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어릴 때부터 괴담이나 무서운 썰 같은거 좋아해서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한테서 각종 괴담들을 들었음.

물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대부분은 까먹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를 풀어보겠음.

다만 본인이 겪은게 아니고 들은 이야기인데다 들은지 전부 최소 10년은 되어서 중간중간 각색한 것도 있으니

너무 따지진 말고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듣는게 좋을거임.



이 이야기는 고등학생 때 간 어느 수련원의 원장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다.

그 수련원은 시골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데 정말 외진데에 있다 보니 밤하늘을 보면 별이 쏟아지는 곳이었다.

그때, 우리 학교가 수련원에서의 수련을 마치기 전날 밤, 강당에 모여서 여러 애기를 하다가

어떻게 그렇게 흘러갔는지 몰라도 원장선생님이 자신이 겪은 애기라며 무서운 애기를 들려주었다.


이 수련원은 비록 산골짜기에 있지만 근처 래프팅 하는 강이나 서바이벌 게임장 등 시설이 좋고

10년 넘게 원장선생님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입소문도 좋아 여러 학교가 찾아오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초등학교에서 수련회를 하러 왔다.


강당에 모든 학생들이 모여 첫 인사를 하고는 선생님 인솔하에 학생들이 우루루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다 나가고 없는 강당에 한 남학생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다 나가고 혼자 남았는데도 강당 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멍을 때리는 아이를 보고는

원장선생님이 다가가서 괜찮냐고 묻자 그 아이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그애한테 몸은 괜찮냐, 밥 먹으러 안 가냐, 친구들은 없냐같은 질문들을 하는데

이 아이는 입을 한번도 안 열고 끄덕끄덕, 혹은 도리도리 같은 몸 동작만으로 애기를 하는 거였다.

잠시 후, 인원이 빠진 것을 알아 차린 선생님이 와서 후다닥 애를 데려갔고 그 과정에서

그 아이의 이름이 ㅇㅇ군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후 밥을 먹고 돌아오는 애들 중 몇 명을 붙잡아 그 애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 애에 대해 아는 애들은 ㅇㅇ이에 대해서 그애랑 놀기 싫다. 놀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꺼려하는 눈치였다.


원장선생님은 이 아이가 슬프게도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중이며 입을 열어 대화하지 못하는 것 역시 그로 인한 피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각종 행사를 하면서 유독 다른 애들보다 그 애를 더 노골적으로 챙겨주고 억지로 다른 애들의 그룹에 넣어서

같이 놀게 해주는 등 최소한 이 수련회에서만이라도 그 애가따돌림을 안 당하게 해주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정성이 통해서인지 여전히 입은 열지 않았지만 적어도 원장선생님 앞에서는 슬며시 웃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련회가 끝나는 날, 다 강당에 모여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강당에 서서 작별인사를 하면서도

ㅇㅇ이가 잘 있는지 보려고 학생들 사이사이를 찾는데 그 애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또 어디선가 낙오된건 아니지 하면서 시선을 돌리던 도중 그애가 강당 한 쪽 2층 창문에 기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문제는 그애가 창문 밖으로 손을 뻗은 것만으로 모자라 머리까지 나가 있었던 것이다.

원장선생님은 작별인사를 하던 것도 까 먹고 ㅇㅇ아! 뭐하는 거야! 하고 소리지르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였고...






그 순간 그 애의 발이 들리더니 그대로 창문 너머로 떨어지고 말았다.







강당안은 순식간에 패닉이 되어버렸고 울부짖는 학생들과 진정시키려는 선생님들을 뒤로 하고 원장선생님은

후다닥 내려가 그 애를 찾았다.

다행히 2층밖에 안 되는 데다 밑에가 화단 흙바닥이어서 살아는 있었지만








그 애의 왼쪽 입이 떨어지다 어디 걸렸는지 볼 중앙까지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흐르던 것이었다.












일반적이라면 이럴 때, 119나 구급차를 부르겠지만 문제는 여기는 시골 깡촌의 산골짜기 구급차가 오려면 최소 30분은 걸린다.

시간이 급하다 생각한 원장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에게 뒷수습을 맡기고는 자차에다 그 애를 태우고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힘차게 밟아 도착한 병원은 시골이다 보니 의사수는 별로 없지만 다행히 수술을 해줄 수 있는 의사분은 마침 자리에 계셨다고 한다.

문제는 이 수술을 하려면 마취를 해야 하는데 마취담당의는 그 날 비번이라서 자리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취의가 없다고 수술을 안할 수도 없었기에 결국 마취없이 수술을 강행하기로 했고 간호사들 중 힘센 사람들 4명을 모아

팔과 다리를 각각 하나씩 붙들고 제일 힘센 원장선생님이 그 애의 머리를 붙잡고는 수술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수술이 시작하자마자 아이가 비명을 지르고 발악할 거라고 생각해 간호사와 원장선생님은 그 아이의 사지를 꽉 잡고 있었는데...

