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인 스토리 방주 채널

같은 날·밤──.


안개가 자욱한 밤이었다.


피부에 달라붙는 희고 짙은 안개 속에, 한가로운 목소리가 울린다.


야스 "이야, 과연!! 미란다 씨도 그런 녀석들에게 습격당한 적이 있다구요?"

야스 "그래서 우리들도 같은 목적이겠거니, 하고 짐작을 했다."

미란다 "후후, 그래요. 저도 두 분과 마찬가지로, 이 건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을 때──."


그때는, 저 혼자였으므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지만─라고 소녀는 부끄러운 듯이 웃는다.


미란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그 과정을 날리고 갑자기 '저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해 혼란스러우셨지요."

미란다 "이상한 말을 하는 여자라고 놀라셨나요, 에리카 씨?"

에리카 "아, 아니, 그런 건......그보다, 어이, 야스!!"

에리카 "지금 우리는 잠복 중이라고! 미인이 함께라고 해서 흐늘흐늘 하지마!"

야스 "우헤엑?! 흐늘흐늘 하지 않았거든요~."

미란다 "후훗♪ 뭔가 재미있네요. 두 분과 동행해서 다행이에요."

미란다 "저 혼자서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요."


미란다가 품위 있게 미소 짓는다.


역시 기묘할 만큼 우아한 미소.


에리카 (......라고 말하지만. 불안할 리 없잖아, 나이프를 그렇게 잘 다루는 녀석이.)


에리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


단순한 야스는 이미 완전히 미란다에게 마음을 터 놓은것 같지만, 에리카는 그녀의 존재에 위화감을 씻을 수 없었다.


에리카 (내 생각이 지나친 거면 좋겠지만......)


한나절 전.


골목길에서 마주친 소녀는 미란다 클로젯이라고 했다.


항구 지역을 세력권으로 하는 클로젯 상회 보스 칼 클로젯의 딸.


그것이 그녀가 단신으로 실종사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


미란다 "──아버지의 행적에 미심쩍은 게."


관계가 깊었던 센자키의 보스들과 거리를 두고, 항상 뭔가에 겁먹은 듯 몹시 침착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고.


미란다 "동시에 항만 지구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클로젯 상회의 세력권에서 일어난, 스트리트 칠드런의 연속 실종.


이제 슬슬 거리의 주민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괴사건이다.


미란다 "평상시의 아버지라면 이런 사태를 그냥 넘기지 않았겠지요."


그것은 보스의 의무이기도 하다.


영역 다툼이 일어난 문제는 보스가 바로 정리하는 것이 철칙이다.


미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칼 클로젯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건에 대해 캐묻던 미란다를 노골적으로 피하게 됐다.


미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란다는 단신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아버지 칼 클로젯의 세력권인 항만 지구 슬럼가.


거기서 탐문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사건의 조사차 온 에리카와 야스가 습격당하는 장면을 조우했다──.


에리카 "저기 미란다. 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어?"

미란다 "──네? 무슨 의미인가요, 에리카 씨?"


에리카의 속삭임에 미란다가 돌아섰다.


여자인 에리카가 봐도 깜짝 놀랄 만한 미모다.


에리카 "아, 아니......이 조사를 말하는 거야."

에리카 "당신, 딱히 아버지의 조직에 속한 건 아니지?"

에리카 "그런데 왜 이렇게 위험한 일에 참견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자신은 제외하고 에리카가 묻는다.


에리카는 역전의 용병이라지만, 미란다는 일반인(나이프나 호신술에 소양은 있는 것 같지만).


위험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미란다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그럼 안 될까요?"

에리카 "뭐?"


에리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미란다가 난처한 듯 미소를 돌린다.


미란다 "아뇨, 에리카 씨가 당황하시는 마음도 알아요."

미란다 "저는 아버지가 뒷장사로 번──더러운 돈으로 오늘날까지 키워진 딸."

미란다 "허울 좋은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어요."

에리카 "그,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겠지만......"

