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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는 다른 시대에 비해 특히 맑은 영혼이 많은 시대였다.

자신보다 타인을 존중하는 의지는 겉에 나타는 것이 아닌, 이 시대의 사람의 기초, 즉 영혼에 뿌리내린 것이었다.


이러한 시대가 계속된다면, 혹은 세계도 또 다른 방향으로 걸을 수도 있다고, 아누비스는 생각한다.


-[장왕] 아누비스의 물의 시대 이야기 


 


어느 시대보다도 맑은 영혼이 많았던 시대임과 동시에,


훗날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악식왕' 크툴루가 탄생하는 시대.


아누비스 이야기에서 나오는 '자신보다 타인을 존중하는 의지' 는 클라우스에게서 드러납니다.


동시에 지팡구와도 교류했던 시기이기도 하며, 다른 시대와의 접점도 많은 시기입니다. 


 


 


우정-레오니드, 키릴


 


레오니드는 항구 도시의 골목대장이다.


대담하고 유머러스한 그는 놀이 동료로써의 신뢰도가 높아 그의 이름도 꽤나 알려져 있다.


 


키릴은 대대로 마법을 생업으로 하는 집안에서 자라난 소년이다.


마법사들의 구닥다리식 관례에 싫증이 난 그는 밤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


 


레오니드와 키릴은 서로 친한 친구 사이이다.


어느 날, 레오니드는 키릴에게 명성을 얻기 위한 드래곤 퇴치 여행을 제안한다.


키릴은 명성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재미삼아서 드래곤 퇴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드래곤 퇴치 여행에서 당당히 드래곤을 퇴치하고 돌아온 레오니드와 키릴.


그 보수도 많이 받고 명성도 더욱 높아졌으나 레오니드에게는 한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다.


바로 돈을 빨리 써버리는 버릇이었다.


레오니드는 보수로 받은 돈을 모두 탕진해버렸고, 조금씩 용병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키릴은 드래곤 퇴치 여행 이후 타고난 마법의 재능을 살려서 더 많은 드래곤을 퇴치한다.


크게 이름을 떨친 키릴은 항구 도시의 촌장이 되어 매일매일 바쁜 날을 보낸다.


레오니드와 키릴은 용병과 고용주의 관계이다.


그러나 관계가 고용주건 용병이건 이전부터 이어져 온 둘의 우정은 변함없다.


 


몇년 후, 키릴이 관리하는 항구 도시는 그의 재능 덕분에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때문에 항상 바쁜 그는 레오니드와 연락을 자주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레오니드가 홀연히 키릴 앞에 나타나 한마디 격려의 말만을 하고 사라졌다.


키릴은 레오니드와의 변함없는 우정을 확인하면서 미소를 지었으나...


 


레오니드는 큰 위기에 빠졌다.


최근 마을을 어지럽히던 드래곤의 둥지로 향한 레오니드와 용병들은, 그 둥지 안에 매복한 엄청난 수의 드래곤을 맞이하고 패배한다.


살아남은 용병들은 전원 퇴각할 수 있었으나 레오니드만은 둥지 안에 혼자 남았다.


여기서 드래곤들을 멈추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레오니드는 마지막 방법을 생각해 냈다.


바로 자신이 둥지 안에서 폭탄을 터뜨려 드래곤들과 동귀어진하는 것.


 


 


이국에서의 만남-카스미, 아냐, 클라우스, 프리델


 


클라우스는 청년 기사단에서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여 정식 기사가 되었다.


기사로써의 의무를 마치고 당당하게 아내와 딸에게 돌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편, 왕국 기사가 된지 얼마 안 된 자도 있었다.


프리델은 왕국 기사 소속대의 일원이다.


기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프리델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이 벌어졌다.


소속대가 드래곤에게 전멸한 것이었다.


프리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던 드래곤을 저지하고 그를 구출한 기사가 있었다.


클라우스였다.


훗날 클라우스는 프리델이 속한 원정대의 대장이 된다.


 


드래곤과의 전쟁은 점점 심각해져서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클라우스의 고향 마을까지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클라우스는 고향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드래곤과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동쪽의 섬나라로의 원정을 선언한다.


 


한편, 클라우스의 딸 아냐는 평화를 명분으로 가족을 버리고 원정을 떠난 아버지를 찾으러 동쪽의 섬나라로 출발한다.


