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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도 6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임 

2, 4, 6화 내용을 알면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거임


빈약한 필력이지만 누군가는 이걸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림은 모툰이 AI화가 기능으로 생성했음




사회 상류층에게서 재산을 탈취하여,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극빈층을 지원하는 데 쓴다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비밀 결사 '밸런스트 핸드'.



하지만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진 재물을 경호원, 고성능 방범 장치, 심지어는 정규군 등의 보안 수단을 뚫고 억지로 가져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그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약탈 작전에 직접 투입되는 밸런스트 핸드의 결사원들은 조직 내에서 각종 훈련을 받고 있었다.

오늘은, 그 훈련 중에서 1년에 한 번 시행되는 '육해상합동훈련'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육해상합동훈련'이란, 밸런스트 핸드의 육상부와 해상부가 합동으로 전개하는 훈련을 말하는데...

이 훈련이 뭐하는 훈련인지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간에,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육상부를 지휘통솔하는 직책을 맡고 있는 시에라는 그 훈련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백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의 부하들이 모인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여어~ 시에라~"



[ 시에라 (27, 女) {본명 : 카멜리사 그라이언트} ]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시에라.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인간의 두개골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복면을 얼굴에 뒤집어쓴 남자가 있었다.



"이제 곧 회의 시간인데 어디가?"

"...위스키 씨.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어버리신 건가요?"

"무슨 날인데?"



시에라는 초록색 복면의 남자, 위스키에게 잠깐 언짢은 눈빛을 보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육해상합동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분명히 지난주부터 계속 말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훈련?"



위스키는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그랬었지 참... 완전히 까먹고 있었구만..."

"잊어버릴 게 따로 있지. 본인이 해상부의 최고책임자라는 자각은 있는 거예요?"

"미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후우... 당신이 이런 꼴이니 보나마나 당신의 부하들도 오늘 훈련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겠죠. 빨리 부하들에 연락해서 'C구역'으로 모이라고 전하고, 당신도 그쪽으로 속히 오세요."

"응... 알겠어."



시에라는 위스키의 대답을 듣고 나서 다시 가던 길을 걷다가, 문득 또 한 번 위스키 쪽을 돌아보았다.



"위스키 씨는 이번 훈련에 특히 더 열심히 참여해야 할 이유가 있죠? 저번처럼 해군에 붙잡히는 수모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그건 내가 그동안 훈련을 대충대충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작전 나가기 전에 무기 배터리를 충전해놓는걸 잊어먹은 것 때문에 당했던 거라고?"

"그쪽이 더 어이없거든요. 신입 결사원도 안 하는 실수를, 부서의 우두머리씩이나 되는 사람이 저지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래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니가 원하는 대로 오늘 열심히 할 테니까, 이만 화 풀어라."

"말로만 그런 게 아닌지, 나중에 확인해볼 거예요."



잔소리를 끝내고 나서, 위스키를 뒤로하고 또다시 복도를 걸어나가는 시에라. 

위스키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연락하기 위해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델타.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말이지. 오늘 훈련이 있다고 하거든? 그래서 말이야..."



평소처럼 일과를 보내려던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해상부의 결사원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 훈련 소식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훈련 시작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훈련이 시작된 지 6시간쯤 흘렀을 무렵,



꾸루루루루루루룩-



자신의 상사인 위스키의 명령을 기다리며, 쾌속선의 갑판 위에서 부하들과 함께 대기 중인, 해상부의 간부인 델타는 방귀로 가득 찬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 델타 (23, 女) {본명 : 엔리나 마르보네} ]



'읏... 오늘따라 왜 이리 배에 가스가 많이 차지?'



그녀는 원래도 보통 사람에 비해 방귀를 자주 뀌는 편이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오늘은 유독 정도가 심했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급작스러운 훈련 소식에 오늘 아침 식사를 빠르게 먹어치운 데 있었다.

인간이 배출하는 방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삼킨 공기.

음식을 빨리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양도 많아져, 결과적으로 방귀의 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평소같았으면 델타는 그냥 약간의 창피함을 감수하고 가스를 살포한 뒤, 배시시 웃으며 주위의 동료나 부하들에게 사과하고 넘어갔겠지만...

뭔가 가벼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의외로 그녀는 자신의 지위에 대한 가볍지 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상사로서 그런 분위기를 경망스러운 방귀 소리로 깨버리는 일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힘을 빼면 뿌우웅 하고 나올 것 같아...!'



점점 심해지는, 뱃속의 가스로 인한 복통을 델타가 힘겹게 견디고 있던 와중, 



"델타, 이제 너희 팀 차례니까 빨리 여기로 건너와라."



드디어 그녀의 무전기에서 위스키의 명령이 들려왔다.



"...ㄴ,네엣! 지금 바로 그쪽으로 돌입하겠습니다!"



델타는 그의 명령에 응답하고는, 바로 품속에서 꺼낸 리모컨을 조작해...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철커덕-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컹!



자신이 타고 있는 배와 건너편에 있는 배를, 매우 기다란 원통형 통로를 펼쳐 연결했다.

위스키와 그가 이끄는 해상부의 결사원들은, 약탈 작전 때 이런 통로를 이용해 타겟이 되는 선박에 침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침입방법에 숙달하는 시간이었다.



"통로는 잘 연결됐으니까... 이제 모두 출발...해볼까요!"



자신의 앞으로 통로의 입구가 멈춰 서자, 델타는 자신의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얼핏 보면 평소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지만,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옙!"

"뒤따르겠습니다. 델타 님."



부하들의 대답을 듣고 나서, 통로의 원형 입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델타.

그녀의 부하들은, OTL 자세로 기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통로로 진입했다.

통로 안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네 발로 기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통로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델타의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던, '마이크'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남자는 기어가는 델타의 뒷모습을 보고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델타 님... 이동하시는 모습이 뭔가 다급해 보이시는데...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차오르는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장기간 아랫배에 담아둔 결과, 금방이라도 방귀가 터져 나올 지경에 이른 델타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통로에서 빠져나오려고 최대한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똑같았던 통로의 길이는, 오늘따라 그녀에겐 유독 길게 느껴졌다. 



꾸르르르르르르르릐릑-



하지만 그 노력이 안타깝게도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말았는데,

방귀 가스가 몸 안에 한계까지 쌓인 것인지, 배가 찢어질 듯한 복통이 갑작스레 그녀의 몸을 덮친 것이었다.



'...흐앗?! ...배... 배가 너무... 안 돼... 여기선......'



델타는 심한 복통을 참으며, 전력을 다해 한껏 엉덩이에 힘을 주어 버텼다. 

그러나...



'...내 뒤엔 사람이 있... 윽!'



뿌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결국 그녀는 통로 안에서 방귀를 요란하게 뀌고 말았다.

그것도 자신의 엉덩이 뒤에 바로 사람의 얼굴이 위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 데...델타 님...?'



급작스러운 방귀 폭탄을 안면에 직격당한 마이크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같은 부서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함께 운동할 때라던가 신병기 사용법을 교육받거나 할 때, 그녀가 방귀를 뀌는 모습을 상당히 자주 목격했었던 그였지만...