미란다 "그래도──한도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물거리는 에리카에게 상관없어요─라고 말하듯 미소짓는 미란다.


에리카 "한도......?"

미란다 "──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일선."

미란다 "지금 이 거리에서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것이, 무엇인가 사악한 목적을 위한 거라면──."

미란다 "그리고 만일, 그에 아버지가 관련되어 있다면, 그 또한 용서할 수 없는 바."

에리카 "뭐, 뭐어, 그렇지......"


그 점은 에리카도 이론은 없다.


미란다 "그게 제가 조사를 시작한 이유에요. 아버지가 관련되어 있다 하더라도──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란다 "그걸 막고 고발하는 게 오히려 딸인 제 책무──후훗."

미란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포장하는 것처럼 여겨지려나요?"

에리카 "......"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에리카, 하지만 그 옆의 야스는 크게 감격한 모양이다.


야스 "과연~ 훌륭해요! 저 진짜 감복했어요, 미란다 씨!"

야스 "부모와 자식의 정이 있다──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으로서의 길도 있다! 크~으, 눈물 나올 것 같아요!!"

미란다 "어머나♪ ──후훗. 감사합니다, 야스 씨."

에리카 "뭐어 미란다, 네가 의외로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서 다행이야."

에리카 "지금부터, 함께 수라장에 발을 들여놓을 테니까."

미란다 "......그 '유령선' 말이군요."


두 사람의 눈이 짙은 안개로 자욱한 밤의 컨테이너 부두로 향한다.


거기에 있는 것은, 너덜너덜하게 낡아 방치된 몇 척의 화물선.


──에리카 일행은 두 가지 증언을 조합해 이 부두를 찾았다.


첫째는 골목길에서 습격해 온 깡패들에게서 끌어낸 증언.


양아치 『모, 몰라!!? 우리는 부탁받은 것 뿐이라고!!!』

깡패 『거리의 술집에서 말을 걸어온, 이상한 가면을 쓴 기분 나쁜 남자였어!』

깡패 『그놈이 돈은 얼마든지 내어 줄 테니, 이 근방을 떠보는 놈을 남김없이 없애버리라니까──.』


이어 그 말을 들은 미란다의 말.


미란다 『──들은 적 있어요.』

미란다 『아버지의 세력권에 현재, 쓰이지 않는 쓸쓸한 컨테이너 부두가 있다고.』

미란다 『거기에──'나온다'고 하더군요.』

미란다 『키가 크고 기묘한 가면을 쓴 남자.』

미란다 『그 남자가, 바다에서 온 망령을 이끌고, 아이들을 유령선으로 끌어들인다──.』

미란다 『그런 소문이──.』


이리하여 에리카 일행은 그 기묘한 가면남을 찾기 위해 소문의 출처인 부두에 잠복했다.


야스 "하지만, 누구일까요? 그 가면을 쓴 망령 같은 남자라는 건."

에리카 "글쎄? 의외로 진짜 귀신일지도 모르지."


오래 전부터 무역 항구로 번창했던 탓인지 센자키에는 섬뜩한 바다 괴담이 많다.


야스 "히엣!? 괴, 괴물은 좀 봐달라구요 누님~!?"

야스 "저, 그런 건 엄청 무서워한다구요."


심약한 야스는 이미 쭈그러들었다.


에리카 "바보야, 농담이거든 농담! 애당초 유령이 깡패들한테 돈을 줄 리 없잖아!"

야스 "핫!? 드, 듣고보니......?"

미란다 "일부러 소문을 흘리고 있다, 라는 가능성도 있군요."

에리카 "어?"


미란다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란다 "안개 낀 밤에 출몰하는 망령. 그런 소문이 흐르면 미심쩍은 사람의 그림자도 조금은 속인다."

미란다 "사람들이 멀리하거나, 발각되기까지의 시간을 벌거나──그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요."

미란다 "무슨 일이든, 계획하는 사람에겐 편리한 것만 가득해요." 