아냐의 어머니는 클라우스가 떠나고 나서 건강 문제로 인해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동쪽의 섬나라 '지팡구' 에 도착한 클라우스는 위기에 빠진 소녀를 구하게 된다.


클라우스에게 목숨을 구해진 소녀의 이름은 카스미.


자신과 관계도 없는 사람을 지키려는 자세에 감명을 받고 자신도 사무라이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 당시 카스미의 부모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카스미의 설득 외에도 최근 지팡구에서 용 퇴치 직업이 인정받기 시작했으므로,


카스미가 사무라이가 되는 것을 허락한다.


 


어느 날, 아냐는 지팡구에 도착한다.


아냐는 카스미에게서부터 자신의 아버지 클라우스가 평화를 위해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를 곧바로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을 버리고 원정을 떠난 아버지를 그 누가 어떻게 한순간에 용서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조금 풀어, 자신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인정하게 된다.


 


클라우스 원정대의 활약으로 지팡구에서 일어난 드래곤과의 전쟁은 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두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머나먼 땅에, 자신의 동료인 프리델과, 젊은 기사들을 데려온 것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클라우스는 쓰러지고 만다.


클라우스를 대신해서 원정대의 대장 위치를 이은 것은 프리델이었다.


그러나 항상 일이 뜻대로 풀리지는 않는 법.


지팡구의 사무라이들과 프리델은 뜻이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겼기에 갈등이 일어났다.


역시 원정대와 공동 작전을 실행하는 카스미와도 매일매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런 도중 엄청난 위기가 닥쳤다.


지팡구에서 왕도 세계와의 교류를 일절 금지시킨다는 정책을 취한 것이다.


드래곤을 잡는 지식과 왕도 세계쪽의 물품들도 역시 교류 행위가 처벌대상이 된 지금은 더이상 공급이 불가능하다.


그런 지팡구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교류 재개를 호소한 카스미. 


그러나 카스미 혼자만 호소를 한 것이 아니었다.


아냐 또한 드래곤 퇴치에 대한 지식과 물품들을 교류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물색하고 있었다.


서서히 드래곤에 의한 피해가 다시 커지는 지팡구를 위해서, 아냐는 한시라도 빨리 교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도사와 터너-플로라, 터너


 


플로라는 기도사로써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자라왔다.


언젠가 그녀의 주변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이는 비를 싫어하는 드래곤이 그녀가 사는 마을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후 비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비를 내려주는 기도사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기도를 하지 않아도 비가 저절로 내려 가뭄에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했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는 플로라였으나, 동시에 그 사람들은 자신을 꺼려하고 있었다.


플로라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자신도 과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결혼은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난 남자는 명문가인 아폴로스 가문의 63대 당주, 터너 아폴로스였다.


 


터너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바로 수천명의 군사였다.


수천명의 군사들이 초대 당주 포스터가 고안했던 화살탄을 일제히 퍼부으면,  어떤 드래곤이라도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 일제히 날아오는 화살탄 덕분에 터너는 '호우' 라는 이명을 가지게 되었다.


 


터너의 아내 플로라도 비를 내리게 하는 여성이었다.


조용히 내리는 비의 음색은 터너의 유일한 평온함이었다.


 


십수년 전 처음 만난 그때부터 터너의 아내 플로라의 주변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플로라는 항상 미소짓는 얼굴만을 보여왔고, 터너는 아내가 슬퍼하는 표정을 몰랐다.


 


플로라는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의 손은 빗물보다 차다.


플로라는 마지막을 미소를 짓고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비가 그쳤다.


 


 


병기와의 싸움-프라우, V


 


플로라와 터너는 여자아이를 가졌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프라우.


어머니의 특성을 물려받았는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던 건지, 프라우의 주변에서는 항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꺼려했고 프라우는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어느 날 프라우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O-6은 착용자와 하나가 되는 일체형 생체병기이다.


자아도 갖고 있으므로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그 생체병기는 물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며, 차원 이동 장치를 갖고 있다.


O-6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V는 훗날인 어둠의 시대에서 만들어진 인간과 융합된 고대 병기이다.


V에는 인간 여성이 재료로 쓰였으며, 현재는 그 여성이 지닌 원래의 생김새조차도 알 수 없다.


