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아침부터 도서실에 있었다.


별로 수업이 싫었던 건 아니다.


늘 다니는 도서관 자습 때문이다.


그 전에 잠깐 수면부족의 해소를 했는데, 그것은 사소한 문제다.


그런 내 몸 상태를 배려해 주었는지 최근 그쪽에서 이야기하게 된 시스이도 나타나지 않는다.


아직 오전이다.

방과 후가 되면 얼굴을 내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조용한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데



마리 "아, 후우마 씨."

마이 "또 땡땡이인가요?"


토둔의 대마인 시노하라 마리와, 지기술사 나나세 마이였다.


나와는 클래스가 다르지만, 임무니 뭐니 해서 교류가 생겨, 이제는 완전히 낯익은 사이이다.


나 "뭐야, 두 사람도 땡땡이?"

마리 "아, 아니에요. 저는 지난번 시험임무 보고서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요."

마이 "저는 그걸 도와주러 왔어요."

나 "지난 번 시험임무라는 건 나랑 우나와 즉석팀 짰던 그거? 꽤 오래됐는데?"


그렇게 말하자 마리는 겸연쩍은 듯이,


마리 "에헤헤, 저 그런 보고서 같은 거 잘 못 써서요. 선생님께서 다시 제출하라고 하셨어요."

마이 "여러 번."


마이 작은 목소리로 정정한다.


마리 "그, 그랬죠. 여러 번 다시 제출하고 있어요. 후──욱!"


말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라는 눈으로 마리가 마이에게 끙끙거린다.


마이 "흐──응."


마이는 새침한 얼굴. 오늘도 사이가 좋은 것 같다.


나 "큰일이네. 괜찮으면 도와줄까?"

마리 "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마리는 확 얼굴을 빛낸다.

마이도 묘하게 안도한 듯 말했다.


마이 "후우마 씨, 부탁드려요. 마리짱 선배의 리포트는 엄청 그렇거든요."

나 "그렇게나?"

마이 "지독해요."

마리 "아──, 마이짱 지독하다니 너무해!"

마이 "이거 봐요."


여러 번 다시 제출해야 했다는 보고서를 나에게 건네주다.


마리 "와앗! 마이짱, 그거 보여주면 안돼!"

마이 "안 보면 못 고칠 거에요."

마리 "그, 그렇지. 후우마 씨, 웃지 말아주세요."

나 "아니, 웃지 않을 건데......"


라고 말하면서고 훑어본다.


『토둔 토류파!!』

『쩌억! 하고 제 기술이 대작렬했어요. 해냈다!』

『오크들은 한꺼번에 날아갔어요. 자업자득이에요!』

『"지기필살・천 마리 학・칠색의 마이!!"』

『나왔습니다. 마이짱의 필살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천 마리의 학이 오크들을 팍팍 베어 갑니다. 멋있어!』


나 "으──음."


나는 웃는 대신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으로, 현장감이 가득, 주관 그대로, 의음이 작렬해 터졌다.


꽤 재미있는 읽을거리지만 일단 임무 보고서로는 아니올시다.


마이 "어때요?"

나 "좀 그렇네."

마이 "그렇죠?"

마리 "그, 그런가?"

나 "예를 들어 이거──지기필살・천 마리 학・칠색의 마이? 이런 말을 했었나?"

마이 "안 했어요."

마리 "그건 뭐라고 할까, 뭔가 분위기적으로 필살기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게 좋을까 하고......에헤헤."

마이 "마리짱 선배, 계속 이 상태에요. 후우마 씨, 부탁드립니다."

나 "뭐, 이건 이걸로 하고, 좀 더 보고서다운 형태로 정리할까? 선생님의 체크를 통과하도록."

마리 "잘 부탁드립니다."


마리가 꾸벅 머리를 숙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마리의 보고서 작성을 돕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의음이라든가, 즉석 감상이라든가, 말하지도 않은 대사를 지우는 것이 중심이다.


나 "여기도 싹 지우자. 대사도 없이."

마리 "하지만, 여기는 우나짱이 감격한 나머지, 마이짱을 껴안고, 마이짱이 새빨개지는 아주 좋은 장면인데......?"

나 "그렇지만 보고서에 '좋은 장면'은 필요 없으니까."

마리 "마이 씨, 후우마 씨 이렇게 말하는데, 지워도 돼?"

마이 "괜찮아요."

마리 "음, 그럼 아깝지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예, 컷! 후──욱!"