에리카 "그렇구나......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뭐 정체가 뭐든 상관없어, 라고 에리카는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든──그야말로 대통령이든 마약왕이든, 마음에 안 드는 놈이면 날려버리겠다.


그게 에리카의 용병으로서의 의기니까.


──그때.


야스 "엇!!?"

야스 "누, 누님!! 저기 배 있는 곳에──."

에리카 "그래, 나타났네......"

미란다 "......"


짙은 안개 속에서 스며나온 것처럼.


그늘에 몸을 숨긴 세 사람 앞에 기괴한 가면남이 모습을 드러냈다.


??? 『――――――』


같은 시각.


센자키 번화가를 벗어난 항만 지구의 한 저택──.


쿠레나이 "22:50──. 지금부터 수색을 시작한다."


저택에 잠입한 쿠레나이가 입가에 댄 단말기에 속삭인다.


통신 상대는 카가리이다.


카가리는 저택 밖에서 상황에 변화가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


카가리 『알겠습니다, 쿠레나이 님!』


카가리 "이쪽은 이상 없음!!외부감시는 맡겨주세요!

쿠레나이 "아아, 잘 부탁한다."


주인과의 첫 임무가 기쁜지 몹시 힘이 넘치는 듯한 카가리의 목소리.


쓴웃음을 지으며 쿠레나이는 저택 입구를 둘러보았다.


쿠레나이 (흐음......)


쥬베의 정보에 의하면 이 집은 배신 의혹이 있는 칼 클로젯과 관계가 깊다는 마녀의 거처.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저택은 사람이 없는지 아무런 기척도 없다.


왜냐하면 칼이 암살자를 보내, 주인을 포함한 모든 주민이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쿠레나이 "......"


쿠레나이 (아마 마녀는 입을 막은 거겠지.)


그것이 쥬베와 쿠레나이의 추측.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았다.


혹은 그것을 빌미로 협박했다.


사실은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마녀는 암살당해 세상을 떠났다.


쿠레나이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다.)


저택이 헐리지 않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도 여전히 있고, 집을 뒤진 흔적도 없다.


입을 봉한 것만으로 만족했나?


마녀가 정보를 남겼을지도 모르는데?


쿠레나이 (답은──찾으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려나.)


한 걸음 저택에 발을 디딘 순간 알 수 있었다.


기묘한 마력이 저택에 충만해 있다.


아마도 주인의 죽음과 동시에 발동하는 종류의 마술 트랩.


그로 인해 암살을 획책한 자는 마녀의 비밀에 손을 댈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와서 이쪽이 저택을 수색하는 의미가 있다.


쿠레나이가 현관에서 큰 방으로 이동하려 들면──.


마물 "GRUUUUU──."

쿠레나이 "훗. 마중 나오는 게 늦구나."


그런 쿠레나이의 추측을 뒷받침하듯 사방에서 마물이 솟아났다.


***


마물

「ガアアアアアアアア!!!!」

「ガアアアアアアアア!!!!」


사방에서 마물이 송곳니를 드러낸다.


아무리 쓰러뜨려도 그 공격의 기세는 그칠 줄 모른다.


탈출 불능의 결계에 갇혀, 무한히 솟아오르는 마물에게 기력과 체력을 빼앗기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그게 마술 트랩의 무서움이다.


하지만──.


쿠레나이 "그것도 이미 트릭이 다 밝혀진 마술이다."


겁없이 입술을 일그러뜨린 쿠레나이가 두 눈에 마력을 집중시킨다.


겉멋으로 어둠의 거리에서의 전투 경험을 쌓지 않았다.


마술 트랩을 깨는 방법 따위, 쿠레나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쿠레나이 "핫──!!!"


서걱.


섀도우 『HYAAAAAAAAA!!!!』


쿠레나이의 두 칼이 어둠에 호를 그렸다.


그와 동시에 저택 입구에 비통한 사령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신안神眼'.


모든 '존재'를 간파하는 쿠레나이의 사안.