시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을 지닌 V는 '말뚝' 이라는 물질을 박아넣음으로써 인과를 파괴할 수 있다.


이는 시공간에 균열을 일으켜 미래를 깨트릴 수 있는 위험한 능력이다.


'말뚝' 을 제거하더라도 미래는 조금씩 변질된다.


 


O-6의 목적이 바로 미래를 망가뜨리는 고대 병기인 V의 파괴이다.


프라우와 함께 미래인 어둠의 시대로 날아간 O-6은 V와 대치하게 되었다.


O-6은 물을 충전하고, V와의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V와 O-6은 곧 사라질 것이다.


정확히는 O-6의 자아가 사라지는 것이다.


외촐이였던 프라우에게 O-6은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


프라우를 잘 챙겨주고 말상대도 해 주는 그런 생체병기였다.


O-6은 자아가 사라져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차원 이동 장치는 여전히 작동이 가능했고, 계속해서 생체형 병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프라우는 다음에 갈 곳을 생각하고 차원 이동 장치를 사용한다.


 


프라우는 빛의 시대로 날아갔다.


눈앞에 있는 '말뚝' 투성이의 광경에 프라우는 절망하고 만다.


 


 


사악한 영혼의 탄생-니콜라, 파우스트, 메릴


 


니콜라 레겐은 연금학자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이 있었고 자신도 자신의 직업지식에 대한 욕심이 많았기에 더이상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다.


어느 날 니콜라의 삶은 산산조각이 난다.


아내는 쓰러져서, 니콜라가 열심히 간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바닷가로 나간 후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니콜라는 반년 후 무에서 영혼을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영혼이 많은 이들을 나락으로 몰고 갈 사악한 영혼이라는 것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영혼은 니콜라의 혼을 먹어치우고 몸을 차지했다.


 


파우스트 글렛챠는 니콜라의 친구다.


니콜라가 영혼을 무에서 창조해냈다는 소식을 듣고, 파우스트는 니콜라의 집으로 찾아갔다.


영혼은 니콜라의 몸에서 빠져나와 파우스트에게 비집고 들어가 영혼을 먹어치운 후 몸을 차지했다.


그때부터 그 마을에서 엄청난 학살극이 일어났다.


파우스트의 몸을 얻은 영혼이 마을사람들의 영혼을 백개씩이나 먹어치웠다.


영혼을 먹을수록 지혜와 힘을 얻는 그 영혼의 이름은 악마의 화신, 악식왕, 또는 크툴루였다.


 


마을에서 학살극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메릴은 무기를 갖추고 수도원에서 나왔다.


메릴 글렛챠는 오빠인 파우스트와 서로 사랑해서 관계를 맺은 후,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 수도원에 들어갔었다.


마을에서 학살극이 일어났다는건 자기 오빠도 위험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는 것.


마을로 간 메릴은 오빠 파우스트와 마주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파우스트의 모습을 한 악식왕이 고양이같은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메릴을 노리고 있었다.


 


메릴은 파우스트의 가슴팍을 향해 십자창을 찔러넣었다.


파우스트의 폐는 뚫리고, 그 몸은 더이상 쓸모가 없어져 죽고 말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메릴.


그러나 메릴은 순식간에 이 세상에 없어지고, 파우스트의 몸에서 빠져나온 악식왕이 그녀의 몸을 차지했다.


 


 


이야기를 적어내리는 펜은 쉬지 않는다-카룰


 


카룰은 어부를 생업으로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이다.


몬스터나 용이 바다를 더럽히는 것을 참지 못했던 그는, 그 원흉을 퇴치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어릴 적에 잃은 아버지가 들려준 바다 공주 이야기 하나에 의지하면서 말이다. 


카룰은 어부인 아버지를 존경하는 소년이었고, 이후에도 바다를 어지럽히는 용들을 토벌하는 여행을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바다 공주 이야기 외에도 다른 지역의 전설들을 수집하여 글을 쓰고 있었다.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들어온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바다 공주 이야기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와 외모를 가진 쌍둥이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들을 바다 공주님이라고 부르며 연모하였습니다만, 어느 날, 쌍둥이 중 한 명의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매일 우는 공주님 앞에 나타난 것은, 크툴루라고 하는 작은 요정이었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곳에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한 바다의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생명이 다한 이후에도 바다 밑에서 세계의 바다를 지키고 빛과 같이 바다를 비추어 헤매는 배를 이끌어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윽고 시대가 흘러, 사람의 빛이 바다를 비출 무렵, 역할을 끝낸 공주는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곳에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바다의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생명이 다한 이후에도 바다 밑에서 노래를 불러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의 영혼을 저승의 바다로 이끌어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윽고 시대가 흘러,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적어질 무렵, 역할을 끝낸 공주는 천천히 저승으로 걸어갔습니다.