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북-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그녀의 엉덩이가 있는 상태에서, 그녀가 가스를 퍼부을 날이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뿌와아아아아아악- 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부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이거 야단났네... 방귀가 멈추질 않아...!'



오랫동안 방귀를 억지로 참아온 반작용일까.

가스누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봐도, 한번 터져 나오기 시작한 방귀는 더이상 델타가 막을 수 없었다.



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욱~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닥- 부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한참을 뿡뿡 울리던 방귀가 간신히 멎었다.

상당량의 방귀를 배출한 덕에 속은 편해졌지만... 그 영향으로 통로 내부는 구릿한 유황가스로 가득 차버렸다. 

그녀의 방귀냄새가 심한 편은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렇다 해도 냄새가 아예 무시해도 될 정도는 아닌지라, 마이크는 코를 손으로 막고 있었다.



"...그... 죄송해요, 여러분... 여러분을 잘 이끌어야 하는 입장인데 이런 실수나 하고... 실은 아까부터 쭉 참고 있었거든요..."



델타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그녀의 부하들이 그녀의 사정을 잘 이해해준 덕에, 이때의 일은 어찌저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육상부와 해상부에 속하지 않은 경영부의 일원 중에서도, '육해상합동훈련'에 참여하는 사람이 일부나마 존재했는데,

혹시 모를 훈련 중 부상자 발생에 대비해, 대형 구급용 차량에서 대기하고 있는 의료인력들이 거기에 해당했다.



[ 이베리스 (24, 女) {본명 : 에우제니카 리마} ]



그리고 그 의료인력 중 한 명으로서, 구급용 차량 내에 비치된 의약품들의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이베리스.

그런 그녀가 있는 차량 내부 공간으로, 흰 가운을 걸친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떤가요? 이베리스 씨. 혹시 파손되거나 변질된 약품이 있었나요?"

"아직까지는 없었는데요... 다 확인이 끝난 건 아니라서... 나중에 다시 보고해 드릴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이베리스는 방금 자신에게 질문한 남자에게 대답하고는, 바로 다시 고개를 돌려 점검 작업에 열중했다.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말없이 계속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코드 네임은 '바질'.


사실 바질은 이베리스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의 한 입원실에서 그녀를 처음 본 이래 쭉.


그가 그녀에게 감정을 고백하지 못하고 짝사랑에 머무는 이유는, 거절당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따금씩 '그래도 한 번은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녀 앞에서만 서면 그럴 용기가 싹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깨끗한 피부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길고도 부드러운 베이지색 머릿결, 순수함과 정결함이 담긴 붉은색 눈동자, 그녀와 어울리는 단정한 흰색 간호복, (그의 기준으로)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가슴 크기...

매일 같이 보는 그녀의 모습이지만, 그것은 항상 바질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베리스 씨와 같은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그렇게 몇 분 동안 넋 놓고 그녀를 눈에 담았다.

그녀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던 바질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 도와드릴까요?"

"네? 아... 아니에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고맙지만 마음만 받을게요. 바질 씨."



수려한 외모와 좋은 성격을 가진데다 일도 잘하면서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까지 강하다니.

그녀를 알아갈수록, 바질은 그녀의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베리스에게 감탄한 것도 잠시, 가까이에서 보니 그녀의 얼굴이 평소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이런저런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베리스 씨.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안색이 좋지 않아 보여요..."

"안색이요? 그래 보이나요...? ㅈ...전 멀쩡한데..."



이베리스는 애써 괜찮은 척 둘러댔지만, 실은 바질의 예상대로 지금 그녀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꾸르릅... 쿠르륵... 꾸루루루르뤼릭-



'하으으... 밤에 배까고 자지 말걸... '



이베리스의 뱃속은 전쟁이라도 난 듯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배가 아프다고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기엔 창피했던 것이다.



'빠...빨리... 이 일을 끝내고 화장실에...'



자신의 복부를 빵빵하게 채운 방귀 가스 때문에 심한 복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화장실에서 해결하는 일보다는 언제 갑자기 발생할지 모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의약품 점검을 완전히 끝마치는 것을 더 우선순위에 둔 것을 보아, 그녀의 이타심은 참으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쿠루루루룩... 쿠롸라라라락-



'...!!! ...더는 못 참겠어...'



그러나 머지않아 그런 이타심도 한계를 맞이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했다간 바질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서자, 이베리스는 다급하게 바질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저 잠시만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네? 아... 네!"



바질은 그제야 비로소 이베리스의 낯빛이 어두웠던 이유를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다닥 내달리던 이베리스는 빠르게 바깥으로 이어진 문 앞에 도달했으나...



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앗...!'



작지만 명확하게, 그녀의 엉덩이에서 울려 퍼진 소리.

곧 그녀가 방금 방귀를 뀌었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매우 친밀한 사이가 아닌 이상, 같은 여자 앞에서 보여도 낯부끄러운 모습을 남성 동료 앞에서 보였다는 것이 매우 수치스러웠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이베리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치듯 차량에서 뛰쳐나왔다.  



뿌우웅~ 부욱~ 뽀옹~ 부부북- 뿌욱~ 부으으윽- 뿌오옹~ 북- 푸쉬시시시시시시...



그렇게 야외에 있는 이동식 화장실에 도착할 때까지, 이베리스가 민망한 방귀 소리를 연발하며 질주했다는 이야기는, 훗날 그녀의 숙소 룸메이트들에게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그녀가 잠시 떠난 후, 혼자 남겨진 바질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이베리스 씨는 방귀를 뀌어도 귀엽구나...'



그녀의 그런 모습에도 호감을 느끼던 중, 그녀가 남기고 간 방귀냄새가 그의 코끝에 스며들었다.



'...크읍!? 이 코를 찌르는 썩은 내가 설마 이베리스 씨의...'



냄새가 이렇게 독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그는, 그 강렬한 악취 때문인지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다.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건물 내에서 계단을 오르다가 우연히 맡게 되었던,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우아한 인상의 여성 결사원이 뀐 방귀의, 꽤나 고약했던 그 냄새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평범한 사람이 맡았다면 정이 뚝 떨어질 만도 했던 심각한 냄새였지만...



'...역시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인가...'



그럼에도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변함이 없는 듯했다.


나중에 돌아온 이베리스를 바질은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위로해주었고, 그것 덕에 드디어, 그는 그녀와 단순한 동료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 데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고 한다.






같은 시각, 시에라는 홀로 풀숲에서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훈련 중 잠깐 생긴 휴식 시간을 틈타, 부하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주위에 누군가 있는지 확인하듯, 두리번거리는 그녀에겐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꾸류르르리리리릭-



"으음..."



물론, 사정이 있었다.

지금 시에라는 위장에 가스가 상당히 쌓여 속이 더부룩한 상태였다.

어제 저녁 메뉴로 기름진 음식이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고,

오늘 점심에 전투식량으로 배급받은 호밀빵도 거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빨리 끝내고 가자...'

 


다른 사람 앞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을 극도로 부끄러워하는 성격 탓에, 부하들과 같이 있을 때는 가스를 배출하지 못하고 꾹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엉덩이를 슬쩍 뒤로 뺀 뒤, 아랫배에 신경을 집중해 힘을 주었다.



"흐읍...!"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륵- 



마침내 시에라의 치마 속에서 일어난 방귀의 폭발은, 시원스러운 소리를 동반하며 치마를 휘날리게 만들었다.



