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전사들의 노호.


죽음의 공포


그리고 희미한 향수.


나 (이건 꿈이야......)


벌써 몇 번이나 꾼 악몽.

하지만, 오랫 동안 보고 있지는 않았다.


축 처진 몸을 끌고, 불길 속을 피해 도달한 것은 작은 등.


??? "반드시 도련님과 함께 아버님들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 "......님."

??? "당주님."

도바시 곤자 "당주님."

니샤 가이자 "......곤자냐."


집사 도바시 곤자의 목소리에 가이자는 눈을 떴다.


이곳은 도쿄킹덤의 중심에서 가까운, 니샤의 아지트의 한 방.


곤자 "가위에 깊게 눌리신 것 같더군요."

가이자 "......보고 있었다면 빨리 깨워라."

곤자 "귀중한 휴식을 방해하는 것도 죄송해서요."


대마인의 총본산·오차에 반기를 들어, 도쿄킹덤의 신세력으로서 이름을 떨친 가이자 일파──통칭 '니샤 닌군'.


그 두령인 가이자에게 할 일은 끝이 없다.


용문으로부터 빼앗은 광대한 영역의 관리, 새롭게 산하가 된 자들의 장악, 거기에 더해 스스로의 단련.


그런 나날들에 쫓기던 가이자는 문득 혼자가 되자, 무심코 선잠을 자버린 것 같다.


곤자 "요즘 바쁘신데다가, 단련도 열심이셨으니까요."

가이자 "아아. 내 인법은 아직 미완성이니까."

가이자 "그 이가와 아사기와도, 머지않아 정면으로 부딪칠 때가 올 거다. 그때까지 힘을 길러야 해."


가이자는 오차 방향을 똑바로 노려본다.


반란 때는 마과의 퓌르스트의 약의 힘을 빌려 싸웠지만, 다음에는 자신의 힘으로 쓰러뜨린다.


가이자는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지만, 동시에 현재로서는 아직 당해낼 수 없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다.


가이자 (하지만, 이 인법을 완성시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어쩌면──.)


가이자 "곤자, 따라와라."

곤자 "어디로 가시는지?"

가이자 "오면 안다."


가이자가 향한 곳은 빌딩의 지하 깊숙히였다.


원래 용문이 거점으로 삼았던 이 건물에는 각종 최신 설비가 갖춰져 있다.


사실상 중화연합의 하부조직인 용문은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비합법 실험과 마계의료 연구를 이곳에서 시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하층은 그 연구소로 사용되었던 것 같은데, 빌딩이 니샤의 것이 되고 나서는, 폐쇄된 채로 있다.


두 사람은 으스스한 연구실들을 곁눈질 하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곤자 "당주님, 설마 이것들을 다시 활동하게 할 생각이신가요?"

가이자 "그럴리가. 이쪽이다."


지하층의 최심부. 커다란 문을 열자, 한층 더 넓은 시설이 펼쳐져 있었다.



곤자 "호오. 이건......전투 시뮬레이션용 시설입니까."

가이자 "그래. 전투원 훈련이나, 마계의료로 만든 생물의 데이터를 취하는데 사용했었지."


이곳은 모든 상황을 가정한, 전투훈련을 위한 가상훈련 장치다.


입체영상으로 풍경을 재현하고 비, 눈, 바람, 기압과 습도 등, 온갖 상황을 재현해 실전에 가까운 전투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가이자 "오차학원에 있던 것보다는 조금 작지만. 둘이면 충분하다."

곤자 "그런 거라면 기꺼이. 봐드리지 않겠습니다."

가이자 "당연하지."


가이자는 그렇게 말하며, 애용하는 참마도 '이노스케(猪助)'를 손에 쥐고, 시뮬레이터를 기동한다.


그러자 주변 풍경이 일변했다.



곤자 "이곳은......"

가이자 "용문이 만든 전장 중 하나라고 한다. 데이터가 남아 있더군."