 


 


 


악식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여정-메리, 리비아, 우르술라, 루크, 크툴루, 레비아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와 외모를 가진 쌍둥이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들을 바다 공주님이라고 부르며 연모하였습니다만, 어느 날, 쌍둥이 중 한 명의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매일 우는 공주님 앞에 나타난 것은, 크툴루라고 하는 작은 요정이었습니다.


-[창의 기사] 카룰의 바다 공주 이야기


 


불의 시대에서부터 이어진 명가, 벨브렛트 가문의 장녀 레비아 벨브렛트는 용을 직접 퇴치하는 거친 면모와 동시에, 쌍둥이 여동생인 리비아 벨브렛트와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가련함도 갖추고 있었다.


그 소문은 벨브렛트 영지뿐만 아니라 외지에도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레비아에게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레비아는 매일 매일을 울면서 보냈다.


더 이상 아름다운 노래를 같이 부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때, 작은 요정이 나타나서 목소리를 돌려줄 테니 계약을 하자고 했다.


레비아는 그 제의를 승낙했고, 동시에 요정에게 영혼을 먹히게 되었다.


그리고 레비아는 행방불명되었다.


 


크툴루는 사악 그 자체다.


소원을 이뤄준다고 거짓말을 해서 대상을 꼬드기고, 몸을 차지하는, 니콜라가 만들어낸 요정이었다.


레비아의 몸을 얻은 크툴루는 닥치는 대로 사냥을 시작했고, 영혼은 물론 사냥감의 몸까지 전부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점에서 크툴루는 '악식왕' 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 시작했다.


크툴루는 수많은 영혼을 먹어치우고 너무나도 강력해져서 세계의 균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크툴루를 두려워해서 이름을 입에 올리는 조차 거부하였다.


 


리비아는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악식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원정대를 모집하였다.


청의 용사 루크, 젊은 영웅 우르술라, 현자 메리가 이 원정대에 참여했다.


셋 다 이전부터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으며, 모두 수많은 드래곤과 환수를 퇴치해 온 자들이었다.


하지만 우르술라는 수상한 낌새를 보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악식왕에게 자신의 가족이 사는 땅으로 협박을 받아 동료의 생명을 넘겨야만 하는 처지였다.


 


악식왕의 밀정이 된 우르술라였으나 여행이 시작될 때 그녀는 루크와 맹세를 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리비아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서, 앞을 가로막는 것을 물리치자는 맹세였다.


 


우르술라는 단검으로 루크를 찔렀다.


단검에는 절대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내는 저주가 걸려 있었다.


루크는 우르술라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 진심을 안 지금 그녀와의 맹세를 완수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우르술라와 대면한 루크는 그녀를 막아세우고 리비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리비아에게 화살을 쏘라고 외치고, 화살은 그 둘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루크와 우르술라에게 걸린 악식왕의 저주는 풀렸다.


리비아는 동료 둘을 잃었다.


 


악식왕의 앞에 리비아가 나타났다.


리비아는 크툴루가 자신의 언니의 몸을 차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의 언니였지만 그 몸에서 나오는 고양이같은 웃음소리는 언니의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시체를 밟아왔고, 더이상 고민할 수도 없었다.


리비아는 자신의 언니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악식왕과 리비아의 싸움은 끝났다.


리비아는 땅에 엎드려 쓰러져 있었고, 크툴루는 간신히 서 있었다.


크툴루는 기력을 다했고, 바람 앞의 등불에 불과했다.


그 때, 메리가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크툴루에게 다가갔다.


메리의 팔이 크툴루의 가슴을 꿰뚫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크툴루의 영혼은 메리의 몸 속에 봉인되었다.


 


메리는 훗날 하늘 위에 교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자신의 혼을 붙들어 매고 세상을 감시하게 된다.


리비아는 생명이 다해서 목숨을 잃었으나, 바다에서 죽은 자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성불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