부와아아아아아아악-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욱~ 부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계속 억누르고 있었던 것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뒤따르는 해방감 때문일까.

평상시에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에는, 현재 느슨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의 고상하고 차분한 모습만을 봐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도 이럴 때가 있다는 걸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뿌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직장에 고여있는 가스 빼기에 열을 올리고 있던 시에라가 방귀를 한 방 더 크게 뀌었을 때,



"시에라 님!! 어디 계십니까!!"

"힉!?"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쩌렁쩌렁한 남자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재빠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난 뒤, 연신 자신의 엉덩이 뒤쪽을 손부채질 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방귀냄새를 털어내기 위함이었는데, 그것도 불안했는지 그녀는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치마를 팡팡 털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아직 내보내지 못한 가스가 복부 내에 남아있어 속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에라 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에라는, 입에 손을 대고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미오.

그는 육상부의 간부 중 하나로, 육상행동대장인 시에라를 보좌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무슨 연유로 그가 시에라를 찾고 있는지, 그녀가 잠시 예측해보고 있을 때,



"시에라 님! 여기 계셨군요!"



그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어흠! ...무슨 용건이시죠?"



괜스레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로미오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에라의 얼굴은 조금 벌게져 있었다. 



"현재 정규군이 이곳을 향해 이동해 오고 있다는 상황이 부여되어서... 지금 바로 모두 이곳을 떠야 할 것 같습니다. 시에라 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기동 준비는 어디까지 완료된 건가요?"

"앞으로 10분 내에는 기동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게 했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렇게 로미오를 뒤따라, 부하들이 모여있는 임시 막사로 향하던 시에라는, 문득 로미오의 행동에 대해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로미오 씨."

"예! 시에라 님."

"신속히 상황을 알려주신 건 좋습니다만... 아까처럼 굳이 큰 소리를 내가면서 절 찾아다닐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로미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에라가 본인의 행동에서 뭔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을 발견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면 소리 때문에 정규군에게 발각당할 수도 있는, 적잖게 위험한 방법이었습니다. 무전기로 제게 연락했어도 충분했을 텐데요."

"음... 그게... 사실 갑자기 제 무전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럼 고장 나지 않은 무전기를 가진 동료에게 부탁하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



시에라의 말을 듣고는, 로미오는 '왜 그걸 생각 못했지?' 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보통 때에는 맡은 일을 빈틈없이 훌륭하게 처리하는 로미오지만, 

가끔 당황하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단점이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도 훈련 중에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군요. 로미오 씨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사람이 아니니, 앞으로의 작전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테니까요."

"ㅇ...예! 그렇습니다!"



훈계할 때는 하더라도 너무 기죽지 않도록 슬쩍 칭찬도 해준다.

시에라가 부하를 대하는 방식은 그런 식이었다.

겉보기엔 무신경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녀는 밸런스트 핸드의 동료들을 늘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었다.  



"저... 시에라 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질문인가요?"

"아까 그 풀숲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지 조금 궁금합니다. 혹시 뭔가 수상한 것이라도 발견하신 겁니까?"

"...! 어... 음...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시에라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훈련 중에 방귀가 너무 마려워지는 바람에 이대로 가다간 부하들 앞에서 못 참고 빵 터뜨릴 것 같아 아무도 몰래 풀숲에서 가스를 배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하가 찾아와서 더 뀌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고는 절대네버결코 말할 수 없었기에... 

적당히 둘러대야만 했다.



"...자... 잠시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시에라는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후에도 그녀는 부끄러운 생리현상을 슬그머니 처리할 때를 기다렸으나...

불행히도 밤이 될 때까지 그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렇게 훈련을 진행하다가 날은 어두워졌고, 야외 취침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보통의 '육해상합동훈련' 같았으면 해상부의 일원들은 바다에서, 육상부의 일원들은 지상에서 밤을 지새웠겠지만,

오늘의 훈련은 특별한 축에 속했다.



"...배가 해군의 포격을 받아 침몰 중인 상황이 부여됐다고? 거 참... 귀찮게 됐구만..."



계속해서 부여되는 훈련상황에 대응하다 보니, 해상부의 결사원들은 타고 있던 배에서 비상탈출하여 근처 해안에 도착하였고,

그 후에 이르러서는 육지에 있는 육상부와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다소 생소한 상황이 벌어진 고로, 육상부와 해상부는 땅 위에서 야밤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다른 결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취침 준비에 한창이던 시에라는, 저만치에서 걸어오고 있는 위스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자신의 것과 위스키의 것. 

이렇게 총 2개의 침낭을 가져오기로 했던 위스키의 손에는, 어째선지 침낭 1개밖에 들려있지 않았다.



"위스키 씨. 제 것까지 포함해서 침낭 2개를 받아오기로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혹시 또 까먹고..."

"이번엔 아냐. 그런 거. 남은 침낭이 이거밖에 없다고 하던데?"

"네? 그럴 리가 없..."



생각해보니... 그럴 수가 있었다.

현재 육상부에서 가지고 온 침낭의 수량은, 육상부 전원이 각각 한 개씩 받아갈 수 있을 만큼 있었다.

그 말인즉슨, 육상부와 해상부의 모든 인원이 1인 1침낭을 하기에는 모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

육상부와 해상부가 함께 야외 취침을 하는 상황은 시에라 자신도 처음 겪는 것이라서 그런지, 침낭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진 않군요... 오늘은 좀 특수한 경우니까요."

"그래. 특수하지. 덕분에 나도 텐트 안에서 자보게 됐으니... 어우... 추워."



차가운 밤바람에 몸을 떨면서, 위스키는 설치한 시에라가 설치한 소형 텐트를 한 번 슥 훑어보았다.

그와 그녀 단둘이서 오늘 밤을 보내게 될 텐트였다.



"이거 준비 다 된 거지? 나 들어간다?"

"들어가시죠. 저도 마침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텐트 안으로 들어온 위스키와 시에라는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아침부터 밤까지 쭉 훈련에 힘쓰느라 거의 모든 기력을 소진한 것이다.


위스키는 텐트 바닥에 침낭을 내려놓고는, 바로 쓰러지듯 누웠다.



"침낭은 너 써라... 난 그냥 바닥에서 잘려니까."

"...이런 날씨에 그냥 맨몸으로 자겠다는 건가요?"



밖은 상당히 추웠다.

밖보다는 그나마 나았지만, 텐트 안도 찬 공기로 가득한 까닭에, 뭐라도 덮지 않으면 몸을 계속해서 떨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어떡하냐... 1인용 침낭이 1개인데. 누군가는 그렇게 자야 할 거 아냐."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느새 시에라는 침낭 안으로 쏙 들어가, 침낭에 달린 지퍼를 열고 있었다.



"이 침낭이 1인용 침낭인 건 맞지만... 체형이 큰 사람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물건이라 공간이 꽤 되거든요."

"얼마나 되는데?"

"평범한 체격을 가진 사람 2명이 전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위스키는 그녀가 왜 자신이 바닥에서 잘 필요 없다고 말했는지,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야... 너 나 남자인 거 알아, 몰라?"

"압니다."

"그런데도 나랑 한 침낭을 같이 쓰겠다는 얘기냐?"