곤자 "악취미군요. 제대로 객석까지 재현하고 있어요."

곤자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럼, 사양 않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가이자 "아아. 간다, 곤자."


***


대련을 마치고 두 사람은 집무실로 돌아와 있었다.


곤자 "역시나군요."

가이자 "무엇이 말이냐."

곤자 "조금 전의 대련을 되돌아봐는데."

곤자 "강적과 맞서야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거로군요."

가이자 "......나의 '야차촉루'는 싸움에서 패해, 쓰러져 간 망자의 원념을 몸에 두르는 힘이다."

가이자 "그 수가 많을수록, 내 힘 또한 강해진다."

가이자 "즉,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 땅. 예를 들어, 먼 옛날의 전장에서라면 무적이지만, 싸우는 곳은 그런 곳만이 아니다."

가이자 "전장에 의존하는 것이 내 능력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이자 "하지만 이거라면......"


가이자는 가만히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수행을 거듭해 진화시킨 사안의 힘. 곤자와 싸워, 그는 그 반응을 손맛으로 느끼고 있었다.


곤자 "뭐, 그뿐만 아니라 검술도 상당히 좋아졌지만요."


그것은 곤자의 기탄없는 평가였다.

태도(太刀)를 휘두르는 정확성, 무거움, 모든 것이 능숙하다.


하지만 가이자는, 그런 곤자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가이자 "난 아직 멀었어. 그건 싫을 정도로 자각하고 있다."

가이자 "너무 칭찬해서 자만하게 만들지 마라. 어리석은 두령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

곤자 "이것 참 실례했습니다."

가이자 "......하지만, 너의 직언에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

곤자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과제는 역시 '실전'이군요."

가이자 "그렇지. 나에게는 실전이 부족해. 그것만은......"


그때,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부하가 뛰어들어왔다.


하닌 "가이자 님, 곤자 님!"

가이자 "무슨 일이냐?"

하인 "『대박도(大博徒)』 옹이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가이자 "그 카지노 주인이?!"


『대박도』 란, 도쿄킹덤에 점포 몇 개를 운영하고 있는 어둠의 카지노 그룹이다.


가이자가 용문을 쓰러뜨리고 나서부터, 그 영역에 있던 창관이나 어둠의 카지노 등은, 그대로 니샤 닌군의 산하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도 어둠의 카지노 『대박도』는 니샤에 열렬히 충성하고 있으며, 그 매출은 니샤 닌군의 큰 수입원이기도 했다.


그 『대박도』의 보스가 암살됐다는 것이다.


하닌 "새벽에 암살당한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뒷골목에서 시체로 발견됐다고."

곤자 "저 조심성 높은 노인이......그야 원한은 잔뜩 샀겠지만."

가이자 "본인도 경계는 지나칠 정도로 했을 터. 늘 상당한 실력자를 호위로 데리고 다녔지."

곤자 "하수인은 그 이상의 수완가일까요."

가이자 "혹은, 경계받지 않을 내부자의 소행인가. 어쨌든 산하의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방관할 수 없다."

하닌 "이미 쇼노스케 님이 수사를 개시햇습니다."

가이자 "그래, 계속 보고를 부탁한다."

하닌 "예."


부하는 머리를 숙이고 잰걸음으로 방에서 물러났다.


가이자 "......"

가이자 "곤자."

곤자 "예."

가이자 "너도 쇼노스케를 거들어라."

곤자 "알겠습니다."


곤자는 재빨리 고개 숙이고 방을 나서려 한다.


하지만, 출구에서 주인을 돌아보며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곤자 "......당주님. 어둠의 세계에서는 죽고 죽이는 건 일상입니다."

가이자 "알고 있다."


가이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한다.


예를 들어, 만에 하나 곤자가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둠에 발을 디딘 자의 운명. 그것을 짊어지고 갈 각오를, 가이자는 이미 한 것이다.


곤자 "네."


곤자는 언제나처럼 히죽 웃으며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