강의, 막판 쪽집게 강의라고 노트를 들고와서 열강을 해줬어. 그 열강하는 모습 보니깐 같은 처지의 친구가 저렇게 나를 이끌어 주려는데 그깟일이 뭐라고 일단 잊어야지 하고 일어났어.


후붕이에게 연락이 안돼서 걱정하던 후순이가 무슨일인가 하고 후붕이 동생에게 연락을 했어. 후붕이 동생이 형 아파서 누워있단 얘기를 해줬고 후순이는 시험 얼마 안 남았는데 아파서 어떡하냐고 푹쉬고 훌훌 털고 컨디션관리 잘하라고 카톡을 보냈어.


자신을 어떡해서든 멱살잡고 끌고가려는 후희와 누워서 쉬라는 후순이의 카톡을 보고 후붕이는 피식 웃음이 나왔어.

왜 내 여자친구보다 이 아이가 나를 힘내게 만드나.

나를 위해주는게 누구인가. 내가 누워있으면 편할까?

갑자기 남자방에 쳐들어와 당당히 강사에 빙의해 열강을 펴치던 후희의 모습을 생각하니 후붕이는 웃음이 나왔어.


그리고 보름 후 시험은 잘 치루었고 후붕이는 후순이 일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후순이는 시험장소에서 후붕이를 기다렸다가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껴안아줬어. 그런데 수능날은 언제나 추워서 그런가 후붕이는 전혀 온기를 느낄 수 없었어.


후순이는 자기가 오늘만을 위해 너에게 좋은 곳을 데려가 주겠다고 얘기했고 후붕이는 이따 밤에 채점해야하니깐 주말에 다시 보자고 얘기했어.


왠지 날카로움에 왜 아직도 신경이 날카롭지 시험을 잘 못봤나? 하는 생각에 후순이는 고분고분 알겠다고 했고 후붕이의 집앞까지 데려다주었어 


그냥 평소와 같이 이런저런 얘기하는거 같은데 문득 느낌이 계속 자신이 주로 얘기하고 후붕이는 그냥 리액션만 해주는 무언가 어긋난 느낌을 받고 후순이는 얘기 진짜 시험 망쳤나보다 생각했어 그러면서도 후붕이의 목표치가 후챈대보다 이미 몇단계나 훨씬 위였기 때문에 이유모를 안도감도 같이 들었던건 사실이야


집앞에서 항상 후붕이가 헤어지기 아쉬워하면서 사람들 지나다니던거 아랑곳하지 않고 스킨쉽을 해줬는데 후붕이는 조심히 들어가란 말과 함께 그냥 들어가버렸어


후순이는 그날 밤에 후붕이에게 잘봤냐고 전화했고 후붕이는 목표한 점수보다 잘나와서 잘 될 꺼 같더고 얘기했어

그리고 피곤하니까 주말네 보자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어


후순이는 왠지 모를 짜증감도 있었지만 내 남친이 명문대생인데하고 본인 어깨를 혼자 으쓱했지


그리고 주말에 둘은 만나서 원래 후순이가 가려고 예약해뒀던 레스토랑에서 저녁과 와인을 먹고 모텔인데 모텔답지 않게 시설 좋은 곳으로 후붕이를 데려갔어. 


덤으로 와인 아는 척한건 스스로 생각해도 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고 하하


모텔에 들어갔는데 후붕이가 모텔 이곳저곳을 살펴보는거야 화장실까지.. 후순이는 역시 자기가 시설 좋은곳 잘 찾았다고 생각했어


" 어때? 여기 가격도 합리적인데 시설깔끔하고 운치있지 않아? "


" 아.. 여기가 거기 맞네 "


"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가? 너 어떻게 알어! 누구랑 왔었어!ㅋㅋ "


후붕이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더니 몇개의 스샷을 보여주는거야 거기는 후붕이가 재수하는 기간동안 후순이랑 같이 다녔던 장소들이었다는 걸 좀 보다보니 알 수 있었어


' 뭐야 다니면서 언제 이런걸 찍었대 ? '


후순이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카페들이나 맛집들을 보면서 후붕이가 나와의 추억을 나도 모르게 너무 소중히 생각하는 구나 생각하고 기쁘면서도 저번주의 선배와의 마지막 정리가 생각나서 위가 쓰라릴 정도로 후붕이에게 미안해졌어


이걸 죄책감이라고 부르나봐


스샷을 넘기던 중 VR게임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선배 사진도 나오고 놀이공원사진에서 나오는 놀이기구 타고있던 후순이 머리에는 후붕이가 아닌 선배가 사준 머리띠가 씌워져 있었어


후순이는 손이 덜덜 떨린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알게 되었어. 방안은 따뜻했지만 이와 손이 덜덜 떨리면서 말이 목구멍애서 안 빠져나오는 느낌. 


' 지금 무슨말이라도 해야하는데 .. '


" 이거 보고 뭐 변명할게 있니? "


" 이.. 이건 사.. 사.. 사전다..답사야.. "


" 이 모텔도 사전답사한거겠네? "


" 아.. 아.. 아니.. 아니.. 아니.. "


" 결혼도 사전답사하게? "


후순이는 뭐라도 말해야 했어. 도무지 자신의 입에서 단어가 연결이 안돼고 스스로 생각해도 뭐가 억울한것인지 눈물만 방울방울 흐르기 시작했어


" 후순아 ? "


후붕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어


" 그래. 내가 못 나니깐 모자른거겠지. 다 알아. 나를 볼때마다 바보같고 어리석어 보였을까? "


" 아.. 아니야 !! "


" 내가 얼마나 등신같고 병신 같아 보였을까? "


" 아니라고!! 아니라고!! "


" 얼마나!!! "


후붕이가 언성을 높였다가 너무 덜덜떨고 있는 후순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꼭 안아주면서 말했어 


" 너가 그새끼랑 히히덕거리고 뿌려댄 자취를... 병신애새끼 마냥 좋다고... 쫄래쫄래 하나하나 따라오는 내가... 내가... " 


" 아.. 아니야.. 후붕아.. 다.. 다 설ㅁ.설명 할 수.. 있어.. "


후붕이는 더욱 후순이를 꽈악 끌어안으며 얘기했어


" 헤어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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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후딱후딱 헤어지게 만드는데 

난 뭔 할얘기가 많다고ㅡㅡ 5화만에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