"...좋고 싫고를 떠나서... 위스키 씨가 이 한기가 맴도는 공간에서 아무것도 안 덮고 자다가 감기 걸리는 꼴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야. 됐어. 좀 춥긴 해도 견딜만해. 그냥 자도 감기까지는 안 걸릴...에취!"

"...허세 그만 부리고 그냥 안으로 들어오시죠."

"...진짜 괜찮겠어? 그냥 남자도 아니고 나랑 몸을 부대껴야 하는데?"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말했을 것 같아요? 빈 공간에 계속 찬 공기 들어와서 추우니까 빨리 들어와요."

"...육상행동대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더는 사양 않고..."



위스키는 날쌔게 침낭 속에 몸을 파묻어, 시에라 옆에 자리 잡았다.


 

"이야... 이거 엄청 따뜻하구만...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반응을 보니 정말로 바닥에 자게 내버려뒀으면... 감기 걸리는 정도에서 끝날 게 아니라 그냥 얼어 죽었겠군요."

"내 생각에도 그래..."



얼굴만 빼꼼 내민 채, 침낭의 따뜻함을 만끽하는 위스키를 쳐다보던 시에라는, 그가 아직도 초록색 복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 신경 쓰였다.



'잘 때도 복면을 쓰고 자려는 거야? 참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그러다가 불현듯이, 그가 복면을 벗었을 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를 아다만트케이지 교도소에서 탈옥시켰을 때 보았던 그 얼굴 말이다.

그것을 떠올리자마자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간신히 잊었는데 또 생각나 버렸어... 짜증나... 남 곤란하게 만드는 괴악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왜 안 어울리게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는 건데...'



사실은 그런 외모가 시에라의 취향에 딱 맞았던 것이었다.

너무나 순수하고도 여린, 마치 세상 모든 것을 따스하게 품어 치유해 줄 것만 같은 천사의 온화함을 떠올리게 하는 그 얼굴.

안면에 단풍잎 모양 흉터가 나 있긴 했지만 그건 그저 옥에 티와 같은 것.


교도소에 갇힌 위스키를 구출했던 그날, 그를 둘러메고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건물을 향해 달릴 때, 그런 얼굴을 수십 번씩 훑어보며 속으로 감탄한 시에라였지만,

다행히도 그가 그런 쪽의 눈치는 없는 것인지, 그녀의 속마음을 들키지는 않은 듯했다.



'카멜리사... 넌 자존심도 없어? 이 인간한테 당한 게 얼만데 그깟 상판떼기가 좀 취향이라고 설레기나 하고... '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만남 때부터 지금까지, 위스키의 악랄한 계략에 말려들어 여러 차례 방귀로 창피를 당했었고,

그가 일하다가 사고 친 것을 수습하느라 쌩고생한 적도 셀 수 없이 많았으며,

건수가 생겼다 하면 열받는 말투로 자신을 살살 긁어대던 그의 모습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데,

고작 얼굴 하나 때문에, 그런 일들을 겪게 만들었던 남자에게 가슴이 쿵쿵 뛰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도 가끔 의외의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방금처럼 자기도 추우면서 침낭을 완전히 넘겨주려고 한다든가...

한 달 전에는, 분명 생일이 언제인지 알려준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그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생일 선물을 받기도 했었다.



'...문제가 많아서 문제지만... 그런 것들 빼고 생각하면 괜찮은 구석도 조금 있는데... 솔직히 목소리도 좀...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시에라가 위스키 때문에 일어났던 안 좋은 일들을 최대한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며, 마음을 추스르려 애를 쓰던 그때,



"시에라."



갑자기 그가 말을 걸어왔다.



"...! 왜 그러시죠?"



도둑질하다가 걸린 것 마냥 화들짝 놀란 시에라.

그녀는 위스키와 시선을 마주한 채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자고 있다고 막 덮치고 그러면 안 된다?"

"...!!! 뭐, 뭐, 뭐라는 거예요!?? 미쳤어요!?"



위스키는 그냥 실없는 농담을 던진 것뿐이었지만,

하필 시에라가 위스키 때문에 심란한 와중에 그런 말을 들어버린 탓에...



"저도 보는 눈이 있거든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 같은 건 절대로 안 덮쳐요!"



그녀는 그 농담에 대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위스키 씨 같은 사람은 딱 질색이니까! 결단코 그럴 일 없단 말이에요! 아시겠어요?"

"...시에라... 아무리 나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상처받아..."

'...어... 말이 너무 심했나...?'



흥분한 상태로 위스키에게 이성적 호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말을 쏟아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시에라는, 

시무룩해진듯한 위스키에게 살짝 미안한 감정이 느꼈다.



"아... 아니... 질색이라는 얘기는 좀 말이 헛나온 거고... 정확히는 위스키 씨의 그 이상한 취미를 이해하기 힘들다고나 할까... 음... 그러니까..."

"...푸흡... 시에라 너 지금 내가 상처받았다니까 미안한 마음 든 거 맞지? 사실 개뻥이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큭큭... 이럴 때보면 넌 사람이 참 착해."



그랬다.

그의 주특기인 거짓말에, 시에라는 또 속은 것이었다.

이에 그의 거짓말에 놀아난 시에라가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뭐예요? 으...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아...! 당신 오늘... 훈련하다가 '라브루이아드호'에 있던 이동 통로 한 개 망가뜨렸죠! 위스키 씨의 부하한테 다 들었으니까 시치미 뗄 생각 마세요!"

'어이쿠... 또 시작인 건가...'



그렇게 개시된 그녀의 잔소리 폭격은 한참 동안 이어져, 위스키가 입을 잘못 놀린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했다.



-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

'잔소리하는 도중에 잠들어버리다니... 오늘 많이 피곤했나보구만.'



쌔근거리며 세상 모르게 곤히 자고 있는 시에라는, 깨어있을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방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지런하게 내리감긴, 그녀의 인형 같은 속눈썹.

반듯하면서도 오똑함이 살아있는 코.

보드랍고 촉촉한 선홍빛 입술.


그녀의 자는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었다.

위스키는 그 모습을 계속해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다.



'...나 왜 시에라의 얼굴을 쭉 보고 있었지? 딱히 특이한 것도 없는데...'

 


자신이 방금까지 했던 행동에 의문을 품은 채, 두 손을 머리에 베고 천장을 바라보는 위스키.

텐트 안에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지금쯤 하늘엔 별빛 가득한 은하수가 새겨져 있으리라.



'...그러고보니... 누군가하고 둘이서만 자는 건 이번이 처음이던가? 그래서 낯설고 묘한 기분이 들고 그러는 건가?'



그런 식으로 생각을 잠기던 위스키는, 얼마 안 가 노곤함이 확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이제 슬슬 자볼까... 존나게 피곤해서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구만...'



두 눈을 감자마자, 그의 의식은 빠르게 희미해져 갔다.

그러나...



드르렁~



'...뭔 소리야 이거.'



갑자기 텐트 내에 울려 퍼진 요란한 소리.

그 소리는 위스키의 옆, 즉 시에라 쪽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위스키는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슈우우... 고로롱~



'...얘 코 고네?'



한밤중의 고요함을 깬 것은 시에라의 코골이 소리였다.