그걸로 마물들에게서 조금씩 뻗어나가는 마력의 흔적을 더듬어, 쿠레나이는 현관 안쪽에 숨어있던 트랩을 제어하는 마물을 베어 쓰러뜨렸다.


마물

「ギャイイイイイイン!!?」

「ガアアアアアア!!?」


마력의 공급이 끊겨 허무하게 소멸하는 마물들.


마술 트랩의 결계가 깨진 것이다.


쿠레나이 "......"


쿠레나이 (그 녀석에게 트랩을 찢는 방법을 물어보길 잘했군......)


조용해진 큰 방을 돌아보며 쿠레나이는 살며시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실 예전에 쿠레나이는 마술 트랩에 걸려 혼쭐이 난 적 있다.


그 쓰라린 경험을 후우마 코타로를 만났을 때에 이야기해 보았는데──.


코타로 『아아, 그런 건 쉬워! 그럴 땐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 덕분에 이번 트랩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쿠레나이 (으음, 좋군!)

쿠레나이 (역시 코타로는 굉장히 의지가......아, 아니아니!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커흠 헛기침을 하며 느슨해질 것 같았던 얼굴을 긴장시킨 후, 쿠레나이는 저택의 탐색을 재개했다.


쿠레나이 "여기가 마녀의 개인실."


신안으로 가장 진한 마력의 흔적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방문 입구에 서서 조심스럽게 안을 둘러보는 쿠레나이.


지저분한 방이다.


역시 뒤진 흔적은 없다.


여기서 막혔을까?


쿠레나이 (......아니, 그게 아니군.)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의 흔적은, '벽'에 부딪쳐 반으로 끊어져 있다.


마치 그 끝에 숨겨진 통로라도 있는 것처럼.


쿠레나이 "......숨겨진 방인가"


드드드드드......


벽난로 뒤편에 있던 스위치를 누르자, 작은 구동음을 내며 문이 열린다.


쿠레나이 "......"


마녀의 집·비밀의 방.


암살당한 마녀가 뭔가를 남겼다면 여기일 것이다.


발을 들여놓은 쿠레나이가 재빨리 실내를 수색하려던 그때.


카가리 『쿠레나이 니임! 긴급사태입니다! 수상한 차량이 대량으로! 이상한 녀석들이 저택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쿠레나이 "뭐라고......?"


단말기에서 카가리의 절박한 목소리.


카가리는 지금 저택 근처 나무 위에 숨어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카가리 『저건──어떻게 보아도 마피아나 무슨 전투원 같은데 죽여버릴까요!!?』

쿠레나이 "아, 아니 진정해라 카가리. 무익한 전투는 피하도록 해. 넌 혈기가 너무 넘쳐......"


당황하여 성질이 거친 새 종자를 달래는 쿠레나이.


아마 클로젯 상회의 조직원이 찾아온 거겠지.


저택으로부터의 '증거 유출'을 염려해 몰래 경보장치라도 설치하고 있었을 것이다.


카가리 『네! 하지만 그럼 쿠레나이 님의 수색을 방해하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저택으로 들어가면.』

쿠레나이 "문제없어. 나도 곧 철수할 거야. 원하는 것은 찾았다."


쿠레나이는 수중의 서류에 눈을 떨어뜨렸다.


죽은 마녀의 '마지막' 거래였던 탓인지, 그것은 찾을 필요도 없이 책상 위에 있었다.


쿠레나이 "아무래도 쥬베의 의심이 맞는 것 같다......"

쿠레나이 "클로젯 상회는 마녀를 중간 다리 삼아, 센자키 외부 조직과 몰래 거래를 하고 있었다."

쿠레나이 "불쾌한──메스꺼움을 자아낼 만한 무도한 거래다."


쿠레나이의 눈동자에 잔잔한 분노가 떠오른다.


확실히 이것은, '의義'에 따라 그녀가 토벌해야 할 적이었다.


쿠레나이 "거래 상대는, 미연 국무성계 조직, '특무기관 G'──."

쿠레나이 "목적은 무기 개발──아이의 몸을 '소체'로 사용한, 새로운 인조병사의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