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냄비근성입니다. 냄비근성이라는 건 간단히 설명하자면 "끓는 냄비를 놔두면 얼마 안 가서 금방 식어버리는 것처럼, 처음엔 의욕을 가지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다가 대략 3-4일을 기준으로 의욕이 수직강하 하면서 대충하다가 결국은 안 하니만 못할 정도로 일을 처리해 버리는 것" 을 의미합니다.




이 냄비 근성은 놀랍게도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합니다.



세종대왕은 1436년 윤달 6월에 평안도의 도절제사에게 연대(烟臺), 즉 봉수대(봉화대)를 만들라고 지시힙니다. 그러면서 "직접 살피고 깊이 생각하며 위치를 정하고 작업에 투입하라"는 명을 내리며 당부하듯이 아래와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


大抵始勤終怠, 人之常情, 尤是東人之深病。 故諺曰: "高麗公事三日。" 此語誠不虛矣。

대저 처음엔 부지런하다가도 게을러지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 동인(한반도인, 즉 조선인)은 더욱 심한 게 깊은 병과 같다. 옛말에도 '고려공사삼일(고려인의 공적인 업무는 3일만 간다)'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실로 헛되지 않다. 


=============================



'고려공사삼일'이라는 말은 고려(한반도)에서는 공적인 영역에서 법이나 정책을 바꿔도 그것이 채 3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바뀌거나 폐지되는 게 흔하다는 것을 비꼬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고려나 조선의 경우, 군주가 통치하지만 신하가 그 군주의 권한을 어느 정도 견제하는 정치적 제도와 군주의 패도(霸道)를 경계하는 유학적 분위기 때문에 왕이 어떤 명령을 내려도 부당할 경우 신하들의 반대로 철회되는 경우가 빈번하기는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이 어떤 안건을 두고 망설여지거나 꺼릴 때는 '상량(商量, 깊이 생각)한 뒤 결정하겠다'면서 미루는 모습이 종종 보여지죠. 







세종이 말했듯이 처음에 부지런하다가도 게을러지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아예 특정 민족이 이러하다는 관념이 한반도 너머에서 옛말로 떠돌아다닐 정도로 알려졌고, 요즘 뉴스기사 등을 봐도 한국인들의 불매운동이나 반대운동이나 사회이슈에 대한 관심 등이 처음에는 불붙듯이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다시 재점화 하려고 하면 되려 싫어하거나 재점화 해도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특정한 요소에 대한 불타는 관심 이후에 손바닥 뒤집듯 냉담해지는 모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른 민족들 눈에는 한국인의 고유 습성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