시에라가 그런 파격적인 모습을 보일 줄은, 그녀를 꽤나 잘 알고 있는 위스키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듯하다.



드르렁~ 크하아악- 



피로감에 쩔어 있던 위스키는, 애써 시에라가 내는 소리를 무시하고 잠을 자려고 하였지만...



커어어억... 휘유우... 드르렁~



'...너무 시끄러워...'



그 야성적인 소리는 위스키의 잠을 효과적으로 훼방 놓기에 충분했다.



'...탱크가 바로 옆에서 지나가도 이것보단 조용하겠어...'



자고 싶은데 잠을 이룰 수 없어 고통받던 위스키는, 



'...! 아, 맞다! 그게 있었지?'



돌연 이 상황을 타개할 한 가지 방책을 떠올렸고, 곧이어 왼쪽 허벅지 쪽에 달린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 끝에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한 쌍의 귀마개였다.

총이 격발할 때 나는 총성으로부터 청력을 완벽하게 보호해줄 만큼 성능이 탁월한 물건이니, 코골이 소리 정도는 거뜬하게 막아줄 것이라 생각하며,

양쪽 귀에 그 귀마개를 꽂았다.


하지만, 이윽고 깨달았다.



쿠울... 고로로롱~ 크허어어어어어억-



'...미친. 소리가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는데?'



그녀의 흉포한 코골이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러한 코골이의 위력에 위스키가 경악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만... 이 지독한 냄새는 또 뭐야...'



콧속을 훅 파고드는 고약한 악취에, 위스키의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냄새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상체를 일으켜 텐트 내부를 살폈으나, 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고...

이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의 머릿속엔, 순간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거...'



의심이 들자마자 곧바로 침낭 안에 얼굴을 집어넣어 코를 킁킁거리는 위스키.

그러자 후각세포를 팍 자극하는 진한 악취가 더 심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낀 그는 생각했다.



'이 녀석... 방귀 뀐 거야?'



위스키가 꽂았던 귀마개 한쪽을 빼자 아니나다를까,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의 방귀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시에라가 잠에 빠져들었기에, 방귀를 통제할 수 없게 된 그녀의 엉덩이가 가스를 내뿜고 있었던 것이었다.

훈련에 참여하는 중에, 그녀의 장 속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었던 방귀가스는, 지금 텐트 안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뽀오오오오오오옹~



'크으... 자면서 방귀 정도야 뭐 뀔 수 있다고 보지만... 냄새가 장난 아니잖아... 시에라...'



위스키는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농도 짙은 방귀 냄새를 날렸다.



'분명 얘 방귀는 원래 구수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완전 독가스나 다름없네... 요즘 화장실을 제대로 못 갔나?'



시에라의 방귀냄새를 여러 번 맡아본 경험이 있는 그가 느낀 대로, 그녀의 방귀는 평상시보다 훨씬 지독해진 상태였다.

시에라가 아랫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고역스러운데도, 부하들 앞에서 악착같이 참은 이유 중 하나가 코가 삐뚤어질 것 같은 방귀의 악취 때문이었다.

자신을 놀리는데 도가 튼 위스키에게만큼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그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보시다시피 그에게 완벽하게 들켜버린 상황.



"우웅..."



시에라는 몸을 뒤척이다가, 위스키의 몸에다가 자신의 등을 붙인 채 옆으로 누웠다. 

그러고는...



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욱!



위스키를 향해, 고약한 가스를 분사했다.



'...시에라랑 같이 잔다는 거, 보통 일이 아니었구만...'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뿌부부북- 부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드드드득- 뿌왁! 부라라라라라라락- 


뿡~ 부와아아아아아아앙~ 부욱! 뽀오옥~



그 이후에도 그녀의 원초적인 생리현상 방출은 쭉 이어졌고, 가끔씩은...



부르르르뿟슈우우우우...



소리없이 가스를 분출해 침낭 안을 더욱 지독한 공기로 채우기도 했다.



뿌부으으윽- 부부부부부부욱~



'...도대체 얼마나 참고 있었던 건지... 밤새 뽕뽕댈 기세네...'



얼떨결에 오늘 하루종일 방귀를 맘 편히 뀌지 못한 시에라의 한풀이 대상이 되어버린 위스키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부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후우... 이걸 틀어막을 수도 없고...'



그녀가 뿜어낸 생체가스를 장기간 들이마신 탓에 머리가 어질해진 위스키.

위스키가 신선한 공기라도 잠시 쐬려는 목적으로 텐트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텐트 입구 지퍼를 약간 내린 순간,



휘이이이이잉-



'...!! ...뭐 이리 추워...?'



혹한의 바람을 정통으로 맞아, 뼛골에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밤이 깊어진 사이, 안 그래도 매서웠던 바깥의 추위가 더욱 심해진 모양이었다.

이 상황에서 바깥으로 나간다는 건 인간 동태가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서슬 퍼런 추위에 질려버린 위스키는 다시 텐트 입구 지퍼를 빠르게 닫은 후, 잽싸게 다시 침낭에 들어가 시에라 옆에서 누웠다.



커허어억... 드르러엉~



뽀오오옹~ 뿍!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아악! 부뤼뤼뤼뤽- 뿌웅~ 부오오오오오옥~ 부왕~



그 뒤로도 잠든 채로 앞으로는 파괴적인 사운드의 코골이 소리를 내면서, 뒤로는 유독한 가스를 내보내는 환장의 콤보를 이어가는 시에라.

그런 그녀의 곁에서 어떻게든 자보려고 애쓰던 위스키는 결국...



'...아무래도 오늘 잠자긴 글렀구만...'



항복을 선언했다. 

수면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것이었다.



"음냐아..."



시에라는 몸을 조금 뒤적거리다, 해탈한 위스키가 있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린 채 옆으로 누웠다.

자신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녀의 얼굴을 본 위스키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픽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위스키와 시에라는 자신들이 사용했던 텐트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하암~."



그런 와중에 20초 간격으로 늘어지게 하품을 뿜어대는 위스키.

복면에 감춰진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초췌해져 있었다.



"어제 잠을 잘 못 자신 건가요? 아까부터 계속 하품을 하시는군요."

"잘 못 잔 수준이 아니라 한숨도 못잤어. 천지가 진동할 만큼 코를 고는 것도 모자라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방귀 폭탄까지 빵빵 터뜨려대면서 자던 누군가 덕분에 말이지."



위스키가 얼굴을 살짝 들이밀며 비꼬는 투로 말하자, 시에라는 의문이 담긴 눈빛을 보였다.



"그거 혹시... 제 얘기예요?"

"그럼 누구겠냐. 내가 밤중에 다른 애들이 자고 있는 텐트에 몰래 침입하기라도 했겠어?"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 시에라에게 친절히 쐐기를 박아주었다.

이제 자신이 어젯밤에 보인, 야성적인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리라...고 생각했는데...



"...안됐군요. 위스키 씨. 이번엔 절 속이는 데 실패하셨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네 속셈을 다 파악했다'는 듯이 씨익 웃어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속이다니? 한 톨의 거짓도 없이 있었던 일 그대로 말해준 건데."

"그러세요? 하지만 거짓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절대로 그랬을 리 없으니까요."



