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왕] 돈 폴터
전설의 총잡이, 돈 폴터.
그에 대한 기록은 얼마되지 않으며,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존재했는가 조차도 의심되는 수상한 인물이다.
산 하나 너머에 있는 드래곤의 미간을 꿰뚫었다던가
와노쿠니의 사무라이와 결투해서 이겼다던가
아무튼 대단한 일화를 가진 할아버지야
[비왕] 마리안느
돈의 전설은 세인트 크루스에 있는 일곱 숙소에서 시작되지.
지금은 황폐해져 버린 그 거리야. 거긴 옛날에 악명높던 다이아몬드 길버라는 악당이 지배하고 있었어.
불법주점에 불법 카지노, 법따윈 상관없는 땅굴친구들의 집합소지.
그런 거리에 말이야. 세인트 크루스의 왕비 마리안느가 시찰을 온다니까. 자, 큰일이 난거지.
갑자기 길버가 유괴 계획 같은 뒤숭숭한 걸 세우고 있을때, 그 붉은 망토의 총잡이가 마을에 훌쩍 들린거지.
(02)
[백비왕] 마리안느
하마터면 길버에게 유괴될뻔한 마리안느를 돈이 구했다,
라고 상상했었지? 안타깝지만 그걸 달라. 오히려 반대야.
마리안느는 유괴 계획을 역으로 이용한거야. 유괴 당했다는 채를 하고 도망친거지 참 말괄량이 아가씨야.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녀는 길버가 가장 애지중지하던 술집을 산산조각 내버리는데, 그러던 중 말려든 것이 돈이라는 거지.
뭐 결국 그녀를 구하기는 했는데, 귀찮은 놈의 원망도 사버린거야.
(03)
[허세왕] 조니
조니 더 메탈스트링스.
그 놈의 통칭이지. 이름과 별반 다르지 않게 괴팍하고 손에 걸린 녀석을 끝까지 노리는 성가신 녀석이야.
한번 눈독들인 사냥감은 놈이 자만하는 기타형 롱 레인지 라이플이 놓치지 않아.
거기다 조니의 카드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야.
(04)
[혈투왕] 조니
조니는 길버의 술집 경호원이었고, 신원은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지만 솜씨는 확실한 놈이었지.
가게는 특성상 예의를 갖춘 악당들이 드나드는 일도 드물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손해가 전무했던 건, 틀림없이 놈의 '일'의 덕이 컸지.
그러니까, 그래. 그런 자신의 일터를 산산조각내서 폭파당한 끝에, 여자와 함께 도망치다니
지금까지 한번도 일을 실수한 적이 없던 조니의 프라이드가 용서할 수 있을리가 없다. 는거야
(05)
[걸투왕] 조니
그건 강한 바람이 불던 어느 달이 없는 밤의 일이었지.
낮에 내린 비는 그쳤지만 주변은 어지간히도 노숙할 상태가 아니여서, 물론 돈 혼자라면 괜찮겠지만 마리안느 공주님에겐 조금 어려운 환경이였어.
그래서 두 사람은 그 거리에 들리기로 한 거야.
거기에 조니의 패거리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06)
[서살왕] 돈 폴터
거리의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당황하는 마리안느, 하지만 돈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혹은 거리에 왔을때부터 자신들이 적의 영역에 기어들었다는 걸 깨달았을지도 모르겠군.
그 시선은 이미 목표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람이 그치는 순간, 두개의 총성이 울렸다.
(07)
[서월왕] 돈 폴터
그야말로 절체절명, 이길 방법은 절대 없다고 누구나 생각했겠지.
맞아, 돈 폴터를 빼고는
그리고 때가 되자, 먼 거리에서 돈의 미간을 겨누던 조니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녀석의 시야를 빛이 가렸어.
이윽고 뒤늦게 양손이 떨릴 만큼의 충격과 함께 녀석이 자랑하는 기타형 롱 레인지 라이플이 부서졌지.
조니의 총구에 십중팔구 총알이 박혔다고 이해할 무렵
쓰러지는 녀석의 옆에 보인 것은
구름 사이로 나온 달에 비치는 전설의 총잡이 모습이었다.
(09)
[서부왕] 돈 폴터
그런고로 내가 아는 돈 폴터의 전설은 이게 전부다.
마지막 '한밤의 결투' 이후로 그의 소식은 확실치 않아
소문으로는 마리안느와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데 사실인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
다만 그 행선지에서 듣는 이 할아버지의 소문은 언제나 입가를 돌고 있지.
(10)
[결두왕] 조니
응, 말했지? 내가 아는 돈의 전설은 이거고 '전부'라고.
왜냐면 나는 내 눈으로 본 거 말고는 잘난 척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여서 말이지.
그의 전설을 좀 더 알고 싶다면 미안하지만 다른데서 알아봐 줘.
뭐, 운이 좋다면 좋은 바람이 불고 너를 그 할아버지 곁에 데려다 주겠지.
그러고보니 너도 나도 통성명을 안하고 있었네
내 이름은 조니, 이 술집의 보잘 것 없는 심부름꾼이야.
(fin)
[서풍왕] 돈 폴터
서쪽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어느 총잡이의 모자를 흔들며 동쪽을 향해 나아간다.
바람 끝에는 그에게 앙심을 품은 수백명의 불량배들이 버티고 있었고,
가장 앞에 선 다이아몬드 길버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총잡이의 곁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말 위의 소녀는 모자를 짚고서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체념한 듯, 그러나 어딘가 즐거운듯이.
그리고 다시금 부는 바람과 함께 총잡이, 즉 돈 폴터는 총을 뽑는다.
에필로그 퀘스트 대사
돈 폴터 "좋은 바람이, 불고 있군."
조니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