마리는 아쉬운 듯 해당 부분에 빨간 선으로 싹 삭제 표시를 했다.


나 "뭐, 이 정도인가. 나중에는 이걸 다듬는 느낌으로."

마리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이 "후우마 씨, 역시나네요. 저는 도저히 마리짱 선배의 보고서를 이렇게 가차없이 쳐낼 수 없었어요."

나 "사람을 무슨 귀신 편집자처럼......"

마이 "농담이에요."

마리 "나는 왠지 부족한 것 같은데. 후우마 씨, 역시 이 부분은 어떻게 안 될까요?"

나 "안돼."

마이 "그래요."

마리 "으──, 엄격해──."


마리는 몸부림치며, 그래도 부지런히 보고서를 다듬고 있었다.


마이 "......"


마이는 그것을 웃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나는 마리의 정리가 끝날 때까지 내 독서로 돌아가려고 책을 펼쳤는데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리 "저기, 마이짱, 나 생각했어. 역시 후우마 씨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마이 "마리짱 선배도 그렇게 생각해? 후우마 씨 같은 건 사라지는 게 세상을 위한 거라고."

마리 "그치?"

마이 "응"

나 "......?"


마리 "마이짱, 모처럼이니까 여기서 후우마 씨를 죽일까?"

마이 "잠깐만, 마리짱 선배. 여기서 하면 책이 더러워져."

마리 "아아, 그렇구나. 후우마 씨 따위의 피로 책을 더럽힐 수는 없지?"

마이 "그러니까 밖에서."

마리 "알았어. 밖에서."


두 사람이 천천히 일어선다.


나 "저기......둘 다 방금 건 무슨 느낌의 대화야?"


그때는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으로부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 "뭐라니, 아하하. 정해져 있잖아요."

마이 "죽이는 거에요, 후우마 씨를."


마리와 마이, 두 사람의 눈이 날 바라본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기이한 빛이 보인다.


하지만 진심이다.


나 "......!"


그렇게 깨달은 순간, 나는 몸을 날리고 있었다.


마리 "후우마 씨, 기다려요!"

마이 "놓치지 않을 거에요!"


두 사람이 나를 쫓아왔다.


나 "저 두 사람, 갑자기 왜 저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건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갑자기 이상해진 것은 마리와 마이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도서실에서 나오자마자 여자들이 일제히 나를 노려봤다.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여학생 "후우마, 네놈!!"

여학생 "잘도 뻔뻔스럽게 살아있구나!"

여학생 "이 여자의 적!!"

여학생 "당장 숨통을 끊어놓겠다!"

나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복도에 있던 여자가 한 명도 빠짐없이 나를 욕해 온다.


전혀 짚이는 데가 없고, 나아가 처음 보는 얼굴조차 있다.


마리 "후우마 씨 놓치지 않을 거에요."

마이 "단념하세요."


마리와 마이도 도서실에서 나와, 다른 여자들도 일제히 무기를 뽑아든다.


여자의 살의에 둘러싸인 나.


영문을 모르겠지만 절체절명이다.


***


마리 "토둔・금강권!!"


마리의 주먹이 윙윙거리며 다가왔다.


토둔으로 쇠보다 더 단단하게 만든 주먹이다.


저런 것을 받으면 일격에 끝장이다.


하지만 곧은 성격의 마리의 공격은 피하기 쉽다.


나 "우와아앗!!"


나는 몸을 틀며, 마리로부터 크게 거리를 벌렸다.


마이 "지기・날으는 학!!"


그런 나를 몰아넣듯이 마이의 종이학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다.


나 "히이이잇!!"


단순한 종이접기지만 마이의 손에 걸리면 면도날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된다.


사람의 몸은 간단히 꿰뚫어 버린다.


나 "핫!!"


교내에서 칼을 뽑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종이학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슥.


종이학은 휙 궤도를 틀어, 칼을 피하고 나를 더욱 노리고 날아든다.


하지만 그것은 이쪽도 예상하고 있었다.

애당초 요격 같은 건 못할 거라고.


나 "타앗!!"


나는 칼을 휘두른 기세를 이용해 내 앞에 뛰어들 듯이 마루를 굴러 종이학의 추격을 간신히 피했다.


종이학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휙 마이 쪽으로 돌아가, 체공한 채 목표를 정하고 있다.


나 (위험해......)


식은땀이 멎지 않는다.


지금 두 사람의 공격은 진심이었다.