시에라의 표정에는 확신이 어렸다.

그녀의 추측이 완전히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위스키는 시에라가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기 위해서 이빨에 파슬리가 끼었다든가, 치마가 말려 올라가 팬티가 보인다든가 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할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저렇게 확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훈련때 마다 부하들하고 여러 번 같이 자봤지만, 저에게 그런 잠버릇이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위스키 씨와 잤을 때만 그랬다는 건 이상할 수밖에 없죠?"



과연, 그녀는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밤 파멸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부하들과 잘 땐 계속 멀쩡하다가, 위스키와 잘 때 확 급변했다고 하기에도 어색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한 손으로 턱을 짚으며 생각에 빠졌던 위스키는, 머지않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위스키는 시에라의 한쪽 어깨에 손을 탁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매우 배려심 깊은 부하들을 뒀구나. 시에라."

"...? 그게 무슨 소리죠?"

"글쎄? 무슨 소릴까? 나도 잘 모르겠구만. 하아암~."



자신이 깨달은 것을 굳이 시에라에게 알리지 않고, 하품을 해대며 짐차에 반납할 물품들을 여럿 챙겨서 텐트 밖으로 나서는 위스키.

그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시에라의 얼굴에 작은 의구심을 떠오르게 했다.






'아니야... 내가 그랬을 리가 없어...'



'육해상합동훈련'이 끝난 오후,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건물로 복귀하여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시에라는 어딘가 많이 불안해 보였다.


대형 텐트 안에서 부하들과 같이 잤었던 기억을 자세히 되짚어보니,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때 부하들의 얼굴이 퀭해보였다는 것이 떠올랐다.

왜 그리 피곤해보이냐고 부하들에게 물었을 때, 잠이 잘 안와서 그랬다는 대답을 듣긴 했지만...

사실 위스키의 거짓말 같아 보였던 말이 진실이라서, 자신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부하들이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라면...?


그리고, 위스키와 같이 침낭에 누웠을 때, 거의 온종일 방귀를 참느라 복부에 쌓인 가스 때문에 속이 편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잠에서 깨고 보니 아랫배의 더부룩한 불쾌감이 싹 사라져 있었다는, 깊이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 사실 또한 생각났다.

이것도 위스키의 말대로, 숙면을 취하는 동안 그의 앞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방귀를 속이 시원하게 뀌어댔기 때문이라면...?



'하지만...! 부하들은 아무도 그런 얘기 안했단 말이야... 나 때문에 잠을 못잘 지경까지 갔으면 당연히 말을 해줬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려고 했지만, 그것이 계속 신경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시에라였다.



똑똑똑똑.



그때, 문 바깥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시에라에게 용무가 있는 모양이었다.



"...들어오세요."



벌컥-



문이 열림과 동시에 한 여인이 시에라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진한 파란색 빌드컷 머리를 한, 코드 네임 '로즈마리'라 불리는 그녀는 육상부의 간부에 속해 있었다.


로즈마리를 본 순간, 시에라는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본인이 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다거나 방귀를 뀐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없었음을 확인받아야겠다고.



"시에라 님. 보고 드릴 내용이 있..."

"로즈마리 씨!"

"...?! 네네넷...?!?!"



갑자기 시에라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강한 어조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로즈마리.



'노크는 하고 들어왔는데...?'



뭐라도 잘못했나 싶어 괜히 자기 행동을 살피게 되었다.

시에라는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로즈마리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로즈마리 씨는 저와 한 텐트에서 자본 경험이 많잖아요?"

"네? 네... 그렇죠...?"

"...혹시... 제가 잘 때 말인데요..."



잠깐의 침묵 후, 시에라가 입을 열였다.



"...시끄러운 잠버릇 같은 거... 없었죠...?"



시에라는 제발 위스키의 말이 거짓말이길 바랬다.

그게 사실이면 안 됐다.


그런 그녀가 그 질문을 던진 대상이 하필 거짓말하면 다 티나는 성격을 가진 로즈마리였다는 것은 불행이었을까, 행운이었을까.



"...!! ...그그그그런 거 없었습니다! 전혀! 아무 일도 없었어요!"

"뭔가요! 그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는 얼굴과 말투! 분명 뭔가가 있었던 거죠!"

"...그... 그게..."

"...제가 자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른대로 말해주세요."

"...꼭 말해야 하나요...?"



로즈마리는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시에라가 그 냉혹한 진실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로즈마리 씨... 이건 제게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말하지 않는다면 명령을 내려서라도... 전 알아야겠어요."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진실이라해도 진실은 진실.

진실을 덮고 넘어가는 일은, 시에라의 양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실은 말이죠... 시에라 님은 잘 때 코를 엄청 심하게 고세요..."



로즈마리가 마지못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시에라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렇게 사실이 아니길 바랬건만...



"...그렇다면 텐트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모두 피곤해보였던 이유도...?"

"...네... 시에라 님의 코골이 때문에 다들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혹시 저 자면서... 방귀...도... 뀌었어요...?"

"...뀌셨어요..."

"......"



자신이 육상부의 간부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어마어마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시에라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 그런 것도 아니고, 훈련 때마다 매번 그랬다는 것이니...

진실에 눈을 뜬 대가는 참으로 막대했다.



"...왜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해줬던거죠..."

"...시에라 님이 이 사실을 알면 굉장히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서... 모두 비밀로 하기로 했었거든요..."

"...그랬던 건가요..."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는 시에라였다.



"...그래도! 그 덕분에 긴박한 상황이 닥쳐 밤을 꼴딱 새야하는 사태가 벌어져도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

"...그리고 어디서 들은 건데... 사람은 잘 때 엉덩이에 힘이 빠지게 되어있어서 저절로 방귀가 나오게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시에라 님이 특이한 게 아니고! 인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거죠!"

"......"



로즈마리가 그녀의 격렬한 부끄러움을 덜어주기 위해 애썼지만... 별 효과는 없어보였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 때문에... 빠듯한 훈련 중 잠도 제대로 못자게 만들어서... 면목 없습니다..."

"괜찮아요. 시에라 님... 다들 시에라 님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 상황에선 무어라 위로해도 시에라가 수치스러움과 미안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럴 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로즈마리는 짧게 인사하고 빠르게 시에라의 집무실을 나섰다.

원래 올리려고 했던 보고는 나중에 올리기로 했다.


혼자 방에 남게된 시에라는, 책상에 앉은 채 머리를 움켜쥐며 민망함을 적극 드러냈다.



"...거짓말이라고 그렇게 큰 소리 쳤는데... 이제 그 사람 얼굴을 어떻게 봐...?"



-



시에라와 마찬가지로 훈련을 끝마치고 해상행동대장실, 즉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위스키.

그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드럽게 피곤하네... 후딱 일 끝내고 자러 가야지...'



똑똑똑똑.



그러던 와중 귓가를 울리는 노크 소리.

누군지는 몰라도 빨리 용무를 끝내줬으면 했다.



"들어와 보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시에라잖아?'



위스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별일이네. 니가 여길 다 오고."



여태까지 시에라는 해상행동대장실을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잔소리를 해도 회의 시간 때 회의실에서 잔소리할 뿐.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시에라의 얼굴에는, 왠지 모르게 붉은빛이 돌고 있었다.