그 애는 진짜,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인형을 건드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원장선생님은 눈치를 챘다.







이 애는 창문에서 떨어졌을 때도, 차에 태워져 병원에 올 때도 비명도, 신음도 한번 내지 않았다.











어쨋든 이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서 찢어진 입술은 잘 꿰매졌고 의사분은 하루동안은 입을 열지 말라고 하였다.

그렇게 수술을 한 애를 차에 태우고는 돌아오는데 산길 한중턱에서...










"저....선생님....."









ㅇㅇ이가 입을 열었던 것이다.


"ㅇㅇ아! 너 괜찮니!"

"네...괜찮아요..."

"아니, 너 말 잘하....아니! 그 이전에 말하면 안돼! 지금 말하면 수술자국이 터진다고 하셨..."


그렇게 말하면서 그 애의 수술자국을 보았는데, 보통 이렇게 몇 바늘 꿰맬 정도의 수술을 하면

그 수술부위가 염증이나 약품으로 퉁퉁 부어오르기 마련인데 그 애는 방금 수술을 했음에도

상처자국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마치 종이를 찢은 다음 그대로 꿰맨 것처럼 말이다.


"저도...말할 수는 있었어요...그런데 할머니가 하지 말라고 해서...."

"할머니? 할머니라니? 나는 한번도 그런 분 본 적이 없는데?"

그러더니 그 ㅇㅇ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수련원에 도착한 첫 날, 강당에서 원장선생님과 대화하기 전, 할머니하고 대화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절대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이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할머니는 수련기간 내내 자신의 옆에 있었고 마지막에 창문에서 떨어진 것 역시

그 할머니가 창문 밖에서 뛰어내리라고 종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수술 받을 때도 할머니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걸어주는 동안에는 하나도 안 아팠다고 한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들으면서 원장선생님은 이 애가 말하는 할머니가 따돌림 당하면서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든 환상, 소위 상상친구라고 생각하고는 

"그래도 그 할머니가 수술까지 지켜보고는 떠나가셨나 보네."

이렇게 말하니까 그 아이는




















"네? 할머니는 방금전까지도 이 차안에 계셨는데요?"












이 말을 들은 원장선생님은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을 뻔 했지만 애써 침착한 얼굴로

"하...하하....그런데....그런데 할머니는 왜 떠나셨니?"

"할머니가 저한테 뭘 하라고 한게 있었는데 제가 싫다고 안 했거든요."

"할머니가 뭘 하라고 했는데?"

























"지금 선생님이 조종하는 핸들 잡아서 확 꺽어버리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원장선생님은 결국 급브레이크를 밟고 마셨다.


"바...방금...뭐라고...."

"할머니는 그렇게 하라 했는데 아무리 저라도 그럼 사고나는건 알아요. 할머니는 그래도 저는 지켜주시겠다고 했지만 

저는 그러면 할머니만큼은 아니어도 저한테 잘해주신 원장선생님이 다친다고, 그건 싫다고, 못 하겠다고 하니까

할머니가 이때까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내 부탁 하나 못 들어주냐며 꼴도보기 싫다며 가버리셨어요."

"그...그래...."


원장선생님은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흘렀지만 그래도 그 순간까지 그 할머니가 ㅇㅇ이의 상상친구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그런데...할머니가 다른 말은 안 하셨니?"

"음.....아, 할머니가 오늘 오후 2시쯤에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엄청 올거라고 했어요."


그 말은 들은 원장선생님은 안도하셨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기예보에는 오늘 내내 화창할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마침 차내 시계도 막 2시가 되었길래 원장선생님은 웃으면서 ㅇㅇ이에게 말을 건냈다.


"하하, 아무래도 할머니가 그건 틀리셨던 모양이네. 오늘은 내내 화창할 예정이거든.

봐봐, 지금 막 시간이 2시인데 하늘은...."


그렇게 말하면서 산길 한가운데에서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우르릉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고 원장선생님은 멈춘 차안에서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리는 하늘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셨다고 한다.



























잠깐 소나기 같은 비가 그치고 수련원으로 돌아오자마자 ㅇㅇ이는 곧바로 학교버스에 

올랐고 가기 전에 자신한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지만 원장선생님은 방금의 경험때문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첫 날 아이들이 ㅇㅇ이에 대해 보여준 태도는 집단 따돌림이라기보다는....두려움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막연히 느껴진다고 하시며 이야기를 마치셨다.






















저번에 말했듯이 이게 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통영 바닷가 물귀신, 대구 중학생의 할아버지 등 아직 풀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군생활동안은 못 풀 것 같고 전역후에도 괴담챈이 남아있다면 그때 풀겠습니다.

그러니 망챈이 되지 않도록 모두 노력합시다. 여러분, 안녕~.