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SCP 재단은 변칙적인 것, 비변칙적인 것 모두를 통틀어 위험한 것들을 보관하며 연구하는 기관이었고 이 중에서 초능력(현실조작 포함)과 관련된 개체를 특별히 전담하는 부서가 이상성부였음. 여기까지는 이상성부에 관한 기존 카논과 어느 정도 일치함. 하지만 이상성부가 흔적만 조금 남기고 사라져버린 건 재단이 비변칙적인 것들도 격리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함도, 이상성부에서 수행된 비윤리적 격리 때문도 아님.


이상성부에서는 현실조작 능력자의 수월한 격리를 위해 이들의 능력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장비를 만들기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다가 이상성부 소속 연구원이던 로버트 스크랜턴 박사가 마침내 장비 개발에 성공, 해당 장비에 스크랜턴 박사의 이름을 붙여 스크랜턴 현실성 닻이라고 명명함. 하지만 이 장비를 개발해낸 스크랜턴 박사 본인마저 장비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알지 못했음.


어쨌든 일단 작동은 잘 하니까 이걸로 현실조정자들을 격리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날부터 격리 대상 물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자기들끼리 얽히고 섥히는 비율도 같이 늘어남. 그 이유를 다들 알지 못해서 이 문제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까지 구성됐는데, 정작 실마리는 태스크포스 외부에서 발견됨. 이 실마리가 바로 SCP-001 데이터베이스.


사실 스크랜턴 현실성 닻은 현실이 조정되지 않게 묶어버리는 장치가 아니었음. 대신 작용하는 현실의 서사계층을 아래로 끌어내려 현실이 아닌 하나의 서사로 만들어버림으로써 "현실"조정을 통해서는 내용을 바꿀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장치였고, 그래서 기준우주(SCP재단 세계)가 우리 현실의 SCP재단 위키에서 쓰여지는 창작물이 되어버린 것임.


이 사실이 밝혀지자 재단 상층부는 SCP-001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모든 정보와 스크랜턴 현실성 닻의 실체, 그리고 초대형 사고를 저지른 이상성부의 존재를 기억소거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묻어버렸음.


...정말 뜬금없이 생각난거라 도대체 이게 왜 생각난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이걸 맛깔나게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