반대로 나는 분명히 상태가 이상한, 무언가에 조종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두 사람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기 보다, 사실 저 두 사람은 내가 진심이 되어도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학교라서 두 사람이 인술의 위력을 누르고 있는 것과 지금까지의 교제로 공격을 읽고 어떻게든 견디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두사람의 배후에는──.


여학생 "쳇, 피했나."

여학생 "후우마 주제에 건방져."

여학생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베어 버리겠어."

여학생 "아니, 내가 숯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지인도 뭣도 아닌 여자들이 나를 죽이려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나 "뭐야, 이 상황은......"


지금까지도 기묘한 일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 건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


정말로 갑자기, 마리와 마이를 비롯한 여자들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마리 "후우마 씨 의외로 움직임이 빠르네요."

마이 "후우마 씨는 우리를 자주 봐. 그래서 움직임을 읽고 있어."

마리 "자주 보고 있다니 싫다. 역시 여자의 적, 변태네요."

마이 "만 번 죽어 마땅해."

나 "그, 그건 오해다!"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둘 다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마리 "마이짱, 변태 후우마 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줘."

마이 "알았어. 지기・절대격리영역."


마이의 양손 소매에서 우수수 많은 종이가 흘러내렸다.


나 "윽!!"


나는 반사적으로 자세를 취했지만, 종이 뭉치는 내가 아닌 복도의 양 끝에 펼쳐져, 거기에 벽을 쌓았다.


그리고 창문에도 착 달라붙어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나를 에워싼다.


이래서야 완전히 독 안에 든 쥐다. 난감하군.


마리 "역시 마이 짱. 완벽해. 변태 후우마 씨, 이제 도망갈 수 없어요."

마이 "각오하세요. 이건 천벌이에요."

나 "처, 천벌!? 잠깐, 잠깐 기다려 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엉겁결에 되물었던 그때,


파직파직!!!


나 "뭐야?"


무시무시한 섬광이 눈앞을 스쳐 지나, 복도 앞뒤를 가로막고 있던 종이벽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마리 "말도 안돼! 마이짱의 종이가?"

마이 "누구지?!"


누군지 모르지만 도망갈 기회다.


나는 망설임 없이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종이 구멍을 통해 맞은편 복도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거기에 있었던 것은──.


유키카제 "앗, 후우마!"

나 "유키카제!"


등골이 얼어붙었다.


설마 여기서 유키카제가!?


뭔일인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만약 다른 여자와 마찬가지로 표변했다면 아웃이다.


뇌격의 대마인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유키카제 "후우마......?"

나 "유키카제......??"


하지만 유키카제가 나를 죽이려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기는 커녕 희한하게도, 나의 반응을 엿보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유키카제 "후우마, 나에게 프로포즈하고 싶지 않아?"

나 "뭐어? 그럴 리 없잖아. 그보다 날 죽이고 싶지 않아?"

유키카제 "뭐어? 그럴 리 없잖아!"

나&유키카제 ""앗!""


두 사람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


아무래도 서로 이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서로만은 제정신인 것 같다.


남학생 "유키카제──! 결혼해줘──!!"

여학생 "변태 후우마, 죽일거야──!!"


유키카제 뒤에서는 정신나간 남자들이, 내 뒤에서는 정신나간 여자들이 다가온다


나 "서로 영문을 잘 모르겠지만!"

유키카제 "일단 도망치자!"


와장창~!!


유키카제는 종이로 막힌 창문을 뇌격으로 깨뜨리고, 거기서 도망치려고 내 손을 잡았다.


그때였다.


유키카제 "어!?"

나 "뭐야?"


구냐아──.


손을 잡은 우리들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져 간다.


이 '끌려가는' 느낌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 브레인플레이어에 당한 것과 같은 공간전이의 조짐이다.


나 "날아간다!!"

유키카제 "후우마앗!!"


유키카제가 내 손을 꽉 움켜잡는다.


훙.


우리는 소리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마리 "어? 우리 뭐하고 있는 거지?"

마이 "분명, 후우마 씨를 쫓아다니다가......?"

마리 "그래, 후우마 씨를 쫓아? 어라? 후우마 씨는?"

마이 "없어. 지금 유키카제 씨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은데."

마리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없어졌어."

마이 "응, 사라졌어."

마리 "어떻게 된 거지?"

마이 "글쎄?"


고개를 갸웃하는 두 사람


후우마를 죽이려던 여자들.


유키카제에게 청혼하던 남자들.


그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