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할머니가 충청도 분이신데 음식은 전라도 사람처럼 엄청 잘 하심

식구들 다 모였을 때 가지찜을 해주셨는데

할머니가 가지찜을 워낙 잘 하셨어서 나도 "드디어 이게 나왔구나!"하고 신나서 한 숟갈 떴는데

맛이 너무 맵고 짠 거야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서 막 딸꾹질하고 있으니까

할머니가 "왜? 매워?"하고 물어보시더라고

근데 할머니가 한 번 드시보시더니 별로 안 맵다는 거야

그 날 이후로 자꾸 할머니 음식이 짜고 매워지더라고

연세가 칠순이 넘으시니까 미각이 엄청 약해지신 거야

내가 그걸 보고 "아 이제 할머니 음식은 기억 속에만 남겠구나" 싶어서 너무 슬펐음

그러더니 언젠가부터는 할머니는 주방에서 밀려나고 엄마랑 외숙모랑 아예 요리를 전담을 하더라고

외삼촌이 누나랑 집사람이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 그냥 좀 앉아계시라고 해도 자꾸 주방 기웃거리시고

그러더니 요즘은 집에서 거의 밥 안 하고 그냥 과일 대충 사다 드신다더라

당신 말씀으로는 이제 힘들어서 밥 못 하겠다고 하시는데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