"...사과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과? 뭔 사과?"

"...위스키 씨가 어젯밤 제 잠버릇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했잖아요..."

"...아~ 그거?"



그제서야 시에라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위스키.

이미 어젯밤의 일은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렸기에, 시에라가 '사과'라는 말을 꺼냈을 때 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폐를 끼쳐 미안합니다. 위스키 씨. 거기에 더해서... 위스키 씨의 말을 무시하다시피 했던 것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흠... 뭐... 그건 내가 평소에 구라를 좀 많이 치고 다니니까... 내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달까? 그건 그렇고 나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복면에 감춰진 그의 만면에 음흉한 웃음이 드리웠다.



"...너 잠버릇이 뭐였지? 잘 기억이 안 나네~?"

"......"



분명 거짓말일 게 뻔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지 않아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 그것을 어떻게 하루도 안 돼서 잊어먹는단 말인가.

위스키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그 의도 또한 뻔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시에라가 본인의 부끄러운 잠버릇을 스스로 말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정말 얄미워 죽겠어...'



그의 간악한 의도에 따라주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금은 사과를 하는 입장에 서 있으니까...



"...매우 시끄럽게 코를 고는... 잠버릇입니다..."



자신의 치부를 직접 말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기에, 시에라의 얼굴은 진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아~ 그랬지! 음...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방귀... 도... 뀌었었죠..."

"맞아맞아. 이제야 다 기억이 나네. 침낭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방귀냄새가 진~짜 독했었지... 큭큭큭..."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시에라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충족시키던 위스키는, 어느 새부턴가 그녀를 보며 아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런데도 굳이 직접 사과하려고 왔단 말이지... 그냥 모른 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시에라 앞에 팔짱을 끼고 섰다.



"어쩔 수가 없구만?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서열 1위 시에라 님께서 이렇게나 진중하게 사과를 해주시는데... 해적단 두목 나부랭이로선 용서해 드릴 수밖에 없겠네."

"...제 사과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더 창피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다행스럽게도 실현되지 않아, 시에라가 눈을 감고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을 때,

위스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우리 육상행동대장님 정직한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소스라치게 놀란 시에라는 곧장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왜, 우리 방구까지 튼 사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냐?"

"할 수 있긴 뭐가요! 그리고 누가 방귀를 텄다고 그래요? 제가 일부러 그랬어요? 다 제 의도랑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흐음... 그랬던가~?"

"그랬다니까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시에라는, 10분이 넘어가도록 격렬하게 항의하고는, 씩씩대며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진짜 단단히 열받았나보네... 한 번 더 쓰다듬었다간 유혈사태가 일어나겠구만..."



그런 모습을 보고 그녀의 역린을 건드려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위스키였지만...

사실, 그녀는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별 의미도 없는 행동일 뿐이잖아. 그런데 왜... 그 사람 때문에 이런 느낌 드는 거... 싫은데...'



복도를 걷는 시에라의 마음속에는, 그녀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



그로부터 시간이 더 흘렀을 무렵, 위스키는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모두 마쳤다.

이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아아암~. 이제 그만 숙소로 가보실까..."



집무실을 나서려던 위스키는, 문득 시에라를 떠올렸다.



'...시에라의 성격상... 자기 잠버릇을 알았으니, 이제 훈련 중엔 참호를 파서라도 혼자서 자려고 들겠지?'



잠버릇이 부끄러운 것도 있지만, 그녀는 동료에게 실례를 끼치는 것을 매우 꺼렸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더구나 그녀의 코골이는 주변 사람들이 수면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의 경이로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조금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네.'



그는 곧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 들었고,

그 책을 읽으며 시에라의 고약한 잠버릇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발명품을 구상해나가기 시작했다.






유럽에 위치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 고성.

그 고성의 지하에서는, 그 성의 자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고문이 자행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의자에 결박당한 한 남자는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한계를 맞이한 듯 보였다.

그 남자의 옷은 걸레짝이 되었고, 몸은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짤그락... 짤그락...



그 남자 앞에, 휘황찬란한 금색 갑옷과 머리를 완전히 가리는 금색 투구를 입은 자가 천천히 다가와 섰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드나?"



갑옷을 몸에 두른 사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거친 숨소리만이 그 둘이 있는 공간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아직인가보군. '자극'이 더 필요하다는 건가... 그렇다면 '광란의 상자'에 다시 한 번 넣어주도록 하지."

"...!!!!!!"



갑옷사내의 말을 듣고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의자에 묶인 남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처절하게 빌었다.



"마... 말하겠으니...! 제발... 제발! 그것만은 그만둬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훗. 견딜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나. 이젠 죽어도 말하지 않겠다던 패기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군. 뭐, 애초에 도적 따위에게 뭔가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짤그락... 짤그락...



갑옷사내는 결국 굴복해버린 그를 비웃고는, 그의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그럼... 이제 말해주실까. 네 녀석의 본거지 위치를."






+ 부록) [사무실 여신의 은밀한 배출]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의 사무실.

그곳에서는 지금 30명 남짓의 결사원들이 사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업무를 보는 인원 대부분은 남성.

그렇기에 더욱 돋보이는 한 명의 여성 결사원이 있었는데...



[ 아르메리아 (28, 女) {본명 : 라이리스 블랙건} ]



그런 그녀에게 붙은 코드 네임은 '아르메리아'였다.



"아르메리아 씨.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크로커스 씨. 잘 마실게요."



문서 작업을 하던 아르메리아는 생긋 웃으며, 한 남성 결사원이 건넨 커피를 받아들었다.

초록색의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그녀의 미소를 가까이에서 본 그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절세미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매우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얼굴로 밝게 웃어주기까지 하니, 일반적인 미적 취향을 가진 남자에겐 황홀한 자극이 될 수밖에...



'여신님이 날 보고 웃어주셨어... 아... 심장이 멈출 것만 같다...'



사무실 여신.

남성 결사원들 사이에서 불리는 그녀의 별명이었다.

청순한 외모, 볼륨있는 몸매에 더해, 성격과 능력까지 훌륭한,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그러한 별명이 붙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녀는 그 별명을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워 했지만, 좋은 의미로 붙여준 별명에 너무 난색을 표하기도 좀 그래서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한 지 3시간쯤 지났을까.

여전히 청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아르메리아는 어쩐 일인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고,



쿠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업무를 수행하는 몇 시간 동안 방귀를 계속 참고 있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여신이니 청순한 미녀니 해도, 아르메리아도 결국 사람이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 방귀를 뀌는 것이야 의외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그녀는 특별했다.

아르메리아가 남들에 비해 가스가 잘 차는 체질을 가진 방귀쟁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푹 빠진 남자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슬슬 위험하네. 급한 건 다 끝냈으니까...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화장실에 잠시 다녀와야겠는걸.'



룸메이트들 밖에 없는, 숙소 안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방귀를 뀌고 싶을 때 바로 가스를 뿡뿡 시원하게 분출하는 그녀였지만... 

아주 가까운 관계까지는 아닌 남성 동료만 있는 사무실에서 똑같이 그럴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아르메리아는 뱃속에 들어찬 무시할 수 없는 양의 방귀 가스가 복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을 느끼며, 사무실을 나와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현재 육상부와 해상부의 결사원들이 밖에서 훈련을 받고 있기 때문인지, 복도에 있는 사람들이 평소 때보다 훨씬 적었다.



"아르메리아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복도를 지나가는 동안에, 아르메리아에게 여러 결사원들이 인사를 건넸다.

어쩐지 인사를 건네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인 것 같았으나,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프리지어 씨."

"...아, 안녕하세요..."

'...이 분 코드 네임이 뭐였더라...?'



그런 인사 하나하나를 그녀는 맑게 웃으며 받아주었다.

아랫배에 꽉 찬 가스가 밖으로 새지 않게 참느라 진땀을 빼는 와중에도 그럴 수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아르메리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사무실 녀석들은 매일 저런 미인을 보면서 일한다는 거지... 진짜 부럽네...'

'...뒤태 괜히 봤다... 일과시간 내내 생각날 것 같아...!'

'...사무실 여신님 같은 여자랑 사귈 수 있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인사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이 가슴으로 가버렸는데... 안 들켰겠지...?'



아르메리아를 마주한 남성 결사원들은, 그녀의 매력에 더 깊게 잠식된 듯 보였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여자 화장실에 도달한 아르메리아. 

그녀는 화장실 맨 왼쪽 칸에 서둘러 들어갔다. 


아르메리아가 들어간 화장실칸 옆옆칸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 미스티블루 (25, 女) {본명 : 에델라이데 트라우로트} ]



그녀는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의 첩보활동을 총괄하는 직책을 가진 결사원, '미스티블루'였다.


상체를 조금 앞으로 숙인 자세로 서 있던 미스티블루의 엉덩이에선, 오래 지나지 않아...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제법 큰 파열음과 함께, 가스가 배출되었다.



뿌바바바바바바박- 부오오오오오옥~ 뿌웅~ 뽀오옹~



귀여운 소리의 잔방귀를 끝으로, 미스티블루의 급한 생리현상은 대충 일단락됐다.



"후..."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부터 방귀가 뀌고 싶어진 미스티블루였지만, 그 당시는 중요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 싸늘한 냉미녀 이미지를 가진 그녀가, 설마 그런 이유로 회의 시간 내내 인상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 때 하필 회의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져, 방귀를 힘들게 참고 있는 그녀에게 고역스러운 시간 또한 길어져 버렸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여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만약, 미스티블루가 회의 도중 참지 못하고 가스를 방출해 주변 사람 모두에게 자신의 장 내에서 숙성된 기체의 냄새를 체감시켰다면...

아마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익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윽... 오래 참아서 그런가... 냄새가 평소보다 더 심하네...'



곧이어 음식물이 썩는 듯한 냄새가 올라오자, 미간을 좁히며 얼굴을 살짝 찌푸리는 미스티블루.

그녀는 위장이 좋지 않아 방귀 냄새가 꽤나 지독한 편에 속했는데,

그 때문에 그녀가 숙소에 있을 때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나면 바로 룸메이트들에게 그녀가 유독가스를 살포한 게 아닌지 의심받는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보통 때에도 그녀의 방귀 냄새는 독했지만, 이번엔 특히 더 독한 것이 나온 모양이었다.


그 악취를 계속 맡고 있자니, 숨기고 싶은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첩보임무를 수행하던 중, 한 이탈리아 귀족 남성에게서 기밀 정보를 캐내려는 목적으로, 그와 친밀감을 쌓기 위한 시간을 보내다 실수로 방귀를 뀌고 말았을 때, 

딱 이런 냄새가 났었다.

그 남성이 매운 음식을 좋아했기에, 그와 같이 식사를 했을 때 매운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녀의 배를 자극해 결국 화를 부른 것이었다.

미스티블루는 자신이 남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너무나도 창피했고, 임무에도 지장이 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본인의 실수를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타겟이 된 남성이 홀딱 반해버려, 임무를 수행하는데 오히려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만...

그녀에겐 역시 민망한 기억일 수밖에 없었다.



'...내 장이 그때만큼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어.'



그렇게 부끄러운 과거를 회상하며, 미스티블루는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그때였다.



뿌부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스티블루가 옆쪽에서 들려오는 길고 우렁찬 소리를 듣게 된 것은.



'...? ...방귀 소리가 무슨...'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규격 외의 굉음에 미스티블루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그 방귀 소리의 주인은 방금 막 화장실에 들어온 아르메리아였다.



부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부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아르메리아가 선 채로 복부에 힘을 묵직하게 주자,

그녀의 큰 엉덩이와 넓은 골반을 부각시켜주는 검정색 H라인 정장치마의 뒷부분에서, 다시 한번 유황가스가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부부부부북!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오전 시간 동안 업무를 하면서 그녀가 참아온 방귀는, 지금 이 순간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으로 승화됨과 동시에,

구릿한 가스로 그녀가 있는 화장실 칸을 빠르게 채워갔다.



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부다다다다다다닥- 뿌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제야 좀 속이 편하네...'



뱃속이 뒤틀리는 고통을 견디고 견딘 끝에 찾아온 해방감.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엉덩이에 힘을 느슨히 푼 상태로, 직장에 쌓인 가스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것에 힘을 집중해 방귀를 터뜨릴수록, 그녀의 뱃속은 안정을 찾아갔다.



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라라라라라라라드닥-



현재 아르메리아가 내뿜는 방귀 가스의 양은 참으로 경이롭다고 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모두, 아침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할 준비를 할 때, 아랫배에 쌓인 가스를 깔끔히 빼내고 사무실에 온 그녀의 몸 안에서,

6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생성된 가스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평범한 여성으로서는 온종일 감자와 고구마만 섭취하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만들 수 있을까 말까 한 가스양이며,

해상부의 모든 결사원들이 인정하는 방귀대장 델타가 하루의 반절 동안 배출하는 방귀의 양을 아득히 상회하는 것이었다.


아르메리아의 룸메이트인 카사블랑카가, 숙소에서 몇 분 간격으로 방귀를 발사하는 그녀를 보고 '만약 방귀 많이뀌기 대회 같은 게 있었으면... 언니가 무조건 1등 먹었겠다.' 같은 말을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우우우우우우우웅~ 뿌우우우우우웁-



그처럼 굉장한 가스생성량은 한때 그녀의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다.

훗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과연 그에게 이런 자신의 모습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아르메리아는 믿기로 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신의 방귀도 너그럽게 포용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느덧, 거센 기세로 몰아치던 그녀의 방귀 심포니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르메리아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오오오오오옹~ 부부부부욱~ 부륵-



아직까지 뱃속에 남아있었던 잔여가스를 마저 내보내, 장대했던 가스 배출을 마무리 지었다.  

장 속에 묵은 가스들을 남김없이 비워낸 후, 시원상큼한 미소를 활짝 짓는 아르메리아. 

그 표정이 어찌나 환했는지, 마치 그녀의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했다.

그녀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화장실 칸에서 나와, 세면대 앞 거울을 보며 머리와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몸에 밴 방귀냄새가 빠질 때까지 조금 기다린 후에, 다시 업무를 보러 사무실로 돌아갔다.


시끄러운 폭음을 터뜨리며 나온 아르메리아의 방귀에 놀란 미스티블루는, 한동안 얼이 빠져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